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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06
씬1. 몽타주 (밤)
// 지원의 차가 한적한 지방 도로를 달리고 있다.
운전하는 지원,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 통화중이다.
지원 : (다급한) 요 앞까지 잘 따라왔는데, (상대의 말을 듣다가) 아 진짜, 기찻길 차단기에 걸려서 놓쳤다니까요.
앰블런스 어딨나 찾아보고 있으니까 (상대의 말을 듣다가, 짜증나는) 그쪽 검산건 아는데, 왜 사람을 취조를...
(상대가 끊은) 여보세요. 이것봐. 야!
지원, 이어폰 빼서 툭 던지곤 주변을 살피며 서행하며 운전 중이다. 마음은 다급하다.
// 정우의 차가 어느 지방 도로를 달리고 있다.
운전하는 정우, 핸즈프리로 핸드폰 통화중이다.
정우 : (다급한) 위치추적 결과 나왔어? 어디야!
// 청평 별장 앞. 창민이 운전하는 앰블런스가 출발하고 있다. 그 위로
정우(소리) : 경기도 가평군 (버럭) 야, 크게 말해. 크게. 청평면! 고성리. 산 56-34. 알았어.
저만치 가는 앰블런스와 엇갈리며 도착하는 동윤의 차.
차에서 내리는 동윤의 얼굴에서 스틸.
타이틀 오른다. 추적자 제6화.
서서히 암전되면서.
씬2. 청평별장 거실 (밤)
암전의 화면이 가운데서부터 밝아진다. 홍석이 눈을 뜨고 있는 것.
보면... 홍석은 거실 1인용 소파에 앉은 채, 몸이 묶여 있다.
흐릿한 홍석의 시선으로, 양복을 입은 남자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서서히 다가오는 남자. 맞은편 소파에 앉는다.
점점 선명해지는 홍석의 시선, 또렷해진다. 강동윤이다. 충격의 홍석.
동윤 : (담담한) 반갑습니다. 백홍석씨.
홍석 : (믿을 수 없는 그 눈빛, 분노와 충격) 강... 동윤... (점점 소리 높아지는) 강동윤... 강동윤.. (절규하듯) 강동유운!!!!!
씬3. 지방 도로 + 정우의 차 안 (밤)
정우 : (핸즈프리로 통화중인, 다급한) 서울지검 최정우 검삽니다. 가평경찰서 기동대 긴급 지원 요청합니다.
정우의 차는 한적한 도로를 다급하게 달리고 있다.
씬4. 청평별장 거실 (밤)
홍석 : (이글거리는 분노, 거친 호흡) 넌... 넌... 사람도 아니야.
동윤 : (옅은 미소로, 혼잣말처럼) 사람이라... 사람... 후... (홍석을 여유있게 보며) 빚을 갚기 위해서, 친구의 딸을 살해한 의사!
홍석 : (그 말에 충격!!!! 차마 믿을 수 없는 얼굴로 보는) 창... 창민이가.. 그.. 그 럴리가...
동윤 : (개의치 않고) 총리가 되고 싶어서 재판을 조작한 대법관, 스타의 자리에서 내려오기 싫어서 소녀를 친 가수.
백홍석씨. 그들도 모두 사람입니다.
동윤, 일어나 홍석에게 다가간다.
동윤 : 사람이 원래 그렇지요. 모두들 말은 그럴 듯하게 합니다. 우리 우정은 영원하다. 법과 정의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겠다.
홍석 : .... (동윤의 말이 귀에 들리지 않는 기분이다. 창민이가.. 설마.. 믿을 수 없는 얼굴이다)
동윤 : 하지만 선택의 순간이 오면, 그때서야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나타나지요. 30억이면 친구의 딸도 죽이고!
홍석, 그 말에. 멈칫. 충격이다. 다시 확인된 사실. 부들부들 떨리는 입술!
동윤 : (그 충격의 홍석을 잠시 보다가...) 총리 자리면 평생 지켜온 신념도 버립니다. 그리곤 이렇게들 말하죠.
나는 어쩔 수 없었다고. 백홍석씨.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지 않는 사람. 본 적 있으십니까?
홍석 : .... 창... 창민이가... 수정이를.... (설마 아직도 믿을 수 없는 눈으로 보면)
동윤 : (끄덕이곤) 사람은 똑같습니다. 그걸 받아들이면, 많은 것이 쉬워지지요.
홍석 : (울 것 같은 얼굴이다. 어떻게.. 창민이가.... 온 몸에 기운이 다 풀린다. 추욱 처지는 몸)
동윤, 그런 홍석의 옆에 선다.
동윤 : (담담한) 초등학교 때 친구랑 싸운 적이 있습니다. 이발소 건물 주인 아들이었지요.
씬5. 별장 현관문 근처 일각 (밤)
벽으로 막혀 거실이 보이지 않는 곳. 근처 적당한 곳에 혜라와 배상무가 있다.
혜라, 동윤의 말을 듣고 있다. 그 위로
동윤(소리) : 아버진 그날 밤. 제 손을 잡고 주인집 현관 앞에서 두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무릎 꿇고 빌었지요.
제가 더 많이 다쳤는데도 말입니다.
씬6. 청평별장 거실 (밤)
동윤 : 결혼을 하고, 의원이 되고, 돈을 가지고, 힘을 가진 뒤에도, 아버진 제게 아무 것도 바라지 않았습니다.
단 하나만의 부탁만을 하셨죠.
홍석 : ...
동윤 : 이 건물을 사달라.
홍석 : ...
동윤 : 주인 가족은 지금 이발소 지하 단칸방에 살고 있습니다.
홍석 : ....
동윤 : 백홍석씨. 복수는 이렇게 하는 겁니다. 기다려야죠. 상대가 약해지기를. 아니면 내가 강해지기를.
홍석 : ...
동윤 :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백수정양은 참 무모한 아버지를 뒀구나. 법정 살인에 탈옥까지 해서, 경찰에 쫒기면서,
고작 말단 형사 동료 몇 명 모아서 저의 그림자라도 밟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까?
홍석 : .... (힘없는... 혼잣말처럼...) 아니. 나 혼자 할려고 했어.
동윤 : (담담한) 동료들의 힘이 필요했을 건데.
홍석 : ... 황반장님. 조형사. 아무 것도 몰라. 그 사람들은 건드리지 마라.
동윤 : (홍석의 눈을 본다. 사실인 듯 하다. 안도하는 눈빛이다)
씬7. 별장 현관문 근처 일각 (밤)
혜라 : (배상무에게) 다행이네요. 진실을 아는 건 저 사람뿐이니까.
씬8. 청평별장 거실 (밤)
동윤, 홍석의 옆에 있다가 돌아서려는데..
홍석 : .... 내 딸을 죽이고.. 넌 뭘 얻었지?
동윤 : (담담한) 큰 마차가 먼 길 가다보면 깔려 죽는 벌레도 있기 마련이죠.
홍석 : (힘없던 눈에 서서히 다시 번지는 분노) 벌... 벌레? (분노로... 동윤을 향해 침을 뱉는다)
그러나 그 침은 동윤의 양복 상의에 묻는다.
동윤 : (밖을 향해, 담담한) 여기!!!
혜라 : (벽 뒤에서 모습을 나타내면)
동윤 : 수건 하나 가져와. 따뜻한 물에 적셔서.
혜라 : (가는)
홍석 : ..(부들부들 떨리는 분노로) 널 용서하지 않을거다.
동윤 : 용서는 힘 있는 사람이 하는 겁니다. 백홍석씨가 할 수 있는 건, 용서가 아니라, 포기지요.
홍석 : .... (분노로 보는)
동윤 : 억울하고. 화가 나고. 그렇겠지요. 하지만 좀 더 일찍 포기를 하면, 작은 것이라도 지킬 수 있습니다.
(홍석을 보며) 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 후후. (낮은 실소) 그래서 백홍석씨는... 모든 걸 잃은 겁니다.
혜라, 물수건을 가져와 건네곤, 간다.
동윤, 수건으로 양복 상의를 닦는다.
홍석 : (그 모습을 분노로 보며) 침은 닦을 수 있지만, 피는 못 닦을 거다.
동윤 : (닦으며) 따님과 사모님의 죽음, 이 나라를 위한, 의미있는 희생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홍석 : 날 죽일 순 있지만, 니 죄는 살아 있을거다...
동윤 : 백홍석씨의 죽음도 헛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홍석 : 숨 쉴 때마다 기억날거다. 우리 수정이. 우리 미연이. 그리고 (하는데)
동윤 : (OL, 터지는) 너 때문이야!!!!!!
씬9. 별장 현관문 근처 일각 (밤)
어느 곳. 앉아 있던 혜라가 동윤의 절규에 고개를 든다. 의외다. 그 눈빛.
씬10. 청평별장 거실 (밤)
동윤, 들고 있던 수건을 소파에 아무렇게나 집어던지곤,
다가가 홍석의 머리카락을 잡아 얼굴을 뒤로 젖히곤 분노로 바라본다.
참았던 자책이 터진다.
동윤 : 수술만 성공하지 않았어도.... 니가 PK준만 안 잡았어도.... 법정에서 죽이지만 않았어도... 탈옥만 안 했어도...
백홍석. 니가 멈췄으면, 니가 포기했으면, 나도.. 나도... 왜.. 왜.. 포기하지 않은거야? 왜????
홍석 : 나는... 수정이.. 아버지니까.
동윤 : ....
홍석 : ....
동윤 : (실소가 번지며) 그래서 니 아내도 죽게 만들었나?
홍석 : (OL) 닥쳐!!!
동윤 : ...니가 뭘 해도.. 얻는 건 없어.
홍석 : 넌.. 뭘 얻었지? 내 딸을 죽이고.. 아내를 죽이고... 넌 뭘....
동윤 : (잡고 있던 홍석의 얼굴을 놓고는 바로 선다. 조금은 진정한. 흐트러진 넥타이를 바로 매며)
난 가야 할 길이 있어. 이뤄야 할 꿈도 있구.
홍석 : ...허... 청와대?
동윤 : (픽! 작은 실소가 번지는) 퇴임하고 나면 언론이고 검찰이고 승냥이떼처럼 달려들어서 물어뜯는 그런 자리.
(픽! 실소 번지는) 청와대는 정거장이야. 내 꿈은... 고작 5년이 아니라, 50년,
// 인서트. 서회장 서재의 의자. 그 빈 자리. 그 위로
동윤(소리) : 아니, 평생 동안 누구에게도 고개 숙이지 않는 그 자리.
동윤 : .... 그게.. 내 꿈이다. (홍석을 보면)
홍석 : ... (본다. 보다가) 우리 (하는데,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 침을 삼키곤 호흡을 고른다)
동윤 : (보는)
홍석 : ... 우리 미연이 꿈은... 가을이 되기 전에... 거실에 커튼 바꾸는 거였어.
동윤 : ...
홍석 : 우리 수정이는 전교 석차 50등 안에 드는 게 꿈이었다.
동윤 : ......
홍석 : ... 내 꿈은... 내년에 적금타면... 우리 수정이 방, 도배해주고, 침대 바꿔주는 거였어.
동윤 : (보는)
홍석 : (보는)
동윤 : (담담한) 누군가 꿈을 이루면 누군가는 꿈을 잃는 법이지.
동윤, 돌아서 나간다.
홍석 : (기운이 빠져서 낮은. 하지만 절규같은) 강동윤... 잊지 마라. 니가 무슨 짓을 했는지... 강동윤... 강동윤...강동유운...
홍석, 강동윤의 뒷모습을 향해 낮은 절규를 외치고 있다.
씬11. 별장 현관문 근처 일각 (밤)
동윤, 거실 쪽에서 나오면 혜라와 배상무가 서 있다.
혜라 : 계획대로 실행하겠습니다.
동윤 : (끄덕이면)
배상무가 거실 쪽으로 가려는데, 그때 울리는 인터폰 소리. 놀라서 보는데서.
씬12. 청평별장 현관문 밖 (밤)
정우와 십 여명의 경찰들이 서 있다.
정우 : (인터폰에 대고) 서울지검 최정우 검삽니다.
씬13. 별장 현관문 근처 일각 (밤)
정우(F) : 첩보 확인 차, 긴급수색중입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문 여세요. 어서!!!
동윤, 머리 아픈 듯 관자놀이를 누르는데서.
씬14. 청평별장 현관문 밖 (밤)
혜라 : (문을 열고나오며) 개인소유집니다. 영장이 없으면 당장 (하는데)
정우 : 법정 살인범 백홍석이 은신해있다는 제보가 있었습니다.
혜라 : (놀란, 당황을 감추고) ... 잘못된 정보군요.
정우 : 확인은 제가 합니다. (들어가려 하면)
혜라 : (앞을 막아서며) 이것 봐요. 이 안에 어떤 분이 계신지 아세요?
정우 : 그것도 제가 알아보죠.
정우, 혜라를 옆으로 비키곤, 경찰들과 함께 별장 안으로 들어가는데서.
씬15. 청평별장 거실 (밤)
밀려들어오는 경찰들.
정우가 거실로 들어서다가 놀라서 멈춘다. 강동윤이 소파에 앉아 있다.
동윤과 정우, 서로를 본다.
혜라 : (다급하게 따라와선, 정우에게) 서울지역 경선을 앞두고 전략회의를 하는 중입니다. 참모들은 곧 도착하실 거구요.
정우 : (뜻밖이다. 왜 이런 곳에 대선후보가? 생각을 정리하는 듯 동윤을 똑바로 보며, 말은 혜라에게)
왜 그런 말을 하죠?... 묻지도 않았는데. (지갑에서 검사증을 꺼내 동윤쪽으로 내밀며) 서울지검 최정우 (하는데)
동윤 : (OL, 혜라에게) 지검장이 이번에 바꼈던가? 그 친구 연락 한 번 해봐.
혜라 : (핸드폰을 건다)
경찰들, 뜻밖의 상황에 쭈뼛거리며 동윤에게 인사하고 나가려하자
정우 : (동윤을 보는 채로) 3인 1좁니다. 지하 1개조. 2층 1개조. 나머지는 저하고 같이 1층을 수색합니다.
경찰들 : (곤란해서 어쩔 줄 모르는 쭈뼛거리는)
정우 : 잠시 수색하겠습니다. 참모분들이 도착하시기 전에 끝내겠습니다.
경찰들, 어쩔 줄 몰라 쭈뼛거리자 정우가 앞장서서 거실 옆, 방 문을 열려는데,
혜라(소리) : 멈추세요! (돌아가던 손잡이가 멈춘다)
정우 : (돌아보면)
혜라 : (핸드폰을 정우에게 건네며) 지검장님입니다. 당장 수색 중단하고 본청으로 들어오랍니다. 직접 통화 하시죠.
정우 : (그 핸드폰을 받아든 채로 동윤을 보며) 의원님이 추진중인 사법 개혁안에,
검찰 상부에 압력 넣는 것도 포함돼 있습니까? (핸드폰을 툭 끊곤, 혜라에게 건네는)
동윤 : (여유있게) 기개는 있지만 생각은 짧은 친구군. 상대 후보의 음해라는 생각은 안해 봤나?
정우 : 일단 수색부터 마치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시작하세요. 어서!!!
정우의 서슬에 경찰들, 조를 이뤄 지하로 2층으로 1층 곳곳으로 흩어진다.
동윤과 혜라가 긴장한다.
정우가 1층 방문을 여는데서.
씬16. 청평별장 거실 옆 방 안 (밤)
그 방, 비어있다. 아무도 없다.
정우, 문을 닫으려다가 멈칫. 창문이 조금 열려 있다.
다가가서 창밖을 본다. 아무 것도 없다.
정우, 돌아서 나가는데서.
씬17. 청평별장 거실 (밤)
수색을 마친 경찰들, 모여든다. 정우에게 아무 것도 없다는 고개짓.
혜라 : 사과하세요. 내일 법무부에 정식으로 항의하겠어요.
정우 : 정식 항의가 들어오면, 그때 정식으로 사과하겠습니다. (하며)
정우가 돌아서다가 힐긋 보는 곳, 소파 일각에 함부로 던져져 있는 젖은 물수건이다.
남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흘깃 보고는 나가는 정우에서...
씬18. 청평별장 밖 (밤)
정우가 나온다. 잠시 멈춰 선다. 분명히 뭔가가 있다. 돌아보는 그 얼굴에서.
씬19. 청평별장 근처 산야 (밤)
배상무가 포승줄에 묶인 홍석을 끌고 비탈을 올라간다.
배상무가 잠시 몸을 비틀하는 순간, 틈을 노리던 홍석이 달아난다.
그 뒤를 쫓는 배상무. 홍석이 잡히기 직전의 순간.
저만치서 들리는 소리 “거기 누구야!” 보면 경찰들 몇 명이다. 달려온다.
홍석은 위로 달아나고 배상무, 달아나는 홍석과 쫓아오는 경찰들을 번갈아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몸을 돌려 반대쪽으로 달아난다.
씬20. 도로 + 지원의 차 안 (밤)
운전중인 지원. 이어폰을 툭 빼서 던진다.
지원 : 이놈의 검사놈은 전화도 안받고, 이놈의 앰블런스는 보이지도 않고. (하다가) 아악!!! (놀라서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멈추는 차. 그 앞에 뛰어든 남자.
지원, 핸들에 고개 박고 있다가 천천히 고개 들어보면 헤드라이트 불빛에 비치는 남자,
포승줄에 묶인 채 헉헉 거친 숨을 쉬고 있는 홍석이다.
(시간경과)
경찰들이 올라와보면 홍석은 없다.
저만치 달려가는 차의 뒷모습이 보인다.
씬21. 지원의 차 안 + 도로 (밤)
조수석에 앉은 홍석의 포승은 풀려 있다.
지방 국도를 달리는 차 안.
운전 하는 지원. 잔뜩 긴장해 있다. 홍석을 흘깃 보며, 차 안에 비치해 둔 명함 한 장을 건네며
지원 : 저.. 아시죠? 몇 달 전에 최정우 검사실에서 외제차 명부..
홍석 : (헉헉 거친 숨을 쉬며 지원을 보는, 기억이 난다. 명함을 본다. “SBC 기자 서지원” 그 명함을 보는데)
지원 : 윤창민.
홍석 : (놀라서 보는)
지원 : 그 사람 따라 왔어요. 저요 이 사건 몇 달 전부터 취재했거든요. 윤창민 그 사람 분명히 뭔가 있어요.
자금 흐름도 이상하고. 게다가 (하는데, 점점 작아지는 그녀의 말은 묵음이 되고)
분노로 이글거리는 홍석의 얼굴 위로 짧게 짧게 플래시 되는
// 1부 씬66 홍석 : 창민아! 너 내 친구지? 니가 상주해라.
// 5부 씬25 홍석 : 너 밖에 생각이 안나더라. 너라면 와줄 줄 알았어. 고맙다 창민아.
// 6부 씬4 동윤 : 빚을 갚기 위해서, 친구의 딸을 살해한 의사
// 6부 씬4 동윤 : 선택의 순간이 오면, 그때서야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나타나지요. 30억이면 친구의 딸도 죽이고!
플래시의 소리가 점점 작아지다가 지원의 소리와 겹치며, 지원의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지원 : 알고 싶어요. 진실이 뭔지. 재판을 그렇게 만든 놈이 누군지. 그쪽은 왜 탈옥을 했는지.
말해 주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네?
홍석의 시선으로 저만치 보이는 작은 가게.
홍석 : (기력이 빠져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저.. 물 좀.. 목이..
지원 : (근처에 세우는.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어색한 미소로 내리며) 잘됐다. 나도 목이 말랐거든요. (내리는)
// 지원, 내린다. 가게로 가는데 뒤에서 들리는 차 출발하는 소리.
지원 “이봐요!” 하며 달려가지만 차는 이미 저만치 멀어지고 있다.
씬22. 몽타주
// 지원의 차를 운전하는 홍석, 풀악셀링을 한다. 눈빛은 분노로 가득차 있다.
다급하게 달려가는 홍석의 차.
// 폐병원 앞. 앰블런스를 세우고 주차되어 있는 자신의 차를 타고 출발하는 창민.
// 분노의 눈으로 차를 몰고 가는 홍석.
// 자괴감의 표정으로 차를 몰고 가는 창민.
// 차를 운전하며 달리는 두 친구의 모습이 한 화면에 잡히면서.
씬23. 서회장 저택 인서트 (밤)
영욱(소리) : 지수야. 우리 이러지 말자.
씬24. 서회장 서재 (밤)
소파에 마주앉은 영욱과 지수.
지수, 탁자 위에 올려진 서류를 영욱 쪽으로 내민다. 유상증자 회의록이다.
지수 : (담담하게) 원본이야. 카피본은 대선 끝나고 줄게.
영욱 : (답답한) 너 강서방한테 이용당하고 있어.
지수 : (OL 담담한) 알아.
영욱 : 알아? 알면서!
지수 : 그 사람 한 번도 날 따뜻하게 바라본 적 없어. 진심을 말한 적도 없구.
영욱 : 근데 왜?
지수 : 그렇게 만들려구. 그렇게 만들고 싶어. 줘. (손 내미는)
영욱 : (곤란한 듯 서회장을 보면)
서회장 : (고개 끄덕이는)
영욱 : (PK준의 핸드폰을 건네는)
지수 : (받는) 이것도 카피본 있겠지? 그치만 소용없어. PK준 핸드폰에 저장된 동영상이 아니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 (일어나려는데)
영욱 : 니 명의로 된 한오전자 지분, 재단으로 넘길거야.
지수 : (멈칫, 보는, 다시 앉는)
영욱 : 한오자동차 우선주는 매각할 거고. 아트홀도 지원이한테 맡길 생각이야... 아버지 뜻이야.
지수, 책상 앞 의자에 앉은 서회장을 본다.
서회장, 그런 딸을 안타깝게 보고 있다.
지수 : (영욱을 보며, 담담한) 그렇게 해.
영욱 : (답답한) ...지수야.
지수 : (담담한) 미디어랑 백화점은 계열 분리했으니까 손 못 대겠지? 그거면 충분해.
동윤씨랑 나, 민성이 키우면서 먹고 살 수 있어. (일어나 가려하면)
영욱 : (그 앞을 막아서는) 동윤이 그 자식. 니가 딴 놈들 만나는 거 알면서도 눈 감았어.
지수 : ... 그만하자. 오빠.
영욱 : 지 앞 길 막을까봐, 언론에 알려질까봐, 그것만 막은 놈이야. 소더비에서 차명으로 매입한 그림들, 선거 때마다 팔아서
그 놈 뒤치다꺼리했지? 그랬는데도 지금 넌 (하는데)
지수 : (OL 단호한) 그만하재니까.
영욱 : (OL) 야 이 바보야!
지수 : (OL) 누가 바본데?
영욱 : (보면)
지수 : (단호한) 한오창투 한오실업 한오상사 오빠가 손댄 회사마다 문 닫았어.
영욱 : ... 지수야.
지수 : 공적 자금 투입되고 합병되고. 상사는 아예 계열 분리돼서 도산시켰나 그랬지.
영욱 : ... 그만하자...
지수 : 참, 이혼도 당했구나 우리 오빠.
영욱 : ... 그만하라니까...
지수 : (개의치 않고 대사 이어지는) 소송까지 가는 거 막느라 내가 올케 만나러 시드니까지 갔잖아. (하는데)
서회장 : (조금 크게 헛기침을 하는)
서회장의 헛기침 소리에 지수와 영욱, 언쟁을 멈춘다.
영욱 : ... 아버지... 죄송합니다.
지수 : ... 아빠... 미안해요.
서회장, 지수보고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한다.
지수가 가면 의자 하나 끌어서 맞은편에 앉힌다.
서회장이 지수의 손을 따뜻하게 잡는다.
서회장 : 지수야. 사람이 뭐를 간절히 가지고 싶을 때는, 진짜 그기 좋아 그런기 아이다. 지금 내 앞에 없으이 만지고 싶고,
주머니에 넣고 싶고, 그래 안하믄 죽어뿔거 같고. 그런기다. 근데 막상 내끼 되고 나면,
하, 내가 이걸 와 그리 갖고 싶어 했노 싶은기다.
지수 : (서회장이 말하는 의미를 안다)
서회장 : 참말로 내 마음이 그거를 원하는지, 아니믄 지금 내한테 없어노이 가지고 싶어가 그라는지.
그래서 갖고 나면 후회할란지, 그거를 알고 싶으믄, 지수야. 떨어져 있어 보면 안다.
일년이고 이년이고 멀찍이 떨어져 있어 바라. 그래도 니가 동윤이 그 아를 (하는데)
지수 : (OL 담담한) 아빠도 그랬어요? ... 엄마한테.
서회장 : (말을 멈추고 본다. 딸을)
지수 : 알잖아. 엄마가 얼마나 아빠 옆을 떠나고 싶어했는지. 스위스에도 3년 정도 숨어 있었지.
유럽 지사에 전담팀까지 만들어서.... 모셔왔잖아 엄마.
서회장 : ......
지수 : 그런대도, 엄마 돌아가시고 몇 년 동안 많이 힘들어 했잖아. 아빠.
서회장 : ......
지수 : 아빠한테 엄마처럼...... 나한테 동윤씨도... 그래.
서회장 : ......
지수 : (옅은, 슬퍼보이는 미소로) 어떡해? 나 아빠 닮았나봐.
서회장 : ......
지수 : 그 사람. 그룹에 위협 안 될 거예요. 내가 약속해. 아빠.
서회장 : ......
지수 : 그니까 그 사람. 가고 싶은 길. 가게 해 주세요 아빠.
서회장 : (그런 딸을 본다. 보다가 입가에 비치는 옅은 미소. 어쩔 수 없다는 듯 낮은 너털웃음을 웃으며)
하이고. 자슥이기는 부모가 어딨겠노. (하며 지수의 손을 꼬옥 잡아준다)
지수 : (그런 서회장을 따뜻하게 보며)... 고마워요 아빠.
지수, 서회장을 따뜻하게 안아주곤, 일어나서 영욱을 스쳐 지나가다가 잠시 멈춘다.
지수, 영욱의 손을 살짝 잡으려 하며
지수 : (낮은) 미안해 오빠. (하는데)
영욱 : (그 손을 가볍게 뿌리친다)
지수, 어쩔 수 없다는 듯 영욱을 잠시 보다가 나간다. 닫히는 문.
영욱 : 내년 대통령 취임식장에 강서방 자리는 없을 겁니다. 내가 꼭 그렇게 만들 겁니다.
서회장 : 그래 해라.
영욱 : (보면)
서회장 : (낮은 너털웃음으로 영욱을 보며) 하이고. 자슥 이기는 부모가 어딨겠노?
서회장, 낮은 너털웃음을 웃으며, 의자에 깊숙이 앉는데서.
씬25. 강동윤의 침실 (밤)
지수, 들어와선, 적당한 곳에 앉아,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다.
지수 : (상대가 받은) 행장님께 전해줘요. 세이프 디파짓에 보관할게 있다구. (끊는)
지수, 손에 쥔 PK준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데서.
씬26. 강동윤의 대선 캠프 집무실 (밤)
동윤, 깊은 생각에 잠겨서 앉아 있고 혜라, 통화중이다.
혜라 : 네. 알겠습니다. (끊곤, 다급하게 보고하는) 강동대교쪽 검문망을 뚫고 달아난 모양입니다. 경찰은 추적 중에 놓쳤구요.
동윤 : 당장 비선을 동원해서 찾아 (하는데)
혜라 : (자르며 OL) 그럴 시간도, 방법도, 없습니다. 경찰이 서울 시내 전역의 CCTV를 분석해서, 행선지를 알아낸 모양입니다.
친구 윤창민의 아파트라고 합니다. 경찰특공대가 파견됐답니다. 특수본도 출동했구요. (하는데)
동윤 : (책상을 내리치곤, 혜라를 보며) 내가 듣고 싶은 건, 보고가 아니야. 대책이지. (하는데서)
씬27. 창민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 (밤)
창민의 차가 도착한다. 내리는 창민. 엘리베이터를 타고 걸어가는데,
기둥 뒤에 숨어 있는 남자, 홍석이다. 창민을 보는 그 분노의 시선!
지나가는 창민을 향해 나가려는데, 순간.
끼익 들려오는 지하주차장을 내려오는 자동차 소리.
홍석, 다시 기둥 뒤에 숨는다.
자동차는 창민과 홍석 사이를 스쳐 지나가고, 홍석이 보면 창민은 없다. 엘리베이터는 올라가고 있다.
씬28. 강동윤의 대선 캠프 집무실 (밤)
동윤 : (생각에 잠겨 있는데)
혜라 : (다가와) 방법이 있습 (하는데)
동윤 : (OL) 윤청장한테 전화해.
혜라 : (보는)
동윤 : (보는) ... 나하고 같은 생각인가?
혜라 : (끄덕이는데서)
씬29. 창민의 아파트 거실 (밤)
커튼이 쳐진 아파트 거실.
현관문 앞에서 창민이, 보모 아줌마를 배웅하고 있다.
보모 : 방금 잠들었어요.
창민 : ... 감사합니다. (하는데)
보모 : (나가지 않고 보고 있는)
창민 : (그 시선의 의미를 느낀) 아... (안방으로 달려 들어가서 봉투 가져와 내밀며) 이달치 수고빕니다. 10만원 더 넣었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보모 : (좋아서) 네에. 애가 워낙에 순해서요. (미소로 인사하곤 나가는)
창민, 복잡한 하루였다. 후... 한숨을 쉬고 돌아서려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창민, 확인도 하지 않고 문을 연다.
창민 : 뭐 두고 가신 거라도 (하는데)
퍽!!! 창민의 얼굴에 꽂히는 주먹. 쓰러지는 창민.
들어서는 남자, 분노의 홍석이다.
창민 : (놀라는, 경악의) 홍.. 홍석아.
홍석 : (문 닫고 들어서며) 내 이름 부르지마!
창민 : (쓰러진 채 뒤로 기어서 물러나며) 홍.. 홍석아.
홍석 : 부르지 말랬잖아!!! (하며)
홍석이 창민을 일으켜 세워, 복부를 다리를 얼굴을 거침없이 가격한다.
씬30. 몽타주 (밤)
// 창민의 아파트 앞.
도착하는 경찰차들. 지휘관의 수신호에 따라 창민의 아파트 건물 안으로 진입하는 경찰들.
//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경찰들.
// 창민의 아파트 현관문 밖.
도착하는 경찰들. 무전 지시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동윤(소리) : 무고한 시민을 법정에서 살해한 범인입니다.
씬31. 강동윤의 대선 캠프 집무실 (밤)
동윤 : (통화중인) 이번에는 자신의 딸을 살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사인 친구를 위협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면 당과 대선 캠프 차원에서 강력 대처하겠습니다. (듣다가) 선량한 시민의 목숨을
지키지 못하는 경찰에게 수사권을 독립시켜도 되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겠군요. (듣다가) 네. (끊는)
혜라 : 총기 발포 명령을 내리겠답니까?
동윤 : (끄덕이는)
혜라 : (안도하는)
동윤 : (깍지를 끼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생각에 잠기는)
씬32. 창민의 아파트 거실 (밤)
헉헉 거친 숨을 쉬며 서 있는 홍석.
입가에 묻은 피, 헝클어진 옷, 엉망이 된 몸으로 창민은 소파에 기대서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창민 : (울먹이며) 내가... 내가... 미친놈이다. 병원 망하고 사채까지 써서... 내가 수정이를 얼마나 좋아했는데,
수정이가 얼마나 날 따랐는데... (울며) 근데 홍석아, 눈 앞에 돈을 보니까...... 저 돈이면 내 인생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 싶으니까... (울음 더 커지는) 홍석아. 내가 동생이 여섯이잖아.. 막내는 아직 대학생이고...
우리 식구들 나만 믿고 있는데... 홍석아... 용서해주라. 제발... 용서해주라 홍석아...
홍석 : (거친 숨을 쉬며 본다. 보다가, 메마른 목소리로) 그래. 용서해주께.
창민 : ... 홍석아.
홍석 : (메마른) 난 용서했으니까, (옆에 있는 골프채를 들며) 이젠 수정이한테 용서 받아야지. (다가가는)
창민 : (겁에 질려 바닥을 기다시피 뒤로 물러나며)
홍석 : (메마른) 보내주께. 수정이한테. (창민을 향해 휘두르는)
창민, 필사적으로 피한다.
휘두르는 홍석, 피하는 창민. 하지만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코너에 몰린다.
창민 : (절규하듯, 간절하게) 제발 살려주라. 홍석아!!! 살려주라!!!
홍석 : (메마른) 우리 수정이도 살고 싶었어. 우리 수정이도... 대학도 가고... 사랑도 하고... 애도 낳고...
그렇게 살고 싶었다구!!! (하며 골프채를 내리치려는데)
순간, 들려오는 소리.
아이(소리) : (울먹이며) 아빠아.
홍석이 돌아보면, 작은방에서 나와 서 있는, 여섯 살 여자 아이. 으아앙.... 울음을 터뜨린다.
홍석, 뜻밖이다. 다가오는 아이.
아이 : (엉엉 울며) 아빠... 싸우지마. (홍석의 옷깃을 잡곤) ... 아저씨. 엉엉... 우리 아빠 때리지마. 엉엉.
홍석 : (자신의 옷깃을 잡고 눈물을 흘리는 그 작은 아이를 바라보는데서)
씬33. 몽타주 (밤)
// 마악 도착하는 경찰 저격조 차량.
다급하게 내리는 저격조들. 총기를 소지한 채, 건너편 건물을 향해 달려간다.
// 계단을 뛰어 오르는 저격조들
// 옥상에 도착한다. 건너편에 보이는 창민의 아파트 거실을 향해 착착착 총구가 겨눠진다.
씬34. 창민의 아파트 거실 (밤)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뒤의 정적.
홍석, 소파에 앉아 커튼이 쳐진 창문을 바라보고 있다.
그 뒤, 열려진 작은 방문. 그 안에서 창민이 딸을 재우고 있다.
홍석이 거실 벽에 걸린 창민의 가족사진을 보고 있다. 창민, 아내 그리고 아이. 그 위로
창민(소리) : 나.. 지난주에 이혼했다.
창민 : 집사람 미국간지 일 년이 넘었어. 며칠 전에 애만 보냈더라. (아이는 잠들었다. 이불을 여며주며)
강화도 촌놈이 의대 합격했을 때, 그때는 세상이 내 맘대로 될 줄 알았는데 (일어나는)
홍석 : (메마른) 나하고 같이 경찰서에 가자.
창민 : (홍석을 보다가 그 옆에 떨어진 골프채를 본다)
씬35. 건너편 건물 옥상 (밤)
저격조들이 겨눈 총구. 그 총구에 달린 적외선 카메라로 보이는 모습.
한 남자가 소파에 앉아 있고, 뒤에서 한 남자가 골프채를 들고 다가가고 있다.
겨냥하는 저격수의 모습 위로.
홍석(소리) : 가서 말해. 니가 무슨 짓을 했는지.
창민(소리) : ... 홍석아...
씬36. 창민의 아파트 거실 (밤)
창민 : (골프채를 들고, 조금씩 홍석의 뒤로 다가가는) ... 나 다시 시작하고 싶어. 너도.. 다시 시작하자.
아직.. 우리 인생.. 많이 남았잖아. (간절하다. 마지막 진심이다) 내가 너 외국에 보내주게. 돈도 주께.
너.. 다시 여자도 만나고... 결혼도 하고
홍석 : (허.. 낮은 실소가 번진다)
창민 : (다가가며) 나도 정말.. 제대로.. 다시 한 번 시작하고 싶다. (간절한) 안될까? 홍석아.
홍석 : (낮은, 단호한) 승은이 깨기 전에 경찰서 가자. 강화도에 연락해. 부모님 오셔서 애 데려가라고.
창민 : ... 알았어... 미안하다... 홍석아. (골프채로 홍석의 머리를 내리치려는 순간)
// 인서트. 저격수의 총구에서 발사되는 총탄. 탕!!!
동시에, 퍽!!! 유리창 깨지는 소리와 총소리에 놀란 홍석이 몸을 숙여서 뒤돌아보면
바로 뒤, 창민이 골프채로 홍석을 치려는 그 자세로 서 있다. 그 복부에서 흐르는 피.
툭 떨어지는 골프채. 쓰러지는 창민.
그 소리에 놀라서 뛰어나오는 아이가 울음을 터뜨린다.
씬37. 창민의 아파트 문 밖 (밤)
무전기(F) : 일탄 복부 명중! 공격능력 상실! 진입해. 어서!
경찰들, 다급하게 전기톱(또는 번호키 개방용 노트북 프로그램)으로 문을 열려는 시도를 시작한다.
씬38. 창민의 아파트 거실 (밤)
창민, 분노로 보고 있는 홍석을 피해서, 기어서 기어서 안방으로 간다.
문 밖에서는 문을 열려는 시도의 소리가 들린다. 아이는 울고 있다.
드디어 덜컥. 문이 열리려는 그 절체의 순간
씬39. 창민의 아파트 문 밖 (밤)
문이 열렸다. 진입하는 대 여섯 명의 경찰들.
씬40. 창민의 아파트 거실 (밤)
경찰들이 다급하게 들어와 보면,
작은방 앞. 한 남자가 우는 아이를 안고는 달래며, 돌아서 있다. 바닥에 자욱한 핏자국이 안방으로 이어져 있다.
경찰 : (홍석에게, 창민이라고 생각) 괜찮으십니까? (하곤)
경찰들, 안방으로 달려 들어간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거치고 있지 않다.
씬41. 창민의 아파트 안방 (밤)
저만치 쓰러져 있는 남자. 달려온 경찰들이 돌아 눕히면... 창민이다.
경찰들이 놀라서 달려 나가는.
씬42. 창민의 아파트 거실 (밤)
경찰들, 나와 보면, 홍석은 없다. 아이만 거실에 홀로 서서, 엉엉 그치지 않는 울음을 울고 있다.
씬43. 강동윤의 대선 캠프 집무실 (밤)
창밖을 보고 서 있는 동윤. 그 옆에 선 혜라.
혜라 : 윤창민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중입니다. 백홍석은 아파트 근처를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
동윤 : ..... 다행이군.
혜라 : ..... 서울 수도권에 4만 명의 경찰이 수색중입니다. 며칠 안에.... 잡힐 겁니다.
동윤 : ..... 내일이 서울 경선인가?
혜라 : ..... 그 남자가 경찰에 잡히면 (하는데)
동윤 : (OL 담담한) 정계 입문 10년 만에, 드디어 대한국민당 대선 후보가 되는 군.
혜라 : (본다. 안타까운) ... 그 남자가 입을 열면, ... 모든 걸 잃으실 겁니다.
동윤 : (담담한) 혜라야.
혜라 : .....
동윤 : 모든 걸 잃는 것보단, 반이라도 얻는 게 낫겠지.
뭔가를 결심한 동윤의 얼굴에서.
씬44. 작은 공원 어느 벤치 (밤)
벤치에 잠든 취객의 주머니에서 조심스레 핸드폰을 꺼내는 손. 엉망인 몰골의 홍석이다.
주변을 살피며 바로 옆. 작은 숲으로 몸을 숨기는 홍석.
씬45. 도로 + 차 안 (밤)
조형사가 운전하는 차가 달리고 있다.
황반장 : (통화중, 다급한) 안다. 그래. 그. 공중변소 옆에. 어. 쪼매만 기다리라이.
조형사의 차는 다급하게 달리고 있다.
씬46. 공원의 작은 숲 + 근처 도로 (밤)
저만치 보이는 공중 화장실. 그 길을 순찰하며 지나가는 경찰들.
작은 숲의 나무 뒤에 숨은 홍석, 핸드폰을 끊는다.
그런데 숲 뒤에서부터 플래시를 비취며 다가오는 순찰 경찰 몇 명, 점점 홍석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순찰 경찰의 플래시가 홍석을 비추기 직전.
홍석, 들고 있던 핸드폰의 배터리를 빼서는 저만치 던진다. 툭, 풀숲에 떨어져 소리가 난다.
“누구야?” 외치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가는 경찰들.
그 틈을 노려 공중화장실이 있는 도로쪽으로 달려가는 홍석.
도착하는 자동차. 급하게 내린 조형사가 트렁크를 열면,
홍석이 달려오던 그 속도로 트렁크 안으로 뛰어든다. 닫히는 트렁크.
조형사, 다급하게 타곤, 경광등을 올리곤, 차를 급하게 출발 시킨다.
씬47. 국제 결혼 상담소 (밤)
황반장과 조형사가 홍석을 부축하고 들어온다.
용식 : (자기 이마를 때리며, 난감한) 참말로 와부러꾸마이. 약속은 지키쇼잉. 3일 안에 요서 뜨는 거시요.
글고 하루 밤에 일년 씩 3년 동안 각종 단속 정보는 지한티 무상으로 제공 (하는데)
조형사 : (용식의 뒤통수를 툭 때린다)
용식 : (우씨! 해서 뭐라 하려다가, 애잔한 그 세 사람의 분위기에, 쩝쩝 입맛을 다시며 입을 닫는다)
황반장, 홍석을 소파에 앉히곤..... 비로소 본다. 초라한, 초췌한,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홍석의 그 모습.
황반장, 울컥하는 기분이다.
황반장 : ... 홍석아. 일단은... 씻고 밥부터 묵자. (하는데)
홍석 : (옆으로 힘없이 스르르 쓰러진다)
황반장 : (놀라) 홍석아. (홍석의 이마를 만져보곤) 우짜노? 온몸이 불덩이다. 약 좀 사온나.
옷 챙겨온 거 있제? 옷도 갈아입히고. 우야면 좋노? 야를. 이 불쌍한 놈을 우야면 좋노.
조형사와 용식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황반장이 소파에 쓰러져 누워 있는 홍석을 글썽이는 눈으로 바라보는데서.
씬48. 서울경선장 무대 위 (낮)
무대 연단 위, 동윤과 유태진이 앉아 있다. 그 위로
사회자(소리) : 대한민국의 힘찬 미래를 열어나갈, 대한국민당 제18대 대통령 후보로,
총 투표인 16만4천2백표 중 11만7천60표를 획득한, 강동윤 후보가 선출되었습니다.
동시에 터지는 환호소리, 팡파레 소리, 폭죽 터지는 소리,
일어나는 동윤. 다가와서 화환을 걸어주는 화동.
동윤, 불편해하는 유태진과 악수를 나누곤, 힘차게 두 손을 올리는 모습에서. (이 씬은 무대 위 연단만 보입니다.)
씬49. 커피숍 (낮)
연단 위에서 두 손을 힘차게 흔드는 동윤의 모습을 DMB로 보고 있는 정우, 탁 끈다.
그 앞의 노트에 적혀있다. “PK준, 여자, 강동윤”
PK준과 여자는 실선으로 연결되어 있고,
여자와 강동윤은 점선으로 연결되어 그 사이에 물음표가 적혀 있다. 그 위로
지원(소리) : 미안합니다.
정우 : (그 소리에 수첩을 덮는)
지원 : (앉으며) 살짝 늦었습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면 깜짝 놀랄 (하는데)
정우 : (담담한 OL) 백홍석을 만났겠지.
지원 : (둥! 자기가 놀라는)
정우 : 검문중에 달아나서 윤창민의 아파트로 간 차량, 니 차잖아. 검찰엔 도난당했다고 진술했구.
지원 : ... 깜빡했네.. 그 쪽이 검사란 거. 윤창민은 수술 후 회복중이에요. 위독한 상태는 넘겼다는데,
참 (수첩을 펼쳐보며) 윤창민 쪽에 들어간 자금 흐름을 조사해봤는데, 전액 현금이에요. PK준 뒤에 누군가 있어요.
정우 : (그런 지원을 빤히 보는)
지원 : 아무리 한류스타라도, 30억을 현금으로 동원할 순 없죠.
정우 : (담담한) 그렇겠지.
지원 : 자. 이제 그쪽 차례. (수첩 덮는)
정우 : (보고만 있는)
지원 : 나는 액면 다 깠는데, 그쪽은 히든 계속 잡고 있네. 같이 한걸음씩 가기로 한 거 아닌가?
정우 : (보는 보다가) 넌?
지원 : 네?
정우 : 넌 30억을 현금으로 동원할 수 있어?
지원 : (빤히 보며) 나 지금 화난 거 아니에요. 질문의 의도를 생각중임.
정우 : (빤히 보며) 궁금해서. 너 정도 되면, 아니 너희 집안 식구정도 되면,
그 정도 돈을 은행거래 흔적 없이 동원할 수 있나 해서.
지원 : ... 시비구나 이건.
정우 : ...
지원 : ... 내가 참죠. 거긴 효진이 쪽을 알아봐요. 걔 아버지를 캐면 뭔가 나올 거예요. 난 PK준 여자관계를 알아볼게요.
정우 : (보는)
지원 : 혹시 알아요? 대단한 스폰서가 나올지.
지원이 옅은 미소를 짓는데서.
씬50. 감자탕집 안 (낮)
조형사와 용식, 카운터 앞에 서서 주문한 포장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용식 : (불퉁한) 아따. 뼈해장국이면 될 것을, 뭐한다고 감자탕을 산다요.
조형사 : (카운터 위에 놓인 사탕을 집어 먹으며) 야야. 몸보신에는 감자탕이 갑이야.
용식 : 뼈해장국은 하나에 6천원이고, 감자탕은 소짜가 2만4천원인디, 암만봐도 뼈해장국 2개 양하고 감자탕 소짜 양하고
똑같당께요. 고랑께 해장국 2개를 사서, 냄비에 넣고 팔팔 끊이면 (하는데)
조형사 : (카운터 위에 사탕을 몇 개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시답지 않다는 듯) 야야. 감자가 들어갔잖냐.
용식 : 고라믄, 감자 하나에 만2천원이란 말이요?
조형사 : (그 말에 멈칫, 용식을 본다) 그러네! (잠시 생각하는데)
용식 : (카운터 위에 사탕을 듬뿍듬뿍 집어서 조형사의 양쪽 주머니에 수북하게 넣어주며) 아따. 우리 조형사님
요렇코롬 순진해붕께 꽃다운 나이에 부케를 벌써 몇 번이나 던져부렀어? 나가 우리 조형사님한티 가르칠기 많아서,
입이 열 개라도 모자라겄소.
조형사 : ...
용식 : (조금 의기양양해진) 그, 63빌딩은 몇 층인지 아시오?
조형사 : (당연하다는 듯) 63층이지!
용식 : (고개 절레절레) 문제여 문제. 쯔쯔. 조형사님은 인생이 문제집이랑께요. (하는데)
아줌마 : (감자탕 포장을 조형사에게 내미는)
조형사, 감자탕을 받는데 그 표정이 찜찜한데서.
씬51. 국제 결혼 상담소 (낮)
조형사와 용식이 감자탕을 가지고 들어온다.
황반장은 저만치에서 빨래를 마친 홍석의 옷을 널고 있다.
조형사 : (황반장에게 다가가) 반장님. 63빌딩이 몇 층인지 아십니까?
황반장 :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서서) 60층.
조형사 : (깜짝 놀라는)
황반장 : (조형사가 들고 있던 감자탕을 받아서 근처에 내리며) 열은 좀 내맀는디 아가 끙끙 앓으믄서 잔다.
일나야 뭘 좀 먹을낀데... 니는 옷을 빨았으믄 탈수를 해서 널어나야 될꺼 아이가.
조형사 : (머리 긁으며) 아 잠이 들어서...
황반장, 감자탕을 들고 저만치 가서 두고
조형사, 일각에 누워서 끙끙 앓으며 누워서 자고 있는 홍석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본다.
조형사, 후 하며 보다가 마음이 아파 머리를 헝클이고는, 저만치 일각의 TV 앞 소파에 앉은 용식의 근처에 가서 앉는다.
용식, TV를 보고 있다. '티아라의 롤리 폴리'가 나오고 있다.
소리를 작게 해 놓고 리듬에 맞춰 몸을 들썩이며 보고 있는 용식.
조형사 : (후 한숨) 우리 선배가 어쩌다가... (머리 헝클이며) 정말 세상이 이해가 안 간다.
용식 : (TV를 보는 채로) 아따. 시상을 어떠코롬 이해를 한다요? 적응을 하는 것이제.
조형사 : (움찔해서 용식을 보는. 요놈 뭔가 있나? 하는 기분으로 보는데)
용식 : (티아라의 댄스를 몸을 들썩이며 보며) 아따. 골반 보소. 조것은 인간의 골반이 아니여.
(카메라가 티아라의 얼굴을 비추자) 얼굴 말고! (다시 전신을 비추자) 글치. 골반!
조형사 : (그 경박한 용식을 보곤, 허 그럼 그렇지 해서, 픽 실소 터뜨리곤 조금 떨어져 앉는)
저만치 끙끙 앓으며 자는 홍석의 얼굴 위로, 롤리폴리 음악이 낮게 들리다가 그 소리가 점점 커지며
씬52. 홍석의 플래시 (2부 촬영분 중에서 미방영분)
거실, 홍석과 수정이 TV화면으로 보이는 '티아라의 롤리폴리' 노래와 안무를 열심히 따라하고 있다.
어색하고 틀리기도 하지만, 아버지와 딸은 즐겁기만 하다.
방에서 나오는 미연이 “시끄러 조용히 해” 하며 화를 낸다.
동시에 기가 죽는 홍석과 수정. 하지만 미연이 방으로 들어가자
홍석과 수정, 조용히 묵음으로, 몸 움직이는 소리도 안 들리게, 조용조용 롤리폴리 안무를 다시 시작한다.
활짝 웃는 홍석의 모습에서.
씬53. 국제 결혼 상담소 (낮)
끙끙 앓으며 자고 있는 홍석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진다.
황반장 : (그런 홍석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 그래. 홍석아.... 꿈이라도 좋은 거 꾸라.
실내에 낮게 울리는 롤리폴리 그리고 홍석의 옅은 미소에서.
씬54. 서회장 서재 (낮)
책상 앉은 서회장. 근처 소파에 앉은 동윤.
서회장 : 니캉내캉 공동정부를 꾸리자꼬.
동윤 : 네. 오늘자 지지율이 65프로를 넘었습니다. 상대 정당의 후보는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습니다.
서회장 : 거는 와이리 시간이 걸리노?
동윤 : 현실적으로 대권은 포기한 상탭니다. 차기 당권을 잡으려고 이합집산하는 중입니다.
서회장 : 하이고. 사나자슥들이 와 그리 쪼잔하노? 물라믄 수박 한덩이를 무야지. 자두 두어 개 무갖고 배가 부르겄나? 쯔쯔쯔.
동윤 : 언론, 법조, 기업. 모두가 저희 캠프에 라인을 대려고 노력중입니다. 대세는 정해졌습니다.
선거의 흐름도 완전히 넘어왔구요. 두 달만 지나면, 장인 어른의 사위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될 겁니다.
서회장 : 그래 뭐. 남들은 집안에 대통령 하나 있는 것도 안 괘았나, 이래 말하는 모양이드라.
동윤 : 국무총리, 경제 5개 부처 장차관, 국영 기업체 및 공기업 절반의 사장 및 감사선임권. 장인어른께 드리겠습니다.
서회장 : 농사는 니가 지놓고, 와 나하고 갈라물라카노?
동윤 : (보는)
서회장 : 동윤아. 내가 민성이 만할 때 맹절마다 동네서 소싸움을 했다이가. 거서 멫년을 내리 이긴 황소가 있었다.
근데 금마가 우째 죽었는지 아나? 흐흐흐. 모기한테 물리가 죽었다.
동윤 : ...
서회장 : 지보다 두 배나 큰 소도 넙죽넙죽 넘기던 놈이, 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모기한테 물려 죽었다이가. 흐흐흐.
동윤 : ...
서회장 : (그 너털웃음의 끝자락에) 와? 모기 잡아 달라 이 말이가?
동윤 : 한오그룹의 정보는 국정원을 능가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서회장 : (눙치듯) 그렇나?
동윤 : 특수본부장과 소속 검사들도 장인어른의 뜻대로 움직인다고 알고 있습니다.
서회장 : 하이고. 내 속도 모르는데, 남의 속을 우에 알겠노.
동윤 : 백홍석! 그 남자 처리해 주십시오!
서회장 : 그노마가 겡찰에 잡히믄, 니 농사는 파장이라 이 말이가?
동윤 : ...
서회장 : 그라이 모기를 없애 달라 이 말이가?
동윤 : ...
서회장 : 근데 동윤아, 모기보다는 황소를 없애는 기, 내한테는 안 낫겄나?
동윤 : (보는)
서회장 : (보는)
동윤 : (결심한 듯 단호하게) 유상증자 비밀 회의록 사본. 지수가 가지고 있습니다.
서회장 : (보는)
동윤 : 그리고 지수는 지금 제 곁에 있습니다.
서회장 : (보는 보다가) ... 메칠 기다리바라.
동윤 : ...
서회장 : 시상일이 다 장산데, 주판은 놔바야 안되것나.
동윤 : 그 안에 남자가 잡히면 (하는데)
서회장 : (OL) 그런 일 없을끼다.
동윤 : (멈칫 놀라는)
서회장 : 니 입으로 말했다이가. 우리 한오의 정보력이 국정원보다 낫다꼬. 내가 주판 다 놀 때까지 잡힐 일 없을끼다.
메칠 기다려바라.
동윤 : (서회장을 본다. 버틸 수 없는 압도감이다. 일어나는데)
서회장 : 그 머시고... 총리로 내정된 사람이 있다카는 소문이 있더마는..
동윤 : 소문은 멀리서 들려옵니다. 약속은 장인어른의 바로 앞에서 드리겠습니다. 총리, 경제 5개 부처 장차관.
국영기업체 및 공기업 절반의 사장 선임권. 장인어른께 드리겠습니다.
서회장 : 알았다. 욕바라.
동윤, 정중하게 인사하고 나간다. 닫히는 문.
일어나는 서회장, 미닫이 문을 연다.
그 안, 긴 테이블 일각. 장병호가 앉아 있다.
서회장 : 아이고. 바쁜 사람 불러다 놓고, 정신이 없어가 인사도 못했네. 차부터 한 잔하자이. 커피 물래? (하는데)
장병호의 그 숨길 수 없는 그 굳은 얼굴에서.
씬55. 국제 결혼 상담소 (낮)
황반장이 소파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자기 서슬에 놀라서 깼다.
정신차리고 보면, 맞은편에 홍석이 앉아 있다.
황반장 : (놀라서) 홍.. 홍석아. 언제 일어났노? 몸은 개안나? (하는데)
저만치서 오목을 두다가 놀라서 달려오는 조형사.
조형사 : 선배니임!
용식 : (투덜대는) 아따, 내가 이겨부렀는디.
황반장 : 니는 홍석이 일난 것도 모르고 뭐하노? (홍석에게) 뭐 좀 무라. (조형사에게) 니는 물 좀 가오고, 감자탕도 뎁히고.
조형사 : (그 말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황반장 : (홍석의 옆에 앉는다)
홍석 : (메마른 얼굴과 목소리로) 반.. 장님.
황반장 : (그 홍석의 손을 꼬옥 잡아준다) 홍석아. 아무 말도 하지 마래이. 아무 생각도 하지 마래이.
일단 몸부터 나수자. (낫게 하자)
메마른 홍석의 손을 꼬옥 잡아주는 황반장의 모습에서.
씬56. 일식집 밀실 (낮)
서회장과 유태진이 마주 앉아 있다.
유태진 : (물 한 모금 마시곤) 경선에 떨어지니까, 우산 받쳐주던 놈들도 전화를 안 받더만, 허허.
그래도 끼니 챙겨주는 건 옛 친구뿐이네.
서회장 : 하이고. 나가(나이가) 들어도, 아직도 엄살이가?
유태진 :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정치하는 놈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 취급도 못 받아.
그때, 문이 열리고 주문하러 들어오는 종업원. 메뉴판을 내밀려고 하면
서회장 : (보지도 않고) 요 회덮밥 하나 갖고, 두 개로 갈라가 온나.
유태진 : (서회장을 보는. 그 의미를 아는)
종업원 : (당황하는)
서회장 : 나가바라.
종업원 : (나가는)
서회장 : (물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거가 시부야 맞나? 한일 협정하러 가갔고. 아이고, 대학생들은 반대한다고 데모하재.
일본아들은 배상금 적게 줄라꼬 배짱 팅기제. 우리 둘이 그 새벽에 돈이 없어가 회덮밥 하나 시키가 갈라 무따이가.
흐흐흐. 밥이 모자라가 단무지를 을매나 묵었던지...
유태진 : (추억에 젖는 눈빛) 참 오래도 됐다.
서회장 : 그날 내는 우리나라 공장 굴뚝에 연기 다 피게하는 기업가가 되겠다고 캤고,
니는 배곯는 사람 없게 하는 대통령이 되겠다했제.
유태진 : (추억에 젖은) 그랬지.
서회장 : 태진아. 그날 우리가 했던 약속 기억나나? 니하고 내하고 꿈을 이루는 날. 회덮밥 하나 시키가 나나묵기로 안했나?
유태진 : (보는) ...
그때, 종업원이 회덮밥을 들고 들어온다.
서회장 : 대충 나나라. 우리가 알아서 무꾸마.
종업원 : (나가는)
서회장 : (자신의 앞에 하나, 유태진 앞에 하나 회덮밥을 놓아준다)
유태진 : (그 회덮밥을 본다. 보다가) 동환아. 너는 꿈을 이뤘지만. 나는... (하는데)
서회장 : (OL) 한번 더 해보자.
유태진 : (보는)
서회장 : (장부 하나를 건넨다)
유태진 : (그 장부를 보는)
서회장 : (회덮밥을 비비며) 여의도에 뒷돈 받은 아들, 이름하고 적히있다.
스무 놈 정도 데리고 나가서, 따로 살림 한 번 차리바라.
유태진 : ...... 탈당을 하라... 경선이 끝나자마자 탈당을.
서회장 : (회덮밥을 비비며) 똑바로 흘러가는 강물이 어딨겠노? 굽어서도 가고, 돌아서도 가고,
그래도 바다만 가면 되는 거 아이가?
유태진 : (보는)
서회장 : 내가 판을 한번 흔들어 보꾸마. (회덮밥 한 숟가락 먹으며) 맛있다. 무바라.
(유태진을 보며 장난스레) 단무지 더 달라하까? 흐흐흐.
서회장과 유태진이 그렇게 바라보는 모습에서.
씬57. 납골당 건물 앞 (낮)
황반장, 리스(납골당 테두리를 두르는 꽃) 두 개를 들고 걸어오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하늘. 산. 그리고 납골당 건물.
황반장, 안으로 들어가는데서.
씬58. 납골당 안 (낮)
미연과 수정의 납골함이 나란히 있다.
유리창 안으로 보이는 유골함. 사진. 그리고 작은 소품 몇 몇.
황반장이 두 개의 납골함에 정성스럽게 리스를 두른다.
황반장,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다. 몇 장.
씬59. 국제 결혼 상담소 (낮)
저만치에서 잠들어 있는 조형사와 용식, 서로 리듬을 맞춰가며,
조형사는 코를 골고, 용식이는 이를 갈고 있다. 묘한 하모니 (또는 둘다 코를 골고 있는데 묘한 하모니)
저만치 일각, 홍석과 황반장이 마주보고 앉아 있다.
홍석, 황반장이 찍어 온 납골당 사진을 보고 있다. 미연의 납골함, 수정의 납골함,
그리고 그 둘의 납골함이 같이 찍힌... 몇 장의 사진들.
황반장 : ... 니가 얼매나 가보고 싶을낀데... 후. 내가 사진 맻 장 찍어왔다.
홍석 : (사진을 보며, 메마른) ... 반장님.
황반장 : 와?
홍석 : 십년 전에요. 국회의장 보좌관 폭행사건 수사할 때요. 그 자식 어떻게 잡았습니까?
황반장 : 아이고. 말도 마라. 쎄가 빠지는 줄 알았다. 술묵고 돈 없다꼬 행패부리다가 종업원을 팬 거 아이가.
맞은 놈도 있고, 진단서도 있고, 목격자도 있는데, 사방에서 전화는 오제. 위에서는 덮으라 하제.
아이고. 단순 폭행처리 하나 하는데 여섯 달은 걸린 거 같다.
홍석 : (사진을 주머니에 넣곤) 그 자식 구속 됐습니까?
황반장 : 구속은 무슨. 종업원이 무고로 벌금 받았다이가. (하다가 뭔가를 느낀)
...홍석아. 수정이 사건 뒤에 있는 놈, 높은 놈이가?
홍석 : ...
황반장 : 국회의원이가?
홍석 : ...
황반장 : 아니믄, 돈이 억수로 많은 놈이가?
홍석 : ... 더 높고 ... 더 멀리 있습니다.
황반장 : (후 한숨 쉬는)
홍석 : 반장님. 그런 놈 잡을라면 어떡하면 됩니까?
황반장 : ... 국회의장 보좌관 하나 잡는데도 그래 쌩난리를 치는데... (후 한숨 쉬는)
홍석 : ....
황반장 : 홍석아. 내는 니를 잘 안다꼬 생각했다. 우리 마누라캉 결혼한기 버(벌써) 30년인데,
마누라하고 한 이불에 잔 날보다, 니하고 잠복근무하면서 잔 날이 더 많다이가.
니가 말 안하는데는 이유가 있을끼라 생각한다. 근데 홍석아. 같이 하자 이번 사건.
홍석 : (보면)
황반장 : 형사질 30년에, 내가 잡은 놈들보다, 내가 죄를 더 많이 지은 거 같다. 푼 돈 받고 덮어준 사건도 많고,
아는 사람이라꼬 봐준 것도 많고. 말이 정직이지. 내가 복귀해도 앉을 자리가 있겄나?
수정이 사건, 내 마지막 사건이라꼬 생각하고 한번 해볼란다.
홍석 : (따뜻하게 보는, 보다가 고개 가로 젓는)
황반장 : 와?
홍석 : ... 반장님 다칩니다.
황반장 : ... 홍석아.
홍석 : ... 찬우 대학도 마쳐야죠. 진숙이 시집도 보내야지. 형수 약값은요.
황반장 : (후 한숨 쉬곤 본다)
홍석, 그런 황반장을 본다. 그 얼굴의 주름살, 그 손의 주름살. 늙고 고마운 황반장.
홍석 : (담담한) 반장님... 나중에요. 내가 그 놈 잡고 나면요...... 반장님이 저 체포하세요.
황반장 : .... 홍석아.
홍석 : 특진해서 계장달고
황반장 : 그만해라이.
홍석 : 애들 공부도 마치고 시집도 보내고 (하는데)
황반장 : (일어나 가려는데)
홍석 : (그 황반장의 손을 잡는다. 잡고 바라보며) ... 고마운데요... 정말 고마운데.. 제가 해드릴 게 이거 밖에 없네요.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 두 남자. 그렇게 잠시 있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놀란다.
황반장, 다급하게 홍석을 구석으로 숨긴다.
문 두드리는 소리에 깨어난 조형사와 용식.
조형사, 용식보고 나가보라고 민다.
용식 : (배를 긁으며 하품하며 문 쪽으로 가며) 누구여?
남자(소리) : 신문 받아 보세요.
홍.황.조 : (안도하는)
용식 : 이런 잡것이 (하며 나가는, 닫히는 문)
다들 제자리로 와서 앉는다. 안도한다.
조형사가 다가오며
조형사 : (하품 찌익 하곤) 용식이 저 자식, 코를 얼마나 고는지,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황반장 : (어이없어서 조형사 보는)
홍석 : (옅은 미소로 조형사를 보는)
조형사 : (홍석에게 힘을 주려는 듯, 밝게) 선배님. 63빌딩이 몇 층이게요?
홍석 : (당연하다는 듯) 60층.
조형사 : (헉! 놀라는데)
용식 : (신문과 상품권 봉투를 들고 들어오며) 아따. 신문을 보면 상품권을 준다만요.
이럴 줄 알았음 진작에 볼걸 그랬다요. (하며)
용식, 신문을 툭 던지고 자던 자리로 가는데 펼쳐진 신문 일면의 사진 “강동윤 후보, 대한국민당 대통령 후보 선출” 기사다.
홍석, 그 동윤의 사진을 분노로 보는데.
조형사 : 참. 전에 최검사 방에서 본 여기자요. 강동윤 후보, 처제랍니다.
홍석 : (둥! 놀라는)
황반장 : 그래에? 우짠지. 피부가 뽀사시 하이, 있는 집 자슥 같더라. 그라믄 가가 한오그룹 딸래미다 이거가?
조형사 : 네!
홍석 : (그 말에 뭔가가 생각난다)
홍석, 일어나 저만치 벽 일각에 빨래를 해서 널은 자신의 옷을 향해 다가간다.
홍석이 널어둔 바지에서 종이 뭉치를 꺼낸다. 펴보면 구겨진 명함이다. 그 이름이 보인다. “서지원”이다.
(홍석이 움직이는 동안, 조형사가 용식에게 “오목 한번 두자” 용식은 “요번엔 뭔 내기를 한다요?”
조형사는 “상품권 내기. 일루와. 어서” 등등의 대사가 낮게 들린다)
씬60. 이발소 안 (낮)
정성스럽게 동윤의 머리를 깎고 있는 늙은 동윤부.
햇살이 그 아버지와 아들을 따뜻하게 비추고 있다.
동윤부, 머리를 다 깎고는 컷트보를 풀려는데 동윤이 자신의 어깨에 놓인 아버지의 손을 잡는다.
거울로 서로를 바라보는 부자의 모습이 잠시 보인다. 닮았고.. 젊었고.. 늙었다.
잠시 뒤, 다급하게 들어오는 혜라.
혜라 : 회장님이 들어오시랍니다.
순간, 동윤의 따뜻하던 얼굴이 결연해지는데서.
씬61. 서회장 저택 전경 인서트 (낮)
씬62. 서회장 서재 앞 (낮)
동윤, 다소 긴장되는 듯 심호흡을 하곤 노크하고 들어간다.
씬63. 서회장 서재 (낮)
동윤이 들어가면, 서회장이 바닥을 살피며 뭔가를 찾고 있다.
동윤, 기다리며 서 있는데,
서회장, 리모컨으로 TV를 켜려 하지만 켜지지 않는다.
서회장 : 어데 선이 빠짓나? 동윤아 니가 함 찾아바라.
동윤 : 네.
동윤이 구석을 잠시 살피다가 빠져있는 선을 찾았다. 선을 꽂는다.
그 순간, TV가 켜진다. 뉴스가 나오고 있다.
소리와 함께 나오는 뉴스.
아나운서(소리) : 대한국민당 경선에서 낙선한 유태진 후보가 경선 무효를 주장하며,
소속의원 23명과 함께 전격 탈당을 선언했습니다.
놀라는 동윤, 서회장을 보면
서회장, 여유있게 책상 의자에 앉아 뉴스를 보라는 듯이 고개로 TV를 가르킨다.
그 뉴스는 계속 되고 있다.
아나운서(소리) : 유태진 후보는 신당 창당을 추진중으로 알려졌습니다.
신당의 대변인에는 대법관을 지낸 장병호 변호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화면에 장병호과 유태진이 함께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충격의 동윤!
서회장이 리모컨으로 TV를 끈다.
돌아서는 동윤, 서회장을 본다.
서회장 : (담담한) 더 할 말 있나? 없으믄 나가바라.
동윤 : (서회장을 본다. 압도감을 느낀다. 어쩔 수 없이 돌아서서 나가는데서)
씬64. 서회장네 거실 (낮)
서회장의 서재에서 나오는 동윤이 머리가 아픈 듯? 어딘가를 짚고 서 있다.
현관에서 들어오는 지원, 동윤을 보곤 “형부” 부르려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지원 : (받는) 서지원입니다.
홍석(F) : 백홍석입니다.
지원 : (둥! 멈추는)
홍석(F) : 만날 수 있겠습니까?
지원 : (반갑고, 뜻밖이라 당황스런) 네? 네네.
홍석(F) : 진실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거실 일각에 서 있는 동윤의 모습과, 전화를 거는 홍석의 모습이 한 화면에 잡히면서. 6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