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3. 나무날. 날씨: 비가 온 뒤 안개구름이 무등산 자락을 덮었다. 맑은 하늘 아래 바람이 불어 겉옷을 입는다.
아침밥-다 함께 아침열기-화순 오일장 가기-글쓰기-점심-망월동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몸 씻기- 짐 챙기기-청소-저녁-일기 쓰기- 다 함께 마침회-교사회의
[화순 오일장과 국립5.18민주묘지]
마을회관 옆집에서 6학년 채민이와 정우, 4학년 영호와 인웅이가 같이 잤는데 아침 일찍 깨우는 어린이들 소리가 없는 탓인지 더 푹 잔 것 같다. 어제 비가 내린 뒤라 무등산 자락 안개구름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멋있어 사진을 찍는데 역시 눈에 담는 것만 못하다. 날이 조금 찬데도 어린이들은 마당에서 야구를 하며 놀고 있다.
아침 나절에는 화순 오일장터를 가는 공부다. 시장에 가면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아 어린이들이 참 좋아한다. 어김없이 뻥튀기 소리를 듣고 뻥튀기를 먹고, 한참 둘러보다 꽈배기도 먹고, 호떡도 먹는다. 할머니들이 산에서 꺾은 고사리와 여러 채소를 좌판에 깔아놓고 있다. 내 어릴적 어머니도 장날이면 늘 머리에 한 짐을 이고 장터에 가서 철마다 채소를 팔곤 했다. 그 모습이 생각나 할머니들에게 이야기를 건네는데 언제나 반갑게 대답해준다. 뻥튀기를 드렸더니 “아그들 주지 뭐 할라고 준다요. 고마워서 어째야쓰까.” 이러신다. 아이들이 무화과나무를 공짜로 받았다고 자랑을 한다. 어느 분이 우리 아이들에게 넉넉한 장터 인심을 가르쳐주었을까 고맙기만 하다. 모둠마다 장터를 둘러보고 맛있는 거 먹고 잠집에 돌아와 시장과 자연속학교를 되돌아보는 글쓰기로 오전 활동을 마무리했다.
낮 공부는 망월동 국립 5.18민주묘지에 참배를 간다. 수만리 잠집에서 삼십 분쯤 걸리는 광주에 있다. 미리 참배 신청을 해서 6학년 어린이 셋이 가장 앞에 서고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에 맞춰 추모탑까지 걸어가 참배를 했다. 안내하는 분이 마이크로 과천맑은샘학교 참배를 시작한다는 말이 민주묘지에 울려퍼지고 어린이들이 묵념이 이어졌다. 한참 동안 민주 묘지를 자유롭게 둘러보며 비문에 적힌 글을 읽는데 어린이들이 내 이름이 적힌 묘지가 있다 알려준다. 영호 이름도 있단다. 같은 이름인 게다. 역사는 기억해야 되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자꾸 떠올린다. 아직도 전두환은 죄값을 치루지 않고 반성하지 않고 살고 있으니 역사 바로 세우기는 끝나지 않은 셈이다. 낮은 학년은 어린이 체험관에 가고, 높은 학년은 추모관에 가서 만화 영상으로 5.18을 배우고 전시관을 둘러보고 나왔다. 활동지와 볼펜 선물도 받았다. 나오는 길에 두 어린이가 천에 추모의 글을 써서 걸어놓는데서 전두환 욕을 써놓았다 해서 다시 가져오게 했다. 추악한 범죄를 저지른 나쁜 사람에게 화를 내는 건 마땅하지만 우리 어린이들에게는 추모의 마음과 역사의 진실을 생각해보는 게 중요한 것이니 욕을 대놓고 써놓도록 할 필요는 없다. 아이들도 욕을 쓸 필요는 없다는데 동의했다.
잠집에 돌아와 몸을 씻고 짐을 정리해 놓는다. 내일 집에 갈 채비를 하는 게다. 사랑하는 부모님과 내게 편안한 집을 생각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 마음이 느껴져 함께 설렌다. 저녁먹기 전까지 자유시간이라 잠깐 짬을 내 광주에 들려 어머니를 뵙고 왔다. 요양병원에 다녀올 때마다 마음이 가라앉는다. 부모님 뵈서 좋은데 가만히 누워있기만 하는 부모님 삶이 안타까워 마음이 불편한 게다. 어린이들 속으로 되돌아오면 함께 할 일이 많아 금세 잊어버린다.
마침회를 하는데 낮은 학년 어린이들이 졸려 한다. 피곤함이 몰려올 때다. 이럴 때는 마침회를 일찍 마치는 게 좋다. 내일 집에 갈 생각에 신이 난 어린이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