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귀(耳) 만들기
인체의 오감중 가장 먼저 발달하는 감각이 청각이다. 임신 20-22주 태아의 청각은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발달하고, 생후 4주쯤에는 엄마의 음성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발달한다. 이에
영유아기 청각은 두뇌 발달은 물론 언어발달과 집중력 향상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청각의 기능을
담당하는 귀(耳)의 건강은 매우 중요하다.
건강한 귀를 갖고 태어나서 일생을 사는 것은 참으로 복된 일이 아닐 수 없다.
귀는 소리를 듣는 청
각기능과 우리 몸의 균형을 유지해 주는 평형 감각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귀의 구조는 귓바퀴에서
귓구멍으로 고막에 이르는 약 3.0-3.5cm 길이의 외이(바깥귀), 고막 안쪽의 공간을 중이(중간귀)
그 안쪽의 뼈로 둘러싸인 부분의 구조물인 내이(안쪽귀)로 구분된다.
청각에는 이 모든 기관이 관여하며 외부 소리를 뇌로 전달하는 역할은 달팽이관(蝸牛殼)이 한다.
평형감각은 주로 내이의 전정과 반규관이 관장한다. 사람의 귀는 두 개여서 소리의 방향과 좌우를
구별해주는 기능을 한다.
귀의 가장 바깥쪽 부분은 소리를 모으는 깔대기 역할을 한다.
소리의 음파는 고막에서 기계적 진동으로 바뀌어서 고막과 연결돼 있는 세 개의 뼈를 진동시킨 뒤
내이로 전달된다. 내이를 채우고 있는 림프액이 진동하면 수만 개의 미세한 유모세포는 음파라는
물리적 에너지를 전기신호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달팽이관에서 변환된 전기신호는 다시 청신
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며, 뇌에선 전기신호를 해석해서 소리의 의미를 알아낸다.
유모세포가 노화, 소음(騷音) 등의 이유로 감소하거나 손상되면 소리가 들려도 그것을 감지하고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일반적으로 85데시벨(dB) 즉, 소음이 옆 사람과 큰 소리로 대화해야 할 정도
이상인 경우 청각기관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숫자 ‘9’가 사람 귀 모습과 닮아서 9월 9일을 ‘귀의
날’로 정하고 귀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있다.
난청, 이명, 외이도염, 중이염등이 대표적인 귀 질환이다. 비교적 흔한 ‘귓병’을 소홀히 하면 청력
장애를 유발,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난청이란
사람은 대개 30대부터 청력의 감소가 시작되며, 고주파에서부터 진행하여 60대가 되면 말을 이해
하는데 중요한 주파수인 1kHz 부근까지 진행돼 잘 안 들리게 된다. 질병관리본부와 대한 이비인
후 과학회의 공동조사(2009년)에 따르면 60세 이상에서 37.4%, 70세 이상에서 68.9%가 경도이
상의 난청을 갖고 있다.
일부 노인들은 보청기를 착용해야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다. 노인성 난청의 원인으로 내이에
서 소리를 듣는 데 중요한 부분인 와우기저막이 딱딱하게 경화되거나, 소리 신호를 뇌로 전달하는
달팽이관의 와우
나선신경의 이상, 동맥경화에 따른 내이로의 혈류순환 장애 등으로 추정된다.
한편 젊은층의 청력을 위협하는 것은 소음이다. 개인용 음향기기볼륨을 높여 이어폰을 장시간 사
용하면 청력을 악화시킨다. 귀는 일정 기간 이상 소음에 노출되면 청력상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일단 소음에 의해 청력이 나빠지게 되면 다시 정상으로 회복되지는 않는다.
난청은 가족과의 대화
를 힘들게 하며, 사람들과의 거리감은 느끼게 하는 등 사회생활에 지장을 준다.
그러나 난청은 감춰야 할 장애가 아니다. 눈이 나쁘면 안경을 착용하듯 난청에는 보청기 사용이 효
과적이다.
보청기는 난청을 치료하는 도구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보청하는 의미가 크다. 보청기는
보조기/보장구의 역할을 하는 장치이므로 자신의 청력에 맞는 보청기 선택, 올바른 청각 재활 서비
스 등이 보청기 사용의 성패를 좌우한다.
게이트하우스(Gatehouse)는 보청기를 사용하는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청기의 혜택을 더받
으며, 보청기 사용의 근본 이유는 뇌의 가소성에 있다고 주장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고주파
수대의 신경성 청각을 상실하면 고주파수대의 작은 소리는 더 이상 뇌신경에 자극을 줄 수없게
된다. 이런 자극의 결핍으로 인하여 뇌는 그 주위의 정상적인 주파수의 지역이 손상된 곳을 담당
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대개 몇 년에 걸쳐서 이루어진다.
보청기를 사용함으로써 이전에는 들리지 않던 뇌
의 부분이 자극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전에 고주파수대의 작은 소리에 반응을 나타내던 그 지역
은 그동안 다른 주파수에 반응을 해 왔다. 따라서 원래의 자기 주파수에 다시 맞추어서 반응을 나
타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명이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이비인후과학회의 공동발표에 의하면 최근 1년 이내 이명을 경험
한 사람은 30세 이상에서는 10명 중 4명 이상이 이명으로 인하여 생활에 불편을 느껴본 것으로 조
사됐다. 국민건강보험 통계에 따르면 이명으로 진료를 받는 환자는 2009년 26만4000명에 달하며
특히 이어폰을 많이 사용하는 20대 이하가 꾸준히 늘어 3만 명을 웃돌고 있다.
이명이란 외부 음원의 자극과는 관계없이 한쪽 또는 양쪽 귀에서 소리가 난다고 호소하는 증상으
로 귀에서 뇌까지 소리전달 과정 중 어느 부분에서 이상이 생겨 소리가 간혈적 또는 연속적으로
들리는 것을 말한다. 이명의 대부분은 주파수가 높은 ‘찡’하는 금속성 소리이다.
원인은 청각기관 자체에 생기는 ‘청각성’과 근육, 혈관 같은 청각기관 주위 구조에서 생겨 청각기
관을 통해 느껴지는 ‘비청각성’으로 나눈다. 청각기관의 손상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돌발성 난청
나이에 따른 변화(노인성), 강한 소음에 따른 손상(소음성), 메니에르병, 중이염, 두부손상, 약물
등이 있다.
비청각성 이명의 원인으로는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증, 심장질환, 갑상선질환, 턱관절이나 목
뼈의 이상 등이 있다.
소음에 오랫동안 노출돼 발생하는 이명은 달팽이관의 기능과 관련되어 있다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는 외부에서 온 소리가 고막을 두드리고 내이의 액체를 진동시켜 섬모를 흔
든다.
이때 음파를 전기적 에너지로 바꿔 청신경이 그 정보를 뇌에 전달할 수 있게 하는 섬모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귀울림이 생긴다.
치료는 원인질환에 대한 검사 및 치료가 필요하다. 증상에 따른
약물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수술적 치료도 고려할 수 있다. 난청이 동반되는 이명 환자는 보
청기를 착용하면 청력이 증강되어 정신적으로 안정되고 스트레스가 감소되어 이명이 차폐되는 효
과가 있다.
외이도염이란
무더운 여름철이 지나고 가을이 오는 환절기 무렵에는 귀병 환자가 늘어난다. ‘물놀이 병’으로도
불리는 ‘외이도염’은 수영장 물에 떠있는 녹농균 감염으로 생긴다. 귀에 물이 들어가 세균이 자라
는 상태에서 피부에 상처가 생겨 발병한다. 귀에 물이 들어갔을 때는 물이 들어간 귀를 아래로 향
하도록 누워 물을 빼내야 한다.
외이도염이 생기면 통증과 함께 가렵고 귀가 먹먹한 증상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청력장애가 나타
날 수 있다. 외이도염 치료는 중이염과 마찬가지로 항생제 처방이 주를 이룬다. 외이도염 예방을
위해서 손가락, 핀이나 성냥개비, 면봉 또는 금속으로 된 귀후비개로 귀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
다.
귀를 후비는 이유는 주로 귀지를 습관적으로 빼내기 위함인데, 귀지선에서 분비되는 피부기름과
각질이 합쳐서 생기는 귀지(이구)는 귀의 건강을 유지하는 1차 방어선임을 명심해야 한다. 즉, 항
균물질인 라이소자임을 지니고 있으며, 고막이나 외이도의 피부에 물기가 스며들지 못하게 한다.
또한 먼지 등 외부물질을 붙잡은 다음 외이도 바깥으로 밀려 나오게 한다.
중이염: 중이염은 박테
리아 또는 바이러스가 중이(中耳)에 침입해서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급성, 만성, 재발성으로 나
뉜다. 중이염은 일교차가 커지는 환절기나 겨울철 감기에 걸렸다가 후유증으로 앓는 경우가 가장
많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해열제나 감기 치료만으로 좋아질 수 있으나, 심한 통증과 열이 있을 때
는 항생제 치료를 하면 호전된다. 귀에 통증이 심할 때는 귀 둘레에 냉찜질을 하면 도움이 된다.
만성중이염은 귀에서 고름이 나오고 심한 경우에는 고막 파열, 안면마비, 어지럼증, 청력손실이
나타나며, 드물게는 뇌수막염 같은 합병증이 올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메니에르병이란
메니에르병은 프랑스 의사 메니에르가 1861년에 발견한 질환으로 어지럼, 청력저하, 이명, 귀먹
먹함 등의 모든 또는 일부분의 증상이 갑작스럽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생기는 내이질환이다.
메니
에르병(내림프 수종) 원인은 내림프관 안에 있는 액체인 ‘내림프액’이 과도하게 생성되거나 흡수
에 문제가 생겨 내림프관이 부어오르는 것이다.
치료는 식사 조절과 약물로 환자 10명 중 8-9명은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 조절할 수 있다.
식사는 소금 섭취를 줄이는 저염식을 하며, 약물은 증상의 정도에 따라 진정제, 항히스타민제, 이
뇨제 등을 사용한다.
이석증: 내이의 일부인 전정기관에는 ‘이석(耳石)’이라 불리는 탄산칼슘 결정
체들이 모여 있는 부분이 있다.
이 부위의 이석이 탈락해 머리의 회전을 감지하는 반고리관으로 들어가면 머리 움직임에 따라 도
는 양상의 어지럼이 나타나는 병을 ‘이석증(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이라한다. 이석증의 ‘현훈’
이란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심한 어지럼이 보통 1분 정도 지속되다가 저절로 좋아지는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이석이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 나오는 이유는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외부 충격, 바이러스 감염
약물 부작용 등으로 인해 이석증이 유발되기도 한다. 또한 이석증은 일종의 퇴행성병변으로 나이
가 들수록 발생빈도가 증가한다. 치료는 반고리관에 들어간 이석을 원래 위치로 복원시키는 이석
치환술을 실시한다. 이석증은 치료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좋아지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잘 치유
되는 질병이지만 재발이 잘 된다는 특징이 있다.
글/ 靑松 박명윤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