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24년 4월 12일(금) 오후 4시
대상 : 대전 민족사관
내용 : 유미의 세포들을 보고
유명한 웹툰을 만화영화로 만들었고, 그것을 보고 독서 감상문을 작성했다. 그래서 인지 글의 양이 다시 A4 두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맥락을 잡는 것에는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글내용들은 많지만 핵심적인 부분들을 가지고 줄거리를 요약하고, 작가나 감독이 하고 싶은 메시지를 찾아내는 것에는 늘 실패한다. 그럼 수업 시간에 그 부분에 대해서 집요하게 질문을 하고 또 질문을 하면서 찾아가려고 하지만, 여전히 녀석들에게 어려운 숙제다. 주변적인 내용들은 잘 기억하고 있지만, 정작 그것을 통해서 작가나 감독이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지 못한다.
오늘 글도 그렇다. 왜 다양한 세포들이 등장하고, 그것들이 주인공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고,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가서 결론을 내리는지 전혀 이해를 못한다. 그러다보니 적용점이 너무 단편적이고 일률적이다. 그냥 무엇 무엇을 해야겠다, 혹은 무엇 무엇을 하지 않겠다. 혹은 뻔한 흑백논리에 의해서 답을 쉽게 내고, 그것을 자신의 삶에 가볍게 적용함으로 끝낸다. 그럴 때마다 나는 너희들의 이야기와 너희들의 생각과 감정이 궁금하다고 말해준다. 특히 이런 영화를 보고 느낀 점, 자신의 삶과 연결고리가 있는 부분들을 가지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요구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잘 읽어내지 못하는 아이들. 아마 어릴 적 부모와 가정의 부재가 제일 큰 이유와 문제일 것이다. 그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이제 거기에서 나와야 한다. 자신 안에 어떤 감정 세포들이 존재하고, 그런 감정 세포들을 어떻게 받아주고, 그것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새로운 변화를 주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라고 이런 영화를 선택했다. 그리고 녀석들이 쓴 글을 통해서 함께 그런 문제들을 나누고 생각해 보길 원했다.
그런데 녀석들은 전혀 헛다리만 잡고 있다. 엉뚱한 이야기를 줄거리로 쓰고, 그것을 가지고 엉뚱한 방향으로 소감문을 작성하니. 그런 글을 읽어는 아이들을 보면서 고구마를 몇 십개 먹는듯한 답답함이 밀려왔다. 어릴 적 사랑을 받으면 상호작용을 많이 경험한 아이가 감정 표현도 풍부하고, 더 나아가 타인의 감정도 더 깊이 공감하고 느낀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타인의 감정도 잘 느끼지 못한다. 이번 영화를 통해서 도달하려는 미션을 실패했다. 아직 녀석들의 마음 너머에 있는 감정 세포들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그 세포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기엔 너무 이르다.
벌써 이게 몇 번째 시도인지 모르겠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다. 다음 주에 또 한 영화가 녀석들을 기다리고 있다. 한번 했는데 실패했다고 포기하면 안 된다. 아무튼 녀석들도 많이 좋아지지 않았는가? 아직 선택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나누는 것이 전보다는 훨씬 많아졌고 나아졌다. 항상 하는 이야기이지만 한번으로 배부를 수 없다. 만족할 수 없다. 포기만 하지 말고 계속해서 시도하고, 그것을 통해서 녀석들도 조금씩 나아가지고 성장해 갈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 유미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