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예전부터 독특한 직업의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바로 사농공상식 계급사회입니다. 다시 말해 공부 꽤나해서 과거에 급제해서 관직을 수행하는 그런 양반들이 사회의 리더그룹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다음이 농업입니다. 농경사회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 다음이 공업 즉 뭔가 물건을 만들어 파는 직업입니다. 대장장이가 대표적입니다. 마지막이 상업입니다. 보부상이라고 해서 이곳 저곳에 다니며 물건을 파는 그룹을 일컬었습니다. 사(士)자가 들어가는 세력이 대표적인 양반이며 농부는 중간적 위치를 차지했고 공업과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상놈으로 천한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러던 것이 압축성장과 근대화의 물결을 타고 계급계층이 급격하게 변했습니다. 사자 단 직업은 그대로 유지되었고 마지막 상업이 최고봉으로 뛰어 올랐습니다. 자본주의의 막대한 영향력이 계급사회를 붕괴시킨 것입니다. 하지만 농업과 공업은 어정쩡한 모습을 유지합니다. 물론 거대한 공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지배계급이 생기고 대농들을 중심으로 지역 유지세력을 보유하지만 그 공장이나 농장에 소속되어 일하는 노동자와 근로자들은 사회 하층그룹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런 사회구조를 신 사상농공(士商農工)시대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예전 조선에서는 유교의 영향으로 글읽는 선비를 최고로 우대했습니다. 농사짓는 농부는 식량을 제공하니 천대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장간에서 철기계를 만들고 옷을 만들고 물감을 들이는 직업은 아주 천하게 판단했습니다. 양반과 중인에게 제공할 물건을 만드는 상것들이라고 본 것입니다. 그런 문화가 아직도 전래되고 생활화되어 공장에서 일하고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을 상대적으로 업신여기는 풍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번듯한 대기업에 다녀야 우대를 하고 혼사처도 대거 등장했습니다. 중소기업이나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괄시하고 혼사길이 극히 한정되었던 것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짜피 대접 받지 못하고 임금도 낮다면 공장 등지에서 힘들게 일하지 않고 편의점 등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일하며 살아가자는 부류가 급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얼마전부터 한국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신블루칼라시대가 열리는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20대 젊은이들를 중심으로 취업 준비생들의 70% 넘게 블루칼라 즉 건설 현장이나 기술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한때 일할 자리는 넘쳐나는 데 젊은층들이 힘든 일을 하기 싫어해서 구인난을 겪는다는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모 언론사에서 조사한 것을 보면 취업 준비생 10명중 4명이 주변에서 블루칼라 지원자가 늘어나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한국뿐만이 아닙니다. 중국과 미국 등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하반기에 시작된 쳇 GPT 4.0 버전 등장이후에 나타난 뚜렷한 현상이라는 분석입니다. 급증하는 인공지능의 공습으로 앞날을 걱정하던 젊은층에서 인공지능의 침범이 상대적으로 적을 분야를 선호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인공지능시대에 인공지능은 회계직 의사직 그리고 판검사직을 대체할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사(士)자 그룹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상대적으로 대체하지 못할 직업 가운데 수리공, 소방관, 간호사, 보모, 이발사 등이 들어있다는 조사도 비슷한 상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단순한 작업에 저차원의 인공지능이 당연히 도입되겠지만 그야말로 숙달된 기능공들의 경우에 인공지능이 그 자리를 침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한국 사회에 직업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변해가는 아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인공지능으로 인해 그 오랫동안 한국인들의 뇌리에 박혀있던 사상농공 그리고 신양반주의적 병폐가 조금씩 무너져 내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새로운 물결을 근본적을 방해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바로 싼 임금에 한국의 하부구조를 장악하고 있는 외국인 불법 체류자들과 그런 부류들을 싼 맛에 마구 고용하는 좀비기업들 말입니다. 한국인 젊은 기능공들이 노동 현장에 투입이 되어도 임금때문에 오래 일할 수가 없습니다. 한달에 120만원 150만원에 만족하는 외국인 불법 체류자들과 그정도 월급으로는 생활자체가 불가능한 한국인 기능공사이에 임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한달에 30만원이면 한가족의 생활이 영위되는 동남아 지역의 외국인들과 한달에 적어도 250만원이 있어야 생활이 가능한 한국인 기능공 사이에 아주 불편한 임금 갈등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숙식까지 제공받는 외국인 노동자에 비해 한국 젊은 노동자들은 상대적 홀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속에 놓여 있습니다. 오로지 싼값에 노동력을 구하려는 천민자본주의와 좀비성 기업가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상황에서 한국인 기능공들이 발 붙일 곳은 극히 일부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정부의 초저출산 대책에 한국의 생산현장의 기능공들에게 제공되는 혜택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동남아 불법체류자와 같은 임금을 책정하고 지불하는 현장에서 어떻게 한국의 젊은 기능공들이 미래를 구상하면서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일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기업주가 어려우면 저출산 예산을 일부분을 돌려 지급하십시오. 한국인 젊은 노동자들이 자신이 일한 만큼 월급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보세요. 상황은 달라질 것입니다. 한국 젊은이들이 물러터져서 힘든 일을 하려하지 않는다는 그런 편견에서 제발 빠져나오시길 바랍니다. 건설현장 그리고 산업현장에서 한국의 젊은 기능공들이 열심히 일하고 거기에 합당한 임금을 받는다면 왜 한국의 젊은이들이 현장 노동을 마다할까요. 힘들게 부는 블루칼라들의 반란에 정부가 제대로 격려와 함께 도움을 주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입니다. 블루칼라가 대우받는 나라치고 부강하지 않은 나라가 없습니다.
2024년 9월 26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