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랐지? 브라질에 가 있는 동안 깜짝 편지를 쓰게 됐어. 연락을 카톡으로 하고 있는데 나보고 강아지 사진 보내라는 게 첫 마디라니! 너무 한 거 아니야? 그래도 강아지들은 아빠보다 날 더 좋아해.
그런데 6회 연속 월드컵을 보러 갈 수 있는 건 정말 부럽고도 대단한 일인 것 같아. 하지만 한 해 한 해 월드컵이 늘어갈수록 짐 가방에 챙겨가는 약 봉투의 수가 늘어가는 모습을 보면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프기도 해.
그리고 지금 브라질에 가 있는 동안 할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셔서 걱정이 많이 될 텐데 한국에서 우리가 잘 챙겨드리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우리 가족 전부 다 무뚝뚝하고 애교도 없지만 서로를 정말 위하고 생각하고 있는 거 같아. 나도 항상 표현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서 답답할 때도 있어.
특히 저번에 그 기사로 많이 속상해할 때 옆에서 다정하게 위로해주지 못하고 틱틱 거린 거 미안해. 하지만 누구보다 생각하고 걱정하고 있었어. 앞으로는 조금 더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
아빠도 맨날 같이 밥 먹으면서 ‘살 빼라’, ‘못생겼다’라고 말하지 말고 칭찬도 좀 해줘봐.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한 번도 칭찬을 받은 적이 없는 것 같아.
학교 붙었을 때도 나한테 ‘고생했다 잘 됐네’ 한마디 했지만,주위 사람들한텐 자랑하고 뿌듯해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항상 무심할 줄 알았지만 아빠가 내 자랑도 많이 하고, 진심으로 날 생각하고 있구나'하고 또 한 번 느꼈어.
그리고 요새 학교생활을 하면서 느낀 건데 시간 약속이란 게 참 간단하지만 제일 어려운 것 같다고 느꼈어. 근데 아빠는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셔도 한 번도 펑크 낸 적은 없을뿐더러 꼭 몇 분씩은 약속 시간보다 일찍 가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는데 정말 대단한 것 같아.
하지만 지금보다 술을 좀 더 줄이면 일어날 때 편하시겠죠.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술 조금 줄이도록 해.
아 그리고 예전에 고등학교 때 아빠가 아침에 나 학교에 데려다주는데 우연히 뒷좌석에서 대본을 발견한 적이 있어. 나는 항상 아빠가 아무렇지 않게 MC를 맡고 평생 해오던 일이니까 쉽게 쉽게 해 오는 줄 알았는데 대본 한 줄 한 줄에 다 형광펜으로 밑줄 긋고 옆에 필기도 해놓고 누구보다 더 고민한 흔적이 많은 대본을 보면서 정말 존경스럽다 싶고 소름 돋았었어.
그리고 사람이 꿈을 가진다는 건 참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아빠 나이에 아직 자신만의 꿈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자랑스럽고 나도 본받고 싶어. 영화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 언젠가 빛을 볼 거라고 생각해. 그게 이번이 되면 더더욱 좋겠지만.
브라질에서 한국으로 귀국하면 우리가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영화를 보러 가보자. 한 번도 같이 영화 본 기억이 없네. 참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애견카페도 괜찮아.
아무튼 남은 일정 몸조리 잘 하고 내 몫까지 재미있게 그 곳 브라질의 열기를 즐기고 와. 부럽다.
아 그리고 이런 말 한지 오래됐는데 사...사...사랑합니다.
예림이가
아빠가 딸 '예림'이에게 (영상편지)
아빠가 갑자기 네 편지를 받고 찡하네요. 사실 딸한테 편지를 받는 게 짧게 짧게 받은 건 두 번 받았는데 길게 받은 건 처음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좋은 분들하고 잘 지내고 있으니까 한국에 돌아가서 아빠랑 같이 영화를 한 편...함께 보지 뭐.
사랑해.
+ 예림쓰 4살 때 존귀임
와이엠아이크라잉ㅠㅠㅠㅠㅠㅠㅠㅠ예림쓰 글 왜이렇게 잘써?ㅠㅠㅠㅠㅠㅠㅠ 예림이가 저렇게 말하는 거 보면 이경규 가정에서 잘 하나봄ㅠㅠㅠㅠㅠㅠㅠㅠ
첫댓글 ㅠㅜ먼가슬프다...약봉지가 늘어난다는게
와옘이쿠라잉... 편지내용도 그렇고 경규옹도 답장 존댓말인거 넘 따숩다...ㅠ
슬펖
ㅠ 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