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경기나 지는 경기 모두, 저는 선발투수의 책임과 영향력을 가장 크게 봅니다. 물론 오늘은 시원한 속구를 던지며 2이닝을 잡아 준 안영명, 흔들리는 콜사인 속에서도 3타자를 완벽하게 잡은 정우람이 모두 잘했죠. 하지만 6이닝을 81구로 끊으며 QS를 해낸 김재영이 승리의 초석을 쌓았습니다. 53개의 공을 스트라이크존에 넣는 동안 볼은 28개밖에 없었고, 8개의 안타를 맞았으나 공짜로 출루를 허용한 것은 하나밖에 없었죠. 아주 잘 던졌습니다. 수비실수가 나오지 않았으면 2실점으로 막았을겁니다. 동료의 실수로 맞이한 위기상황을 스스로 극복했다면 더 멋졌을텐데 그 부분은 조금 아쉽네요. 물론 실수한 야수 책임이지만, 그래도 그런 상황을 견뎌내는 것이 투수에게 주어진 숙제 중 하나인데, 그것까지 해결한다면 스스로 팀을 이끄는 선수가 될 수 있죠. 마지막으로, 도망가지 않고 적극적인 피칭을 해준 것은 아주 좋았습니다. 다음 등판때도 그런 공 부탁합니다.
한승혁과 임창용의 구속을 보면 오늘 스피드건이 조금 후한 것 같다는 의심(?)도 듭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안영명의 146은 눈물나게 반갑네요. 어떤 분들은 안영명이 실력에 비해 후한 계약을 보장받은 거품형 투수라고 보시는 것 같습니다. 구위는 별로인데 소속팀빨로 높은 기대만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도 계신 것 같고요. 거기에 대해 이 글에서 굳이 길게 반론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그에 대한 제 의견을 두줄로 갈음하겠습니다. <한화는 안영명에게 진 빚이 있고, 안영명은 자기 몸 돌보지 않고 한화를 위해 헌신한 탓에 오히려 일부 팬들로부터 험한 평가를 받고 있는 투수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안영명의 속구가 계속 오늘 같기를 기대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저는 평생 안영명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야구를 볼 것 같아서요. 다만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얘기는, 불펜 알바(또는 전환) 후 하루 쉬고 또 나왔는데 이런 부분은 덕아웃에서 좀 더 예민하게 체크하기 바랍니다. 팀 사정이 어렵고 고생한 투수들이 많아서 로테이션 짜기가 복잡하겠지만, 안영명도 수술하고 복귀한 선수니까요.
정우람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분들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실제로 마운드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게임도 있고요. 그러나 정우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우람이니까요. 이 사람은 올해로 13년째 KBO에서 공을 던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 12년을 필승조 또는 마무리로 뛴 선수입니다. 정우람이 왼손으로 적립한 승리와 세이브가 158개고 홀드가 129개입니다.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쌓은 커리어 어디 안 가죠. 야구는 원래 잘하던 사람이 계속 잘합니다. 정우람이 저 대단한 기록 고스톱 쳐서 딴 것도 아니고요. 마무리답게 등판만 시키면 됩니다. 그러면 마무리답게 공 던집니다. 물론 어쩌다 몇 경기 안 그런 날도 있겠죠. 하지만 나머지 모든 경기에서는 그럴겁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 처럼 말입니다.
타자 얘기도 해보죠. 승리의 초석은 김재영이 쌓았지만, 승부의 추를 우리쪽으로 기울게 만든 것은 호잉이죠. 팀이 낸 점수의 75%를 혼자 책임졌습니다. 호잉 말고는 멀티히트를 친 사람도 없고, 시원한 스윙으로 타점을 만들어낸 사람도 없죠. (물론 하주석은 타점 +1을 기록했습니다) 오늘 경기로 올 시즌 10타점 + 12득점 / 5홈런 + 4도루를 적립했는데, 호타준족형 5-TOOL 야수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네요. 수비에서 실수 하나가 나왔는데, 타구 자체가 워낙 이상하게 튀었죠. 점수를 뽑아줘야 할 타자들이 전력에서 많이 빠진 상태라 호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다른 타자들이 얼른 더 많이 도와주면 좋겠네요.
무사 만루에서 제구 날린 상대 투수가 한점을 공짜로 줬는데, 거기서 추가점을 못 뽑았죠. 타격이야 원래 사이클이 있고, 야구는 투수놀음이라 원래 타자에게 불리하지만, 그래도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좋지 않습니다. 야구의 뼈대를 이루는 건 투수지만, 승리를 위해서는 결국 상대보다 더 많은 점수가 필요한 것도 부인하기 힘든 팩트죠. 선발이 버텨준 경기에서 승리를 최대한 챙기지 못하면 팀 사정이 계속 꼬일텐데, 오늘이 바로 그럴 뻔 한 날이었으니까요. 10번 중에 7번 죽고 3번만 잘 나가는 것도 야구에서는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힘내서 잘 해주기 바랍니다. 그런걸 다른 팀들은 우리보다 잘 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한용덕 감독이 최진행을 계속 기용하는 이유는 이해가 갑니다. 지난주까지는 김태균 이성열 없어서 라인업이 너무 휑하니까 썼고, 지금은 이성열 오니까 송광민이 빠져서 최진행까지 빼는걸 망설이는 것 같습니다. 거포로서 빨리 페이스를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을테고요. 하지만 지금 최진행은 상태가 너무 안 좋습니다. 물론 최진행도 나름의 커리어가 있고 경험을 쌓은 선수이기는 하죠. 좋은 컨디션에 맞으면 타구를 장외로 보낼 수 있는 선수고요. 하지만 본인이 휘두르는 방망이와 투수가 던진 공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네요. 부상 회복이 제대로 된 것인지조차 의문일 정도로 말입니다.
이럴때는 몇 경기 쉬는 게 좋습니다. 외야수비가 불안하겠지만 어차피 최진행 수비도 안정적이지는 않고, 좌익수 자리를 계속 84-85년생에게 맡길 수 있는 것도 아닌데요. 과감하게 휴식을 주는 것이 최진행 개인은 물론이고 팀을 위해서도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시간 주고 기다리면 페이스 찾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우람이나 김태균 정도의 선수를 기다릴때와, 다른 선수를 기다릴 때의 호흡이 똑같으면 안 되죠. 지금 최진행에게 필요한 것은 실전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잠시 몸 추스르고 한발 뒤에서 야구장 전체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타자들이 나쁜 볼에 스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마음이 급해서> 그렇거나 <욕심에 눈이 멀어서>그러는 것 처럼 보이는데, 따져보면 선구안이 없어서겠죠. 사실 이건 우리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기도 합니다. 작년 기준 최진행 볼삼비가 19:77 / 송광민 볼삼비가 21:88 / 하주석 볼삼비가 23:83 / 이성열 볼삼비가 19:80 입니다. 팀내 주요 타자들이 볼넷 하나 얻어내는 동안 삼진은 네개씩 당하고 있죠. 삼진은 거포에게 세금처럼 따라 오기도 하지만, 사실 저 선수들이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라고 보기도 어려운데 말입니다. 프로에서 이미 연차 쌓인 타자가 갑자기 선구안이 개선돼 나쁜 공을 술술 골라내는 경우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팀에서 이 부분에 대한 대안을 좀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나쁜 공 건드려서 좋은 타구 만드는 타자는 이 세상에 없으니까요.
내일은 직관 가려고 계획을 세워놨습니다. 올해 여름까지 회사를 쉬는데, 그 동안 야구 많이 봐두려고요. 다행인 것은, 혹사쟁이 김모씨가 감독이었으면 이렇게 좋은 마음으로 직관 못 다녔을텐데, 그래도 올해는 야구 보는 재미가 있네요.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재밌는 야구를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투수 아껴가면서, 아프거나 부진한 선수에게는 한박자 여유로운 호흡을 가져가면서 합리적으로 팀 운용하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아쉬운 부분들도 많은데, 한용덕 감독이 빨리 시행착오를 줄여가기 바랍니다. 1년차 감독이라 정상참작은 해야겠지만, 1년차 감독이라고 KBO에서 승수를 더 챙겨주는 건 아니니까 말입니다.
P.S_개인적으로 요즘 심판의 스트라이크콜에 대한 불만이 참 많습니다. 아마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그러시겠죠. 초고성능 카메라로 모든 투구가 정확하게 기록되는 시대입니다. 스트라이크와 볼을 가르는 것은 야구에서 가장 핵심적인 일이죠. 이 부분에 대한 공정성 시비를 최대한 없앨 수 있는 방법을, KBO에서 고민해주기 바랍니다. 찬스에서 삼진당한 오선진은 팬들에게 큰 비판을 받을 만 했지만, 그 공을 스트라이크 판정한 건 심판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요.
첫댓글 6회까지 버텨준 김재영, 홈런 2방을 날린 호잉, 2이닝을 순식간에 지워버린 안영명, 1점차 불안한 리드 상황에서 9회를 삼진 3개로 깔끔하게 막은 정우람까지 아주 좋았습니다. 그런데 최진행은 너무 심각합니다. 지금은 도저히 1군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닌 듯 합니다. 정교함도 없고 어쩌다 한 방을 기대하자니 너무 안맞습니다.
최진행 대신
강상원 이동훈 장진혁
키우는것이 좋을것 같아요
떨어지는공에 한결같이 삼진
이제 그만보고싶어요
오늘 너무 기분좋은 경기네요. 다른 승리한 경기보다 훨씬 더 좋습니다. 이 기세를 몰아 내일도 이겨서 위닝가기를!
오늘 김재영선수 호잉선수 안영명선수 정우람선수까지 모두 훌륭했습니다!
한감독이 최진행에게 납득할만한 시간을 주는것 같고 이젠 그정도의 시간은 주어진것 같습니다. 최진행이 살아나야 팀타선에 더 무게감이 생기는것이 사실이지만
이정도로 안될때는 잠시내려주는 것도 방법이겠지요. 양성우선수가 꾸준하게 잘해주고있으니 양성우선수를 좀 더 중용해줬으면 하는 마음이있습니다. 아직 개막한지 보름 조금넘게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앞으로 점차 시행착오를 줄여서 더 멋진경기 좋은경기하는 이글스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사실 영명이 욕하는 사람들은 이글스야구 안본사람들이거나 타팀팬들이 많지요 두아들의 아부지 커먼요!! 부활이 너무 반갑습니다!!!
항상 공감가는 좋은글 감사합니다
최진행 마지막 삼진공은 도대체 프로선수의 선구안이 맞나싶더라구요 하 답답 ㅠ
오늘 해설에서 호잉은 인성까지 6툴이라고 하더군요 ㅎ
센스 + 인성 이렇게 해서 7툴인 선수이죠..
그리고, 최진행과 백창수는 솔직히 2군으로 보내는게 맞을 듯 싶네요. 최진행은 말씀하신 데로 몸과 마음을 추스릴 수 있는 시간을 주는게 맞을 듯 싶습니다. 그리고, 백창수는 1루 수비 연습을 위해서 2군으로 보내서 1루 수비를 제대로 하고서 다시 올리는게 맞을 듯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