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때는 질식할 것 같이 숨 막히는 독일 사람들
한국 사람들이 쉽게 말하는 대로 말씀드리자면 이곳 독일 사람들은 융통성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곧이곧대로이고 그게 안 되면 안 되는 사람들입니다. 지나치게 규정이나 규칙에 함몰되고 사로잡혀 있어서 그걸 어기는 것을 심하게는 죄악시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하고 함께 있으면 마치 로봇이나 기계하고 같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독일을 잘 모르고 이런 말을 한다고 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으나 저는 1989년부터 지금 2024년까지 36년 동안 매년 독일을 오가며 독일 사람들과 가까이 생활하고 있으니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이런 독일식의 사고방식이나 삶이 좋을 때도 많습니다만 너무 경직되고 기계적이어서 사람과 사람이 따듯하게 부딪는 정(情)이 없어 삭막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필리핀에 가면 정말 독일과는 정반대입니다. 독일은 되는 것은 되고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곳이지만 필리핀은 되는 것도 안 되고 안 되는 것도 되는 곳입니다. 그러니 너무 질서가 없어서 도리어 혼란스럽습니다. 약속 시간을 지켜도 그만이고 안 지켜도 그만입니다. 그래서 필리핀 사람들이 가장 쉽게 많이 하는 말이 바로 ‘노 프러블럼(No problem!)’입니다.
저는 일 년 중 유럽과 한국을, 그리고 필리핀, 터키를 주로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벨기에나 독일 사람과 영국 사람들의 삶에도, 필리핀이나 터키 사람들의 생각에도, 그리고 한국에서의 생활에도 잘 적응하여 지내려고 노력을 하는데 솔직히 말씀드려서 그래도 우리나라가 최고입니다. 그리고 터키 사람들이 대단히 정겹고 따뜻합니다.
어느 곳에서나 그곳 사람들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만 그래도 간혹 적응하기 힘든, 무리한 삶의 방식을 만나면 여전히 불편하긴 합니다. 세상이, 사람들이 참 다양하다 싶기도 하고 연약하다 싶기도 합니다. 우리는 다 완벽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서로를 존중하며 아름다운 삶을 함께 공유하는 삶은 모두에게 소중하리라 생각합니다.
이전에는 아주 멋졌던 독일 사람들이 요즘 많이 피폐해지고 초라해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