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상이 몰라보게 달라져서 아주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우리는 간혹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요즘 새삼스럽게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내가 어릴 때는 동네 앞으로 흐르는 개울가에 사람들이 모여 빨래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 개울가에서 엄마나 누나는 빨래를 했고 나는 물장난을 치면서 놀았다.
그런 세월도 오래가지 않았고 집집마다 우물을 파서 각자의 집에 우물이 생겨났고, 빨래며 설거지를 집안에서 하게 되더니 이런 우물도 없어졌다. 모든 가정에 수도가 들어오고 주방과 화장실에 이제는 빨래도 세탁기가 대신하고 있다.
얼마 전에 나는 겨울에 덮고 잤던 이불을 몽땅 가지고 코인세탁소로 가서 이불빨래를 했는데 세탁에서 건조까지 1시간이면 충분했다.
격세지감을 떠나 세상의 변화가 놀랍다. 그런 변화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오늘 새삼 돌아보게 된다.
2.
면사무소와 버스정류장과 철도역이 있어서 유동인구가 제법 되고 5일장이 열리기에 내가 자주 찾을 수밖에 없는 도시의 냄새가 나는 곳에서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집에 프린터가 없어서 자료를 가지고 출력이 가능할 만한 곳을 찾아다녔지만 허사였다. 면사무소며 공공 기관은 외부 자료에 대한 통제가 엄격해져서 프린터 이용이 불가능했다.
결국 컴퓨터 pc방을 찾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제법 번화한 거리라는 곳을 돌아다니면서 조금 놀라게 되었다. 거리가 한산해서 모든 가게들은 한가로웠는데 전자제품을 판매했던 제법 규모가 있던 매장은 문을 닫아 폐업했고, 거리의 상점들은 문이 닫힌 곳이 더 많아 보였다.
한때는 번창했던 도시 냄새가 풍기던 거리가 쇠락해 가는 모습이 역력했던 것이다. 결국 버스를 기다리던 학생에게 물어봤더니 하나 남았던 pc방마저 얼마 전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날 나는 가까운 도시로 나가야 했는데 도시에도 컴퓨터 pc방이 보이지 않아 도로가에서 주차관리를 하는 주차원에게 물어물어 비로소 한곳을 찾게 되었다. 문을 열고 영업 중인 pc방은 대형화되어 넓은 매장에 좋은 사양의 컴퓨터들이 가득 차 있었다. 물론 많은 손님들로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소규모의 pc방은 모두 사라지고 경쟁력을 갖춘 대형 pc방의 등장 말이다.
3.
집으로 돌아오면서 보니 그 많던 동네 철물점들도 사라지고 대형화되어 가격과 규모를 갖춘 곳들이 눈에 띄었다.
이 모든 것이 시대적인 변화를 말하고 있었다.
특히 출산율과 신생아 출산이 낮아지고 젊은 층의 도시집중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쇠락해가는 소도시들의 모습을 내 눈으로 제대로 보게 된 것이다.
인구가 줄어든다면 무슨 묘책이 나올 수 있으랴. 인구감소가 불러올 너무도 당연한 도시의 모습이 아닐까.
작은 저수지도 물이 흘러들고 나가면서 적절한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고기가 살 수 있게 된다. 하물며 큰 물고기와 다양한 어류들이 어울려서 살아가려면 호수의 좋은 생태계가 제대로 형성되어야만 가능한 일이겠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인구감소가 일어나는 새로운 시대에 우리는 와있다. 좋은 국가와 활기차고 건강한 도시가 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