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애가 먼저 읽고 권한 책입니다.
엘렌 러펠 셸 著 <완벽한 가격> 인데 원서명은 <Cheap> 입니다.
내용이 매우 충실하고 읽기 쉽게 번역되어 있네요.
저자가 탐구하고 싶었던 것은 할인마트가 과연 생활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점입니다.
" 중국 공장 근로자들에 대한 심한 착취와 미국 중산층의 위축은 동전의 양면이다" 는
다른 학자의 한 마디 말로 답변하고 있군요.
미국의 할인마트는 1962년에 3,000 개 였답니다.
우리 나라 할인마트가 90년대에 나왔으니 30 년이나 앞섭니다. 아웃렛도 거의 100 년 앞섭니다.
2008년 경제위기때 미국에서 유이하게 성장한 기업이 월마트와 맥도널드였는데
소득이 줄어든 미국민이 저가로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할인점이나 저가식품을 애용했기 때문입니다.
할인마트를 이용하는데 왜 미 중산층의 소득이 줄어드는가.
더 저렴한 가격의 물건을 공급하자니 자연히 아웃소싱을 하게되어 본사는 미국에 있지만 공장은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등에 있고
이들 나라에서도 더 저렴하게 제조하기 위해 외국에서 온 이주노동자나 아동노동자까지 고용하여
근로기준이 지켜지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미국할인마트에 공급되는 물건이 제조됩니다. (한국에도 공급됩니다)
중국이나 태국 노동자에게 월 50 달라를 지급한다면,
중국이나 태국의 공업지대로 이주한 노동자에겐 월 15 달라로 일을 시킬 수 있다고 하네요.
월 15 달라 입니다. 1년소득 180 달라 !
중국이나 태국도 저임금인데, 생활이 중국이나 태국보다 더 힘드므로
자기나라를 떠나 중국, 태국으로 몇날 며칠을 돈없이 이동하여 오는 외국인도 있고
자국민이지만 고향에 일자리가 없어 대도시로 진출하는 이도 전부 이주노동자입니다.
이주노동자는 가난하고 지저분하고 말이 통하지 않으니 본국민으로부터도 무시당하고 노동자의 권리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NAFTA 체결후 멕시코가 미국보다 임금이 낮으므로 멕시코가 미국의 제조업을 다 가져갈 줄 알았는데
아시아의 저가공세에 밀려 멕시코조차 중국및 동남아에게 제조업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수송 및 저장시설의 발달, 컴퓨터에 의한 철저한 관리, 형편없는 저임금에 의해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저가로 물건이 외국에서 쉽게 들어오다 보니
미국의 숙련노동자는 노동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퇴출되고 단순 점원등으로 전락하었고
기술이 필요없게 되니 갈수록 단순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이 하락한다는 것이죠.
저가의 디자인만 그럴싸한 물건 (대표적인 예: IKEA) 이 대량으로 판매되다 보니
장인정신은 퇴색되고, 저가 생산품만 찾는 과정에서 창의정신이 발휘되지 않는 부작용이 따라옵니다.
헐값 할인이다 보니 불필요한 물건까지 마구 충동구매하고 쉽게 버려서
일회성 사용에 따른 자원낭비와 환경파괴도 가속되구요
예전에는 물건 원가를 제조업자가 결정하였는데 이제는 대형소매업자(유통업자, 즉 할인마트 회사)가 결정합니다.
대형소매업자(유통업자)가 모든 권력과 이윤을 가져가는 것이죠.
결국 가까스로 살아남은 미국내 제조업자도 이윤은 갈수록 박해지므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많이 줄 수 없게 되고
유통업체의 회사원은 단순점원이므로 저가임금으로 고용하면 되니,
업체의 이익은 주주들에 의해 인정받은 경영진에게 가장 큰 포상형태로 돌아가므로
할인마트를 이용하면 이용할수록 중산층은 결론적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하네요.
책을 읽다보니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고스란히 우리나라에도 적용되는 것 같아 대표적 구절을 옮겨봅니다. ( pp 296-297 )
'.... 하바드 법학대학 교수 엘리자베스 위렌은 .... 무엇이 근면한 노동자들을 파산으로 몰고 가는지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파산 전문가인 위렌은 오늘날 여성들이 일을 하고 가족의 안녕에 기여한다는 사실은 흐뭇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가정의 부채가 증가하는 것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2003년 평균 가구소득은 밖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거의 없었던 1971년의 평균 가구소득보다 높았다.
그러나 가구당 부채 규모는 2003년에 훨씬 컸다.
2003년에는 미국인들이 그들의 부모 세대보다
의류에는 33 %적게 소비했고 가전제품에는 52 %, 식량에는 18% 더 적게 소비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위렌은 이 명백한 패러독스를 면밀히 조사한 결과, 저렴한 소비재 구매로 절감된 비용은
내구성 없는 재화 및 서비스의 가격 인상분을 충당하기에도 부족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장기주택 상환금이 76 % 늘어났고 의료보험비가 74 % 증가했으며, 세금이 25 % 늘었다.
1971년에는 거의 존재하지도 않았던 보육비가 크게 증가했다.
1970년대에 부모중 한 사람만 밖에서 일했던 미국 중산층 가정은 소득의 절반 가량만 고정 경비로 썼다.
그로부터 30년뒤,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미국 중산층 가정들은 고정 경비로 수입의 4분의 3을 썼다.
달리 해석하면, 중산층 가정에서는 필수품을 구매하고 나면
티셔츠와 양상추 구매에 쓸 수 있는 여유 자금이 과거보다 더 적게 남는다는 이야기다.
툭히 저임금 소매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 가정의 경우에는 더욱 그랬다.
중산층 소비자들도 생활수준의 저하를 막기 위해 최대한의 모기지 대출을 받고 기록적인 카드빚까지 떠안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
................. (여기 구절에서 티셔츠는 의류비, 양상추는 식비를 의미합니다, )
우리나라도 국내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므로 생산직과 중간관리직은 저임금을 각오해야하고,
유통업만 비대해져 가므로 단순서비스 점원만 늘어가는게 미국과 추세가 동일합니다.
실질임금 감소, 고정지출 증가, 가구당 평균 대출비용 증가, 교육비 증가, 세금 증가 ....
읽다가 마음 아파하면서 큰 애와 " 이 책, 참 좋지, 좋지 ?! "공감하였습니다. (모녀간 소통과 애정 증대 ^^ )
미국민이나 한국민이나 동남아인이나 중국민이나 실질 소득의 감소와 일자리 감소에 대한 암담함이 모두 같습니다.
부는 상층의 일부에만 집중되어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건강하고 건전한 중산층이 없어져 버리게 되죠.
책을 읽고나서 소비지향 현대사회와 상대적 빈곤, 낭비, 브레이크 없는 악순환에 한숨쉬며 독후감을 정리하노라니
둘째가 자기가 읽었던 좋은 책을 옆에서 권하네요.
밥먹으며 이야기하고 생각나면 다시 역사나 사회와 연결하여 이야기하고 영화보면서도 이야기하고
엄마가 책을 읽으면 가족들과 대화거리와 공감대가 많아져서 참 좋습니다.
사회와 직업에 대해서도 눈뜨게 되고...
좋은 일자리 - 정규직, 건강보험 등 사회안전망 구축, 퇴직연금이 지급되는 직장 - 란 정부가 강하게 규제하지 않으면
더 이상 늘어나기 힘들다라는데 한 표 던집니다.
어떻게 해야 투자 대비 가장 효과적인 교육이 될까요.....???
첫댓글 제가 사는 곳은 중소도시로 대형마트가 하나 있고 곧 또 하나의 대형마트가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전통재래시장 상인들과의 끝없는 싸움이 있었고 행정소송을 거쳐 결국은 건축승인이 났는데....
대형마트를 비롯한 기업형슈퍼마켓 등의 입점을 반대하는 입장은 지역경제활성화를 저해한다는 것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러종류의 업체가 입점해서 선택의 폭을 넓혔으면 하는 것인데, 대형유통업체의 확대가 건전한 중산층을 없어지게 한다는 것 까지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책소개에 독후감까지 잘 봤습니다.
giver님의 딸들과의 대화..늘 부럽부럽^^ 저도 열쉬미 딸랑구 키우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박리다매 이런말들이 다시한번 생각나게 하는 책입니다 제값주지않고 사는것들이 결국은 우리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는군요 공감이 가는 책입니다
거의 매주 이마트를 가는 주부로서 마음이 무겁네요. 정말 한 달 내내 돈벌어서 이마트에 다 갖다 주고 티셔츠와 먹거리를 사먹는데.. 우리동네는 완전 이마트 공화국 같아요.
우리 지역의 토착마트는 롯데에게 넘어갔어요.
공산품은 롯데나 이마트에서 사지만, 먹거리는 한살림에서 주문배달시킵니다.
한살림 야채는 평소엔 비싼 것 처럼 보이나 지금처럼 시중가가 높을땐 오히려 저렴하게 느낍니다. 육류는 맛있고 비교적 싸며
제일 좋아하는 것은 보리식빵과 달걀. non-GMO 달걀이 10개 4,400원인데 이마트 방사자연란 (6000 ?) 보다 쌉니다.
생선 생물은 도매유통센터에서 한꺼번에 1주치 사고 냉동물은 한살림에서 주문. (좀 비싸요)
이제 갈치를 제주로 택배주문 시켜보려고 합니다. 우편주문은 비싸고 맛없을 수 있는데 제주사는 이모께서 냉동갈치를 보내주시겠다는 ^^
부끄러운데 묵은 살림을 못해서 김치는 시어머니가 김장김치를 왕창 담가주셔서 겨울까지 그것으로 먹고, 가끔 열무김치나 먹는 정도. 이도저도 복잡하면 1년에 1-2번 김치를 사먹기도 하네요. 할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김치, 고추장, 된장을 빨리 배워놓으라는 딸들의 성화가 대단한데...아....56세부터 배우렵니다 ^^
싼값의 반란~~부메랑~~~ㅜㅜ
역시 일목요연하게 핵심있는 메세지 감사합니다^^;
얼마전 <4천원 인생>이라는 책을 남편이 읽고 쓴 서평을 보았습니다. 얘기도 듣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지요.
참 슬프고 척박한 이미지가 꽉 차오르는 제목이죠? ㅜㅜ 한겨레 신문사 기자들이 직접 현장에서 경험하고 쓴 보고입니다. 우리나라의 현실 속에서 못 살겠다 하지만 견디며 열심히 몸으로 사는 분들의 삶이 빼도 박도 못하는 고단함이 참 서글펐습니다. 그리고 저희 남편도 더이상 구경꾼이 아니라...^^;;
제가 학생 때 넘 벅차서 외면하고 싶던 저임금 노동이라는 현장의 소리가 이제야 조금은 알것도 같습니다. 빈부격차가 날로 더해가는 시점에서 제가 빈에 속하다 보니 자본주의의 생리에는 소수의 득세와 결과적으로 다수의 희생집단 또는 소외집단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실로 보입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성적관리가 득세한 소수가 되는 과정이라고 하니 ... 용납할 수 없는 저희 가정은 외로운 길을 가야함을 절감합니다. 순응 또는 포기가 아니라 주도적인 탈선에 성공하길 바랍니다.^^
주도적 탈선...멋진 표현입니다. 쳇바퀴에서 벗어나야죠.
먹이사냥은 원시시대부터 고생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적은 돈으로 현명하고 부요하게 독창적으로 살 방법을 어릴 때 부터 익혀야죠.
항상 존경하는 인물이 스콧 니어링 부부인데 그들도 아이가 있었더라면 대학 가르칠 돈이 없어서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죠.
그래도 그들 방식으로 교육시켰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치가 땅에 떨어졌으므로 인간다움, 지혜로움이 더욱 귀해진 시대입니다.
단순한 성적관리에서 벗어나 진짜 배움을 생각해볼 기회가 주어진 것 아니겠습니까.
토인비식으로 말하면 변방이 중심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 ^^
천냥마트에 파는 싼 물건들 뒤에 찍힌 메이드인 차이나, 메이드인 타이완 ,메이드인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들.. 이건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건가 싶어 읽은 책이 <차이나 프라이스>입니다 원하던 궁금증은 해결됐는데 불편하고 찜찜한 마음은 두배가 되더군요 ..요즘은 도대체 책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지만 <완벽한 가격> 기억해 뒀다가 머리가 평온해지면 읽어보겠습니다
저도 <차이나 프라이스>를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데 읽어보겠습니다.
비참한 노동환경이라 할지라도 일단 굶어죽지 않으려 일하고 있겠지요. 기아로 해마다 수천만씩 죽어갔다던 중국이었잖아요.
중국은 아직도 절대빈곤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분배는 신경쓸 단계가 못된다고 정부관리들이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다나요.
이일 저일 보며 마음 아프고 생각할 것이 많아서 나이들면 머리가 세고 주름이 생기나 봅니다.
식물인간으로 누우면 주름도 잘 안생겨요 ^^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보고 고민할 것이 없어서 100년동안 탱탱할 수 밖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