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였다
모든것은 어느날 갑자기 일어나는 모양이다
조팝꽃이라고도 불리우고 싸리꽃이라고도 불리우는 하얀 밥풀꽃이 시야에 들어왔다
왜 벌써?
아무리 차례를 지키는 시대가 저만치 갔다해도
그래도 아직은 순번을 지키는 사람들이 더 많은데
어째서 도심 공원의 조팝꽃은 하얗게 속살을 드러내 보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뭐든지 차근 차근 계단밟기를 좋아하는 내게는 훌쩍 뛰어넘는 그런 풍경에
왜냐고 토를 달기도 한다
그런다고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냉이도 몇번 캤다 쏙새도 두어번 캤다
그 덕으로 허리가 끊어질듯 아파도 보았다
봄을 그렇게 시작했었는데
이제는 사방을 보면 하얗게 터지고 불그스름하게 벌어지고
까마득하게 정신줄을 놓게 하는 환상의 문이 열려 버렸다
그늘에 쉼의자 하나 가져다 놓고 하염없이 허공만 봐도 눈꼬리가 웃어주는
감미로운 계절
달콤하고 부드럽고 긴 머리카락이 그리운 계절이 돌아 온 것이다
머리속에 계산은 주산 알 튕기듯 느릿 느릿하지만
차분하게 채워가는 그 줄서기에 가족들이 들이닥쳤다
엄마랑 언니들이랑 함께 놀아봐야 하는 여행
다 끊어진것 같지만 아직도 건재한 오래전 그 고무줄을 타고
집을 나선것은 저녁시간이 다 된 5시가 넘어서였다
가다가 좀 아프면 어때?
가다가 좀 피곤하면 어때?
떠나봐야 행운도 따라 오고 떠나봐야 범사의 감사함을 느낄텐데
저녁햇살은 지평선에 떨어질듯 고요하고
비스듬하게 들이치는 차창가 마무리 햇살은
휙휙 지나치는 먼 풍경들에게 조명을 내뿜고 있었다
관객이 되어 마냥 바라보는 두눈에 어느새 졸음이 가득한데
내 출발계획을 알고 훼방을 놓기로 했는지 도심으로 들어가는 방향임에도
차들은 틈없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그래도 터지지 않는 한 바퀴는 굴렀고
인천을 지나 김포에 도착했다
밤 10시가 훨씬 넘어서
그러함에도 엄마의 발걸음도 언니의 발걸음도
그리고 주동자 나의 발걸음은 사뿐 사뿐 나비 날개 그 자체였다
가족들이 만나는 거니까
가족들은??
음~~아무리 생각해도 계산도 할수 없는 .....그 무엇이기때문에...
돈으로는 살수없는....운명이라 해야 하나?
태어난 이유라 해야 하나?
암튼....그래서 그냥 이라고 말하고싶다
그냥 그냥..기냥 .....좋으니까 사랑하니까...
꽃이 피울때 얼마나 아픈지 아냐고 했던가?
보는 이들은 그 아픔은 생각지도 못한다고.....
그저 이쁘다 아름답다 한다 했던가?
진정한 꽃의 아픔을 함께 했다
이틀동안 가지마다 마디마디 앓는 소리를 냈었다
아무리 바람이 불어 와 호호 불어 주고
아픔을 달래주는 묘약을 발라 주어도
얼마남지 않은 꽃물로 피우는 꽃 한송이 한송이는
쥐어뜯고 물어뜯고 멈추질 않았다
즈려밟고 가라 할 님도 없는데
뿌려 놓고 따라 오라 할 님도 없는데
꽃길위에 멈추지 않는 시간에 바퀴는 말없이 달리고만 있었다
부시시한 밤
눈은 떠졌으나 반쯤은 감겼고
입은 웃고 있으나 얼굴은 강시가 따로 없고
밤새 천둥치는 소리
꿈꾸며 악을 쓰고 도망치는 소리
마취를 당하는 순간 웅성거림이 아득히 들려오는 순간처럼
밤도 아닌 것이 낮도 아닌것이
눈감고 잤나 싶었지만 잔 기억은 없는 그런 밤을 보냈다
마음먹기에 달렸다더니
마음이 즐거우니 그깟 무거운 몸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일찍 서두른 신발이 밟은 곳은 강화도 전등사
고려산쪽으로 돌렸던 머리는
발과 몸이 데모하는 바람에 전등사로 향했다
두 가지 계획을 세웠던 바람에
잠시 혼동했지만
방향 깜빡이는 고요하고 아늑하고 풍경소리 들려오는 전등사에
안착했다
고려산 진달래 아니면 어때?
전등사 진달래도 무더기로 피었는걸
그래도 군상 진달래 보고팠는데
그래도 산 전체를 둘러싼 진달래를 보고팠는데
미련도 꽃이라고
그꽃은 나중에 또 보면 돼지 않을까로 달래주었다
저축한다 생각하고
저축하다가 미리 져 버리면 그 후회를 어찌할까 싶지만
희망의 끈이려니 하고서.....
아~~무릉도원이 여기였구나
싶은 전등사 경내 풍경들
온갗 꽃들이 섞이어 제 빛깔로 나부끼는 모습이
고운 한복을 여기저기 걸어 놓은 듯
보이지는 않지만 여인들만 가득한 어떤 공간에 있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분홍저고리 남색치마가 나타났다 사라지고
노랑 저고리 연보라색 치마도 나타났다 사라지고
하이얀 옷고름이 코 끝을 자극하고 달아났다
나폴 나폴 승무라도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몰라 하면서도
연신 눌러대는 찰칵 찰칵 폰카 터지는 소리와 가족들의 웃음소리.
행복이 다정이란 한복을 차려입고 가족들 품으로 날아들었다
즐거워 하는 엄마
그리고 엄마를 중심으로 삼각형 으로 뭉쳐 있는 언니들과 나
여기 오길 잘했지
암 잘하고 말고.......무모한 여행같지만 언제나 잘했다고 칭찬을 했다
오는길이 편치 않아도
마음 편하니 그보다 더 멋지고 훌륭한 자가용이 있을까 싶고
온전히 몸으로 느끼는 여행의 기류는 달리는 야생마였다
도심 한가운데 틈바구니에서 사람들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고
힘듦도 추억의 페이지로 남길수 있는 것이 이런 여행이지 않을까싶다
연분홍 바람이 일고
하얀 팝콘 향기가 진동을 하고
사람들은 눈으로 마시고 입으로 먹고 귀로 흡입하고
그야말로 그냥도 배부른 시간이었다
잠깐 들렸었던 카페같은 식당에서 파전 한접시에 막걸리 한병
하얀 얼굴들은 금새 붉은 꽃잎을 피워냈었다
내려다 보니 멀리 빠진 원경에 날아가고 프고
아기자기 도자기 컵들로 장식되어 있는 은은한 카페같은 식당
구석 구석은 그림이 따로 없었다
벽에 걸린 그림 두점에 시선이 머무름과 동시에
아~~
이래서 이쁘고
저래서 이쁘고
다 이뻐
다 환상이야
안 이쁜곳이 없네
온통 나오는 말도 기분 좋은 투정뿐이었다
충전 200%
두번째 스케쥴 장소를 향해
환상적인 전등사는 뒤로뒤로 보내버렸다
그림하시는 화가 선생님들이 계시는 그곳을 향하여
덕포진
첨 가보는 신비의 마을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 짝이 없는데
그래서 그랬나 몇 바퀴를 돌고 돌아서 겨우 찾았다
마을이 그렇게 생겼다 쉽게 찾을수 없도록
오목하니 바람도 피하고 나쁜것은 다 피할수 있도록
땅 아래로 포~옥 들어가 앉아 있는 마을이었다
이미 숨어 버린 선생님들
그래도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서 얼마나 반갑던지?
초딩친구는 그래서 좋다
어쩌구 저쩌구 해도
고사리 손 때부터 함께 놀았던 친구
그 손을 간직한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래서 더 좋았다
엄마는 두 언니들과 또 다른 곳으로 추억 쌓으러 가 버렸고
난 화폭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직은 덜 피운 벚나무를 향해 이젤을 펼치고
드디어 잠수를 탔다
붓 놀림으로 전등사에서 웃고 떠들던 입에는 자물통이 채워졌다
혼자만의 여행이다, 이번에는...
도끼자루는 얼마나 썪었을까?
화살같은 시간이 될것이다 이 순간도
돌아가는 버스안에는 수채물감 같이 화사한 얼굴의 선생님들이 가득찼고
화구 가방 지퍼안에는 아늑하고 조용한 덕포진 마을이 담겨있었다
활짝 피운 진달래꽃으로
또는 노랑 개나리꽃으로
내 가방에는 벚꽃이 피어 있고
부자였다
돈이 많아 부자가 아닌
표현할수 없는 부자가 되어 돌아가는 것이다
온갗 피어난 꽃들에 맞춰주느라 삼일동안 난 잠 못들고 붉은 동백꽃을 터뜨렸었다
여기저기 방긋 방긋.....
그 때문인가?
내 머리는 끄덕 끄덕 끊임없이 인사를 해댔다
인사하기를 멈추고 돌아 오니 아저씨가 반겨주었다
지금이야 집안에 가구 같은 존재지만 한때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했던
아저씨,,,,남편이다
잘 놀았느냐고?
감사하기도 하지...잘 놀았냐고 물어주다니....집나갔다가 이틀만에 돌아 왔는데
엄마도 즐거웠고 언니들도 즐거웠고
함께 그림 한 화우들도 즐거웠고
선생님들의 웃음도 더하여
주말에 피워 놓은 꽃다발 향이 아직도 가득하니
남편으로부터 주동자라는 누명을 썼다고는 하지만
이런 주동자라면 얼마든지 들어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주...동...자.....
2015.05.13
첫댓글 노래 좋아요! ^~^
중국 사생 가시지요? 동방명주는 그곳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요..잘은 모르겠어요.
편집 색다르게 보여요..
즐감해요ㅡ글도 좋고요..
잠깐 뵈었지요..ㅎㅎㅎ...늦어서 그림이 한점 있나봐요. 늘 3점 이상을 하셨던것으로 기억해서요
저혼자 길 위에서 헤매지 않았단것에 왠지 위안이 됐었어요..
@이남옥 ㅎㅎㅎ....본전생각나서 .
@한천자 어머나, 쌤
환상입니다
꿈속에서나 볼수 있는 그런 풍경이에요..멋져요
언니 엄마 초딩친구
화우들....그리고 남편품으로
제대로 즐긴 이틀의 가출이였네요
춘사녀 추사비...역쉬 봄은 여성의 계절이란 거 ㅎㅎ
아름다우시고도 그림도 넘 멋지게 그리시고도 인상도 넘 넘 차분하시고 좋으시고도..ㅎㅎ.
또또...다 말로 표현 못함이 아쉽습니다..
그것참
그대는
보배여~^^
노래가 쫌
내 취향은 아니지만..,
혼을
쏙 빼놓고
잠시 집중모드했구료
자주
나오시길...
맛있는 글도
자주 접하게 해 주시공
ㅎㅎㅎ...참 요상한 그대지요?
어릴때 귀가 뚫렸을때부터 이미 리듬이 이쪽으로 쏠리어 버렸어요
어르신들이 좋아 하실...ㅋㅋ
그림을 즐기는 사람이 ....어쩌다가...트롯을...하느냐고?
얼굴과 노래도 안 어울린다고 많이 들었답니다..ㅎㅎ
그래도 그림으로 쌤님과 한곳에 머무르니 이 얼마나 감사한 축복인지요
자주 뵐수 있었음 좋겠어요...비오는 오늘도 좋은 날 보내시고요^^
다음엔 탁구한번...ㅋㅋ
정말로요..몇개월 더 기다리면 나아지려나요?라켓이 어디선가 울고있을텐데요..ㅎㅎ
살아감에 인연이란게...
그대를 안지도 벌써 수년.
나의 첫 붓칠에 도움이.
멘토..
요즘도 수채화 붓을 들게 만든 그대.
그대로 하여금 그림사랑에 빠졌단다.
그림속에서 어려움도 붓칠로 희석시키고,
한마디 한마디가 나의 시작의 희망이 되여
미소를 머금게 한단다.
이런 인연은 금쪽보다도 귀한 인연임을~~~^^♡
정말로요.
모든것들이 즐거움을 주지만 그림처럼 잔잔한 감동을 남겨주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이곳에서도 함께 할수 있어서 제가 감사드려요..ㅎㅎ오늘처럼...
감칠맛 나게 이어간 따님들과 엄마 함께하는 trip diary를 읽고서 말미에 보여준 비데오를
음악과 함께 듣는 순간 여행중 그림 그림인가 싶었는데 김포 사생지 야수회원들의 작품사진임을 발견하고
넘 반갑고 그중 본인의 것도 포함되어 있어 예상치 못한 큰 흐뭇함을 누릴수 있었답니다.
비데오로 음악까지 삽입해 보여주는 기술까지 가지고 있는 분이기에 앞으로 사생지에서의 작품이
모두 지금처럼 편집되어 보여질수 있다면 하는 기대와 바람을 가져봅니다.
네에..한꺼번에 보는재미도 괜찮지요?
즐거운하루였어요.김포..덕포진에서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