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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봄다운 장면은 벚꽃 바람이 부는 거리다. 대전에도 봄이 내렸다. 금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작은 물줄기, 갑천변 벚꽃 라이딩은 따뜻한 바람을 불어 넣는다. 그 앞에 자리한 카이스트에서는 굵직굵직한 벚꽃들이 후드득 떨어지고 있었다. 아쉬운 벚꽃 엔딩, 그 마음을 달래기 위해 소소한 카페로 달달한 데이트를 떠났다.
[왼쪽/오른쪽]갑천변 흐드러진 벚꽃. 자전거와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 카이스트 앞 벚꽃길 [왼쪽/오른쪽]카이스트 교정 곳곳에 활짝 핀 벚꽃 / 벚꽃 핀 카이스트 어은동산
하천과 교정에 어우러진 대전 벚꽃 명소
봄을 물들이는 많은 꽃 중 벚꽃에 마음을 빼앗기는 일은 어쩌면 당연하다. 여리여리한 빛깔과 꽃잎은 어떠한 단단한 마음도 말랑하게 한다. 봄 한때, 팝콘처럼 터지는 전국의 벚꽃 명소 중 대전에도 손꼽히는 벚꽃길이 있다. 그 첫 번째는 유성천과 갑천으로 둘러싸여 있는 유림공원. 조성된 지 6여 년 된 공원은 소나무를 비롯해 화사한 꽃들이 계절의 색을 만든다. 분수를 중심으로 왕벚나무길이 이어져 있으며 갑천을 따라 난 벚꽃 역시 장관이다. 물줄기를 따라 천천히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 기분이 꽤 근사해진다. 유림공원 맞은편엔 자리한 카이스트도 빼 놓을 수 없는 벚꽃 명소다. 교정 곳곳에 벚꽃이 심어져 있는데 어은동산에서는 벚꽃 축제도 열린다. 동산 입구, 쭉쭉 뻗은 소나무길을 따라 걸으면 노천극장 근처에 아름드리 벚꽃나무를 만난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커다란 벚꽃나무들로 바람이 불면 벚꽃비가 쏟아진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정도. 이 벚꽃 명소들 사이로 소소한 카페들이 자리한다. 금세 사그라지는 벚꽃이 아쉽다면 카페에서 달달한 데이트를 즐겨보자.
따듯한 느낌의 카페 카페 외관 [왼쪽/오른쪽]보기에도 싱그러운 메뉴, 딸기밭 / 모던한 카페 카페 내부
딸기꽃이 피었습니다, 카페 카페
충남대 앞, 카페 카페에 들어서면 테이블마다 딸기꽃이 피어있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딸기밭'이다. 꾸준히 신메뉴를 내놓고 있는 카페 카페에서는 3년 전 내 놓은 딸기밭이 단연 대표메뉴다.
"딸기밭을 개발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손님에게 내 놨어요. 그 손님이 30분 후에 다시 왔어요. 또 먹고 싶다고요." 중독성 강한 딸기밭은 한창 인기를 얻을 때는 하루에 약 100㎏ 정도의 딸기를 사용했고, 카페임에도 브레이크 타임을 둬 딸기 손질을 할 정도였다. 대형 테이크아웃 잔에 수북하게 나오는 딸기밭은 예쁘기도 하지만 부드럽고 먹기 편하다. 생크림과 우유얼음이 이토록 잘 어우러질 수가 있을까. 딸기가 가장 맛있는 10월말부터 5월말까지 먹는 것을 추천한다. 자매품 또한 계속 등장하는 중. 브라우니를 듬뿍 올린 '초코밭'이나 상큼한 생자몽을 올린 '자몽밭'도 딸기밭에 버금가는 메뉴다. 우유얼음 대신 딸기우유를 넣은 '딸기가 좋아'는 조금 더 상큼하다.
카페 카페는 로스팅 기계가 가게 한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커피맛도 좋다. 주인장의 커피에 대한 철학은 보편적인 맛을 추구하는 것. 그래서 늘 일정한 맛의 커피를 마실 수 있다. 1층보다 톤 다운된 분위기의 2층은 햇살만으로도 충분한 공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기 좋다.
옥상을 개조한 옥상 카페의 내부, 와인 한잔하기 좋다. [왼쪽/오른쪽]옥상으로 올라가는 좁은 계단, 아지트에 들어서는 기분 / 상큼한 디저트, 허니 퐁당
꽃 핀 봄밤을 위한 테라스가 있는 카페, 옥상
충남대 앞 옥상(玉觴)은 아름답고 귀한 사람에게 바치는 잔이라는 뜻의 카페 겸 바다. 실제로 옥탑방을 개조해 만든 카페로 외벽을 그대로 살려두고 천장에 문짝 만 한 창을 두어 밤엔 별빛이 내려앉는다. 음료와 술 모두 팔지만 낮에도 술을 마시는 이들로 분위기는 활기차다. 봄에 이 공간이 더 사랑스러운 이유는 테라스 덕분. 좁은 골목이 내려다보이는 옥상의 테라스는 낮에도 밤에도 오묘한 분위기를 낸다.
이곳의 음료와 술에는 과일청이 들어간 메뉴가 많다. 매일 직접 만드는 9여 가지의 과일청으로 개발한 메뉴다. 과일청 에이드는 물론 과일청 아메리카노와 과일청 크래프트 맥주에도 있다. 커피도 맥주도 상큼하게 즐길 수 있는 것. 과일을 듬뿍 넣은 샹그리라나 뱅쇼도 유명하다. 또 빙수 얼음에 아이스크림을 올린 허니 퐁당은 상큼한 디저트로 사랑받고 있다. 낮엔 와인도 제법 나가는데 비교적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인장이 선별한 저렴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내는 와인이다.
"와인은 어려운 게 아니에요. 술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죠. 격식이 중요한 건 아니에요." 반가운 소식. 와인을 조금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포차가 4월 말, 유림공원 앞에 오픈한다.
주택가 사이 위치한 콜라보 991 [왼쪽/오른쪽]콜라보 991의 깔끔한 내부 / 샐러드와 한껏 어우러지는 수제돈가스
꿈을 이루는 디저트 카페, 콜라보 991
작년 봄에 오픈한 콜라보 991은 맛으로 소문난 곳이다. 근방 여러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장의 노하우가 스며든 음식 하나하나 내공이 느껴진다.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돈가스가 이곳의 대표메뉴. 100% 국내산 냉장육을 저온에서 12시간 동안 숙성해 육질이 신선하고 연하다. 치즈를 두툼하게 넣은 치즈돈가스도 인기다. 특히 고소한 모짜렐라 치즈 퐁듀에 찍어 먹는 치즈퐁듀 치즈돈가스는 한층 더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 생토마토와 버터를 넣어 만드는 파스타는 재료의 풍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오징어먹물빵으로 만든 수제버거도 비교적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아낌없이 재료를 넣고, 조미료를 넣지 않으며, 오픈키친이라 늘 깨끗한 콜라보 991은 가족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내 놓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콜라보 991이란 이름은 1000개의 매장을 내겠다는 주인장의 꿈을 표현한 가게명이다. 현재까지 9개의 매장을 낸 주인의 포부가 담겨 있는 것. 이곳에 오면 자신의 꿈을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요즘 젊은이들은 꿈이 없는 것 같아요. 공무원이 되고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전부에요. 제가 운영하는 공간에 들어와 꿈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단지 음식을 파는 것이 아닌, 꿈을 되돌려주는 가게이길 바라요."
콜라보 991에선 김정열 기타리스트의 연주를 종종 들을 수 있고, 두 달에 한번 정도 부동산 경매에 관련된 강의도 열린다.
[왼쪽/오른쪽]프랑스 시골에 온 것 같은 다정한 느낌의 내부 / 뚜바비앙 대표 메뉴, 치킨퀘사디아
슬로우 디저트의 세계, 뚜바비앙
뚜바비앙의 창가 자리에 앉아 있으면 흩날리는 벚꽃에 마음이 몽글해진다. 갑천이 보이는 유림공원 앞에 위치한 가게는 계절의 빛을 고스란히 눈에 담을 수 있다. 뚜바비앙은 퓨전 프랑스식 디저트가게다. 모든 소스를 직접 만드는데 주인장이 가장 정성을 기울이는 것은 양파잼이다. 양파와 발사믹식초를 넣어 뭉근하게 끓이면 깊은 달달함이 느껴지는 양파잼이 완성된다. 대표메뉴인 치킨퀘사디아와 샌드위치에 들어가 맛의 풍미를 더한다. 뚜바비앙차도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시그니처 메뉴로 홍차를 기본으로 직접 만든 과일청을 넣어 만든 차로 상큼하다. 카페 내부엔 다양한 그릇이 장식되어 있는데 주인장이 전 세계 여행 중에 벼룩시장과 작은 가게에서 구입한 것들이다. 마치 프랑스 시골 마을의 작은 상점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왼쪽/오른쪽]따뜻한 섬 같은 하얀 외관의 A&A / 더운 날 더욱 시원해 보이는 블루레몬에이드 감성적인 인테리어의 내부
따뜻한 섬 같은 커피집, A&A
카이스트 앞, 진심으로 만든 수제버거로 유명한 플레이버거와 베리신주쿠, 데리야끼호텔 등 일본풍 가게를 낸 주인장이 네 번째 가게, 카페를 열었다. 손님과 영감을 나누기 위해 시작한 카페는 외관부터 심플하다. 하얀 외벽이 일본의 어느 도시에 온 것 같은 기분. A&A도 그렇지만 주인장이 운영하는 가게들은 이국적인 느낌의 섬 같다. 주인장은 실제로 한 달에 한 번 일본 장인의 정성을 배우기 위해 찾아간다. 카페의 인테리어는 도쿄의 아오야마와 교토에서 영감을 받은 것. 핫한 도시 아모야마와 예스러운 교토를 적절하게 접목시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A&A에는 특별한 디저트는 없지만 음료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았다. 특히 커피맛은 수많은 단골을 만든 장본인. 전 세계적으로 소량만 생산하는 부티크 그린빈으로 내린 '더 프린츠 커피 컴퍼니'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여름엔 청량한 느낌의 블루레몬에이드도 인기다.
글, 사진 : 박산하(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6년 4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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