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피에르 로티 <로티의 결혼>
대본 에드몽 공디에, 필립 질
초연 1883 파리 오페라코미크 극장
배경 19세기 영국 식민지 당시의 인도
<2022 파리 오페라코미크 극장 / 135분 / 한글자막>
피그말리온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라파엘 피숑 지휘 / 로랑 펠리 연출
닐라칸타.....브라만 승려................스테판 데구(베이스)
라크메........닐라칸타의 딸.............사빈 드비엘(소프라노)
말리카........라크메의 하녀.............앙브루아진 브레(메조소프라노)
하지...........닐라칸타의 하인.........프랑소아 로지에르(테너
제랄드........영국군 장교................프레데릭 앙툰(테너)
프레데릭.....영국군 장교................필리페 에스테페(바리톤)
엘렌............프레데릭의 약혼녀.....엘리자베스 보우드레우(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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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브, 오페라 <라크메>, 2022년 파리 오페라 코미크 극장 실황
프랑스 악단의 빛나는 소프라노-지휘 커플이 펼쳐낸 오리엔탈리즘 오페라의 대표작
레오 들리브는 <코펠리아>, <실비아> 등의 발레음악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작곡가지만, 오페라에도 걸작을 남겼다. <라크메>(1883)가 그것이다. 배경은 19세기 영국 점령기의 인도다. 그 이국적 분위기를 아름다운 선율로 그려내 오리엔탈리즘 오페라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가 부르는 '꽃의 이중창', 콜로라투라 아리아 '종(Bell)의 노래' 같은 유명곡이 포함되어 있다.
나탈리 드세이의 후계자라는 프랑스 성악계의 새로운 스타 사빈 드비엘이 경이롭게 섬세한 노래를 펼치며, 그 남편인 카운터테너 겸 지휘자 라파엘 피숑이 자신의 악단 피그말리온을 지휘한다. 이들 부부와 절친한 프랑스 최고의 바리톤 스테판 드구의 몽환적 분위기도 감탄할 만하다. 스타 연출가 로랑 펠리의 세련된 감각은 공연의 완성도를 최고로 높였다.
<라크메>는 1883년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에서 초연되었다. 에드몬트 곤디네와 필립 질의 리브레토는 피에르 로티의 소설 <로티의 결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19세기 영국 통치하의 인도가 배경이다. 브라만교의 사제 닐라칸타에게는 아름다운 딸이자 여사제인 라크메가 있다. 호기심으로 사원에 침입한 영국군 장교 제럴드는 라크메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영국 점령군에 큰 원한을 갖고 있는 닐라칸타는 라크메를 미끼로 제럴드의 살해를 기도하지만 상처를 입히는 데에서 그친다. 라크메는 제럴드를 간호하면서 꿈과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제럴드가 부대로 복귀하게 되면서 그 사랑을 끝내게 된다. 라크메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18세기 후반, 특히 프랑스에서 오리엔탈리즘에 입각한 오페라가 유행했다. 그 예가 스리랑카를 배경으로 한 비제의 <진주조개잡이>(1863), 파키스탄을 배경으로 한 마스네의 <라오르의 왕>(1877), 그리고 인도를 배경으로 한 들리브의 <라크메>다. 프랑스에서 촉발된 오리엔탈리즘은 다른 나라 무대극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 산물이 인도 배경의 러시아 발레 <라 바야데르>(1877), 일본 배경의 영국 오페레타 <미카도>, 이탈리아 오페라 <이리스>(1898), <마담 버터플라이>(1904) 등이다.
사빈 드비엘(1985-)은 프랑스의 리릭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다. 고향 인근에서 음악원과 대학을 마친 후 오페라 합창단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비교적 늦은 23세에 파리 음악원에 진학해 만장일치로 수석졸업했다. 졸업 직후인 2011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시점부터 <라크메>는 드비엘에게 중요한 레퍼토리였다.
한 살 연상의 남편 라파엘 피숑은 카운터테너이자 지휘자로, 약관 22세에 자신의 악단 피그말리온을 창단했을 정도로 열정적인 활동가다. 바로크 전문에서 19세기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 작품해설 === <다음클래식백과 / 이은진 글>
라크메
레오 들리브(1836~1891)
들리브의 마지막 오페라 〈라크메〉는 에드몽 공디에(Edmond Gondinet)와 필립 질(Philippe Gille)이 대본을 담당한 3막 구성의 작품이다. 피에르 로티(Pierre Loti)의 소설을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이국적인 배경과 들리브 특유의 감미로운 음악으로 초연 직후부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오늘날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동양에 대한 판타지와 욕망
발레음악과 오페라 등 다양한 극음악을 통해 섬세한 감각을 보여 온 들리브는 〈라크메〉를 통해 그의 모든 경험과 연륜을 집약적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이 작품은 당시 프랑스 음악계에 만연해 있던 이국주의 열풍에 동참하여, 관습적인 형식을 따르면서도 들리브 특유의 따뜻하고 풍부한 표현력을 지닌 선율과 섬세한 오케스트레이션을 통해 이국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또한 이국적인 인도의 풍경과 동양적 풍미의 음악을 신비로운 분위기로 조화시키고 있다. 특히 기도의 노래나 춤곡, 시장의 풍경을 그릴 때 동양적 색채의 음악을 사용하여 이국적인 느낌을 효과적으로 표현하였다.
들리브는 처음 작곡을 시작할 때부터 라크메 역으로 미국-네덜란드의 혼혈태생인 소프라노 마리 판 잔트(Marie van Zandt)를 염두에 두고 음악을 구상했다. 실제로 이 작품의 초연이 대성공을 거둔 것은 그녀의 독특한 음색과 탁월한 연기력 뿐 아니라, 동양과 서양이 어우러진 그녀의 신비로운 외모에 힘입은 바가 크다. 식민 지배를 받는 동양의 여인과 지배국 남성의 사랑이야기는 19세기 후반 제국주의적인 영토 확장이 극에 달했을 때 인기를 누린 플롯이었지만, 〈라크메〉에서는 민족적 문제와 더불어 종교적 갈등이 더해져 더욱 다층적인 해석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복잡한 갈등관계를 들리브의 음악은 환상적이면서도 애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1막
브라만교의 사원에서 닐라칸타와 라크메를 비롯한 신자들이 기도문을 노래한다. 기도가 끝나고 신자들이 떠나자, 라크메는 신자만이 출입할 수 있는 사원의 탁자 위에 보석을 빼두고 하녀 말리카와 함께 호수에서 목욕을 하기 위해 배를 타고 떠난다. 한편, 한 무리의 영국인들이 호기심을 뿌리치지 못하고 규율을 어긴 채 사원으로 들어온다. 프레데릭과 제럴드, 엘런, 로즈 일행은 탁자 위의 진귀한 보석들을 보며 감탄한다. 제럴드는 일행이 떠난 뒤에도 사원에 홀로 남아 보석을 스케치한다. 마침 목욕을 마치고 돌아온 라크메는 그의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지고, 발각되기 전에 사원에서 나가라고 제럴드에게 충고한다. 그러나 라크메에게 마음을 빼앗긴 제럴드는 그녀와 함께 사랑의 2중창을 노래한다. 사원에 이방인이 들어왔음을 알게 된 닐라칸타가 격노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제럴드는 재빨리 도망친다.
2막
힌두교인들의 축제가 한창인 시장에서 영국인 여행자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이국적인 춤의 향연이 펼쳐지고, 거리의 행상인들의 모습이 익살스럽게 그려진다. 들리브의 동양풍 음악이 다채로운 매력을 발한다. 이 때 거지로 변장한 닐라칸타가 라크메를 데리고 등장한다. 그는 사원을 침입한 사람을 붙잡기 위해 딸에게 노래로 범인을 유혹하라고 지시한다. 그녀의 목소리에 이끌려 다가온 제럴드를 보고 닐라칸타는 그를 죽이기로 한다. 닐라칸타의 심복이 제럴드를 칼로 찌르지만 다행히 그는 큰 부상만 입은 채 목숨을 부지한다. 라크메는 하인 하지를 시켜 제럴드를 은신처로 옮긴다.
3막
동굴 속에서 제럴드를 간호하던 라크메는 감미로운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의식을 찾은 제럴드 역시 그녀에 대한 사랑의 노래로 화답한다. 라크메는 영원한 사랑을 이루어주는 신성한 샘물을 마시러 가자고 하지만, 사랑과 군인으로서의 임무 사이에서 갈등하던 제럴드는 주저한다. 신성한 샘물을 뜨러 라크메가 자리를 비운 사이, 프레데릭이 찾아와 영국군이 그날 저녁 떠날 예정임을 알리며 영국군으로서의 명예를 지키라고 충고한다. 라크메가 샘물을 떠서 돌아오지만, 그녀는 제럴드의 마음이 변했음을 느낀다. 그녀는 슬픔에 빠져 독초를 먹는다. 라크메는 동굴로 찾아온 닐라칸타에게 제럴드가 신성한 샘물을 마셨다고 말하며, 제럴드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닐라칸타는 제럴드를 죽이려 했지만, 신성한 샘물을 마신 이는 해칠 수 없다는 교리 때문에 복수를 포기한다. 제럴드는 슬픔에 젖어 부대로 돌아가고 닐라칸타 역시 슬픔에 빠진 채 막이 내린다.
주요 음악
1막 ‘꽃의 2중창-두터운 돔 아래에서’(Sous le dôme épais)
라크메와 말리카가 강 위에서 배를 타고 부르는 2중창으로, 신비롭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두 사람이 각자의 선율을 노래하면서 독특한 리듬감과 우아하고 몽환적인 화음을 만들어내어 고혹적인 음색의 향연을 펼친다. 중간 부분에서는 감정이 고조되면서 섬세한 반음계 기법과 불협화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노래는 격정으로 치닫지 않고 곧 첫 부분의 우아한 2중창으로 돌아와 다시금 나른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고음역의 마지막 음을 길게 지속한 뒤 아련한 여운을 남긴 채 노래가 마무리된다.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 중 하나로, 여성 성악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2막 라크메의 아리아 ‘종의 노래’(L'Air des clochettes)
라크메가 닐라칸타의 강요로 부르는 노래로, 종을 딸랑거리면서 범인을 불러내기 위한 유혹의 노래이다.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목소리가 가진 매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는 아리아로, 감미로우면서도 우아한 음색을 유지하면서 고난도의 기교를 소화해야 한다. 가사 없는 보칼리제로 이국적인 선율이 펼쳐진다. 이국풍의 선율을 특징짓는 증2도와 고음의 지속이 이어지다가 옥타브로 도약하면서 불가능에 가까운 고음을 지속한 뒤 반음계로 빠르게 하행한다. 뒤이어 오케스트라 간주가 짧게 제시된 후, 애수 어린 선율이 이어진다. 아버지의 명령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함정에 빠뜨려야 하는 라크메의 갈등이 극적으로 묘사되고, 종소리를 모방한 고난도의 스타카토 음형이 우아한 멜리스마와 매혹적으로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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