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로애락 함께하는 인간의 친구 개를 기르는 가정이 늘면서 도심 요지에 동물병원과 애견 미용학원이 크게 늘었다. 전국 10개 대학에 설치된 수의학과와 공주전문대ㆍ삼육대ㆍ우석대 등의 애견 관련학과, 주요 대도시의 애견학원을 통해 해마다 1000여명의 애견 전문 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애완견을 기르는 집은 약 150만가구로 이들 가구 당 최소 한 마리 내지 두세 마리를 기르고 있어 국내에는 200만~250만마리의 애견이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용미(동국대 대학원 박사과정)씨의 논문 '애완견이 가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대도시 전체 가구의 13%, 전국적으로는 30%의 가구가 개를 키우고 있으며, 서울은 13%의 가정에서 평균 1.3마리의 개를 키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통계는 1993년의 것으로 그후는 조사 자료가 없어 정확한 예측이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최소 250만마리는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개는 충성스런 동물 선진국에서는 노인과 어린이와 개를 좋아하는 것을 정치인의 기본 덕목으로 꼽는다.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정치인이 될 자격이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서영훈(徐英勳)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과거 여당 대표 최고위원 시절 “정치판이 진짜 개판”이라는 어록(語錄)을 남긴 것처럼 개들의 삶터가 정치판과 비교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개는 자신의 몸을 던져 주인을 구하는 충성스러운 동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북 군산시 대명동 윤락가 화재 때의 유일한 생존자인 김모씨는 자신이 기르던 애견 치와와가 연기가 자욱해지자 주인을 물어뜯어 잠을 깨운 덕분에 주인이 목숨을 구했다. 지난해 8월 부산에서는 함께 살던 할머니가 뇌출혈로 숨지자 애견 치와와도 나란히 누운 채 숨진 사건도 있었다.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이혼문화로 인한 가정의 붕괴, 독신, 아이 없는 가정, 배우자의 죽음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애견으로 달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개 주인은 애견에게 먹이를 주고, 운동을 시키고, 길들이는 과정에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정서의 변화를 체험한다고 한다. 애견가인 이건희 회장은 “개를 기르다보면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생긴다”면서 애견 사육을 적극 권유하고 있으며, 친한 사람에게는 삼성에버랜드에서 번식한 개를 선물하기도 한다. 윤신근 원장은 “개를 기르지 않던 집에서 개를 기르면 무미건조했던 가정에 활기가 돌고, 가족간에 대화가 느는 등 생활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동물학자 토머스 칸탄자로가 애견을 기르는 896 가정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애견을 입양하여 가정에 행복과 즐거움이 더욱 늘었다’고 답한 사례가 전체의 70%,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개를 기르지 않던 시절보다 많아졌다’고 답한 사례가 52%였다. 빅토리아 보이스라는 미국 동물의사의 연구에 의하면 개의 주인 중 99%는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여 함께 자거나 음식의 일부를 나눠주며, 개의 생일을 축하해 준다고 한다. 인간과 애완동물의 친밀도가 높아지면서 ‘애완동물’이라는 용어가 최근에는 ‘반려(伴侶)동물’(companion animal)로 대체되는 경향을 보인다. 인간과 감정교류·기본 의사소통 가능 사람과 개는 왜 서로를 가족처럼 여기며 좋아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인간과 더불어 사는 동물 중 사람과 개는 희로애락의 감정 공유가 가능하기 때문에 상호 친밀도가 다른 종(種)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고 설명한다. 개는 침팬지, 오랑우탄 등 유인원(類人猿)을 제외하고는 지능이 가장 높은 동물에 속한다. 삼성에버랜드의 최윤주 팀장은 “개는 80단어 정도를 이해할 줄 알아 인간과 초보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며 지능은 3세 어린이 정도”라고 설명했다. 고도로 발달한 후각(嗅覺)과 청각(聽覺)으로 적의 침입을 알려주는 레이더 역할은 물론 목숨을 바쳐가며 인간의 힘든 일을 대신할 정도로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뛰어나다. 윤원장은 "개는 다른 동물에 비해 '초감각적 지각(ESPㆍExtra Sensory Perception)'이 탁월해 인간과의 감정 교류와 기본적인 의사 소통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즉 고도로 발달한 후각과 청각으로 주인의 심장 박동의 변화, 혹은 사람이 기쁠 때나 화가 날 때 몸에서 분비되는 미세한 호르몬 냄새를 맡아 주인의 감정 상태를 감지하고는 적절한 처신으로 주인의 마음을 위로해 준다는 것이다. 한국애견협회 최지용(崔芝溶) 이사는 인간이 개를 좋아하는 이유는 “개가 갖고 있는 유아행동 성향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어린이는 성장해 가면서 부모 곁을 떠나 사회생활을 하므로 부모들은 젖먹이 시절처럼 정을 주기 어려워지는데, 아이에게 쏟아야 할 정을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개에게 쏟음으로써 대리 만족을 느낀다는 것이다. 국민 소득과 애완동물의 증가와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본적인 의식주(衣食住) 문제가 해결되어야 애견문화가 시작된다는 것은 북한의 사례를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중국ㆍ북한 국경지역의 개들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 먹이를 찾아 대부분 중국으로 탈북했다고 한다. 평양에서는 ‘혁명의 수도’를 위생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집에서 개 사육을 금했기 때문에 평양 시민들이 개를 구경하려면 동물원에나 가야 한다. 북한 매스컴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개를 목욕시키고 옷 입히는 것을 ‘썩어빠진 자본주의의 대표적 사례’로 보도하기도 한다. 개가 인간에게 주는 이득 외국 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높은 사기를 지닌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인들 중 95%가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운 경험이 있으며, 75%의 기업인이 지금도 키우고 있다고 답했다. 애완동물 사육 경험이 그들을 성공으로 이끄는 필수요소였던 열정, 감정, 책임감 같은 특성을 개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개는 인간의 심리 안정과 건강에도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강종일(姜鍾日) 충현동물종합병원장의 설명에 의하면 애견은 주인에게 안정감과 편안한 기분을 갖게 하며, 생활의 반려자로서 고독감과 우울증 해소, 생활에 즐거운 변화를 준다고 한다. 또 애완동물 소유자는 비소유자보다 스트레스에 잘 견디며, 애완동물과의 관계가 친밀할수록 스트레스 예방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등 스트레스 해소와 정서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강 원장은 “애완동물과 함께 사는 노인은 외로움을 덜 느끼기 때문에 덜 우울하고, 동물과의 애착관계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때문에 애견 소유 노인이 비소유 노인보다 5~7년 더 장수(長壽)한다는 연구 결과가 학계에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암예방·장수(長壽)에도 도움 미국 캘리포니아 전원 지역에 사는 애완동물 소유자에 대한 연구 결과 애완동물 소유자의 1.8%가 암이 발병한 반면 비소유자는 3.9%가 발병했다. 심장질환 경험은 애완동물 소유자는 5%에 불과한 반면 비소유자는 14%나 됐다. 알츠하이머병(치매)을 갖고 있는 환자들은 매주 개와 어울려 생활하는 시간을 가진 결과 사회적 상호작용이 향상되었고 좀더 침착해졌다고 한다. 영국의 임상시험 결과에 의하면 애완동물을 키우는 53명의 심장질환 환자 중 5.7%만 사망한 반면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는 37명의 심장질환 환자는 28.2%가 사망했다. 호주 맬버른의 건강검진 클리닉에서 5741명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 결과 애완동물 소유자는 비소유자보다 심장질환 예방은 물론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느리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이 의사를 방문하는 횟수를 연구한 결과 애견 소유 노인들이 의사를 방문하는 횟수는 비소유 노인보다 21%나 적게 나타났다. 개는 청소년과 어린이들의 사회생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보리스 로빈슨이라는 미국 정신과 의사의 연구에 의하면 애완동물을 키우는 3~6세의 어린이가 키우지 않는 아이보다 훨씬 더 다정하며, 타인에 대한 감정이입 능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셸 로빈과 로버트 텐 벤셀이란 미국 심리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애견은 학대받는 어린이들에게 애정의 대상이 되고, 가족의 사랑을 대신하는 반려자 역할을 한다. 부모가 모두 직업을 갖고 있을 경우 애완동물은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미국 미시건주의 소아정신과병원은 적절한 훈련을 받은 개가 정서장애를 가진 아동들의 마음을 여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삼성에버랜드는 한 학생이 등교 거부 등 대인기피 증세를 보이는 16세 된 남학생에게 맹인안내견으로 활용되는 라브라도 리트리버를 한 마리 제공했다. 당시 학생은 낮에는 자고, 밤에만 일어나 활동하는 등 극도의 대인기피 증세를 보였다. 이 학생에게 개를 기르는 데 필요한 여러 과제를 주자 과제 해결을 위해 그 학생은 낮에 일어나 타인과 접촉을 시작했고, 이 과정을 통해 정상생활로 복귀해 고려대에 입학했다. 삼성에버랜드 연구팀은 개를 이용한 치료 프로그램이 불안ㆍ죄책감ㆍ긴장ㆍ우울ㆍ충동 등에 시달리는 정신분열증 환자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1998년 9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제8차 세계 인간ㆍ동물 상호관계 연구협회(IAHAIOㆍInternational Association of Human Animal Interaction Organization) 국제회의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애완동물이 재소자나 정신질환자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개를 가지고 양로원이나 노인 가정, 교도소나 감호소를 방문하는 애견 치료 프로그램이 성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삼성에버랜드가 지난 97년 1월부터 법무부 산하 공주치료감호소와 국립서울정신의료원 등 7개 기관에 개를 데리고 가 환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또 개를 특수 목적용으로 훈련시켜 군견(軍犬)이나 경찰견, 경비견, 구조견, 맹인 안내견(Guide Dog for the Blind), 치료견, 마약탐지견, 청각보조견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애견 관련 산업 규모 연간 1조원 애견 인구의 증가와 함께 애견을 둘러싼 페트 비즈니스(애완동물산업)도 성장세를 타고 있다. 애견과 함께 차나 식사를 할 수 있는 애견 전용 카페가 생겼는가 하면 애견의 장례를 대행하는 회사도 생겼다. 강남구 신사동 부근에는 애완동물을 전문으로 촬영하는 스튜디오가 활동중이며 투견(鬪犬)과 경견(競犬)을 관광사업화하기 위해 지자체들이 활발하게 움직임이고 있다. 사랑하던 애견이 죽었을 때 장례식을 치러주고 사체를 수거하여 화장하는 데 드는 비용은 15만원 정도. 페트나라의 박영옥(朴影玉) 사장은 이용자가 많지 않아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앞으로 수요가 늘면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면서 “선진국에서는 도시마다 애견 화장시설과 납골당이 마련되어 있는 데 비해 우리는 개를 기르는 데만 신경을 쓸 뿐 죽었을 때의 배려문화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국내의 애견산업(애견 매매ㆍ사료ㆍ애견용품ㆍ 동물의약품ㆍ동물병원 비용ㆍ애견 미용ㆍ훈련비ㆍ펜션등) 규모를 연간 1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애견 관련 출판과 인터넷쇼핑몰 사업 부분은 제외된 금액). 대한수의사회의 설명에 의하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수의사는 2001년 집계로 2862명, 동물병원은 2600여개, 애견 미용실은 600개 정도, 동물병원 진료액수는 연간 500억원 정도로 추산한다. 한국애견협회 최지용 이사는 “200만마리의 애견들을 위해 사료값, 동물병원비로 한 달에 3~5만원씩만 써도 1년에 1조원이란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의 분석에 의하면 애견산업시장은 연 10%씩 성장하고 있는데 도시화ㆍ산업화ㆍ 정보화로 인한 인간 소외가 심해짐에 따라 애견산업도 급격히 팽창할 것으로 전망한다. 윤신근 원장은 우리나라 경제구조와 핵가족화 추세를 감안할 때 앞으로 800만마리까지 애견의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수치는 오래 전부터 애견문화가 발달한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은 태동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 99년 미국의 ‘세계 미래학회’는 2035년부터 세계 인구의 증가세가 멈추는 대신 애완동물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애완동물 전문 잡지인 최근 기사에 의하면 미국에는 약 2억2900만마리의 애완동물이 살고 있는데 개 5500만마리, 고양이 6000만마리 등 전 가정의 60%가 애완동물을 소유하고 있다. 영국은 애견인구가 전 인구의 50%에 이르며 애견 관련 산업 규모가 연간 6조원에 이를 정도. 일본은 1999년 12월 현재 개 1000만마리, 고양이 800만마리로 전 인구의 10%가 애완동물을 기르고 있다. 일본에서는 애견임대업이 성행하고, 애견과 뒹굴며 실컷 뛰놀 수 있는 유료 공원, 애견과 함께 생활하는 전용 아파트가 도쿄를 중심으로 급속히 늘고 있다. 경기도에서 애견정보를 운영하며 10만마리 정도의 우수 혈통 애견을 국내에 보급해온 전사장은 “독일과 영국 등 애견 선진국은 애견 관련산업이 국가 전체 GDP의 3~5%를 차지하며, 독일은 전국의 구청에 개 관련 공무원이 파견돼 예방주사 접종 등 관련 업무를 지원한다”면서 우리나라도 애견산업이 기계산업이나 전자산업처럼 산업화의 길로 들어선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전 사장은 애견 관련 산업은 수출산업으로서도 그 효용가치가 크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외국에서 마리 당 수백만~수천만원씩 하는 고급견들을 연간 3000~5000 마리 정도 수입하는 전형적인 애견 수입국이다. 그런데 3년 전부터 중국 특수(特需)로 인해 개 수출국 대열에 오르게 됐다. 중국은 땅이 워낙 넓고 개 품종도 다양한 나라였다. 입과 코가 찌그러진 종류는 대부분 중국ㆍ티베트 계열이라고 한다. 중국의 공산화 후 애견은 ‘귀족문화의 상징’으로 몰려 대량 학살됐고 문화대혁명 시절 홍위병들은 ‘모든 개는 냄비 속으로’라는 슬로건을 외치며 나머지 개들을 잡아 죽여 대륙에서 개 짓는 소리가 끊겼다. 중국에서 애견 문화가 다시 살아난 것은 개혁ㆍ개방으로 경제가 급상승하기 시작한 1997년부터다. 중국 상류층을 중심으로 애견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세계의 명견들이 중국으로 수출되기 시작했다. 선양(瀋陽)의 애견산업 현장을 시찰하고 온 오병용 사장(吳炳容ㆍ한국애견경매장 운영)은 선양에는 학교 운동장만한 넓이에 애견 가게들이 밀집해 있고, 중국 샐러리맨들 한달 월급의 5~10배 되는 고가(高價)에 애완견이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박사 애견정보'의 전홍국 사장을 비롯한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지리적ㆍ경제적 여건상 한국이 중국시장에 개 공급원으로서는 최적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동북아에서 중국에 개를 수출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나라는 한국과 일본 정도인데, 중국시장에서 소화하기에 일본은 가격이 너무 높고 중국인들의 반일(反日) 감정도 심해 적합지 않다는 것. 애견 전문가인 안후중(安厚重ㆍ디지털타임스 기자)씨는 초기에는 우리나라에서 페키니즈, 푸들, 치와와 등 대중적 품종들 중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개들이 대량으로 중국에 수출됐으나 최근에는 훈련된 셰퍼드, 투견용인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등 다양한 품종과 고가(高價)의 우수견들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오병용 사장은 “최근에는 마리당 30만~50만원 정도의 강아지를 비롯해 250만~500만원 정도 나가는 한국 도사견을 주로 찾는데 도사견은 없어서 수출을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퇴계로 애견 거리에서 만난 애견센터 사장들은 애견의 중국 수출이 크게 늘면서 외환위기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로 ‘중국 특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중국으로의 개 수출을 겨냥한 기업 형태의 비즈니스도 생겨났다. 한국SID(대표 황석천)는 올 4월 호주의 특수동물운송회사인 독테이너(Dogtainers)사와 향후 4년간 경주용 개인 그레이하운드 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 장지원(張志元) 기획실장의 설명에 의하면 한국SDI는 독테이너사로부터 모견(母犬)을 도입하여 일반 농가와 가정에 분양한 후 생산된 자견(子犬)을 되사서 독테이너사에 수출한다. 독테이너사는 한국에서 생산된 그레이하운드의 70~80%는 중국에, 나머지는 유럽으로 수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퇴계로에서 30여년 애견센터를 운영해온 우인범회장은 우리의 개 수출산업은 한계에 직면했다고 말한다. 엄청난 중국시장이 형성되다보니 국내에서 혈통이 좋은 개들이 거의 다 흘러갔음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 점을 착안, 한국의 애견 전문가들이 일본 개를 국내로 수입해 중국으로 역수출하는 실정이다. 또 90년대 초 우리가 중국으로 많이 수출했던 페키니스가 상당수 역수입되고 있다. 경기도 광주에서 애견 번식회사를 운영하는 최장일 사장은 “애견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좋은 혈통의 개를 잘 번식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계속 잡종 교배를 함으로써 혈통이 열성화되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자국의 개 6품종을 세계에서 공인받은 데 비해 우리는 진돗개, 풍산개, 삽살개 등 토종개의 혈통을 고정시키지 못한 것도 우리의 약점이다. 애견산업은 부가가치가 높으며 고용 창출, 탄탄한 내수기반과 함께 수출산업화 가능성이 높은 유망 산업이다. 전홍국 사장은 “혈통 좋은 개 한 마리를 수출하면 평균 200만원의 부가가치가 국내에 떨어진다”면서 정부가 정책적 차원에서 애견산업을 국가 주요 산업으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견(愛犬)문화와 식견(食犬) 문화의 공존 애견문화가 발달한 서양에서는 개를 기르는 것이 귀족들의 놀음이었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요즘도 국제적인 애견 쇼가 열리면 그 나라의 여왕이나 수상, 총리 등 국가 최고 지도자들이 참석한다. 삼성전자가 후원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애견박람회인 크라프트 도그 쇼(CRUFTS DOG SHOW)에는 4만마리의 개가 출전하는데 쇼가 열리는 동안 영국의 국영방송인 BBC가 매일 생중계할 정도로 전국민적 관심 속에 진행된다. 애견박람회는 외모가 우수하고 혈통이 우수하며, 후대의 번식에 좋은 영향을 줄 우수견을 선발함으로써 개들의 수준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화랑장’의 최장일 사장은 “혈통이 우수한 개를 국내에서 대량 번식하여 보급하면 수천~수만달러씩 들여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것의 대체효과는 물론 외국으로 수출하여 국가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차원에서 애견박람회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애견박람회의 궁극적 목적은 '번식'을 위해서다. 전람회에서 혈통이 우수한 개가 우승을 하면 이를 종자견으로 활용하여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개를 대량 번식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에서 애견박람회를 돕기는커녕 방해만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불만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한강 둔치, 효창공원, 미사리 조정경기장 등을 애견박람회 장소로 요청했으나 허가가 나지 않아 3년째 잠실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초라하게 애견박람회를 열고 있다. 우리의 애견문화 수준뿐만 아니라 국가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식견(食犬), 이른바 보신탕 문화다. 서양에서도 개를 먹는 문화는 존재했지만 소나 돼지, 닭 등 단백질 섭취용 동물을 대체식품으로 공급함으로써 소멸됐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명절 등 특별한 날을 제외하곤 단백질 섭취 수단이 극히 제한되어 있어 식견문화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윤신근 원장은 “최근 들어 대체식품이 크게 발달했는데도 여전히 개를 먹는 관습이 계속되는 것은 우리 국민의 아집과 국수주의적 감정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최지용 이사는 개고기는 소나 돼지, 닭고기에 비해 결코 인체에 좋은 음식이 아니라면서 개를 먹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남에게 혐오감을 주는 식생활은 국제화시대에 결코 바람직한 문화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개고기 연간 소비량은 10만t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는 돼지(83만t), 소(39만t), 닭(28만t)에 이어 4위다. 외국의 동물보호 단체는 한국에서 식용으로 개를 대량 사육해 연간 200만마리를 도살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문제는 축산물가공처리법상 개는 가축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도축이나 유통 등 일체의 위생관리가 법적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는 점이다. 김홍신(金洪信)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99년 8월 축산물가공처리법 제2조 ‘가축’의 범주에 개를 포함하는 내용의 ‘축산물가공처리법 중 개정법률안’을 제출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자신도 애견가라고 밝힌 김 의원은 “개고기를 파는 업소가 즐비한 데도 불구하고 관련 법규 미비로 위생관리 등이 제대로 안되기 때문에 국민건강에 해가 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개는 개답게 키워라?! 안용근 충청대 교수는 애견문화를 서구문명의 부정적 영향의 하나로서 가족제도 붕괴에 따른 것으로 분석한다. 강종일(姜鍾日) 충현동물병원장은 “애견은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생명 존엄사상을 통해 범죄 예방에도 도움을 주고, 재소자 교화 역할 등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아직은 '애견 후진국'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증거가 ‘애견 거리’로 알려진 퇴계로 일대다. 익명을 요구한 애견 전문가는 “500m 정도의 거리 양쪽에 50여 개의 애견센터가 밀집해 있어 한 마리의 개가 감기나 장염, 간염, 공기로 감염되는 전염병에 걸리면 삽시간에 이웃 가게로 전염되는 등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영세한 번식업자들이 비위생적인 상황에서 번식을 하기 때문에 강아지들의 면역성이 떨어지고 근친 번식, 잡종화로 개들이 열성·저질화되어 가고 있다는 점. 윤원장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개가 가장 허약한 편이라서 소비자와 애견센터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우인범 회장은 “소비자를 만족시키려면 번식 업체에서 혈통 좋고 건강한 강아지를 생산, 공급해야 하는데 아직은 번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애견 주인들이 개를 '상전'처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남동현과장은 “개는 늑대에서 분파된 동물로서 집단생활을 하는 습성 때문에 한 집단에서 자신의 서열이 몇번째인지를 본능적으로 정한다”고 한다. 때문에 가정에서 개를 키울 때 개가 주인을 ‘집단의 지도자’로 분명히 인식하게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삼성에버랜드 최윤주 팀장은 올바른 개 훈련법으로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했다. "개 주인은 폭력이나 힘이 아닌 방법으로 개에 대한 지배력을 가져야 한다. 모든 음식은 반드시 사람이 먼저 먹은 후 개에게 먹이를 주며, 침대와 가구 등 특정 장소에는 개가 출입하지 못하도록 배타 영역을 정한다. 문을 나설 때도 개가 사람보다 먼저 나서지 않고, 반드시 뒤따르도록 한다. 또 ‘앉아’ ‘일어서’ ‘이리와’ ‘기다려’ 등 기본적인 복종훈련을 해야 하며 개가 사람보다 더 강하고 빠르다는 인식을 주는 행동을 피한다." 이런 행동을 통해 개가 인간에 의해 통제될 수 있는 사회화 과정을 거쳐 ‘개는 개 답게’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애견문화가 발달한 영국에서는 '굿 시티즌 독 스킴(Good citizen dog scheme)'란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는 개가 사람과 더불어 살아 가기 위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에티켓을 훈련하는 것이다. 이런 훈련을 받지 않아 개가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쇼크를 일으키는 원인 제공을 할 경우 주인은 형사 처벌을 받고 개는 안락사(安樂死)시키도록 되어 있다. 애견 인구가 늘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개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개가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애견가의 기본적인 책임이자 의무다. -------------------------------------------------------<출처>주간조선
첫댓글 무지 긴 글이군요 안졸리나님 수고하셨어요^^
3/2읽다가 끝만 잃고 와우 엄청기네요 나머지는 내일 잃어야 겠어요 ㅋㅋㅋㅋㅋㅋ
눈 버리겠네요....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