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일본어로 옮기면 뭐라고 할까? 가장 가까운 표현은 '나사케요오샤나쿠(なさけようしゃなく, 情け容赦なく, 인정 사정 없이)'가 가장 어울릴 것 같다. 이 말은 많이 쓰이는 관용구이므로 외워둘 가치가 있는 것 같다.
하나하나 풀어보자. 맨 끝의 '나쿠(なく)'는 형용사 '나이(ない, 無い, 없다, 아니다)'를 부사로 변형시킨 꼴이다. '요오샤(ようしゃ, 容赦)'는 '용서'라는 말이다. 그리고 오늘의 주제인 맨 앞의 '나사케(なさけ, 情け)'는 우리말로 '정'에 해당하는 말이다.
'情'은 음으로 읽어 '죠오(じょう, 情)'라고 해도 우리말의 '정'과 비슷한 뜻이 되는데, '나사케(なさけ, 情け)'와는 조금 쓰임새가 다르다. 먼저 '죠오(じょう, 情)'는 '유우코쿠노 죠오(ゆうこくの じょう, 憂國の 情, 우국충정)' '코오오노 죠오(こうおの じょう, 好惡の 情, 호오의 감정)'같이 딱딱한 표현에 많이 사용된다.
또한 '죠오(じょう, 情)'는 '감정'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죠오니 웃타에르(じょうに うったえる, 情に 訴える, 감정에 호소하다)'같은 식이다.
이에 반해 '나사케(なさけ, 情け)'는 우리말의 '인정' '자비'에 더욱 가까운 말이다. '나사케가 아루(なさけが ある, 情けが ある)'는 '인정이 있다'는 뜻이고, '나사케아루 쇼치(なさけある しょち, 情けある 處置)'는 '관대한 조치'라는 뜻이다.
그런데 주의해야할 말이 하나 있다. '나사케나이(なさけない, 情けない)'다. '나이(ない)'가 없다는 형용사이기 때문에 '나사케나이(なさけない)'는 '인정이 없다'라는 말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한심하다'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사케나이 오토코(なさけない おとこ, 情けない 男, 한심한 남자)' '나사케나이 세이세키(なさけない せいせき, 情けない 成績)'처럼 매우 자주 사용하는 중요한 말이다.
우리말의 '인정없다'는 일본어로는 '나사케오 시라나이(なさけを しらない, 情けを 知らない, 인정을 모른다)'고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