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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한국만큼 단일 언어가 지배하는 나라는 드물다는 것이 역자의 말이다. 집에서 쓰는 말과 공공기관과 교육현장에서 쓰는 말, 언론과 법원에서 쓰는 말이 동일하다. 지역적으로도 차이가 없다. 하지만 미국만 해도 영어와 스페인어가 거의 공용으로 쓰이고 인도는 3~4개의 공용어가 있으며, 인도네시아는 아직도 신분에 따라 엄격하게 분리된 언어를 사용한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3~4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보통이다. 어찌 보면 단일 언어의 혜택 속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언어적 다양성에 대해 생각해보거나 관심을 가질 기회가 적은 것이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런 면에서 세계 곳곳의 다양한 언어에 대해 깊이 있으면서 흥미롭게 소개해주는 이 책은 의미가 남다르다. 또한 한국어도 20개 언어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세계에는 6,500 개 정도의 언어가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 이 책에 소개된 20개의 언어는 인구수를 기준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언어다. 당신이 만약 이 20개 언어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세계 인구의 4분의 3과 어느 정도는 언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수많은 언어 가운데 이 20개의 언어가 살아남아 널리 쓰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 언어들의 기원을 추적하고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때로는 핏빛 역사로 물든 언어 발달사와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들을 끄집어낸다. 해독이 불가해보이는 그들의 문장을 해독하고 보석 같은 어휘와 단어를 들려주며 독창성과 모방성을 비교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한 언어의 문법은 그것을 말하는 사람의 세계관을 반영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언어학과 문화사가 뒤섞인 흥미로운 문명기행이자 언어에 대한 지독한 탐구의 결과물인 〈바벨〉은 당신이
세상을 보는 방식,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말하는 방식을 바꿀 것이다.
🏫 저자 소개
가스통 도렌Gaston Dorren
가스통 도렌은 유럽 언어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을 담은 《링고Lingo》의 저자로, 그의 책은 〈텔레그래프〉에서 “복잡한 언어 사상에 대한 논의를 재치있는 문장과 놀라운 사실을 통해 이야기하는 인상적이고 진정 흥미로운 엄청난 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언어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이며 ‘languagewriter.com’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진정한 폴리글랏polygot(다개국어 사용자)인 저자는 네덜란드어, 림부르크어,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를 구사할 수 있으며 프랑스어, 아프리칸어, 프리시아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카탈로니아어, 덴마크어, 노르웨이어, 스웨덴어, 룩셈부르크어, 에스페란토어를 읽을 수 있다. 그는 또한 이 책을 쓰는 동안 베트남어를 배우기도 했다.
🏫 목차
서문 _ 스무 개의 언어: 세계의 절반 · 4
20 베트남어 - 언어 등반하기 · 13
19 한국어- 소리와 감성 · 43
18 타밀어- 죽고 사는 문제 · 69
17 터키어-회복할 수 없는 개선 · 87
16 자와어- 높여 말하기, 낮춰 말하기 · 109
15 페르시아어- 제국의 건설자들과 건설 노동자들 125
14 펀자브어- 성조는 메시지다 . 149
13 일본어- 언어적 성분리정책 · 167
12 스와힐리어- 아프리카의 무심한 다중언어 · 181
11 독일어- 중앙 유럽의 괴짜 : 205
10 프랑스어- 다름에 죽음을 ! . 223
9 말레이어 -승리의 언어 · 243
8 러시아어- 인도유럽어족이라는 것에 대해 · 263
7 포르투갈어 - 기대 이상의 성과 · 281
6 벵골어 - 아부기다 세계 대표들 · 301
5 아랍어 - 아랍어 콘사이스 사전 · 327
4 힌디-우르두어_ 하나인가, 둘인가 349
3 스페인어 _ Ser냐 estar냐, 그것이 문제로다. 371
2 북경어 _ 신화적 중국 문자 · 389
26 한자와 일본어 · 409
1영어_ 특별한 공통어? · 421
참고 자료 · 442
감사의 글 : 447
옮긴이의 말 , 450
사진 출처 : 454
📖 책 속으로
하지만 베트남어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꽤 쉬울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기 시작한 바로 그 때, 작은 악마들이 나타나 괴롭히기 시작한다. 첫 번째 악마는 인칭대명사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베트남어의 인칭대명사 문제는 그 수가 너무 많다는 데 있다. 단순히 ‘나’ 또는 ‘너’라고 말하지 않는다. 수많은 ‘나’와 ‘너’ 중에서 골라야 한다. 부분적으로는 성별에 따라 달라지지만 나이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어떤 대명사를 고르느냐에 따라 특정한 관계가 만들어진다. ‘나’를 뜻하는 가장 중립적인 단어인 또이to?를 사용한다고 해도 진짜로 중립적인 것은 아니다. 이 단어를 사용하면 몹시 쌀쌀맞게 들리며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P/21~22
그렇다면 한국어 소리의 어떤 면이 이 소리들을 상징적으로 만드는 것일까? 이 소리들은 정말로 스스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런 단어들의 의미에 대해 짐작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물론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감감, 깜깜, 캄캄의 정확한 뜻을 예측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단어가 첫 번째 단어보다 더 진한 어둠을 뜻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는 것 정도는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P57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가 가진 아름다움과 풍부함, 생각의 모든 미묘함을 표현할 수 있는 월등한 능력을 극찬한다. 특히나 프랑스 사람들이 그렇고, 아랍인들도 마찬가지다. 영국인들도 그렇다.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9,000만 명의 사용하는 타밀어 사용자들도 역시 자신들의 언어를 신성한 것으로 여기며, 타밀빠루Tamil?ppar?r?u를 당연하게 여긴다. 역사학자 수마티 라마스와미Sumathi Ramaswamy가 번역한 바에 따르면 타밀빠루는 ‘타밀에 대한 헌신’이라는 뜻이다. 타밀어는 그들에게 신격화되어 여신으로 칭송받는다. 좀 더 자세히 하자면 타밀어는 여왕이자 어머니, 동정녀 마리아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P/72
우리가 ‘개, 읽다, 가까이’라는 단어를 말한다고 해서 누구 하나 놀라 눈을 깜빡이지 않는다. 그런데 자와어에서는 약 천여 개의 일상적인 단어들이 각각 격식체 동의어를 가지고 있으며, 이 단어들을 집합적으로 부르는 이름이 크라마다. 격식을 차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크라마 단어들을 사용해야 한다. 우리는 ‘개, 읽다, 가까이’라는 단어를 ‘견공, 숙독하다, 부근’에로 바꿔 사용할 수 있지만, 아무리 고상한 척하는 사람이라도 ‘개, 읽다, 가까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격식이 없다고 비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와어는 다르다. 법정 같은 공식적인 상황에서는 크라마에 동의어가 존재하는 응오코 단어들은 절대 사용이 허락되지 않는다. 그리고 법정과 같은 특별한 상황에서만 응오코 단어들이 거부당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잘 모르는 두 사람이 대화할 때도 응오코가 아닌 크라마를 사용해야 한다. P/114
그런데 다리우스가 페르시아어로 제국을 다스리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러면 그는 무슨 언어를 사용하여 제국을 다스렸는가? 아람어를 사용하여 다스렸다.
아, 예수가 사용했던 언어를 말하는 것인가? 맞다. 다리우스 이전에는 관리들이 엘람어를 사용했다. 아람어로의 전환은 다리우스가 직접 주장한 것이라고 한다. 엘람어와 아람어 그리고 페르시아어는 서로 완전히 다른 언어다. P/131
한 세기만에 페르시아인들은 이슬람교에 아주 진한 문화적 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아랍어는 여전히 종교의 언어로 남아 있었지만 페르시아어는 중동과 남아시아 전역에서 고급 문화를 의미하는 언어가 되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아랍어와 페르시아어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후에 터키어가 이 지역의 패권 언어가 되었을 때, 터키어는 이 두 언어 모두의 영향으로 많이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오스만 터키어가 되었다.
페르시아어를 살펴보자면, 주로 두 가지 측면에서 아랍어화되었다. 첫째, 페르시아어는 아랍 문자를 받아들였는데, 아랍어에는 없지만 페르시아어에서는 중요한 네 개의 자음을 추가해서 받아들였다. 둘째, 페르시아어는 아랍어에서 수많은 어휘를 들여왔다. 오늘날 페르시아어 사전에 실린 단어의 절반이 아랍어 단어라고 추정되고, 페르시아어 글을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약 20퍼센트 정도가 아랍어 단어다. P/143
일본이 바깥 세계에 문을 연 이후 급속한 현대화를 겪던 19세기 후반부터 일본의 (성적으로 구분된) 언어는 새로운 단계에 도달했다. 우선 이때까지 다양한 방언들이 사용되던 일본어가 표준화되었으며, 다음으로는 여성과 남성 사이의 동등한 권리에 대한 개념이 도입되었다. 하지만 여성과 남성의 언어가 구분되는 것은 ‘동등하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것으로 해석되었고, 새로운 일본어도 역시 남성어와 여성어에 차이가 존재했다. 심지어 1879년의 한 칙령에서는 성적으로 구분된 일본어의 특징을 장려하기도 했다. 1886년에 보편적 초등교육이 도입되었을 때,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 모두 초등교육을 받을 수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교과서는 달랐다. 여자아이들을 상대로 한 (1893년도의) 한 교과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말하는 것을 자제하라. 고의로 중성적으로 말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 직설적인 말은 속물적이다. 여성의 좋은 말이란 귀에 거슬리지 않아야 하고 부드럽고 사랑스러워야 하며, 여성은 이성적으로 말하지 않아야 한다. (……) 여성이 아는 척하며 영리하게 말하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 P/178
당연하게도 아프리카 사람들도 자신들의 모국어를 사용한다. 모국어의 개수는 누구에게 물어보느냐에 따라 1,000개, 2,000개 또는 3,000개가 넘을 수도 있다.* 따라서 아프리카에서 서로 다른 모국어를 사용하는 배우자를 만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은 조나스처럼 이중 언어를 사용하며 자랄 가능성이 높다. 정확히 말하자면, 조나스는 ‘모국어’를 어머니에게 배운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친척들에게 배웠다. 조나스의 어머니는 지역의 문화에 따라 아이들에게 말할 때 남편의 언어를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P/191
영국과 미국 학교에서 가장 흔하게 가르치는 외국어는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다. 이 세 가지 중에서 흔히들 독일어가 가장 어렵고, 힘들다고 한다. 독일어를 배우는 과정은 너무 지루하고 괴로운 과정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영어권뿐만 아니라 스칸디나비아 사람들과 네덜란드 사람들도 역시 이렇게 생각한다. 이들의 언어는 영어에 비해서 독일어와 훨씬 더 비슷한데도 말이다. 독일에서도 “독일의 언어, 어려운 언어deutsche Sprache, schwere Sprache”라고 자주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독일인 스스로도 외부의 평가에 동의하는 것처럼 보인다. P/207
높은 위상을 가진 언어는 특별히 풍요롭고 조화로우며 심지어 신격화까지 가능한 우월한 언어라고 오인되기 쉽다. 그리스어·중국어·산스크리트어·라틴어·아랍어·영어를 사용한 많은 사람들이 이 덫에 빠졌고,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이 덫을 피하지 못했다(피하려고 열심히 노력한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프랑스의 엘리트 계층은 프랑스어가 가장 아름다운 언어라고 생각했고, 그 아름다움을 사랑했다. 문법학자 도미니크 부우르 주교는 1671년에 이렇게 적었다. “모든 언어들 중에 프랑스어야말로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매끈한 발음을 가지고 있다. 중국인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아시아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며, 독일인들은 툴툴거리고, 스페인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며, 이탈리아인들은 한숨을 쉰다. 그리고 영국인들은 휘파람을 분다. 오직 프랑스인들만이 제대로 말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프랑스에서는 ‘아름다운 언어’라는 표현이 ‘프랑스어’와 같은 의미로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P/234
약 500여 년 전에 포르투갈어와 네덜란드어는 작은 나라에서 한정된 수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였다. 그리고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공화국은 식민 제국을 세우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두 언어의 운명이 엇갈렸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포르투갈어 사용자는 엄청나게 증가했고, 또한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네덜란드어는 그렇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주 간단히 대답하자면 이렇다. 포르투갈어 사용자들이 적시적소에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네덜란드어 사용자들은 그렇지 못했다. P/297
이슬람교도인 (대다수) 아랍인들에게 아랍어는 신께서 무함마드에게 코란Koran을 통해 내려주신 축복받은 언어다. 아랍학자이자 언어학자인 클리브 홀스Clive Holes의 말에 따르면, 아랍어는 “부자, 가난한 사람, 배운 사람,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이슬람교의 문화적 유산으로 존경받는다. (……) 아랍어의 아름다움을 능가할 것이 없으며, 아랍어는 감동을 전하는 천상의 언어이며 완벽한 균형과 간결함을 가졌다”고 한다. 아랍인들은 프랑스어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유별난 사랑이 무색할 정도로 자신들의 언어를 흠모한다. P/330
🖋 출판사 서평
예수는 과연 무슨 언어를 사용했을까? 알렉산더 대왕과 징기스칸이 썼던 말은 무엇일까? 영어가 세계 공용어가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그렇다면 영어는 다른 언어에 비해 그만큼 탁월한 언어일까? 왜 프랑스어는 아름답다고 말할까? 페르시아어와 아랍어는 어떻게 다른가? 포르투갈어가 그토록 많이 퍼진 데 비해 비슷한 식민지를 두었던 네덜란드어가 그러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언어에도 성별이 있는 걸까?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20개의 언어를 언어학을 기본 배경으로 하여 문화적, 역사적, 사회적 때론 정치적으로 살펴본 〈바벨〉은 이용자수가 적은 순서대로 베트남어에서 시작하여 한국어, 타밀어, 터키어 등을 거쳐 이용자가 가장 많은 영어로 끝나는 언어여행기다. 책을 통해 독자들은 위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언어에 얽힌 역사와 인물, 사건들을 접할 수 있고,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각기 어떤 언어를 어떻게 구사하고 있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대개 한국어가 배우기 어렵다고 하지만, 각 언어들은 대개가 고유한 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배움의 우열을 가리기 어렵고, 어느 언어가 더 낫다고 말하기 어렵다. 비록 이 책에서 인용한 바에 따르면, ‘독일어’가 20개 언어 가운데 가장 어려운 ‘괴짜 랭크’ 1위를 차지했지만 말이다. 영어가 세계적인 공용어가 되었다고 해서 영어가 다른 언어보다 더 우월하다고 볼 수 없는 것도 그 이유다. 세계적인 언어가 된 것은 그 때, 그 시점에, 적절한 장소에 있었기 때문인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앞으로 영어가 계속해서 세계 공용어의 지위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
각 나라마다 자국의 언어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사람들은 문학작품과 각종 문헌, 혹은 노래를 통해 자신의 언어를 찬미하고 기린다. 어쩌면 그중에 으뜸은 프랑스어일 것이다. 1671년 프랑스의 문법학자인 도미니크 부우르 주교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언어들 중에 프랑스어야말로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매끈한 발음을 가지고 있다. 중국인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아시아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며, 독일인들은 툴툴거리고, 스페인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며, 이탈리아인들은 한숨을 쉰다. 그리고 영국인들은 휘파람을 분다. 오직 프랑스인들만이 제대로 말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언어에 대한 자긍심이 하늘을 찌르는 경우다. 이에 질세라 아랍어 이용자들은 자신들의 언어를 이렇게 찬양한다.“부자, 가난한 사람, 배운 사람,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이슬람교의 문화적 유산으로 존경받는다. (……) 아랍어의 아름다움을 능가할 것이 없으며, 아랍어는 감동을 전하는 천상의 언어이며 완벽한 균형과 간결함을 가졌다.”
때로 언어는 강제되기도 한다. 일제강점기 때 한국이 그랬듯이, 지배계층이 특정 언어의 사용을 강제하는 경우, 목숨을 걸고 저항하는 경우도 있었다. 타밀어가 그런 운명이었다. 때로 정부가 나서서 언어 체계를 확립하고 국민들에게 쓸 것을 일방적으로 알리는 경우도 있다. 근대 터키어가 그랬다. 한국어의 경어 체계가 너무 까다롭다고 생각하지만 인도네시아 자와어의 엄격한 격식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다섯 단계의 격식을 가진 자와어는 말을 하는 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말을 쓰는 것이 당연하며 그 사람과 관련된 행위, 물건에 대한 단어도 조금씩 다르다. 공식석상의 언어와 집안에서의 언어도 다르며 주인이 쓰는 말과 하인이 쓰는 말이 다르다. 하지만 이들은 이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이와 비슷하게 베트남어로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나 많은데, 나이에 따라 성별에 따라 상황에 따라 화자는 적절한 것을 골라서 써야 한다.
아프리카로 건너가면 여기야말로 각종 언어의 용광로이다. 수백에서 수천 개의 언어(정확히 모름)가 현존하는 아프리카에서 사실상 공용어는 없으며, 가장 널리 쓰이는 언어는 ‘스와힐리어’다. 책에 소개된 카메룬 출신의 조나스는 5가지 언어를 구사하는 폴리그랏인데, 아프리카에서는 이렇게 2~3가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많다. 아프리카인들이 언어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나서일까? 이들을 둘러싼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환경이 이들에게 그런 다중언어 습득을 유도하는 것일 수도 있다.
구양성서에 나오는 ‘바벨’은 ‘혼돈’을 뜻한다고 한다. 우리는 6천 개의 언어가 존재하는 ‘바벨’에 살고 있다. 얼마나 아름다운 다양성인가! 모든 언어를 통역하는 ‘바벨피시’가 나온다고 해도 이토록 다양한 언어의 세계는 그대로 존재할 것이다. 언어는 그걸 말하는 사람의 세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