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가라 산, 내봉 산, 망산)
일시: 2007. 5. 12. 토. 비.
참석인원 : 6명
위치 : 경상남도 거제 시 남부면
안내 : 없음
코스 : 탑보 리-가라 산-망 등-저구고개-sk주유소(중식)-갈지 대-내봉 산-호연 암-망산-
명사초등학교
소요시간 : 5시간 5분
토요일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접했으나 왠 만하면 큰비는 아닐 것이라 여기고 집을 나섰다. 당초 코스는 황매 산이나 만원이라 ‘꿩 대신 매’라고 거제도 망 산을 가기로 했다. 범어 로타리를 떠난 버스는 논공, 현풍, 남강휴게소에 들러 설렁탕 한 그릇으로 아침을 하고 통영을 지나 두 시간 여 만에 거제도를 달린다. 통영을 지나니 경상 대에 재학 중인 둘째딸이 생각나 폰을 눌러도 안 받는다. 10:25 출발지 탑보 리에 도착하니 구름만 낀 하늘 아직 비 소식은 없다. 우리가 탄 버스는 그의 만원이나 어린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은 소 매물도를 가기로 하고, 나를 포함한 네 명은 지도에 있는 가라 산, 내봉 산, 망산 세 코스를 가기로 했다. 여성 가이드랑 다른 한명은 내봉 산, 망 산을 간다. 여성 한명이 낀 우리 네 명은 탑보 리에서 먼저 내렸다. 이왕 마음먹은 산 완전 정복이다. 거제도하면 생각난다. 몇 년 전, 거제대교 하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그날도 비가 내렸다. 그 이후 초등학교 동창생과 나들이 와 대교를 바라보며 유람선을 탄 추억, 오늘은 거제도의 최고봉, 가라 산을 오르니 거제 3행 마스터 코스라 할까. 자부심을 느끼며 숲길을 오른다. 안무가 눈앞을 가려도 앞서가는 젊은이들의 걸음은 빠르다. 섬나라 이곳은 숲도 이색적이네. 산등성은 주로 열대성 식물로 분포를 이룬다. 난 눈앞에 펼쳐진 숲이 좋아 걸음을 자꾸 멈춘다. 비스듬한 오르막길 만만치 않다. 이름모를 풀은 융단처럼 깔려있다. 비가 안 오면 그대로 풀숲에 덜렁 눕고 싶다. 11:10 해발 585m 가라 산 정상이다. 요란하지 않고 포근하다. 사인방은 사진을 서로 찍어주며 헬기장을 지나 망 등에 오르니 급경사지다. 다시 돌아 나와 경사지를 진행 저구고개를 향하니 여태 참아온 하늘이 심술을 부린다. 서서히 내린 비는 조금도 양보할 줄 모른다. 가라 산을 하산하니 이미 시간은 정오를 지났다.
빗방울이 굵어 산에서는 도저히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내가 권했다. 주유소 한 쪽 가게에 들러 비에 젖은 옷을 털며 가족처럼 중식을 즐긴다. 식사 중 얘기하니 세분들도 대구 시 공무원이네. 식사는 끝나도 비는 그칠 줄 모른다. 하지만 포기는 할 수 없지. 일행은 다시 젖은 신발 끈을 매고 스틱을 잡았다. 도로변에 세워진 망산 간판이 예사롭지 않다. 비 내리는 산길 제2의 출발 코스 시간은 13:00 일행은 인내로서 다시 길을 재촉했다. 더 이상 비가 안 내리면 남해 절경을 즐길 수 있으련만... 정말 비는 무섭도록 내린다. 숲길을 빠져 나갈 땐 마치 어린시절 영화에서 본 듯한 베트콩 부대를 연상시킨다. 오르막길 배가 불러도 탈이다. 앞서가는 친구들은 “아휴, 배불러 못가겠네” 하였다. 이래저래 고행 길. 참다 보니 평화로운 숲길도 보인다. 난 혼자서. “ 아휴, 산은 이 재미로 안 오는가. 평탄 길에 올라서니 애인 생각도 안 나지?” 하니 다들 웃었다. 이따금씩 새소리가 들려오고 비 내리는 오솔 길엔 두꺼비 새끼들이 여기 저기 기어 다닌다. 쉴 새 없이 내리는 비에 몸은 젖었고 신발은 어느새 물이 찬다. 바지는 몸에 딱 붙어 걷기가 불편하다. 바람이 불어오니 한기를 느낀다. 또 감기 걸릴까, 내일은 관내 행사도 있는데... 하지만 부질없는 생각 여기서는 전진만이 살 길이다. 어느새 내 봉 산을 지났을까. 산세가 밋밋해 구분이 안 간다. 포켓에 넣은 지도는 이미 물걸레처럼 변했다. 어느 갈림길에서 일행은 부부를 만나 망산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걸음은 잠시도 쉴 새가 없다. 비는 사정없이 내린다. 14:45 사인방은 해발 397m 망 산에 도착, 정상 주 막걸리 한잔에 빗물을 담아 마시니 그 기분 너무 통쾌하다. 이러한 자리 너무 행복하지 않은가. 산을 오른 형제들의 웃음은 절로 나네. 맑은 날은 여기서 홍도, 욕지도, 소 매물도 등 남해안 다도해를 감상할 수 있을 텐데... 안내 그림을 보고 하산하려니 걸음이 말을 안 듣는다. 하산 길은 급경사는 아니나 종일 걸은 탓일까. 또 무릎이 시큰둥하다. 조심조심 명사해수욕장 초등학교 앞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15:30, 내 몸은 소나기에 젖은 생쥐 꼴이고 상처뿐인 영광이다.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운전기사는 에어 호스를 바지에 갖다 대더니 흙먼지를 털며 “정말 고생 많이 했습니다” 라고 말 했다. 여기서 난 피붙이 생각에 다시 폰을 누른다.
딸애는 전화를 받더니 “아빠, 거제도는 왜 왔어?” 한다. 내가 평소 염불처럼 하는 말. “공부 열심히 해” 하는 아빠의 말은 명사해수욕장 앞바다 물살처럼 울려 퍼진다. 차 안에서 몸을 떨며 한 참을 쉬노라니 소 매물도 가족들이 합류 버스는 서서히 바닷가를 떠났다. 오늘은 다들 가라 산, 비에 젖은 나무들이다.
첫댓글 아름다운 산행에 동참해 봅니다
즐거운 산행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