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에서의 한때
이사람
기차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휴게소 우동 한 그릇처럼
기다림의 시간은 다소 뜨겁고 시끌벅적했다
잠시 달아올랐다
식어버릴 일회용 종이컵 같은
자판기 앞에서의 우리
속주머니에 구겨진 차표가 있음을
더듬어 짐작할 뿐
언제인지 어디로인지 모르는,
그리하여 사소한 것들에 부지런히 재잘거리는
위생병원에 들러야 한다던 아버지는
눈인사도 없이
급히 새벽 기차를 탔다
가족이란 본딧말이
속수무책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기차가 떠난 자리엔
어린 조카의 힘찬 울음소리
플랫폼에 한 무리씩 모인 우리들
아내는 핸드폰으로
지난날을 다시 불러들이고
첫째는 어린 날을 도화지 속으로 날려 보내고
둘째는 재미 삼아 분유를 엎질렀다
플랫폼 앞으로 바싹 다가선 어머니가
차표를 만지작거릴 때마다
나는 담배 연기 속으로 숨었다
기차가 지나고 나면
떠난 가족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다
나는 알지 못했으므로
아니, 안다고 바뀌는 게 없다는 걸
모른 척했으므로
그저 오고 가는 기적 소리는 무심했다
그렇게 가족이란 기차는
유모차처럼 소란스럽게 들어왔다
상여처럼 조용히 빠져나갔다
카페 게시글
詩詩한 요일
플랫폼에서의 한때 / 이사람
이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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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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