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 온양ㆍ온산ㆍ서생 등 남울주 지역 주민과 이곳 공단 근로자 약 10만 명이 응급의료 시설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한다. 지난 1992년 개원된 남울산 보람병원이 재정적자를 못 이겨 지난 2월 폐쇄됐기 때문이다. 병원 측에 의하면 지난 2009년 남울주 지역이 `응급의료 취약지`에서 제외되면서 정부 보조금이 절반 이하로 급감하는 바람에 연간 10억원 씩 지금까지 총 100여억원의 적자가 누적돼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돈만 있었으면 응급시설을 갖춘 병원이 그대로 존치됐을 것이고 시민 10만여 명이 순간적인 생명의 위험에 노출되지도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심장이나 혈관계통 응급환자는 단 몇 분 차이로 삶과 죽음을 달리한다. 10분 안에 응급처치를 받으면 생명을 건질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목숨을 잃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런데 남울주 주민들은 응급상황에서 응급의료 시설을 갖춘 울산 도심지역 종합병원까지 가는데 적게는 40분에서 최고 60분이 걸린다. 병원 운송과정에서 사망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고 봐야 한다.
이런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1992년 정부가 남울주 지역에 지원금을 줘가며 응급의료 시설을 운영했는데 운영할 돈이 모자라 그 병원이 결국 다른 시설로 방향을 전환하고 말았다. 울주군이 지난 2000년 이후 남울주를 포함한 지역 주민들을 위해 활용하라며 지금까지 한국전력으로부터 넘겨받은 원전특별지원금은 무려 1천 182억원에 달한다. 한해 100억원 가까운 지원금을 받은 셈이다. 그런데 울주군은 이 돈을 엉뚱한 곳에 쏟아 부었다. 面에 따라 체육시설이 2개씩이나 건설될 정도로 헛발질을 해댔다. 지난해 울주 체육공원 건설에 500억원이 투입된다는 사실이 드러나 시민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졌었다.
이 돈의 5분의 1만 투입했으면 남울주 시민 10만명이 지금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고 편히 잠잘 수 있을 것이다. 고열에 허우적대는 어린아이, 갑자기 호흡이 멎은 노부모를 들쳐 업고 1시간씩 부산으로, 양산으로 달려가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이 전 응급시설을 다시 되돌리긴 어려워 보인다. 郡立병원을 세우는 수밖에 없다.
울주군 인구의 7분의 1 수준인 강원도 정선군에 응급실을 갖춘 전국 유일의 군립병원이 있다고 한다. 그 쪽은 산악지역에다 오지여서 군이 자체 예산으로 병원을 운영한다고 치자. 한해 수백억 원의 원전지원금을 받는 울주군은 이보다 훨씬 좋은 조건 아닌가. 원전지원금을 투입하면 이보다 훨씬 더 나은 응급시설을 구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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