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내내 채소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천정부지로 치솟지 않는 채소가 없을 정도입니다. 최근에 채소값 급등을 폭염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폭염이 없던 봄부터 제 가격을 유지하는 채소류가 없다고 보입니다. 무언가 농수산물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긴 농수산 가격 파동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고질병처럼 되어버린 중간 유통과정 문제에서부터 생산지 가격과 소비지가격의 차이가 이만 저만한 것이 아닙니다. 정부가 중간 유통과정을 손 보겠다고 한 것이 벌써 오래전의 일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예전 그런 분위기에서 진전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외국은 벌써 식량무기화에 돌입했는데 한국은 아직도 대책마련에 소홀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요즘 장보기가 정말 겁나다는 소리가 큽니다. 일년 내내 들은 소리지만 말입니다. 요즘 동네 마트에서는 배추 3포기가 든 배추 한 망 가격이 4만 5천원정도입니다. 예전에는 만원정도였던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상품으로 말입니다. 배추가격이 기승을 부렸던 추석때는 한 포기에 2만원이 넘었는데 그래도 지금은 1만 5천원정도로 내린 것이라고 합니다. 서민들 입장에서 구입하기가 사실상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배추대란이 벌어지자 정부는 급기야 중국산 배추 수입을 통해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중국의 채소 특히 배추를 바라보는 시각이 좋지 않습니다. 뭔가 기생충에 잔뜩 감염된 그런 배추를 연상하기 때문입니다.
식품류의 가격 폭등은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닙니다. 극심한 가뭄 피해를 입은 지중해 연안 국가들은 올리브 생산 감소에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전 세계 올리브유 절반을 생산하는 스페인은 가뭄으로 열매가 맺히지 않아 올리브 농사에 치명타를 입었습니다. 올리브유 가격은 50%나 올랐고 현지에서는 올리브유 절도단까지 등장했을 정도입니다. 이탈리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 최대 오렌지 수출국인 브라질도 극심한 가뭄탓에 가격이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오렌지 주스 생산을 포기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과 베트남에서도 물 부족으로 커피 수확량이 급감하자 가격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세계 식량 가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도 채소류뿐 아니라 과일류도 그야말로 역대급 폭염의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올해로 그치는 것이 아니고 이제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간혹 정상적인 기후를 보이기도 하겠지만 이제는 이상 기후가 일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농정으로는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는 것과 마찬가지 이야기입니다. 일단 농업전반에 혁신이 필요합니다. 중간 유통과정에서 농간을 뿌리뽑아야 하는 것은 물론 더욱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농업관리가 필수적입니다. 어느해에 배추파동을 겪으면 그 다음해에는 배추만 심어서 과잉생산으로 또 파헤쳐버리는 그런 악순환을 한국 농업계에서 숱하게 보아온 것들 아닙니까. 그리고 농민들은 머리띠 두르고 트랙터를 끌고 시위에 나서는 그런 광경은 이제 지긋지긋하게 본 답답한 광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농업은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있듯이 인간의 의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관리하고 파악하고 유통과정을 순리대로 하게 하면 그렇게 하늘탓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농업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정부에서 올해 12월부터 이른바 텃밭을 가지고 취미로 농업을 경험하고 싶은 도시인들을 위한 조치를 강구하고 있습니다. 농촌 체류형 쉼터가 대표적입니다. 그런 도시민들의 텃밭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방법입니다. 도시인들이 스스로 먹을 수 있는 채소정도를 키운다면 채소파동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러시아도 다차같은 주말 쉼터를 활용해 국민들의 먹거리 걱정을 해결한 것에서도 해답을 얻어야 합니다. 또한 농민들의 영농사업을 체계화해서 한해 한해 쏠림적 영농에서 벗어나게 해야 합니다. 물론 농민들이 얼마나 정부의 지시를 순순히 따를 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정부의 정책이 믿을 만하다는 인식이 들 때까지 부단하게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지금 전세계는 식량 무기화에 돌입하고 있습니다.2022년 2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그런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식량을 보유하지 못한 나라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국민들이 배고프게 되어 있습니다. 식량가격은 더욱 치솟을 것이고 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은 살벌하게 치열해질 것입니다. 아마도 세계 3차대전은 식량난때문에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신뢰감을 주고 있습니다. 요즘 배추대란을 보면서 식량 자급의 중요성이 더욱 각인되는 시점입니다.
2024년 9월 27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