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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면경(蓮華面經)
연화면경 상권
수(隋) 천축(天竺)삼장 나련제야사(那連提耶舍) 한역
심삼진 번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毘舍離)의 원숭이 못[獼猴池] 언덕 위의 대중각(大重閣) 강당에 계셨는데, 머지않아 목숨이 다하실 무렵이었다. 이때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나와 함께 파파성(波波城)에 가자. 그곳에 비사문덕(毘沙門德)이라는 장자(長者)가 있는데, 그를 교화하려고 한다.”
아난이 아뢰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부처님을 수행하며 가는데 성에 들어가기 전에 발제하(跋提河)가 있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매우 피곤하구나. 물에 들어가 목욕을 하고 싶다.”
이때에 세존께서 울다라승(鬱多羅僧)을 벗어 강 언덕 위에 두고 물에 들어가 씻으시면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래 몸의 서른두 가지 특징[相]을 마음껏 보아라. 스스로 장엄한 이와 같은 몸은 석 달 뒤면 열반에 들 것이다.”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한 번 여래의 몸을 보아라. 마치 우담발화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야 피어나되 한 번 핀 모습을 만나기가 매우 어려운 것과 같다. 부처의 몸은 그 꽃보다 백천만 배나 보기 어렵고 만나기 어려운데, 이와 같은 몸은 석 달 뒤에는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한 번 여래의 몸을 보아라. 마치 머리에 쓰는 화관을 만드는 사람이 온갖 빛깔과 다채로운 향기의 꽃을 실로 꿰어 화관을 만들면 보는 이가 기뻐하는 것과 같다. 여래의 몸은 서른두 가지 모양과 여든 가지 세세한 특징으로 스스로를 장엄하였으니 염부제(閻浮提)의 금빛과도 같은 눈부신 빛이 둥글게 몸 주위에 한 길이나 빛난다. 이와 같은 몸이 석 달 뒤에는 반열반(般涅槃)할 것이다.”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한 번 여래의 몸을 관찰하여라. 삼십삼천(三十三天)의 사람이 살고 있는 땅은 1백 가지 보배로 장엄되었고, 또 여러 가지 음악과 쾌락이 있다. 저 모든 하늘 사람들은 저 보배의 땅과 하늘 음악과 쾌락을 한시도 떠나지 않지만 또한 저 땅의 보배의 빛을 기억하지 못한다. 이와 같이 부처님 몸의 서른두 가지 모양은 두루 관찰할 수 없으니 낱낱의 모양을 관찰하지만 마음으로 능히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몸이 석 달 뒤에는 반열반할 것 이다.”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한 번 여래의 몸을 관찰하여라. 비유하면 마치 해와 달은 큰 위엄과 덕망과 신통한 빛이 있으나 부처님의 몸 주변에 있으면 죄다 가려져 나타나지 못한다. 이런 까닭으로 부처님 몸은 해나 달보다 뛰어나 가장 높고 가장 훌륭한데 이와 같은 몸이 석 달 뒤에는 반열반할 것이다.”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사자가 모든 짐승 가운데 왕이고, 제석천의 대이라발(大伊羅鉢) 코끼리가 모든 코끼리 가운데 왕인 것처럼, 부처님 몸도 그러하여 큰 세력을 갖추어 독보적이고 두려움이 없다. 이와 같은 몸이 석 달 뒤에는 반열반할 것이다.”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여래의 몸을 관찰하여라. 수미산왕(須彌山王)은 네 가지 보배로 이루어졌고 큰 바다에 있으나 편안히 머물러 움직이지 않는다. 그 바탕이 견실하여 티가 없고 틈이 없다. 여래의 몸은 나라연의 힘보다 백천만 배 더 힘이 세니 비교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몸이 석 달 뒤에는 물러나 반열반할 것이다.”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래의 몸은 발[足]이 없거나 두 발이거나 많은 발을 가진 중생과 형체[色]가 있거나 형체가 없거나 생각이 있거나 생각이 없거나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닌 중생들 가운데서 가장 높고 가장 뛰어나다. 이와 같은 몸이 석 달 뒤에는 물러나 반열반할 것이다.”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소천세계(小千世界)는 천 개의 해, 천 개의 달, 천 개의 수미산(須彌山), 천 개의 불우체(弗于逮), 천 개의 구야니(瞿耶尼), 천 개의 울달라월(鬱怛羅越), 천 개의 염부제(閻浮提), 천 개의 사천왕(四天王), 천 개의 삼십삼천(三十三天), 천 개의 제석천왕(帝釋天王), 천 개의 염마천(炎摩天), 천 개의 염마천왕, 천 개의 도솔타천(兜率陀天), 천 개의 도솔타천왕, 천 개의 화락천(化樂天), 천 개의 화락천왕, 천 개의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 천 개의 타화자재천왕, 천 개의 범신천(梵身天), 천 개의 대범천왕과 같다. 이와 같은 소천세계에 가득한 모든 하늘 사람이 여래의 얼굴 모습을 보려고 아무리 다녀도 보지 못한다. 왜냐하면 여래의 얼굴빛은 백천의 번갯불이 번쩍이는 것과 같아서 세간에 있는 광명보다 백천 배나 더 눈부시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으로 제석과 대범천들은 항상 부처님의 광명이 매우 뛰어나다고 찬탄한다. 이와 같은 몸이 지금부터 석 달 뒤에는 반열반할 것이다.”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래께서 탐냄ㆍ성냄ㆍ어리석음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자기 몸을 찬탄한다’라는 생각을 하지 말라. 여래의 몸은 탐냄ㆍ성냄ㆍ어리석음의 번뇌[使]와 그가 익힌 기운[習氣]을 남김없이 영원히 다하였다. 이와 같이 아난아, 여래ㆍ응공ㆍ정변지(正遍知)는 큰 위엄과 덕망이 있는데, 너는 항상 여래의 몸[生身]에 이바지하고 시봉했으니, 이 인연으로 얻은 공덕은 헤아릴 수 없고 셈할 수 없으며, 생각이나 말로 표현할 수 없으니, 한량없고 그지없는 아승기이다. 아난아, 너는 지금 여래가 열반[滅]한 뒤 미래의 중생이 여래의 쇄신사리(碎身舍利)에 공양 올리는 인연의 일을 듣겠느냐?”
이때 아난이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바가바시여,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여래께서는 제발 저를 위하여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 모든 중생들이 여래의 쇄신사리에 공양 올리는 인연의 일들을 자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이 법을 듣고 지극한 마음으로 받아 지녀서 널리 다른 이를 위하여 말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자세히 잘 들어라. 내가 지금 말하겠다. 아난아, 여래가 열반할 때 금강삼매(金剛三昧)에 들어가는데 이 육신을 겨자씨처럼 잘게 부순다. 이와 같은 사리의 한 몫을 모든 하늘 사람의 처소에 가져가면 제석천왕과 모든 하늘 무리들이 부처님의 사리를 보고서 부처님의 열반을 알게 된다. 그러면 이내 하늘 사람들은 만다라(曼陀羅)꽃ㆍ마하만다라(摩訶曼陀羅)꽃ㆍ만수사(曼殊沙)꽃ㆍ마하만수사(摩訶曼殊沙)꽃을 흩뿌려 사리에 공양올리고 마치 부처님을 친견한 듯 절하고 오른쪽으로 돌 것이다. 이때 어떤 이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선근을 심을 것이고, 어떤 이는 성문의 선근을 심을 것이며, 어떤 이는 벽지불의 선근을 심을 것이다.
또 한 몫의 사리는 용(龍)의 세계로 갈 것인데, 이때 사가라용왕(娑伽羅龍王)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용들이 부처님의 사리를 보고 크게 공양을 마련할 것이다. 인다라보(因陀羅寶)ㆍ마하인다라보(摩訶因陀羅寶)ㆍ화주보(火珠寶)ㆍ청수보(淸水寶) 등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온갖 보배를 가지고 쇄신사리에 공양을 올리고 절하고 오른쪽으로 돌 것이다. 이렇게 공양을 마친 뒤 용들은 각자 발원하되 어떤 이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원을 낼 것이고, 어떤 이는 성문 보리의 원을 낼 것이고, 어떤 이는 벽지불보리의 원을 낼 것이다.
또 한 몫의 사리는 야차세계에 갈 것이다. 이때 비사문왕과 여타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큰 야차의 장수들이 쇄신사리를 보고 여러 종류의 꽃ㆍ가루 향ㆍ사르는 향ㆍ등불ㆍ음악 등 이와 같은 것들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준비하여 사리에 공양 올리고 절하고 합장하고 오른쪽으로 돌고 공경하면서, 어떤 이는 위없는 큰 보리의 원을 낼 것이고, 어떤 이는 성문의 원을 낼 것이고, 어떤 이는 벽지불의 원을 낼 것이다.
염부제에 남아 있는 나머지 사리는, 장차 아수가(阿輸迦:아쇼카)라는 이름의 왕이 염부제를 통일한 뒤에 사리에 공양 올리고자 8만 4천 기(基)의 탑을 조성할 것이다. 왕은 이 사리를 이 탑에 모셔두고 공양 올릴 것이다. 그리고 이 염부제의 6만 명의 왕들 또한 쇄신사리에 공양을 올릴 것이니, 온갖 꽃다발과 여러 가지 향과 등불과 음악으로 공양 올리고 절하고 오른쪽으로 돌고 공경할 것이다. 그 중에 어떤 이는 위없는 큰 보리의 선근을 심을 것이고
, 어떤 이는 성문의 선근을 심을 것이고, 어떤 이는 벽지불의 선근을 심을 것이고, 어떤 이는 곧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부처님의 법 가운데 믿는 마음이 깨끗하여 머리와 수염을 깎고 법복을 입고 부지런히 도를 닦아 모두 번뇌를 없앤 뒤에 반열반할 것이다. 아난아, 이처럼 여래ㆍ응공ㆍ정변지는 큰 위엄과 덕망이 있으니 저 법신이 육신을 의지하기 때문에 육신의 사리에 공양 올리는 인연으로 얻는 공덕은 헤아릴 수 없고 그지없는 아승기여서 헤아릴 수도, 말로 다 표현할 수도 없느니라.”
이때 여래께서 생각하셨다.
‘내가 이 3아승기겁 동안 힘써 고행하여 이룬 불법이 오래도록 세상에 머물도록 모든 하늘ㆍ아수라ㆍ용ㆍ가루라ㆍ마후라가 등이 사는 곳에 가서 불법을 부촉해야겠다.’
그리하여 여래께서는 곧 염부제에서 자취를 감추고 삼십삼천 가운데 나타나셨다. 그러자 제석천왕이 세존을 뵙고 곧 높은 자리를 마련하여 공손히 맞이하며 아뢰었다.
“세존께서 이 자리에 앉으시기를 원하옵니다.”
세존께서 곧 그 자리에 앉자 제석천왕과 백천만의 무리가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 한쪽에 머물렀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제 알아야 한다. 나는 오래지 않아 반열반할 것이며 불법을 그대에게 부촉하니 그대는 지켜서 유지하게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세 번을 말씀하시니 제석천왕은 슬피 울어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었다. 그는 이윽고 눈물을 닦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찌 이리도 빨리 열반에 드시려 하십니까? 여래의 열반은 어찌 이리 빠르십니까? 세간의 법의 눈은 이제 영원히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것이 저희들의 힘과 분수에 맞는다면 수호하고 유지하며 공경하고 공양 올리겠습니다. 여래께서 옛날 도솔타천에서 어머님의 태에 드실 때에도 저는 도리천의 무리들과 함께 항상 수호하였고, 부처님께서 태어나실 때도 또한 여러 하늘 사람들과 함께 가서 수호했으며, 여래께서 보리수 아래에서 8천만억의 마군을 깨뜨리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실 때에도 저는 모든 하늘 사람과 또한 항상 수호했으며, 부처님께서 바라나(波羅奈)의 녹야원(鹿野苑)에서 삼전십이행(三轉十二行)의 법륜을 굴리실 때에도 저는 하늘 사람들과 함께 항상 수호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에게는 여래께서 열반에 드시지 못하게 할 힘도 없고 수호할 힘도 없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여러 가지 법을 말씀하시며 권유하고 위로하여 가르쳐 보이시고 기쁘고 이롭게 하셨다. 이렇게 제석과 하늘 사람들에게 불법을 수호하게 하신 뒤에 하늘에서 사라져 이내 사가라용왕의 궁전에 몸을 나타내셨다.
그러자 용왕은 여래께서 오신 것을 보고 즉시 자리를 마련했다. 부처님께서 자리에 앉아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분명히 알아야 한다. 여래는 오래지 않아 열반에 들 것이다. 나는 불법을 그대에게 부촉하니, 그대는 잘 지키고 보호하여 끊어지지 않게 하여라. 용왕이여, 분명히 알아라. 이 용의 세계에는 나쁜 용이 많이 있어 여러 생 동안 성을 내고 죄와 복을 모르고 경솔하고 포악하여 나의 법을 파괴할 것이니, 이런 까닭에 내가 이제 그대에게 불법을 부촉한다.”
용왕이 이 말을 듣고 슬피 울다가 눈물로 젖은 얼굴을 닦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 모든 용들은 지혜의 눈이 없어 앞을 보지 못합니다. 이런 까닭에 지금 축생(畜生) 가운데 태어났습니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후에 용의 세계가 텅 비고 저희가 목숨을 버리게 되면 저희는 어느 곳에 태어날지 모릅니다.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는 중생의 보배이신데 왜 지금 반열반하셔서 세간의 눈이 사라지게 하시려 하십니까?”
그러자 세존께서 가르쳐 보이고 기쁘고 이롭게 하셔서 사가라왕에게 불법을 수호하게 하신 뒤에 용궁을 떠나셨다. 그리고는 덕차가(德叉迦)용왕의 궁전에 몸을 나타내셨다. 용왕이 부처님을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자 부처님께서 자리에 앉으셨다. 용왕과 다시 백천억 용이 부처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분명히 알아라. 여래는 오래지 않아 무루계에 들어가 반열반할 것이다. 지금 불법을 그대에게 부촉하니 지극한 마음으로 지키고 보호하여라.”
그러자 용왕이 슬픔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흘렸다.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으며 용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께서 멸도하시면 세간의 눈이 없어집니다.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는 중생들의 보배이십니다. 만약 부처님께서 멸도하시면 저는 지금 어느 곳에 태어날지 모릅니다.”
부처님께서 그 용왕을 위하여 여러 가지 법을 말씀하셔서 가르쳐 보이고 기쁘고 이롭게 하신 뒤에 곧 그 곳에서 자취를 감추셨다. 그리고 흑색용왕의 궁전에 몸을 나타내신 뒤에 용왕이 마련한 자리에 앉으셨다. 그러자 흑색용왕과 백만억의 용들이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분명히 알아라. 여래는 오래지 않아 반열반할 것이다. 나는 불법을 그대들에게 부촉하니 그대들은 분명히 지극한 마음으로 이것을 지키고 보호하여라.”
이 말을 들은 용왕이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였다. 그는 눈물을 손으로 닦으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께서 멸도하시면 세간의 눈이 없어집니다.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는 이 중생들의 보배입니다. 만약 부처님께서 멸도하시면 저는 지금 어느 곳에 태어날지 모릅니다.”
부처님께서 법을 말씀하셔서 가르쳐 보이시고 기쁘고 이롭게 하신 뒤에 곧 그 곳에서 몸을 숨겨서 야차의 세계에 몸을 나타내셨다. 이때 비사문왕이 부처님을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자 부처님께서는 그 자리에 앉으셨다. 비사문왕이 백만억 야차의 무리와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이때 비류륵차천왕이 백만억 구반다의 무리와 함께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이때 비류박차천왕이 백만억 모든 용의 무리와 함께 부처님의 발에 절하 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이때 제두뢰타천왕이 백만억 건달바 무리와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이때 큰 야차의 장수 반지가반절라ㆍ전다사타ㆍ기리혜마발타ㆍ마니발타ㆍ부나발타 등 이와 같은 일체 모든 야차 장수가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머물렀다.
이때 부처님께서 네 하늘의 대왕과 야차 장수와 건달바 장수와 구반다 장수와 모든 용의 장수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알아야 한다. 여래는 오래지 않아 반열반에 들 것이다. 나는 불법을 그대들에게 부촉하니 잘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
두 번, 세 번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알아야 한다. 야차의 나라에는 나쁜 야차가 있고, 구반다 나라의 나쁜 구반다ㆍ건달바 나라의 나쁜 건달바ㆍ모든 용의 나라에 있는 나쁜 용 등 이와 같은 중생은 흔히 성을 잘 일으키며 죄와 복을 모르고 경솔하고 포악하여 내가 3아승기겁 동안 부지런히 애써 닦은 위없는 불법을 파괴할 것이니, 이러한 까닭으로 내가 지금 그대들에게 부촉하는 것이다.”
그때 사천왕과 야차 장수와 더 나아가 용 장수들이 눈물을 흘리며 슬프게 울었다. 그들은 얼굴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열반이 어찌 그리도 빠르십니까? 여래의 멸도가 어찌 그리도 빠르십니까? 마갈어(摩竭魚)에게 씹힌 것 같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여러 가지 법을 말씀하셔서 가르쳐 보이시고 기쁘고 이롭게 하신 뒤에 곧 그 곳에서 몸을 숨겨 염부제에 나타나셨다.
이때 세존께서 이와 같이 생각하셨다.
‘내가 할 일은 이제 다 마쳤고 모든 나쁜 중생도 이미 조복시켰으니 안온하고 적멸한 열반에 드는 것이 좋겠구나.’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고 죽음은 싫어해야 한다. 나는 지금 머지않아 열반에 들고자 한다.”
그러자 아난은 커다란 괴로움과 번뇌에 사로잡혀 눈물을 줄줄 흘리며 슬피 울었다. 그는 마치 심장에 화살을 맞은 것처럼 기절하여 땅에 넘어졌다가 뒹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세존의 열반이 왜 이렇게 빠르십니까? 여래의 멸도가 왜 이렇게 빠르십니까? 세간의 눈이 없어지시니, 저는 이제 누구의 발우를 들어드려야 하겠습니까? 누구의 곁에서 부채를 들고 서 있어야 하겠습니까? 다시는 감로의 법을 듣지 못할 것이니 누가 다시 저에게 감로의 법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저는 이제 또 누구의 뒤를 따라야 합니까? 해와 달보다 뛰어나고 원만한 부처님의 얼굴을 다시는 뵙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존자 사리불처럼 크게 지혜로운 분들도 이미 열반에 드셨는데 부처님께서 이제 곧 멸도하시면 세간은 지혜의 눈을 잃어 캄캄할 것입니다. 지혜의 수미산이 지금 무너져 흩어지려 하고, 부처님 나무가 넘어지려 하고, 법의 다리가 끊어지려 하고, 법의 배가 가라앉으려 하고, 법의 횃불이 꺼지려 하고, 정법의 해와 달이 땅에 떨어지려 하고, 해탈문이 지금 닫히려 하고, 세 갈래 나쁜 길의 문이 이제 열리려 하고, 3아승기겁 동안에 모으신 법 무더기가 오래지 않아 몰락하려 합니다.”그러자 부처님께서 장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근심하지 말라. 소리내어 울지 말라. 크게 울부짖거나 가슴을 치거나 목메어 오열하거나 기절하여 쓰러지지 말라. 왜냐하면 세간에 태어나는 것은 모두 유위법이어서 모두가 무상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런 법을 잃지 않으려 하고, 부서지지 않게 하려하고, 항상 머물게 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
이때 세존께서 여러 가지 법을 말씀하셔서 위안하고 타이르며 가르쳐 보이시고 기쁘고 이롭게 하시어 법장(法藏:모든 경전. 법의 진리를 갈무리함)을 부촉하신 뒤에 말없이 계셨다.
그리고 나서 다시 세존께서는 ‘비구 아난은 우수의 가시가 그 마음에 깊이 박혔으니 내가 이제 그것을 뽑아주어야겠다’라고 생각하시고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미래의 일을 알고 싶으냐? 나는 미래 세상의 일을 마치 현재를 보듯이 볼 수 있으니 너를 위하여 말해주겠다.”
그러자 아난이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그 발에 절하고 말씀드렸다.
“큰 덕을 갖추신 세존이시여, 꼭 저를 위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제가 법을 들으면 꼭 받들고 유지하여 널리 말하여 유포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어라. 내가 지금 말하겠다. 아난아, 미래에 계를 어긴 어떤 비구가 몸에 가사를 걸치고 큰 지역이나 작은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친척의 집에 머문다면, 그는 비구도 아니고 또한 속인[白衣]도 아니니, 아내나 첩을 먹여 살리고 아들딸을 낳아 키울 것이다. 다시 어떤 비구는 윤락녀의 집에 살거나, 어떤 비구는 비구니와 음행할 것이다. 다시 어떤 비구는 재물을 쌓아 모으고 생계를 위한 직업을 가지고 그것으로 먹고 살 것이며, 어떤 비구는 심부름꾼이 되거나 중개하는 일을 하며 먹고 살 것이며, 어떤 비구는 오로지 병을 고치고 약 짓는 일을 전문으로 하여 먹고 살 것이며, 어떤 비구는 장기나 바둑, 쌍륙(놀이의 일종)으로 먹고 살 것이다. 또 어떤 비구는 다른 이를 위하여 점치고 푸닥거리하며 그것으로 먹고 살 것이며, 어떤 비구는 남을 위하여 주문을 외워 죽은 시체를 일으켜서 그 원수의 집에 보내어 죽이게 하는 일을 하며 그것으로 먹고 살 것이요, 어떤 비구는 다른 이 를 위하여 주문으로 귀신을 부려 많은 재물을 얻어서 먹고 살 것이며, 어떤 비구는 살생을 전문으로 하여 먹고 살 것이다. 또 어떤 비구는 절에 살면서 부처님ㆍ법ㆍ승가의 물건을 사사롭게 낭비하면서 살아갈 것이며, 어떤 비구는 속으로는 계율을 범하면서 바깥으로는 계율을 지키는 것처럼 보여 사람들의 신심 있는 시주를 받을 것이며, 또 어떤 비구는 비록 계율을 깨뜨리지는 않았으나 옷과 음식을 아끼고 여러 스님들의 물건을 아껴 객승(客僧)에게 주지 않을 것이며, 또 어떤 비구는 비록 계율을 깨뜨리지는 않았으나 여러 스님들의 방과 침대와 방석을 아껴 객승에게 주지 않을 것이요, 어떤 비구는 비록 계율을 깨뜨리지는 않았으나 자기는 모든 시주자들의 공양과 예배를 받고 재물을 많이 얻으면서도 다른 비구는 시주들의 금품을 받지 못하게 하고 자기만 받으려 할 것이다. 다시 어떤 비구는 실제로 아라한이 아닌데 항상 아라한의 과위를 얻었다고 거짓말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가 아라한인 줄 알게 하려 할 것이며, 또 어떤 비구는 베푸는 이가 네 가지 공양거리를 올릴 때 받기는 많이 받지만 안으로 실제적인 덕이 없고 오직 탐하는 마음만 불리면서 생계만을 생각하고 도는 닦지 않을 것이고, 어떤 비구는 장사하여 이익을 남기는 것으로 먹고 살 것이며, 어떤 비구는 전문적으로 도둑질하여 살아갈 것이며, 또 어떤 비구는 코끼리ㆍ말ㆍ나귀ㆍ소ㆍ양을 길러서 가축들을 팔고 사는 것으로 먹고 살 것이고, 어떤 비구는 노비(奴婢)를 판매하는 것으로 먹고 살 것이며, 어떤 비구는 소와 양을 도살하는 일로 먹고 살 것이다. 다시 어떤 비구는 군인을 모집하는 데에 나아가서 전쟁터에 파병되어 적들을 토벌하며 많은 사람을 죽여서 그것으로 훈장과 상을 구할 것이고, 또 어떤 비구는 담을 넘고 벽을 뚫어서 다른 이의 재물을 훔쳐 살아갈 것이고, 어떤 비구는 전문적으로 도시나 작은 마을을 공격하고 약탈하여 그것으로 먹고 살 것이며, 어떤 비구는 부처님의 탑을 부수고 그 속에 들어 있는 보물을 훔쳐내서 그것으로 먹고 살 것이다. 이와 같은 헤아릴 수 없는 지옥의 인연으로 목숨을 버린 뒤에는 모두 다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아난아, 비유하면 사자가 죽으면 새나 땅 속, 물이나 뭍에 사는 짐승들은 감히 그 사자의 시체를 먹지 못하고 오직 사자의 몸에 저절로 생겨난 벌레들만이 사자의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것처럼, 나의 불법도 다른 이가 파괴하지는 못한다. 오직 나의 법 가운데 나쁜 비구들이 오히려 독가시와 같이 내가 3아승기겁 동안 수행해 오고 부지런히 힘써 모은 불법(佛法)을 깨뜨릴 것이다.
아난아,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바다로 나아가서 보물섬에 도착하여 많은 보물을 배에 싣고 돌아오다 바다 한 가운데에서 침몰하는 것같이, 부처의 바른 법도 저 보물을 실은 배와 같아서 후세에 계율을 지키지 않는 모든 나쁜 비구가 여러 가지 나쁜 업 짓기를 매우 좋아하면 나의 불법은 없어지고 침몰하여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아난아, 여래가 열반에 들면 오래지 않아 바른 법이 어지러워질 것이다. 바른 법이 어지러워지면 다시 온갖 부류의 나쁜 비구들이 세상에 나와 여래가 무루의 적멸 열반을 증득한 사실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럴진대 하물며 세간의 사람들이 아라한이 되어 열반에 들어간다는 것을 믿겠느냐?
아난아, 여래의 바른 법의 명(名)과 구(句)의 맛과 뜻은 수다라(修多羅)ㆍ기야(祇夜)ㆍ비가아라(鞞迦曷羅)ㆍ가타(伽陀)ㆍ우타나(憂陀那)ㆍ니타나(尼陀那)ㆍ아바다나(阿波陀那)ㆍ이제비리다가(伊帝鼻利多伽)ㆍ사다가(闍多迦)ㆍ배부략(裴富略)ㆍ아부타달마(阿浮陀達摩)ㆍ우바제사(優波提舍)인데 나쁜 비구들이 이 12부경(部經)을 헐뜯고 사라지게 할 것이니, 그 사람들은 문장을 짓되 말을 아름답게 꾸미기나 좋아할 것이다. 이와 같은 모든 나쁜 비구가 많이 있어 나 의 불법을 깨뜨릴 것이다.”
그러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미래 세상에서는 이와 같이 모든 나쁜 비구가 태어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래, 그렇다. 아난아, 미래 세상에는 꼭 이와 같이 모든 나쁜 비구가 세상에 태어날 것이다. 비록 법복을 입고 머리와 수염을 깎았으나 나의 불법을 파괴할 것이다.”
이때 아난이 ‘부처님의 힘을 말미암는다면 나도 미래 세상의 저와 같은 일들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러자 여래께서 신통의 힘으로 곧 아난으로 하여금 미래의 모든 나쁜 비구가 아이를 제 무릎에 앉히고 아내를 옆에 둔 모습을 보게 하시고, 그 밖에 여러 가지 모든 법답지 않은 일을 보게 하셨다.
아난이 이러한 일들을 본 뒤 마음에 커다란 두려움이 생겨서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는 이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빨리 열반에 드십시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어떻게 미래의 세상에서 이와 같은 나쁜 일들을 보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여래가 앞에서 말한 모든 나쁜 비구의 악업과 과보를 다른 사람이 알 수 있겠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오직 여래만이 이 미래 세상의 모든 나쁜 업보를 아실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로 그렇다. 아난아, 네 말처럼 오직 여래만이 알 수 있다. 아난아, 네가 지금 내가 열반하기 전에 모든 나쁜 비구에게 둘러싸여 그들에게 설법하는 것을 볼 수 있겠느냐?”
아난이 아뢰었다.
“그와 같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그렇다. 네가 말한 것과 같다. 여래의 현재에는 실제로 이와 같이 나쁜 비구들에게 둘러싸여 설법한 사실이 없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아난아, 미래 세상에는 집에 있는 세속 사람[白衣]들이 하늘에 태어나는 일이 많을 것이고, 출가한 사람들 중에 지옥ㆍ아귀ㆍ축생에 떨어지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좋고 나쁜 업은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내가 과거에 일찍이 장사꾼들의 우두머리가 되어서 넓은 바다로 나아갔다가 많은 사람을 살려야 하는 이유 때문에 한 사람을 찔러 죽인 일이 있었다. 이 업 때문에 성불에 이르기까지 오히려 몸에 금장(金鏘)의 갚음을 받았다.”
이때 제석천왕과 삼십삼천의 무리들이 재빨리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머물렀다. 염마천왕과 백만억 염마천의 무리가 재빨리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산도솔타천왕(刪兜率陀天王)과 백만억 산도솔타천 무리가 재빨리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화락천왕과 백만억 화락천 무리가 재빨리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타화자재천왕과 백만억 타화자재천 무리가 재빨리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리고 비마질다라 아수라왕과 백만억 아수라 무리도 재빨리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사가라용왕과 백만억 용의 무리가 재빨리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이렇게 모두가 한 순간, 한 찰나, 한 무허율다 사이에 모든 하늘ㆍ아수라ㆍ가루라ㆍ건달바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이 12유순의 허공에 가득 찼으니 모두가 여래를 마지막으로 뵙기 위한 까닭이었다.
이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도량의 보리수는 가장 뛰어나고 매우 묘하니 과거의 모든 부처님도 다 이곳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셨고, 미래의 모든 부처님도 이곳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실 것이며, 현재의 나 또한 이곳에서 18억 마군을 쳐부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였다. 이와 같이 아난아, 나는 이제 머지않아 분명히 반열반할 것이다. 다시 아난아, 람비니 동산은 가장 뛰어나고 매우 묘하니 이곳은 부처인 여래가 최후로 태어난 곳이다. 다시 아난아, 마야부 인은 큰 복덕이 있어서 사람 가운데 보배를 낳으셨다. 다시 아난아, 정반왕은 큰 복덕이 있어서 일체 모든 중생 가운데 가장 뛰어난 보배의 아버지가 되셨다. 다시 아난아, 비사리성과 비기리국은 가장 뛰어나고 가장 묘하며, 왕사성과 마가타국도 가장 뛰어나고 가장 묘하며, 일곱 암파라 나무가 있는 곳도 또한 묘하며, 구탐마야와 니구타 숲이 있는 곳도 또한 뛰어나고 묘하며, 비라다두라다두라니가 쉬던 곳도 또한 뛰어나고 묘하며, 역사(力士)가 태어난 땅 은 과거에 전륜성왕이 보배로운 하늘관을 벗어 여기 벽지불의 탑을 안치한 곳이며, 나의 몸을 태울 가장 뛰어나고 묘한 땅이다. 다시 아난아, 이곳 염부제는 가장 뛰어나고 좋은 곳이어서 중생들이 여기에서 수명을 즐겨 탐한다. 이런 까닭으로 내가 지금 여기에서 열반에 드는 것이니, 내가 3아승기겁 동안 모은 법은 오래지 않아 당연히 없어질 것이다.”
세존께서는 아난을 깨우치고 위로하여 마음에 기쁘게 하여 근심의 가시를 없애주시고 법을 부촉한 뒤에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너와 함께 여러 나라로 가야 하겠다.”
아난이 공손히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여래의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세존께서는 파파성에 이르셔서 제도할 이를 모두 제도하셨다. 그리고 다시 여러 나라로 나아가 헤아릴 수 없는 백억 나유타 중생을 교화하셔서 모두 다 마치셨다. 그때 아난이 부처님께서 가시는 대로 수행하여 이와 같이 차츰 나아가 마침내 마가타국의 도량인 보리수에 도착하셨다. 세존께서 나무를 여섯 번 도시고 그 아래에 결가부좌하신 뒤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오래지 않아 보름 뒤에는 반열반할 것이다.”
이때 모든 하늘ㆍ아수라ㆍ가루라ㆍ건달바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이 ‘여래께서 오래지 않은 보름 뒤에 반열반하신다 하니 우리는 모두 최후의 절을 올려야겠다.’라고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부처님 세존께서 탐하고 성내고 어리석음이 있으셔서 이 염부제를 찬탄한다’는 이러한 생각을 하지 말라. 여래란 탐하고 성내고 어리석음을 여읜 자이다. 이 삼계의 처소는 중생이 태어나는 곳인데 삼계 가운데 이 욕계는 중생들이 세 가지 나쁜 업을 익히는 곳이며, 또 사람이나 하늘에 태어날 업과, 색계와 무색계에 태어날 업과, 더 나아가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에 태어날 업을 짓는 곳이다.”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마치신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이때 곧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으며, 헤아릴 수 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모든 하늘 사람이 허공 가운데서 근심과 걱정으로 소리 내어 울면서 “중생 중의 보배가 오래지 않아 멸도하시는구나.”라고 하였다.
연화면경 하권
수 천축삼장 나련제야사 한역
심삼진 번역
이때 세존께서 보리수를 떠나시니 비사문왕과 함께 있던 백만억 야차의 무리가 동시에 큰 소리로 슬피 울었다. 그들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래의 얼굴빛은 매우 미묘하고
중생보다 뛰어나고 견줄 이 없네.
이토록 장엄하고 특별한 몸이
오래지 않아서 멸도하신다네.
그러자 제석천왕이 다시 백천억 삼십삼천의 무리와 함께 큰 소리로 슬피 울었다. 그들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래의 얼굴 모습 바르고 원만하며
맵시와 빛깔이 해보다 달보다 뛰어나시네.
모든 사람과 하늘의 응공(應供)이신데
우리는 두 번 다시 뵐 수 없다네.
수염마천왕이 백만억 수염마천(須焰摩天)의 무리와 함께 큰 소리로 슬피 울었다. 그들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람 가운데 정진으로는 가장 굳세고 용맹하신 분
위력으로 모든 마군을 파괴하셨네.
감자(甘蔗) 종족 가운데 석씨 사자님
이제 무상에 휩쓸리려 하시네.
산도솔타천(刪兜率陀天)이 다시 백만억 산도솔타천의 무리와 함께 큰 소리로 슬피 울었다. 그들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아무리 뵈어도 싫증나지 않으니 약왕(藥王) 같으시고
세상에 나타나심은 밝은 등불과 같네.
이와 같은 지혜의 눈 이제 멸도하시면
세간은 다시 온통 암흑천지가 되리라.
이때 화락천왕(化樂天王)이 다시 백만억 화락천의 무리와 함께 동시에 큰 소리로 슬피 울었다. 그들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편안하게 걸으시되 흔들리지 않으니 사자보다 뛰어나고
얼굴 모습 원만함은 달보다 뛰어나네.
다시는 이 땅을 밟지 않으시리니
발바닥의 천폭상(千輻相)의 자취 다시는 뵐 수 없겠구나.
그런데 이때 마왕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은 너무나도 기쁘고 안온하고 즐거워졌다. 그리하여 타화자재천의 무리들과 재빨리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모든 나쁜 중생 이미 조복 받으셨으니
세상에는 더 이상 모질고 사나운 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무엇 하러 세상에 더 머무시렵니까?
여래께서는 그저 속히 열반에 드시옵소서.
그러자 대범천왕(大梵天王)이 마왕의 이와 같은 말에 화를 내며 말했다.
“이 못된 마왕아, 너무나도 나쁜 중생아, 모든 부처님 여래는 가장 뛰어난 보배이신데 너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게냐? 세존을 빨리 열반에 드시게 하려 하느냐?”
그리고서 대범천왕은 다시 백만억 모든 범천의 무리와 함께 큰 소리로 슬피 울었다. 그들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현재와 미래에
범천의 세계와 다른 하늘에서는
지금까지 부처님 같은 몸을 뵌 적이 없었네.
깨끗하고 만족하며 단정하고 엄숙한 얼굴도.
이때 비마질다(毘摩質多)아수라왕이 다시 백만억 아수라의 무리와 함께 큰 소리로 슬피 울었다. 그들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부처님 색신(色身)의 공덕은 헤아릴 수 없고
가없고 다할 수 없네.
아수라와 다른 갈래를 이롭게 하셨는데
이제 멸도하시면 세간은 텅 비리라.
사가라(娑伽羅)용왕이 백만억 모든 용의 무리와 함께 큰 소리로 슬피 울었다. 그들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라발 코끼리가 천 마리 넘게 덤벼들어도
여래의 관절 한 마디 힘도 당해내지 못하네.
이와 같이 큰 힘 지녀 굳세고 용맹한 분이
지금 무상(無常)에 휩쓸리시려 하네.
비류륵차(毘留勒叉)천왕이 백만억 구반다 무리와 함께 큰 소리로 슬피 울었다. 그들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각(大覺) 묘련화에 귀의합니다.
저 깨끗한 계율의 못에서 나신 이여
무상하여 영원한 것 없음을 나타내시려
이제 곧 사라지셔서 영원히 적멸하시려네.
비류박차(毘留博叉)천왕이 백만억 모든 용의 무리와 함께 큰 소리로 슬피 울었다. 그들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래님 얼굴은 보름달과 같으며
눈부시게 빛나시니 밝은 해 같으시네.
이처럼 세상에 오래 머물지 않음은
무상에 휩쓸리는 이치를 보이시기 위함이네.
비사문(毗沙門)천왕이 백만억 야차 무리와 함께 큰 소리로 슬피 울었다. 그들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부처님 몸의 금빛은 가장 뛰어나고 묘하니
서른두 가지 상호로 스스로를 꾸미셨네.
오래지 않아 청정한 대모니(大牟尼)께서
무상의 힘에 파괴되신다네.
제두뢰타(提頭賴吒)천왕이 백만억 용의 무리와 함께 큰 소리로 슬피 울었다. 그들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여래님 색신(色身)은 참으로 만나기 어려우니
삼계 가운데선 견줄 데 없네.
이와 같은 분 오래지 않아 멸도하시리니
무상에 얽히셨기 때문이네.
큰 야차의 장수 반지가(般脂迦)가 백만억 야차 무리와 함께 큰 소리로 슬피 울었다. 그들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부처님 음성 범천보다 더욱 뛰어나시고
가릉빈가의 지저귐보다 더 아름다우시네.
여래께서 머지않아 열반에 드신다니
다시는 감로의 법문을 들을 수 없겠구나.
야차 대장 반차라(般遮羅)가 백천억 야차의 무리와 함께 큰 소리로 슬피 울었다. 그들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존님의 금빛 찬란한 몸은
공덕으로 장엄하셨으니 보름달 같네.
미간 백호는 매우 특별한 모습
제가 이제 마지막으로 절을 올리겠습니다.
이때 큰 야차의 장수 마니발타라(摩尼跋陀羅)가 백천억 야차의 무리와 함께 큰 소리로 슬피 울었다. 그들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서른두 가지 뛰어난 특징과
여든 가지 미세한 모습으로 스스로 장엄하셨으나
무상(無常)이라는 금강주(金剛主)에게 당하셔서
큰 성인 모니존은 꺾이고 부서지는구나.
큰 야차 장수 부나발타(富那跋陀)가 백만억 야차의 무리와 함께 큰 소리로 슬피 울었다. 그들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지난 세상의 모든 부처님과
오는 세상의 모든 세존과
큰 힘 지닌 석씨(釋氏) 사자왕께서
무상(無常)이라는 사자에게 해를 당하시네.
큰 야차 장수 마사리지가(摩俟利地迦)가 백만억 야차의 무리와 함께 큰 소리로 슬피 울었다. 그들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내가 지금 최후로 모니(牟尼)님 뵈오니
두 번 다시는 뵐 수 없게 되었네.
마지막으로 천폭륜(千輻輪) 발에 절을 올리니
이 발이 닿으면 언덕과 구렁텅이가 평지로 변하였다네.
큰 야차 장수 거타라가(佉陀羅迦)가 백만억 야차 무리와 함께 큰 소리로 슬피 울었다. 그들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아아, 무상(無常)이란 모습은 참으로 흉하구나.
세상 모든 중생을 파괴하는구나.
이와 같은 중생의 위없는 보배께서도
영원히 머물지 못하고 적멸에 드시는구나.
큰 야차 장수 금비라(金毘羅)가 백만억 야차 무리와 함께 큰 소리로 슬피 울었다. 그들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는 지금 불수(佛樹)에 귀의합니다.
지계(持戒)의 대지에 나셨으나
무상이란 도끼에 찍혀
오래지 않아 큰 모니께서 쓰러지신다네.
큰 야차 장수 사다길리(娑多姞利)가 백만억 야차 무리와 함께 큰 소리로 슬피 울었다. 그들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미간의 백호상
달처럼 눈부시게 환히 빛나고
푸른 연꽃처럼 맑은 그 눈은 희유하였는데
이제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되었구나.
지신천(地神天)이 백만억 야차 무리와 함께 큰 소리로 슬피 울었다. 그들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지금 굳세고 용맹한 분께 절하니
사람 가운데 가장 뛰어나신 이
두 발 가진 이 중에 으뜸가신 분
대모니께 귀의합니다.
보리수천(菩提樹天)이 구슬피 울면서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곳에서 마왕을 격파하시고
그의 권속까지 항복 받으셨지.
대모니님 오래지 않아
무상의 마(魔)에게 없어지시네.
기림신(祇林神)이 구슬피 울면서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게송으로 말하였다.
신비롭던 기타 숲 텅 빌 것이고
죽림(竹林) 또한 그러하겠지.
무상이란 구렁은 너무나 깊어
여래 입멸하신 뒤 나타나지 않으시리.
금강밀적(金剛密迹)이 백만억 야차 무리와 함께 구슬피 울면서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처럼 가장 뛰어난 성(城)과
풍요롭던 땅
석가 종성을 버리고
어느 곳을 향하시렵니까.
람비니(藍毘尼) 숲의 신이 구슬피 울면서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게송으로 말하였다.
정반국의 임금님 먼저 돌아가시고
마야부인 또한 멸도하셨네.
여래께서 지금 열반에 들려 하시니
이와 같이 적멸하면 뵙지 못하리.
이때 가비라(迦毘羅)성의 신이 한달음에 부처님 계신 곳에 도착하여 슬피 우니 눈물이 비오듯 했고, 땅에 뒹굴면서 “여래의 열반이 어찌하여 이렇게 빠르십니까? 세존의 열반은 어찌 이다지 빠르십니까? 세간의 눈이 없어지는구나”라고 말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람비니 정원은 부처님께서 나신 곳
이 가비라성에서 어른으로 자라나셨네.
그 빛은 천 개의 태양을 합친 것보다 더 밝았는데
이제 마지막으로 뵈면 다시는 뵙지 못하겠구나.
이때 보리수신(菩提樹神)이 모든 하늘의 아수라ㆍ가루라ㆍ긴타라ㆍ마후라가와 함께 허공에서 크게 울부짖으며 구슬프게 말하였다.
“부처님은 중생들에게 가장 뛰어난 보배이신데 오래지 않아 돌아가신다.”
그러자 세존께서 범음(梵音)을 내시어 모든 아수라ㆍ가루라ㆍ건달바ㆍ마후라가의 무리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울지도 말고 다른 말을 하지도 말라. 근심과 고뇌를 일으켜 손으로 가슴을 치고 마음으로 하여금 헷갈리거나 번민하게 하지 말라. 인연이 화합하여 세간에 생긴 것은 다 유위법이니 어찌 오래 머물 수 있겠느냐? 만약 무상한 법으로 하여금 떼를 써서 괴멸하지 않게 하려 한다면 옳지 못한 처사이니라.”
이때 세존께서 가르쳐 보이시고 기쁘고 이롭게 하시어 모든 하늘과 아수라ㆍ가루라ㆍ건달바ㆍ마후라가 등에게 환희심을 내게 하시자 모든 하늘과 아수라 더 나아가 마후라가들은 오른쪽으로 세존을 돌고 본래의 처소로 돌아갔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옛날에 저 아파라용왕의 처소에서 계빈국(罽賓國)을 기별(記莂)하였었다. 내가 열반한 뒤에 그 나라는 번창하고 안온하며 풍요롭고 즐거워 울다라월(鬱怛羅越)과 같고 불법도 치성하여 많은 아라한이 저 나라에 머물 것이며, 또한 헤아릴 수 없는 여래의 제자가 있을 것이며, 이 염부제에 있는 아라한이 모두 다 저 나라로 갈 것이니 도솔타천의 처소와 같을 것이다. 여래가 소유한 명신(名身)과 구신(句身)은 수다라(修多羅)ㆍ기야(祇夜)ㆍ비가아라나(鞞 迦曷羅那)ㆍ가타(伽他)ㆍ우타나(優陀那)ㆍ니타나(尼陀那)ㆍ아바타나(阿波陀那)ㆍ이제비리다검가(伊帝鼻利多劍伽)ㆍ사다가(闍多迦)ㆍ배부략(裴富略)ㆍ아부타달마(阿浮陀達摩)ㆍ우바제사(優波提舍)를 이르는데, 저 모든 아라한이 여래의 십이부경을 결집(結集)하고 널리 모든 논(論)을 지을 것이다. 저 계빈국은 제석의 환희원(歡喜園)과 같고 또한 서늘한 못[阿耨達池]과 같을 것이다. 또 파라타서빈두루(頗羅墮逝賓頭樓)와 같은 이들도 모두 다 저 계빈국의 땅에 즐겁게 머물러 불승(佛乘)과 아라한 등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며, 또 인다라마나(因陀羅摩那) 아라한과 백항(白項) 아라한과 같은 이들도 그 나라에 머물고 있을 것이며, 다시 여래가 말한 법장(法藏)의 유루법과 무루법을 두루 편찬하고 널리 행하고 유포할 것이다.
아난아, 내가 열반하여도 최후의 법신은 저들이 미래에 세울 것이다.
다시 금비라(金毘羅)를 비롯한 다섯의 여러 천자(天子)가 계빈국에 태어나 나의 법을 세상에 널리 유포시키고 크게 공양을 베풀 것이니, 나의 제자로는 염부제에서 처음이고, 일찍이 보지 못했던 이와 같은 큰 모임일 것이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미래 세상에 계빈국에서도 꼭 이와 같은 큰 법회가 열릴 것이다. 아난아, 저 다섯 천자가 죽은 뒤에 부란나(富蘭那) 외도의 제자 중에 연화면(蓮花面)이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는 총명하고 지혜로워 천문(天文)과 28수(宿)와 5성(星)의 모든 제도를 잘 알 것이며, 몸은 금빛이 날 것이다. 이 크게 어리석은 사람은 일찍이 아라한 네 명에게 공양을 베푼 적이 있는데 공양을 올릴 때에 ‘나는 미래에 불법(佛法)을 파괴시킬 것을 서원한다.’라는 서원을 세웠다. 그러나 아라한에게 공양을 베푼 까닭으로 날 때마다 단정한 몸매를 받았고, 최후로 그 몸은 국왕의 집에 태어날 것이며, 그는 매지갈라구라(寐吱曷羅俱邏)라는 이름의 왕이 되어서 나의 법을 멸망시킬 것이다. 이 크게 어리석은 사람은 나의 발우를 깨뜨릴 것이고 발우를 깨뜨린 뒤에 아비 대지옥 가운데 떨어질 것이다. 이 크게 어리석은 사람이 죽은 뒤에 일곱 천자가 있어 차례로 몸을 버리고 계빈국에 태어나 다시 여래의 정법(正法)을 세우고 크게 공양을 베풀 것이다.
아난아, 발우가 깨어진 까닭에 나의 제자들은 차츰 깨끗한 계율을 더럽히게 될 것이다. 발우가 처음 깨어졌을 때 여러 비구들은 비록 청정한 계율을 더럽힐 것이나 지혜는 우왕(牛王)과 같아서 외도를 쳐부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의 시기를 지나면서 이 염부제 여러 비구들은 청정한 계율을 깨뜨릴 것이고 불선업을 즐겨 지을 것이며, 몸으로 도둑질하고 농사짓고, 개간하고 심으며, 욕심이 많아서 좋은 옷과 좋은 발우를 쌓고 모을 것이며, 수다라(修多羅)ㆍ비니(毘尼)ㆍ아비담(阿毘曇)을 독송하기를 싫어할 것이다.
이와 같이 아난아, 읽기를 좋아하고 외우기를 좋아하는 지혜로운 사람은 모두 멸도할 것이다. 이때 여러 비구들이 아첨하고 왜곡하며 질투하여 법이 아닌 일을 많이 일으킬 것이다. 이 여러 비구들이 법답지 못한 까닭에 모든 국왕들도 왕법에 의지하지 않을 것이고, 왕이 왕법에 맞게 다스리지 않기 때문에 그 나라의 사람들도 흔히 열 가지 좋지 못한 짓을 왕성하게 행할 것이고, 나쁜 짓을 하는 까닭에 이 땅에는 많은 가시와 독한 풀과 모래와 자갈이 생길 것이다.
아난아, 이러한 때를 당하면 이 염부제는 다섯 가지 깊은 맛이 힘과 맛을 잃을 것이니 다섯 가지란 소(酥)ㆍ유(油)ㆍ소금ㆍ석밀(石蜜)ㆍ꿀을 말한다. 이와 같은 다섯 가지가 힘과 맛을 잃게 되면 이때의 중생은 나쁜 업을 더 많이 행할 것이며, 나쁘고 착하지 못한 짓을 많이 행하는 까닭으로 부처님의 깨어진 발우가 북쪽에 이를 것이다.
이때 북쪽의 모든 중생들은 부처님의 깨어진 발우를 보고 공양을 크게 베풀 것인데 여러 가지 꽃ㆍ태우는 향ㆍ바르는 향ㆍ등불ㆍ꽃목걸이ㆍ갖가지 음악으로 이 발우에 공양할 것이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는 이도 있을 것이고, 성문의 마음을 내는 이도 있을 것이고, 벽지불의 마음을 내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런 뒤에 저 깨어진 발우는 파라발다국(波羅鉢多國)으로 향할 것이다. 저 나라 백성들이 부처님의 깨어진 발우를 보고 여러 가지 꽃ㆍ사르는 향ㆍ가루향ㆍ바르는 향ㆍ등불ㆍ꽃목걸이ㆍ여러 가지 음악으로 이 발우에 공양할 것이니, 백성들 중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는 이도 있을 것이고, 성문의 마음을 내는 이도 있을 것이며, 벽지불의 마음을 내는 이도 있을 것이다. 아난아, 이 부처의 깨어진 발우가 부처의 힘과 중생의 선근에 감동하여 저절로 본래대 로 회복되어 처음과 조금도 다르지 않게 될 것이다.
그 뒤 오래지 않아서 내 발우는 곧 염부제에서 사라져 사가라용왕의 궁전에 나타날 것이다. 발우가 염부제에서 없어질 때 염부제는 7일 밤낮으로 캄캄할 것이니 해와 달의 큰 빛이 모두 다 나타나지 않을 것이고, 땅이 크게 진동할 것이며 나쁜 우레와 번개가 허공에서 나쁜 소리를 낼 것이고, 검은 바람이 갑자기 일어나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질 것이다. 그리하면 하늘 사람과 아수라ㆍ가루라ㆍ건달바ㆍ마후라가 등이 다 크게 목 놓아 울고 비 오듯 눈물을 쏟을 것이다. 이와 같이 아난아, 이 발우가 처음 없어진 때에 여래의 법률(法律)도 또한 사라져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이때 마왕은 법과 율이 없어진 것을 보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할 것이고, 마음이 크게 안온하여 허공에서 ‘구담의 법이 없어졌으니 이제는 내가 모든 중생들을 교화하겠다’라고 말할 것이다. 스스로 모든 악을 지을 것이고 또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짓게 할 것이며, 마왕의 가르침 때문에 도회지나 시골에서 번갈아 서로 죽일 것이다. 이때 마왕은 중생들을 두루 악을 짓게 한 까닭에 산 채로 아비지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이때 사가라용왕이 부처님의 발우를 보고 여러 가지 보배와 인다니보(因陀尼寶)ㆍ마하니라보(摩訶尼羅寶)ㆍ화주보(火珠寶)ㆍ청수보(淸水寶)를 가지고 7일 동안 크게 공양을 베풀고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돌 것이다. 이 모든 용들 중에는 위없는 보리심을 내는 자도 있을 것이고, 성문의 마음을 내는 자도 있을 것이며, 벽지불의 마음을 내는 자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가라용왕은 발우를 두 손으로 받들고 게송으로 말할 것이다.”
모든 상호를 장엄하신 손으로
여러 가지 맛깔스런 음식 받아서
이 발우에 담으셔서
이와 같이 지니고 사용하고 공양하셨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한 뒤에 나의 발우는 사가라용왕의 궁전에서 없어져 사천왕궁에 나타날 것이다. 이때 사천왕인 비류륵차(毘留勒叉)ㆍ비류박차(毘留博叉)ㆍ비사문(毘沙門)ㆍ제두뢰타(提頭賴吒)는 7일 동안 밤낮으로 크게 공양을 베풀 것이다. 여러 가지 꽃과 여러 가지 꽃목걸이와 여러 가지 바르는 향과 여러 가지 태우는 향과 여러 가지 등불과 여러 가지 음악으로 공양드리고 예배할 것이다. 그러면 모든 하늘 무리들 중에 위없는 보리심을 내는 이도 있을 것이고, 성문의 마음을 내는 이도 있을 것이며, 벽지불의 마음을 내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때 비류륵(毘留勒) 구반다왕(鳩槃茶王)이 발우를 두 손으로 받들고 게송으로 말할 것이다.”
여래의 마지막 음식은
대장장이 집에서 드셨는데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발우가 이곳까지 이르렀구나.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한 뒤에 나의 발우는 7일이 지나면 사천왕궁에서 자취를 감추고 삼십삼천궁에 나타날 것이다. 이때 부처님의 어머니셨던 마야부인(摩耶夫人)이 부처님의 발우를 보고 화살이 심장에 박힌 듯 근심하고 괴로워하며 견디지 못하다가 쓰러져서 둥근 나무 등걸처럼 몸을 움츠리시고 ‘여래의 열반이 왜 이렇게 빠른가? 수가타(修伽陀)가 없어짐이 왜 매우 빠른가? 세간의 눈이 없어지고, 부처님 나무[佛樹]가 넘어지고, 부처님의 수미산(須彌山)이 무너지고, 부처님 등불이 꺼지고, 법의 샘물이 마르고, 무상(無常)한 마(魔)의 해가 부처님의 연꽃을 시들게 했구나’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하여 부처님의 어머니셨던 마야부인은 발우를 두 손으로 받들고 모든 하늘과 아수라ㆍ가루라ㆍ건달바ㆍ긴나라ㆍ마후라가들에게 말할 것이다.
‘이것은 석가여래께서 항상 지니고 다니면서 사용하시던 발우입니다. 제일 용맹하셨고 그 모습은 원만하셔서 해와 달보다 뛰어나신 그림자가 이 발우에 나타났습니다. 모든 하늘들이여, 이 발우는 다시 왕사대성(王舍大城) 가운데서 시리굴다(尸利堀多)의 독이 든 밥을 받으신 그릇입니다. 여러 하늘들이여, 잘 들으십시오. 그리고 굳세고 용맹하신 석가모니께서 성 안 수마가타(修摩伽陀)의 집에서는 이 발우의 밥으로 성 안의 사람들을 배부르게 하셨습니다. 모든 하늘 사람이여, 잘 들으십시오. 여래께서 우루빈라가섭(優樓頻螺迦葉)과 큰 독룡(毒龍)을 교화하실 때에 저 악한 용을 이 발우 안에 가두었습니다. 모든 하늘 사람이여, 자세히 들으십시오. 업의 인연 때문에 배연다(裴連多) 나라에서 넉 달 동안 다시 이 발우로 말먹이 보리를 받으셨습니다.
하늘 무리들이여, 자세히 들으십시오. 석가여래는 대비하신 까닭에 다시 이 발우로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의 밥을 받으셨습니다. 모든 하늘 사람들이여, 자세히 들으십시오. 석가여래는 다시 이 발우로 사가라용왕의 궁전에서 여러 가지 음식을 받으셨습니다. 모든 하늘들이여, 자세히 들으십시오. 석가여래는 여름 넉 달 동안 다시 이 발우로 우리의 밥을 받으셨습니다. 모든 하늘들이여, 자세히 들으십시오. 석가여래는 또 가리귀모(呵利鬼母)의 막내아들을 이 발우로 덮었었는데 필리염가라(必利鹽迦羅) 야차가 나쁜 마음으로 항상 사람의 피를 먹는 까닭으로 이를 조복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부처님의 어머니셨던 마야부인은 발우를 두 손으로 받들고 게송으로 말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받고자 원하기만 하면
전부 다 이 발우 안에 들어왔었네.
부처님께서는 나의 배 안에서
열 달을 만족했었네.
이때 제석천왕이 7일 동안 밤낮으로 여러 가지 꽃ㆍ하늘 향ㆍ하늘 전단향으로 크게 공양을 베풀고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돌고 이 공양을 마칠 것이다. 이때 모든 하늘 무리들 중에는 위없는 보리심을 내는 이도 있을 것이고, 성문의 마음을 내는 이도 있을 것이고, 벽지불의 마음을 내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천왕은 발우를 두 손으로 받들고 게송으로 말할 것이다.”
여기 이 매우 뛰어난 발우는
중생들의 지혜를 성장시켰지.
부처님 몸도 그러하셔서
모든 공덕을 성취했었지.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나의 발우는 7일이 지나면 삼십삼천에서 자취를 감추고 염마천(焰摩天) 가운데 나타날 것이다. 이때 염마천 주인이 부처님 발우를 보고 나서 7일 동안 밤낮으로 여러 가지로 공양할 것인데 천만다(天曼陀)꽃ㆍ하늘 전단향ㆍ여러 가지 꽃ㆍ여러 가지 음악으로 부처님 발우에 공양드리고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돌 것이다. 이때 모든 하늘 사람들 중에는 위없는 보리심을 내는 이도 있을 것이고, 성문의 마음을 내는 이도 있을 것이고, 벽지불의 마음을 내 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염마천 주인은 두 손으로 발우를 받들고 게송으로 말할 것이다.”
천만억 중생들이
발우 보면 다 기뻐하리라.
능히 뛰어나고 묘한 과보 내라고
부처님께서 여기에 오게 하셨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나의 발우는 이레가 지나자 염마천에서 자취를 감추고 도솔타천에 나타날 것이다. 이때 도솔타천왕은 부처님의 발우를 보고 7일 동안 밤낮으로 하늘의 만타(曼陀)꽃ㆍ마하만타(摩訶曼陀)꽃ㆍ여러 가지 묘한 꽃ㆍ여러 가지 향ㆍ여러 가지 음악으로 크게 공양을 베풀고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돌고 난 뒤에 손으로 발우를 받들고 게송으로 말할 것이다.”
상ㆍ중ㆍ하의 중생들에게
부처님께서 자비심 일으키셨네.
이 발우로 음식을 받아 잡수신 뒤에
부처님께서 여기에 이르게 하셨지.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나의 발우는 7일이 지나면 도솔천에서 자취를 감추고 화락천에 나타날 것이다. 이때 화락천왕이 부처님의 발우를 보고 7일 동안 밤낮으로 여러 가지 하늘 꽃ㆍ여러 가지 하늘 향ㆍ여러 가지 하늘 음악으로 크게 공양을 베풀고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돌 것이다. 그러면 하늘의 무리들 중에는 위없는 큰 보리심을 내는 이도 있을 것이고, 성문의 마음을 내는 이도 있을 것이고, 벽지불의 마음을 내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때 천왕이 손으로 발우를 받들고 게송으로 말할 것이다.”
희유하신 대도사이시여
대비로 중생을 불쌍히 여기시어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발우를 이곳까지 오게 하셨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때 모든 하늘과 아수라ㆍ가루라ㆍ건달바ㆍ긴나라ㆍ마후라가들이 하늘 만타꽃ㆍ마하만타꽃과 기타 여러 가지 꽃ㆍ여러 가지 향ㆍ하늘 전단향ㆍ말향으로 발우에 공양하기를 마치면, 곧 이 발우가 물러나 사가라용왕의 궁중에 이를 것이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염부제와 여타 시방세계에 있는 부처님 발우와 부처님 사리는 다 사가라용왕의 궁중에 있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나의 발우와 사리는 미래 세상에 이 땅에서 없어져 바로 8만 유순(由旬)을 지나 금강제(金剛際)에 머물 것이다.
아난아, 나는 지금 너에게 말하리라. 미래 세상에 모든 중생들의 수명이 8만 4천 세일 때 미륵(彌勒) 여래ㆍ응공ㆍ정변지는 32상(相)과 80종호(種好)를 갖추고, 몸에는 자줏빛 금색의 빛이 날 것이고, 원광(圓光)이 한 길일 것이며, 그 목소리는 대범천(大梵天)의 북소리같이 크고 웅장하며, 가릉빈가의 소리같이 맑고 부드럽고 아름다울 것이다. 이때 나의 발우와 사리가 금강제에서 나와 염부제의 미륵불 처소에 이를 것이요, 발우와 사리가 허공 가운데 머물러 청(靑)ㆍ황(黃)ㆍ적(赤)ㆍ백(白)ㆍ파리(頗梨)의 다섯 가지 빛깔로 빛을 낼 것이다. 이와 같이 아난아, 저 다섯 색깔의 빛은 다시 그 밖의 일체 하늘에 이를 것이고 저 하늘에 이르고 나서 그 빛 가운데서 소리가 나서 게송으로 말할 것이다.
일체의 행(行)은 덧없고
일체의 법(法)에는 내가 없고
열반은 고요할 것이니
이 세 가지가 법인(法印)이니라.
그 광명이 다시 일체의 지옥에 이르러 게송으로 말할 것이다.”
일체의 행(行)은 덧없고
일체의 법(法)에는 내가 없고
열반은 고요할 것이니
이 세 가지가 법인(法印)이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부처님의 발우와 사리가 내는 광명이 다시 시방세계에 이르러 그 빛 가운데서 게송이 들릴 것이다.”
일체의 행은 덧없고
일체의 법에는 내가 없고
열반은 고요할 것이니
이 세 가지가 법인이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나의 발우와 나의 사리에서 나는 광명이 시방세계에서 불사(佛事)를 마치고 다시 본래 자리로 돌아오면 사리와 부처님 발우가 있는 위의 허공 가운데서 큰 광명의 구름 덮개가 만들어져서 머물 것이다. 아난아, 사리와 발우는 이처럼 매우 보기 드문 일들을 나타낼 것이다. 이러한 신통으로 희유한 일이 나타날 때 80백억 중생이 아라한과를 얻을 것이고, 1천억 중생이 삭발하고 출가하여 믿는 마음이 청정해질 것이고, 1만 중생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 모두가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아난아, 이 발우와 사리가 널리 다니며 모든 중생을 교화하고 난 뒤에 미륵부처님 앞의 허공 가운데 머물면 미륵부처님께서 손으로 발우와 부처님 사리를 받들고, 모든 하늘 사람과 아수라ㆍ가루라ㆍ건달바ㆍ긴나라(緊那羅)ㆍ마후라가에게 말씀하실 것이다.
‘그대들은 꼭 알아야 한다. 이 발우와 사리는 석가모니여래의 웅대하고 용맹하신 대사(大士)의 신(信)ㆍ계(戒)ㆍ다문(多聞)ㆍ정진(精進)ㆍ정지(定智)로 훈수(熏修)되어진 것이다. 그대들은 꼭 알아야 한다. 석가모니는 웅대하고 용맹하신 대사이셔서 헤아릴 수 없는 백천 나유타 억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열반의 성(城)에 머물게 하시니 우담발화(優曇鉢花)가 피는 일보다 백천억 배나 더 만나기가 어렵다. 발우와 사리가 위와 같은 까닭으로 와서 여기까지 이르렀다.’이때 미륵삼먁삼불타(彌勒三藐三佛陀)께서 나의 이 발우와 나의 사리를 위해서 보배탑 네 기를 세우고 사리와 발우를 탑 안에 안치할 것이다. 그리고 미륵부처님과 모든 하늘 사람과 아수라ㆍ가루라ㆍ건달바ㆍ긴나라ㆍ마후라가들이 크게 공양을 베풀고 발우와 사리탑에 공경하고 예배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래ㆍ응공ㆍ정변지의 사리와 발우는 큰 위엄과 덕망이 있다. 아난아, 여래의 생신(生身)을 모시고 공양하였으니 생기는 공덕은 헤아릴 수 없고 그지없으며 불가사의한 아승기이다.”
부처님께서 아난을 위하여 미래의 일을 말씀하신 뒤에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와 같이 여러 나라를 다니다가 오래지 않은 7일 뒤에는 꼭 물러나 열반에 들 것이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예, 그렇게 하십시오.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이때 부처님과 아난은 차례대로 여러 나라에 이르러 성이나 읍에서 헤아릴 수 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여 해탈시키고, 대장장이 순타(純陀)의 집에 가셨다. 이곳이 여래께서 최후로 공양하신 곳이다.
이때 세존께서 그의 공양을 받으시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마지막 음식을 먹기 위하여
순타의 집에 있도다.
이와 같은 오중(五衆)의 몸은
오래지 않아 멸도하리라.
이때 부처님과 아난은 구시나성(拘尸那城)에 이르러 여러 가지 방편으로 구시나의 장수들을 교화시키고, 구시나성에서 나오셔서 우파발다나(優波跋多那)의 사라쌍수(娑羅雙樹) 사이에 이르셨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머리를 북쪽으로 하고 누우셨다. 그때 수발타라(須跋陀羅)가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이마를 땅에 대어 절한 뒤에 부처님을 향하여 앉았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하여 설법하시니, 그는 아라한과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