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순례일이면 매번 날씨에 신경을 쓰게 된다.
비가 올거라는 예보에 맞춰 순례 전날은 밤새 비가 내렸다.
새벽에 일어나보니 비는 그쳐 있었고, 금방 다시 쏟아질 듯 하늘은 잔뜩 흐려있다.
온 나라가 가뭄으로 고생을 하고 있던 차에 내린 비라, 감로수같은 단비이다.
길이 미끄러울테니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옆지기의 인사를 뒤로 하고 기분 좋게 순례길을 나선다.
출발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점검한 인원이 45명, 맞춤도 이런 맞춤이 없다.
접수했다가 부득이 못 나오신 분들에게 오히려 고마워해야 한다며 다들 한 마디씩 한다. ^^*
사실은 인원이 초과되어 승용차 한 대가 더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다.
밤새 내린 비는 살짝 그쳐있고, 차는 만차이고, 아침 바람은 더 없이 상쾌하고,
모든 것이 순조로운 출발이다.
오늘 순례지는 여수 향일암과 흥국사.
그 중 향일암은 우리나라 4대 관음성지 중의 한 곳이다.
순례팀장님(꽃사슴)의 사전 답사도 있었고 사찰측과의 사전 협의 덕분으로 주차와 입장이 쉽게 쉽게 통과되어 순례객을 실은 차는 향일암 아랫마을까지 진입할 수 있었다.
이곳이 돌산 갓김치로 유명한 돌산이다.
"언니, 갓김치 맛 좀 보고가세요~"
먹음직스런 갓김치로 유혹하는 토박이 언니(?)들의 권유에
"내려 올 때요~"라는 말로 살짝 뿌리친 채 향일암 일주문을 향해 열심히 계단을 오른다.
제철은 지났겠지만 아직도 동백이 볼 만했다.
향일암 가는 길은 바위 속으로 난 길이 몇 곳이나 있었다.
저절로 자세와 걸음걸이가 조심이 되는 그런 길이다.
저 곳을 통과하면 사진에서 보던 향일암 풍경을 만나겠구나 싶어 마음은 한껏 부풀어 오른다.
-향일암 총무(연호)스님을 모시고 기념사진을 찍다
와우~ 황금법당이다.
대웅전이지만 아직 현판이 걸리지는 않았다.
불사 중인 전각이다.
법당 안팎이 모두 황금빛으로 장엄되어 있었다.
잘 장엄된 대웅전 뒤로 경전이 포개진 모양의 경전바위가 솟아 있다.
일행은 대웅전에 들러 참배를 드린 뒤 공양시간 까지는 자유로이 도량을 돌며 다른 전각을 둘러보고 각자 참배의 시간을 가졌다.
아, 관세음!!
대웅전 윗쪽으로 난 동백숲길을 따라 올라가니 남해 바다가 환히 보이는 자리에 그 분이 계셨다.
기암괴석과 동백나무 우거진 숲을 병풍 삼은 채 그토록 뵙고 싶었던 향일암 관세음보살님이 계셨다.
먼바다를 바라보시며 그윽한 삼매 속에서 중생의 팔만 번뇌와 병고를 듣고 보시며 따스한 손길로 어루어주시는 듯 그렇게 서 계셨다.
영원한 고향,
서방 금색 찬란한 나라,
그 맑고 푸른 물 위에
송이 송이 광명의 연꽃 피우사
구품의 연화대로 맞아 주시는
관세음! 관세음!
자비하신 어머니여!
멸망의 세상이 된다 하여도
내게는 근심걱정 이미 없도다.
님의 귀 어디 가나 나를 들으시니
내게는 근심 걱정 이미 없도다.
-관세음보살 찬가 중에서-
공양을 마친 일행은 다시 대웅전에 모여 향일암 총무(연호)스님의 향일암 내력소개를 겸한 법문을 들을 수 있었다.
스님께서 설명해 주신 향일암 소개를 간추려 본다.
향일암은 대한불교 조계종 제 19교구본사 화엄사 말사이다.
거북을 닮았다는 금오산(金鰲山)에 위치한 향일암(向日庵)은 해를 바라본다는 뜻도 있지만 ,
그 보다는 '해를 머금고 있는 사찰'의 뜻이 있다고 한다. 일체 진리를 머금음을 표현한 이름이라는 설명이시다.
향일암은 원효대사(元曉大師)가 659년(의자왕 19)에 원통암(圓通庵)이란 이름으로 창건하었다고 전해진다.
그 후 윤필대사가 이곳에 수도하면서 원통암을 금오암(金鰲庵)이라 개칭하였으며 조선 숙종 때 인묵대사께서 지금의 자리로 암자를 옮기고, ‘해를 바라본다’는 뜻의 향일암이라고 명명하였다고 설명하셨다.
이곳은 원효스님과의 인연이 깊은 도량이라고 한다.
저 아랫쪽의 관음전은 원효스님께서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하신 장소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대웅전 뒷편으로 솟아있는 경전바위는 옛날 원효대사가 수도를 끝내고 이 향일암을 떠날 때 그 많은 불경책을 가져갈 수 없어 공중에 날려 보낸 것이 멀리가지 못하고 이곳에 경전바위로 변하였다고 한다.
일명 흔들바위라고도 불리는 이 경전바위는 지금은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원효암 총무스님께서는 도량 소개 외에도 당신의 행자시절 일화를 들어 인연의 어김없음과 소중함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간간이 섞은 유머로 좌중을 즐겁게 하시며 본인은 아무래도 전생에 '설법제일 부루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하셨다.
마이크만 잡으면 말이 그냥 술술술 나온다고~ ^^*
이런 좋은 도량에 와서 호쾌하게 웃고 가는 것도 좋은 일 아니냐는 지론을 펴시기도...
인연이란 억지로 다가가도 갈 수 없는 것이며,
세월따라 가다보면 한 번, 두 번 만나지고 그렇게 인연이 맺어져 가는 거라고 하셨다.
인드라망 불자님들도 언제 한 번 이곳에서 스님과 함께 철야정진 기도를 함께 해보자는 말씀을 끝으로 법문을 마치셨다.
-진지하게 법문을 경청하는 인드라망 회원님들
-바다가 환히 보이는 관음전에서의 간절한 오체투지
-대웅전 뒷모습
-대웅전 단청, 참으로 섬세하고도 아름다웠다. 어느 신심 깊은 장인의 솜씨이신지....()
지붕도 처마도 황금빛,
그 처마 끝에 달린 풍경 속 물고기조차도 황금빛이다.
황금빛은 역시 해를 상징하는 빛.
해를 머금은 도량의 이름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황금법당.
아득한 남해의 지평선으로 떠오르는 일출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향일암,
그 아침해를 머금은 도량의 모습을 언젠가는 또 볼 날이 있겠지.
바다와 바위산과 동백,
찬란한 황금법당,
그리고 그 모든 것 가운데 우뚝 서 계신 해수관음상,
향일암이 내게 남긴 이미지이다.
-대웅전 처마와 범종각
요사채 지붕 너머로 남해의 작은 섬들이 한 방향으로 떠 있다.
이곳 주변의 지명도 불교와 관련이 깊다.
역시 향일암이 있기에 그러했던 것 같다.
향일암 주변으로 왼쪽에는 중생의 서원에 감응했다는 감응도, 앞바다에는 부처가 머물렀다는 세존도,
오른쪽에는 아미타불이 화현했다는 미타도가 있다.
金鼇라는 산 이름에서도 알 수 있지만 이 곳은 거북 형상의 산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이곳 도량에는 크고 작은 거북상이 많이 조성되어 있다.
남해 바다로 금방이라도 뛰어들듯 보이는 저 거북,
간절한 염원이라도 있는지 망망대해 저쪽을 바라보는 여인의 뒷모습이 애절해 보인다.
향일암에서의 공식 일정을 마친 인드라망 순례객은 2시에 버스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고 각자 개인시간을 가졌다.
동백꽃 속에서 혹은 황금법당 앞에서,
혹은 바다를 배경으로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으며 향일암에서의 한나절을 즐거이 마무리 지었다.
-선돌뱅이님과 친구분이신 현병채님
-수향님과 여학교 친구들..^^*
-보문님과 뽀대로님
-인드라망 사찰순례 날을 제일 열심히 기다리는 무주님. ^^*
-점심 공양후 설거지를 하고 있는 인드라망 회원님
-뽀대로님, 순도문님
-해수관음상에서 내려다 본 관음전
바다를 내려다보며, 동백나무 숲길을 걸어 부처님께로 갔던 이 날의 기억은 쉬이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해를 머금은 도량 향일암, 관음기도처로 유명한 이 곳에서 밤새 철야정진을 한 뒤 남해 바다 위로 떠오르는 아침해를 맞이하게 될, 그런 좋은 인연이 우리 모두에게 언젠가는 오게 되길 발원해 본다.
-흥국사 순례후기는 따로 올리겠습니다.
처음으로 인드라망 사찰순례에 동참해 주신 님들, 참 반가웠습니다.
그 중에서도 명고님, 늘 글로만 대했는데 모처럼 함께 해 주셨지요. 반가웠습니다. ()
맛있는 떡공양 해주신 목정님 고맙습니다.
특별회비 내어주신 기산심해님, 평등심님, 고맙습니다.
향기로운 커피와 폭신한 삶은 계란, 보시해 주신 소나타님, 월명심님 고맙습니다. ^^*
2부 흥국사 순례기에서 뵙겠습니다. ()
첫댓글 그림감사합니다,,, 황금법당도 생겼네요?,,, 인드라망 사찰순례 앞으로도 쭉 계속되길 기원합니다....()()()
다시 한번 가야겠네요. 고맙습니다._()()()_
언제고 철야기도를 한뒤 황금법당에 햇살이 비치는 장관을 보고 싶네요. 고맙습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