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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옥누이 : cafe.daum.net/sinby0727
(3)
그 날 이후 다행히 녀석과 별다른 일은 없었다.
태원이 내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집 앞까지 태워다 주는 거 빼곤 말이다.
붉은 머리는 이 일을 굉장히 불쾌하게 여기는 것 같았지만 내 다리가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애써 감정을 들어내진 않았다.
“ 깁스는 언제 풀어? ”
수업시간, 붉은 머리가 박 교수님의 눈치를 살피며 낮게 속삭였다.
“ 금요일에 병원 오라고 했으니까 상태 봐서 풀 거야. ”
“ .. 너 깁스 풀고 나서도 태원이 녀석 차타고 다닐 거야? ”
“ 설마. 나도 녀석 차 불편해서 더 이상 못 타겠어. 낫기만 하면 지하철 타고 다닐 거야.
그리고 녀석도 얼마나 귀찮아하는데. ”
난 붉은 머리를 안심시키며 말했다.
물론 진짜로 태원이 녀석이 귀찮아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이상하리만큼 태원이는 싫어하는 기색 없이 기사노릇을 자청했다.
내 말에 기분 좋아진 붉은 머리가 다 나으면 무박 2일로 놀러가자고 제안했다.
하긴, 이렇게 햇살 좋은 5월에 갑갑하게 집과 학교만 다니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다.
얼른 나았으면 좋겠다.
수업이 거의 끝날 무렵 태원이에게 문자가 왔다.
[ 수업 곧 끝나니까 주차장에서 기다려 ]
요즘 녀석과 주고받는 문자수는 붉은 머리가 보내는 문자보다 훨씬 많다.
녀석은 나에게 왜 이렇게 잘해주는 걸까?
혹시 내가 너무 예뻐서 ? 내가 너무 매력적이라서?
.. ..
솔직히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녀석의 과엔 연예인 지망생들로 모델같이 예쁜 애들이 넘쳐 날 텐데 뭐 아쉽다고 나 같은 애를
좋아하겠어. 저번에 그 예쁜 애도 찼던 녀석인데..
혹시 녀석이 의외로 눈이 엄청 낮아서 날 좋아하고 있는 건지도..
..
..
이렇게 생각하니까 내 자신이 너무 비참했다.
나도 나름대로 학교 다닐 때 초콜릿 한두 개 받을 정도로 인기있었다구.
물론 그 중에 하나는 단짝 친구가 준거긴 하지만 말이다.
난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하고 주차장으로 절뚝거리며 걸어갔다.
“ 후암.. ”
하품을 쩌억 하며 시계를 보았다. 금방 온다는 녀석이 20분이 다 돼도 오지 않는다.
난 멍하니 벤치에 앉아 휴대폰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며 지루 하게 앉아 있었다.
그렇게 몇 분정도를 기다리고 있을 때 누군가 멀리서 두리번거리며 걸어오는 게 보였다.
그러나 걸어오는 모습이나 걸음걸이가 낯이 익었다.
어디서 많이 본 사람 같은데..
점점 그 형태가 뚜렷해지며 내가 아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반가웠다.
여자도 마침내 나를 발견하곤 멈칫했다.
“ 노..하늘 ? ”
난 싱긋 웃으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 나라야. ”
고등학교 친구인 나라였다.
나라는 당황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 아, 정말 놀랬다. 그러고 보니 너도 이 학교였지? ”
“ 응. 지지배. 너무 오랜만이다. 저번 주 친구들 모일 땐 왜 안 왔어? ”
“ 아.. 미.. 미안. 나 요즘 재수 준비하느라 바쁘잖아. ”
그리곤 나라는 내 다리의 깁스를 보며 깜짝 놀랐다.
“ 어머. 너 다리 다쳤어? ”
“ 아니. 그냥 쪼~끔 다쳤어. 내일이면 깁스 풀 거야. ”
내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하자 그제야 안심하는 나라다.
“ 너 덤벙되는 건 여전하구나. 그래, 대학생활은 재밌어? ”
“ 응~ 너도 얼른 대학생 돼라. 얼마나 좋은데~ ”
“ 그래. 꼭 그래야지. 재수생도 정말 못해먹을 짓이야. ”
“ 아참. 그런데 우리 학교는 웬일이야? 설마 .. 나 보려고? 히히 ”
그저 농담 한 거 뿐인데 갑자기 나라의 표정이 굳어졌다.
“ 아. 미안. 나 친구 좀 만나려고 왔어. 그런데 연극영화과 건물이 어디야?
너무 넓어서 도저히 못 찾겠어. ”
“ 연극영화과는 여기서 좀 먼데. 내가 안내해줄까? ”
“ 아. 아니야. 됐어. 다리도 아프다면서 뭘. 어디로 가면 돼? ”
나라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다리만 아프지 않았어도 내가 직접 데려다 줄 텐데..
“ 저기 성처럼 보이는 건물 뒤편에 있어. 한 15분 정도는 걸어가야 될 거야. “
“ 고마워. 하늘아. 나 바빠서 먼저 가볼게. ”
“ 응. 그래. 아쉽네. 못 찾으면 전화해. ”
“ 그래. 다음에 보자. ”
나라는 내가 가르쳐준 방향 쪽으로 총총 사라졌다.
오랜만에 만난 거라 조금 더 얘기 하고 싶었지만 나라는 정말 급해 보였다.
난 다시 벤치에 앉아 태원이를 기다렸다.
얼마나 지난 걸까.. 계속 땅바닥을 보고 있어서인지 목이 뻣뻣하고 허리가 아팠다.
주위도 어느새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다.
난 휴대폰을 꺼내보고는 깜짝 놀랐다. 벌써 나라가 지나가고도 30분이나 지났다.
난 꾹꾹 버튼을 눌러 문자를 보냈다.
[ 이놈!! 죽은 게냐? ]
..
5분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
[ 어쭈구리!! 씹어?? 뭐야? 춥단 말이야. 못 오면 못 온다고 말이라도 해죠]
또 5분이 지났다. 점점 내 인내심도 바닥이 나고 있었다.
난 신경질적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 현재 고객님께서 전원스위치를 끈 상태이오니.. ]
녀석의 폰이 꺼져있었다. 배터리가 방전되었구나.
그래도 그렇지. 내 번호도 알고 있으면서 친구 폰으로 문자하나 안 주냐.
나는 싸늘해지는 몸을 감쌌다.
아마 조교가 뭔가 부탁을 했거나 다른 급한 일이 있어서 조금 늦는 걸 거야.
생각같아선 걸어가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기다린 게 억울해서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딱 10분만 기다리다 안 오면 가자.
..
5분 만 더..
..
1분 만 ..
조금만 하며 기다리던 게 결국 2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주위가 이미 어둑해졌지만 녀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으슬거리던 몸은 감기에 걸리려는지 콧물이 줄줄 쏟아졌다.
이미 바닥이 난 휴지를 마지막으로 팽- 풀며 힘없이 일어났다.
이 괘씸한 놈.
웬일로 잘해 준가 싶었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뒤통수를 치는 구나.
날 가지고 장난 친 기분이 들어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난 투덜거리며 절뚝거리는 다리로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평소엔 20분정도 걸리던 길이 아픈 다리를 질질 끌며 걸었더니 40분이나 걸렸다.
세상에.. 처음으로 이렇게 넓은 학교 캠퍼스가 원망스러웠다.
그날 밤.
내 머리맡에 올려 둔 핸드폰이 계속해서 울려댔지만 난 절대 전화를 받지 않았다.
“ 언니!! 시끄러워 죽겠어. 제발 전화 좀 받아. ”
바다가 참다못해 2층에서 빽 소리 질렀다.
난 말없이 배터리를 분리시켜 향단이(강아지 인형)엉덩이 밑에 쑤셔 넣었다.
녀석에게 속은 기분에 너무 우울했다.
난 머리 위까지 이불을 뒤집은 쓴 채 옆에 놓인 방자(곰돌이 인형)의 목을 잡았다.
이 나쁜 자식!!!
난 방자를 태원이 놈이라 생각하며 벽에 헤딩 시키고 손으로 목을 조이고 몸으로 누르며 분풀이 했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녀석은 완벽하게 날 갖고 논 것이다.
처음에 친절한 척 병원에 데려다 주고 집까지 데려다 주고 하더니 거의 막판에 와서 골탕 먹였다.
초등학교 때 문제집 살돈으로 다 죽어가는 강아지를 사서 엄마한테 진탕 두들겨 맞은 적도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까지 화가 나진 않았다.
오지도 않는 녀석을 2시간 동안 덜덜 떨며 기다린 게 억울한 게 아니다.
처음 누군가 너무 잘해줘서 좋은 녀석이라 생각했는데..
아주 조금은 놈이 좋아질 뻔 했는데.. 날 가지고 놀다니..
나 왜 이렇게 바보 같지?
이런 내 신세가 너무 한심해서 방자를 안고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태원. 너 진짜 나빴어.
(4)
다음 날.
내 얼굴은 정말 보기 흉할 정도로 부어 있었다.
쌍꺼풀은 다 풀려 있었고 코와 볼은 보톡스 맞은 것처럼 잔주름 하나 없이 탱탱하게 펴져 있었다.
“ 어휴. 저게 누구 딸이야? 당신 딸이유? ”
“ 글쎄. 난 저렇게 흉측한 딸 낳은 기억이 없는데.. ”
내가 부스스한 머리로 등장하자 엄마와 아빠가 아침을 드시다 말고 한마디씩 하셨다.
난 밥을 다 먹고 나서 꽁꽁 감긴 붕대를 천천히 풀었다.
요 며칠, 깁스 때문에 녀석의 차를 타고 다녔던 거 생각하니 다시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병원은 내일 가기로 되어 있었지만 한시라도 빨리 풀고 싶었다.
파랗던 멍은 누르스름하게 바뀌어 있었고 퉁퉁 부었던 발등도 제법 가라앉았다.
발목을 몇 번 움직여도 보고 거실을 이리저리 걸어 다녔지만 이젠 아프지 않다.
“ 병원 안 가 봐도 되겠어? ”
옆에서 큰 오빠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날 진지하게 대하는 사람이었다.
“ 응. 괜찮은 것 같아. 멍도 많이 없어졌어. ”
“ 깁스 풀어도 당분가 조심해. 다시 부을 수도 있으니까.. .. 아, 그런데 하늘아. ”
“ 응.. ? ”
“ .. 발 며칠 동안 안 씻은 거냐.. ? ”
“ .. ”
진지한 사람이라고 했던 거 취소다.
난 비누로 뽀득뽀득 소리가 날 때까지 발을 씻었다.
사실 큰 오빠가 그런 말 한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정말이지. 겨우(?) 5일 안 씻었을 뿐인데 냄새는 정말 지독했다.
하얗던 거즈는 땀이 베여 노랗게 변해 있었다.
강의실에 들어서자 붉은 머리가 제일 먼저 기뻐하며 나를 반겼다.
“ 야. 깁스 풀었네? 언제 풀었어? ”
“ 오늘 아침에.. 이젠 하나도 안 아파. ”
“ 병원 안 가봐 도 돼? 우리 부모님이 그런 거 잘 아시는데 한번 가보자. ”
“ 괜찮아. 다리 다 나았어. ”
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깁스 푼 발을 흔들어 보였다.
그제야 붉은 머리도 안심이 된 듯 싱긋 웃는다.
“ 너 다리 다 나은 기념으로 우리 이따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내가 쏠게~ ”
“ 좋아. ”
난 어제의 우울함을 떨쳐내기 위해 씩씩하게 말했다.
그릇 위까지 수북이 쌓인 각종 과일 토핑과 블루베리시럽이 너무나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크게 수저를 떠서 입에 넣었다.
블루베리와 섞인 요거트가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 아. 너무 맛있다~ 감동이다. 감동. ”
붉은 머리는 그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연신 아이스크림 먹는데만 몰두했다.
그래서 가방에 넣어둔 핸드폰이 울리자 투덜거렸다.
“ 에이. 어르신 먹는데 누가 전화질이야. ”
하지만 번호를 확인하더니 표정이 180 도 달라졌다.
“ Amy~ !! "
붉은 머리가 반갑게 소리쳤다.
Amy? 외국인 친구인가.
난 붉은 머리가 통화하는 동안 한 수저라도 더 먹기 위해 열심히 아이스크림을 떴다.
“ 지금.. ? 어딘데? ... 진짜? 응. 알았어. 내가 데리러 갈게. 거기 있어. ”
붉은 머리가 핸드폰을 닫으며 벌떡 일어났다.
“ 어디가? ”
“ 아. 친구가 지금 학교 앞에 왔대. 금방 데리고 올게. 잠깐만 기다려. ”
“ 으응.. ”
창밖으로 붉은 머리가 횡단보도를 건너 정문 쪽으로 뛰어가는 게 보였다.
Amy가 누구 길래 저렇게 기쁜 듯이 뛰어 나가는 걸까.
붉은 머리가 나 외에 누군가에게 저렇게 관심 보인 적은 없었는데..
5분 정도 기다렸을까. 초록색 문이 열리며 붉은 머리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로 나만큼이나 체격이 작은 소녀가 있었다.
난 Amy란 이름에 금발이나 갈색톤의 서양인을 상상했었는데 뜻밖에도 동남아 사람이었다.
“ 그새 다 먹었네. 이 먹보. ”
붉은 머리는 자리에 앉자마자 나를 구박하기 시작했다.
난 입을 삐죽거리며 여자애를 바라보았다.
“ 네가 거의 다 먹고 갔으면서.. 그런데 이 친구는 누구야? ”
“ 얜 필리핀에서 온 친구 Amy야. Amy, 나랑 같은 학교 친구 하늘이야. 서로 인사해 ”
아, 필리핀사람이구나. 그런데 인사를 어떻게 해야 하지?
필리핀은 어느 나라 말을 쓰는 거야? 그래. 일단 영어를 쓰자. 만국 공통어니까..
난 용기를 내어 왼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 하.. 하이~ ”
“ 안뇽~ 하누리? 하수항테 얘기 마니 드렀엉~ ”
조금 어색한 발음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한국말을 잘해서 놀랐다.
“ 어. 한국말 할 줄 아네? ”
“ 응. 엄마가 가르쳐 줘썽~ ”
Amy가 두터운 입술 사이로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Amy는 전체적으로 까만 피부에 서울에선 보기 드문 크고 순박한 눈을 가졌다.
깊게 쌍꺼풀 진 눈과 긴 속눈썹 때문인지 깜빡 거릴 때마다 작고 귀여운 인디언 인형 같았다.
생글거리며 웃을 땐 어두운 피부색과 대조되어 촘촘하게 박힌 이빨이 더욱 하얗게 빛났다.
“ 저번에 일러스트랑 패턴 맡긴 거 다 했다구? ”
그러자 Amy는 가져온 종이가방에서 각가지 옷을 꺼냈다.
민소매 티와 청재킷, 찢어진 청바지, 치마 등이었는데 모두 검정색이다.
한눈에도 붉은 머리 스타일 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 응. 일이 좀 한가해성 금방 만드렀엉.
긍데 하수 스케치에서 민소매 티 가슴 글자가 잘 안 보였엉. 그래성 이 부분응 아직 몬 만드렀엉. “
“ 아, 그거 * exorcism 단어를 필기체로 쓴 거였는데 안 보였나보네.
이번엔 소매 미싱 처리도 깔끔하고 아주 좋아. ”
[ exorcism : 귀신 물리기. 엑소시스트. 귀신 물리는 사람 ]
“ 헤헤. 이 치마는 뭔가 허저내 보요썽 (허전해 보여서) 블루 비즈를 박고 주머니도 만드렀어.
마음엔 드렁? ”
“ 역시 Amy 센스는 알아줘야 돼~ 정말 예뻐. ”
하수와 Amy는 만들어 온 옷을 보며 즐거운 듯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사람 대화에 낄 수가 없었던 난 그저 뻘줌한 표정을 지으며 빈 수저만 쪽쪽 빨았다.
“ 친구랑 선배들이 내 옷을 보고는 정말 독특하다고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아는 친구가 만들어줬다고 하니까 그 친구 좀 소개시켜주래. 킬킬. “
“ 증말? 나 유명한 거양? 헤헤~ ”
Amy는 하얀 이를 다 드러내며 웃는다.
지금까지 붉은 머리가 입고 다니던 저 독특한 옷들을 모두 저 애가 직접 만든 거였어?
어리고 순박해 보이기만 한 Amy가 대단해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만이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그때 Amy가 조심스럽게 일어나며 말했다.
“ 하수양. 하누라. 나 먼저 이러나껭 ( 일어날게 ). ”
“ 뭐? 벌써? ”
“ 응. 동대문에 들려성 원단이랑 사야행. ”
“ 잠깐. 나도 같이 가자. 그 무거운 걸 들고 다니려면 나 같이 힘쓰는 사람이 필요할 거야. ”
그러자 붉은 머리도 따라 일어난다.
뭐야. 갑자기 다들 가는 분위기?
나도 두 사람을 따라가야 하나 머뭇거리자 Amy가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 아냐. 동대문은 나 혼자 가두 됑~ ”
“ 아냐. 아냐. 난 괜찮으니까 둘이 같이 다녀와. 나.. 나도 친구랑 약속이 있거든. ”
물론 친구와 약속 있다는 건 거짓말이다.
며칠 동안 내내 깁스를 하고 다녔고 바로 몇 시간 전에 풀었는데 무슨 약속을 잡았겠는가.
그러자 붉은 머리는
“ 어, 그래? 그럼, 내일보자. ”
하며 뒤도 안 돌아보고 Amy와 함께 나가버렸다.
우씨. 그렇다고 진짜 가냐?
빈 말이라도 같이 가자고 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친한 친구를 뺏긴 기분이 들었지만 이제 와서 그녀들을 따라 갈수도 없는 노릇이다.
암튼 난 꼭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곤 후회한다니까.
아이스크림 가게를 나와 힘없이 정류장에 서 있었다.
아직 해는 중천에 걸려 있는데 이대로 집에 가야 한다니.
난 핸드폰을 꺼내 같이 놀아줄 친구들 번호를 찾았다.
은영이는 수업중일 테고 란은 아르바이트 중이고 민옥이랑 윤진이는 .. ..
그때 갑자기 내 마음을 읽은 듯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나라였다. 어쩐 일이지.. ?
“ 나라야. 어쩐 일이야? ”
“ 하늘이 네 목소리가 듣고 싶었어. ”
그리곤 쑥스러운 듯 피식 웃는 나라.
하지만 그 웃음 뒤로 슬픔이 묻어 있다는 걸 곧 알 수 있었다.
웃음으로 울음을 감추려는 듯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좋지 않은 예감을 눈치 챈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나라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 .. 하늘아. 나 술 좀 사줄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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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옥이입니다.
여러분께 약속한대로 오늘 아침 서울에 도착해 바로 글을 올렸답니다.
7월 말부터 어제까지 어느 행사장의 주차 경비 일을 도왔답니다.
전 세계에서 만 오천명 가까이 오는 아주 큰 행사였는데 여러 사람들과 친해지고 짧은 영어
실력으로 외국인들과 얘기할 기회도 있었답니다.
거기서 일하면서 느낀건.. 역시 영어 공부를 해야 겠구나 하는 거.. ㅠㅠ
옥이의 영어실력은 중학교.. 아니 초등학교 영어실력( 요즘 초등학생들 영어 잘하더라구요 )
으로 기본단어만 구사 할 수 있는데.. 다행히 그래도 대화는 통하더라구요 ^^ ㅎㅎ
밤새면서 근무하는 바람에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보람은 있습니다.
오늘은 2회분량을 올렸는데 내일도 시간이 되면 16회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젠 전 그동안 밀렸던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러 갑니다~~ ^^
첫댓글 오옷.. 옥이님.. 역시 약속을 지키셨군요.. 태원이에게도 뭔가 사정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오해는 싫어
bc코드님 감사합니다^^ 저도 될수 있음 약속을 꼭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랍니다. ㅎㅎ
돌아오셨군요 옥이님^-^ 날씨도 찜통같은데 일하시느라 고생 많으셨겠어요~ㅎㅎ 오랜만에 하늘이랑 하수랑 태원이까지 만나니까 이렇게 반가울수가>_< Amy의 실감나는 한국어발음 너무 재미있어요>_<// 나라에겐 또 어떤일이 생긴건지 무척이나 궁금하네요, 다음편을 기다립니다^-^*
아로님 감사합니다. 새로 등장한 Amy는 소설 끝부분에 잠깐 나오고 하늘이편에선 그다지 중요한 역할은 하지 않는답니다. 하수편에선 큰 역할을 할테니 기대해주시 기 바랍니다 ^^
기죽지마세요 빙누님!!우리에겐 만국공통어인 바디랭귀지가 있지 않습니까??하하[이걸로는 위로가 약하군요;;;]흠흠..그동안 학수고대하던 하수가 돌아왔어요~다른 아이들에겐 미안하지만 전 왜이렇게 붉으머리가 좋은건가요?~~이러다 정말;;;;아 위험합니다^^ㅋㅋ태원이 자식 또!!하늘이에게 미안할짓을 만들었군요~짜식!더 혼나야되겠어요!!^^아우..요새 날씨가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밤에는 열대야 현상으로...낮에는 바람마져도 모래를 삼킨듯 텁텁하니..어찌하면 좋을까요~그래도 우리 빙누님 소설한편 읽으며~더위를 좀 날렸어요~^^건필하세요^^
이치고 이치에님 감사합니다. 늘 그렇듯 이번에도 긴 코멘을 ㅠㅠ 아~ 감동에 안습.. 크흑.. 저도 개인적으로 붉은 머리를 더 좋아한답니다. 그래서 요즘 하수편을 쓰고 있는게 즐겁답니다. 아마 하수편은 하늘이편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소설이 될듯 싶습니다. 후후.. 오늘도 정말 더운데 전 감기에 걸리고 말았답니다 -ㅁ-;;; 감기 조심 하세요 ㅠㅠ
아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너무 방가워요... 근뒤 태원이가 그이후로 소식이 없고..도대체 태원이는 뭐때문에 약속을 어긴건지... 16편 기대하고있어요...헤헤
달콤한초콜릿님 감사합니다. 태원이도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을겁니다 ^^; 초콜릿님의 새 글도 잘 보고 있으니 꼭 성실연재~!!! 후후후!!!
이제서야 읽었습니다. ^^;; 하늘이의 고등학교 친구? 이아이 수상쩍네요.ㅋㅋ 태원이 이쉐이. 하늘이를 2시간 넘게 바람 맞히다니.ㅡㅡ
ㅋㅋㅋ 소심한얍삽녀님 리플 읽고 웃어버렸답니다. 얍삽녀님도 눈치 3단!!!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