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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워 놓은 도토리를 놓고 고민을 한 끝에
결국 묵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아내는 괜한 일거리를 만든다며 쳐다보지도 않더군요.
방앗간에 전화를 해서 물어봤더니
껍질을 까지 않아도 되니
하룻밤 물에 담근 뒤 물기를 말려서 가져오라고 하더군요.
아마도 빻기 쉬우라고 그런 것 같았습니다.
껍질째 3번을 빻아서
무게를 달아 보니 7kg이 되었습니다.
14,000원을 지불했습니다.
이불집에서 천으로 된 자루도 구했습니다.
큰 스텐양푼에 물을 받아 자루를 담근 뒤
도토리가루를 통째로 붓고서 조물조물 주물렀습니다.
10분쯤 주물러 나온 전분 물을 다른 양푼에 붓고서
다시 또 자루를 돌려가며 골고루 주물렀습니다.
그리고는 양은양푼에 있던 웃물을 따라내고서
자루에서 나온 전분 물을 보태어 부었습니다.
그러기를 몇 차례,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려
한 양푼의 도토리 전분을 만들었습니다.
여러 차례 웃물을 따라낸 건 도토리를 껍질째 빻았기 때문에
혹시나 떫은 맛이 강하지 않을까 싶어서였습니다.
하룻밤을 재운 뒤에 보니 물의 색이 아주 진했습니다.
다시 웃물을 따라내고 새 물을 부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가만히 웃물을 따라내고 보니
양푼 바닥에 도토리 전분이 깔려 있었습니다.
전분이 딸려나가는 마지막 웃물을 따로 받아두고서
전분 국물을 페트병에 부었더니 2개 반쯤 나오더군요.
다섯 번 정도 묵을 만들 수 있는 양이었는데
그건 냉동실에 따로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묵을 만들 작정입니다.
페트병 냉동저장은 방앗간에서 배운 것인데
전분을 말리지 않아도 되는 좋은 방법인 듯했습니다.
전분을 말리는 게 제일 힘든 일이거든요.
쉽게 상할 수도 있고 말입니다.
따로 받아두었던 웃물 전분으로
저녁에 본격적으로 도토리묵을 만들었습니다.
큰 찜기에 도토리 전분이 눌어붙지 않도록
바닥에 울리브기름을 살짝 두른 뒤
약불에 20 정도 저어 주니 적당했습니다.
마지막에 소금도 조금 넣고 식용유도 조금 넣어 저었습니다.
기름을 넣으면 훨씬 보기가 좋대요.
법랑그릇에 부어서 굳힌 뒤
아침식사에 곁들여 먹었는데
오우, 떫지도 않고 제대로 성공했습니다.
지청구를 주던 아내도 끄덕끄덕했습니다.
도토리묵 만들기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첫댓글 어휴 대단하십니다. 저는 엄두도 못내요 ㅎ
제가 써 놓은 대로 하시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겁니다.
껍질째 갈고 전분물을 말리지 않아도 되니까요.
전분을 말리지않고 바로 해도 되는군요.
과정이 엄청 힘들어 보이지만
색이 찐하게 잘 된것 같아요.
맛나 보입니다.^^
예전에 처음 할 때보다는 과정이 많이 생략되어서 좋았습니다.
도토리묵 드시러 오세요.^^
첨엔 엄두가 안 나지만 해보면 재밌습니다
등산 다니면서 도토리 주워모아 가을 내내 묵을 해먹곤 합니다
전 방앗간에 가지않고
조금씩 믹스기에 갈아서 해먹습니다
아하, 그러시군요.
믹스기로 갈자면 껍질을 벗겨야 하겠지요?
우리는 ㅇ숙을 크게 좋아하지는 않아서 쉽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가루가 아닌 전분으로 하는건 안해봤어요
맛은 더 좋다고 하더군요
네, 즉석음식이라 할 수 있으니
맛은 조금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애들 어릴때 도토리 한바가지 줏어선 껍질까선 물에 담궈두었다 믹서기에 갈아선 나온 물녹말로 묵을 쑤었더니 너무 묽어선 어쩌나 했는데
엄마는 양념간장 쳐서는 수저로 떠드시며 맛나다 맛나다 하시데요
지금 해드리면 더 잘 쑤어드릴수 있을거인데...
맞아요.
저도 마지막 웃물만 가지고 묵을 만들었더니 조금 묽긴 했는데 그래도 맛이 있었습니다.
@정가네(김천) 묵 쑤셨다 묵말랭이 해놨다가 불려선 잡채 해 먹어도 맛있습니다
@바다세상 아하, 그런 방법도 있군요.
양이 적어서 그냥 다 먹어도 될 것 같습니다.^^
정쌤, 별걸 다 하시는군요~
정쌤이 쑨 도토리묵에 막거리 한 사발, 크으으.^^
네, 해볼 만했어요.
아침부터 막걸리 먹기는 그렇고 점심때...^^
다래님 대박났네요
도토리묵 쑤어 주는 남편
최고예요
어제 두 번째로 끓여봤는데 젓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저하곤 다른방법으로 묵을 만드시네요
전 좀어렵게 만듭니다
전 줏어오면 일단 껍질을 다 깝니다
반을 쪼개서 채반에 다글다글 말려서 베짝 마른다음에 물에 담궈서 시커먼 물을 자꾸 따라줍니다
한 이틀 담궜다가 방앗간에가서 갈아와서
삼베보자기에 바락바락 치대서 다라이에 물을넉넉하게 부어놓으연 녹말가루가 가라앉으면 그걸로 묵을 쑤면
색깔이 검지않고
저흰 메밀묵 색깔처럼 깨끗합니다
올해도 힘들게 만들어서
11집 배달 다녀왔더니 저흰
삐뚤빼뚤 조금남아서 그것 먹고 끝냈습니다
만들어서 이웃과 친구들과 지인들 나눠주는 재미로합니다
ㅎㅎ
대부분 그렇게 하시지요.
그렇게 하자면 힘이 많이 드는데 저처럼 하면 아주 쉽게 할 수 있어요.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꺼내 만들어 먹을 수도 있고요.
아이구ᆢ지기님 묵까지 만드시는 재주꾼이셨네요
아주 맛있게 보여 군침돕니다
아부지 계실때 꽃마실 다녀오심서 주워오신적 있어 한번 만들어본적 있어요
손많이가고 힘들던데 자상하시네요
제가 올린 방법으로 하니 그렇게 어렵지 않더라고요.
전분을 내고 묵을 만들 때 오래 젓는 게 좀 힘들지만 한번씩 해 먹을 만한 것 같아요.
젓가락들고 순간이동해서 하고 싶어요ㆍ맛있겠어요
오세요, 오세요.^^
수고 많으셧습니다
침 삼켜유~~~
진짜 도토리묵!! ㅎ
아휴, 이걸 보셨군요.
올해도 또 만들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