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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08
씬1. 택시 안 (밤)
초췌하고 힘없는 황반장이 택시를 탄다.
기사 : 어디 가십니까?
황반장 : 신길동 (하다가)
그 얼굴 위로 짧게 플래시 되는
// 7부 씬55 민찬(소리) : 택시비 줘서 보내!
황반장, 주머니에서 접혀진 만 원 짜리 세 장을 꺼낸다. 본다. 보다가 허탈한 듯 피식 웃고는
황반장 : (기사에게) 강북구 수유동 갑시다.
하는데서.
씬2. 어느 골목 (밤)
거친 숨을 쉬며 달려가는 홍석과 조형사.
순간 그 앞을 막아서는 어느 남자.
홍석이 그 남자 얼굴을 보고 놀란다. 그 남자, 황반장이다.
황반장 : 홍석아. (반가운, 먹먹한)... 홍석아...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 홍석과 황반장의 얼굴에서 스틸.
그 위로 타이틀 오른다. 추적자 제8화.
씬3. 몽타주 - 어느 도로 (밤)
// 직접 운전하며 차를 몰고 가는 동윤.
// 기사가 운전하는 차. 뒷좌석에 지수가 타고 있다.
// 마주오던 두 대의 차가 멈춘다.
동윤이 내린다. 맞은편에 멈춘 지수의 차로 다가간다.
지수가 내린다.
동윤, 지수 앞에 서서 두 팔을 벌린다. 안기라는 뜻.
지수, 아이처럼 눈물을 터뜨리며 동윤의 품에 매달리듯 안기는 데서.
씬4. 서회장 서재 (밤)
지수가 들어온다.
서회장은 묵음의 TV를 보고 있다. 그 화면, “한오그룹 불법승계, 판도라의 상자 열렸다”
근처에 앉은 영욱은 지수를 노려본다. 처음으로 보이는 분노의 눈빛이다.
영욱 : (낮은 단호한) 나가!
지수 : (담담한 낮은) 오빠도 곧 나가겠네. 한오그룹에서.
영욱 : 야, 서지수. 난 널 지키려고 했다.
지수 : (OL) 끝까지 지켰어야지.
영욱 : (OL) 그렇다고 회의록을 그놈한테.
지수 : 말 가리자 오빠. 내 남편이야.
서회장, 그런 지수를 본다. 보다가
서회장 : ... 우짜노? 지수야. 내는 니한테 아무 할 말이 없는데.
지수 : (담담한) 나 아빠한테 거짓말 한 거 있어요. 엄마 돌아가시던 날, 나 혼자 병원에 있었잖아. 마지막 말, 나 혼자 들었구.
아빠한테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근데 아빠. 그거 거짓말이야.
서회장 : ...
지수 : 엄마는 이랬어. 니 아빠 믿지마. 숨소리까지 거짓말이야.
서회장 : ...
지수 : 딸들이 이래. 엄마 말 안듣다가 나중에 후회한대니까.
서회장 : 인자 우짤끼고?
지수 : (담담한, 단호한) 어떡하긴? 엄마 말 들어야지.
그렇게 서회장과 지수가 바라보는 모습에서.
씬5. 강동윤의 침실 (밤)
지수가 들어온다.
동윤 : (다가가서 손 잡아주며) 긴 싸움이 될거야.
지수 : (시크한 각오) 인생보다 길까.
동윤 : 지금 당신하고 나한텐... 혜라가 필요해.
지수 : ... (시크하게) 못할 게 뭘까? (담담하게) 불러. (하는데서)
씬6. 폐가 앞 (밤)
조형사가 집 곳곳을 살피고 나와선, 저만치 서 있는 홍석과 황반장에게 달려간다.
조형사 : 사람은 없구요. 방에 1997년 달력이 걸려 있습니다. 들어가 쉬십쇼. 전 보초 서겠습니다.
(두 팔 흔들며 미소로 씩씩한 척 하는)
홍석, 옅은 미소를 하곤 황반장과 함께 방으로 들어간다.
씬7. 폐가 방 (밤)
황반장, 벽에 기대 앉아 있고 홍석, 휴지 몇 장으로 바닥을 훔치고 있다.
황반장 : 홍석아. 니는 커가꼬 뭐가 되고 싶었노?... 내는 형사가 되고 싶었다.
그칸데 형사가 되고 나이, 반장도 달고 싶고 계장도 달고 싶고
홍석 : (바닥 훔치며) 아이고. 평생 현장 뛸 겁니까? 열심히 뛰었으면 앉아서 숴야지.
황반장 : 겔국에는 반장에서 끝났지만 낼 모레믄 환갑인데 마누라 약값 댄다꼬 있는 돈 날리고 없는 돈 땡기쓰고
꼴랑 4천 만원에 월세30만원 사는 기 한심스럽다키도, 합천 촌놈이 요만하믄 된 거 아이가...
요런 생각도 하면서 살아 왔다.
홍석 : 반장님 인생요. 그만하면 우수상은 몰라도 장려상은 받을 만 합니다.
황반장 : 그칸데 오늘 어떤 놈이 말 한마디로 내 인생을 들었다 났다 카드라.
홍석, 그 말에 힐끔 보고, 황반장 옆에 앉는다.
황반장 : 니 있는데를 안갈키주믄 퇴직금도... 연금도... 징역도 살리깄다고.
홍석 : ...
황반장 : 그노마가 종이 한 장 흔들면서 말하는데... 내 인생이 저 종이 한 장보다 난기 먼가 싶드라... 희한하제?
택시를 탔는데, 와그리 니가 보고 싶든고. (홍석을 보는 쓸쓸한 미소)
홍석 : (장난스런 미소로) 반장님은 내가 그렇게 좋습니까?
황반장 : 짜슥...
홍석 : 반장님. 야구가 왜 9회 말까지 있는 지 압니까?
황반장 : (많이 듣던 소리다) 하이고. 또 그말 할라 그라나. 인생도 시상도 다 알 수는 없어이 그냥 열심히 살아라.
홍석 : 아뇨. 야구장에 전부 이대호만 있으면 번트는 누가 댑니까?
황반장 : ...
홍석 : 난요. 그냥 희생번트 전문 선수다. 이렇게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황반장 : ...
홍석 : 사람들한테 박수 한번 못 받아도, 1루에서 매일 아웃만 돼도 뭐 어떻습니까...
집에 가면 미연이가 반겨주고. 수정이가 웃어주는데.
황반장 : ...
홍석 : (따뜻한 눈빛으로) 반장님한텐 형수님도 있고, 찬우도 있고, 진숙이도 있잖아요.
황반장 : ... 나가드이 정신이 없네. 니가 어떤지 뻔히 알면서 하소연을 다하고. 미안하데이.
홍석 : 미안하면요 (장난스런 미소로) 엉덩이 좀 치우세요. 여기 좀 닦게.
허허허 웃고 마는 두 남자의 모습에서.
씬8. 서회장 서재 (낮)
회의용 탁자를 가득 채운 사장단들. 그 중에 한 명이 정중하게 다가와서 서회장에게 서류를 내린다.
서회장 : (받는) 이기 밤새 회의를 해가 세운 대책이라 이 말이가?
사장1 : 네.
서회장이 그 서류를 본다. 서류에 적힌 제목 “언론대책 및 검찰조사 대비책”
씬9. 기자회견장 연단 (낮)
동윤이 올라간다.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들.
동윤 : 저는 국민여러분들께 사죄하는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비록 제 자신이 몰랐다 해도
저희 집안이 불미스러운 점에 연류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정중하게 고개 숙이는)
이번 사태와 관련, 국가경제에 미칠 여파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씬10. 서회장 서재 (낮)
서회장이 보고 있는 그 서류. 한 장을 넘기면 목록이 나타난다.
그 목록의 차례 “1. 국가 신용등급 하락위기 강조 2. 실업률 증가에 대한 국민적 불안의 확대
3. 외국인 투자자 철수 홍보 4. 경제 성장률 하락폭 과장 5. 하청 업체를 동원, 중소기업 연쇄도산 가능성 제기
6. 검찰조사는 컨트롤 가능한 곳으로, 최대한 늦춰서 7. YW를 보호한다."
서회장이 보고 있는 그 대비책, 목차 위로 들리는.
동윤(소리) :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실업률이 증가하고, 외국인 투자자가 철수하고,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중소기업 자금난이 심화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씬11. 서회장네 거실 (낮)
다급하게 서재로 달려 들어가는 영욱. 그 위로
동윤(소리) : 하지만 우리 국민들에겐 저력이 있습니다. 어떤 시련과 고통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씬12. 기자회견장 (낮)
동윤 : 지금 우리는 기로에 있습니다. 잠깐의 고통을 선택할 것인가, 영원한 거짓을 선택할 것인가
씬13. 서회장 서재 (낮)
달려 들어온 영욱이 TV를 켠다. TV 화면 속의
동윤 : 대한국민당 대통령 후보 저 강동윤은, 여야 정치권의 조숙한 시일 내에 특검 및 국회 청문회를 실시할 것을 제안합니다.
둥! 얼굴이 굳어진 서회장이, 바라보는 대책문건 목록.
7번과 8번 (검찰 조사는 컨트롤 가능한 곳으로 최대한 늦춰서. YW는 보호한다) 그 목록 위로
동윤(소리) : 국민의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빠른 시간 안에 한오그룹 유상증자 비밀 회의록 관련자에 대한
전격 조사를 실시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영욱, TV를 끈다.
서회장, 들고 있던 서류를 탁자에 툭 올린다.
서회장 : (사장단에게) 밤새 욕봤다. 나가봐라.
사장단 : (다들 엉거주춤 인사하고 나가는)
영욱 : (다급한) 너무 빨리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버지. 어떻게든 검찰에서 수사를 맡아야 합니다.
정치권에 손을 써서 특검실시는 막아야 (하는데)
서회장 : (어쩔 수 없다는 듯) 특검하고 청문회는 실시될끼다.
영욱 : ...
서회장 : 여의도 아들이 우예 반대를 하겠노. 동윤이 점마가 이래 몰고 가는데.
서회장, 의자에 깊숙이 앉는 그 모습에서.
씬14. 강동윤의 대선 캠프 (낮)
빠르게 걸어가는 동윤. 그 옆을 따르는 혜라.
혜라 : 서두르시는 것 같습니다. 서회장님의 반응을 보고 한 걸음씩 (하는데)
동윤 : 다윗이 어떻게 골리앗을 이겼지.
혜라 : (멈칫, 질문의 의도를 몰라서)
동윤 : 한니발이 어떻게 로마로 출격했지.
혜라 : ... 알프스를 (하는데)
동윤 : 단 한번에! 기습적으로!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동윤과 혜라, 캠프 집무실로 들어가는데서.
씬15. 서회장 서재 (낮)
서회장, 전화통화 중이다.
서회장 : 어. 중국에. 그래. 서기장 취임식. 그 초청장 맨드는데 우리 영욱이꺼도 하나 맨들어라. 종이값은 충분히 줄 꾸마.
사흘 뒤라 캤나? 그래. 욕봐라. (끊는)
영욱 : (답답한) 아버지. 저요. 사면돼서 온지 두 달도 안됐습니다. 근데 또 해외로 도피하란 말입니까?
서회장 : 우짜겠노. 쏘내기는 피하고 봐야 안되것나? 나가있는 동안에 우산을 준비 해놀테이, 그래 알아라.
영욱 : (답답한, 속 터지는) 후우. 동윤이 저 자식이 대통령 되는 걸, 보고만 있어야 되는 겁니까?
서회장 : (담담한, 차가운) 내가 보고 있는데, 점마가 우째 대통령이 되겠나...
(뭔가 결심한 듯) 그 아, 아버지 이름이 백홍석이라 캤나?
뭔가 결심한 듯한, 깍지를 끼고 두 손을 책상에 올리는 서회장의 얼굴에서.
씬16. 강동윤의 대선 캠프 집무실 (낮)
소파에 앉은 동윤, 탁자에 놓인 신문을 본다. 그 신문 제목 “가족보다 대의를 선택한 강동윤! 이제는 국민이 그를 지켜야”.
동윤, 피식 실소를 날리고 신문을 툭 밀어내는.
동윤 : 비밀 회의록 내용을 보충할 자료들. 은밀히 준비해. 관계자들 증언도 언론에 조금씩 흘리고.
참. 시민단체도 소스, 조금씩 던져주고. (하는데)
혜라 : 그보다 급한 게 있습니다.
동윤 : (보면)
혜라 : 백홍석!
동윤 : (후우. 낮은 한 숨. 지겹도록 곁에서 떠나지 않는 그 이름)
혜라 : 그 자가 회장님 손에 들어간다면, 후보님을 한 번에 무너뜨릴 카드를 가지게 됩니다.
동윤 : 뭐가 필요하지?
혜라 : 약간의 돈, 그리고 경찰을 움직여 주세요.
동윤 : (머리 아픈 듯 의자에 깊숙이 앉는)
혜라 : 우리가 먼저 백홍석 그 자를 찾아야 합니다.
동윤, 의자에 깊숙이 앉아 굳은 얼굴이 된다. 그 위로 플래시 되는
// 6부 씬10의 홍석 : 나는 수정이 아버지니까.
// 6부 씬8의 홍석 : 숨 쉴 때마다 기억날거다.
동윤 : (낮게 뇌까리는) 백.. 홍.. 석..
그 동윤의 얼굴에서.
씬17. 폐가 방 (낮)
홍석, 수첩에 펜으로 뭔가를 써 나간다. 그 수첩 강동윤, 서지수. 그리고 잠시 생각하다가... 쓴다. 장병호.
바라보다가 장병호란 글자에 동그라미를 한다.
홍석 : (장병호란 글자를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게) 조형사. 방구꼈냐?
조형사 : (근처에 앉은, 아무렇지도 않게) 네. 먹은 것도 없는데. (으아아. 소리 없는 하품을 하는데)
홍석 : (수첩을 바라보는 채로) 하품했냐?
조형사 : (깜짝 놀란) 어떻게 그걸?
홍석 : (수첩 보는 채로) 입냄새!
조형사 : (흠흠거리곤) 같은 아버진데 어쩜 이렇게 다릅니까? 아 우리 아버진요. 딸래미가 일주일 째 집을 안 들어가도
전화 한 통을 안합니다.
홍석 : (보며) 니가 먼저 해봐.
조형사 : 자존심이 있지. 절대 먼저 안 합니다.
홍석 : (귀여운 듯, 조형사의 머리를 헝클이며) 어이그.
조형사, 헤헤 웃다가 바닥에 홍석이 펼쳐 놓은 수첩을 본다.
조형사 : 장병호쪽을 딸겁니까?
홍석 : 재판 관련 서류. 각종 증거. 어쩌면 조작의 흔적까지. 이 사람한테 있을거야.
조형사 : 잘나가는 변호사면 사무실이 강남이겠네?
홍석 : 그렇겠지.
조형사 : 잘 불렀네요 그럼.
홍석 : (? 해서 보면)
문 밖, 자동차 도착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들리는
용식(소리) : 조형사니임. 조형사니임!
조형사 : (벌떡 일어나며) 간만에 강남 구경하고 오겠습니다. (하고 나가며) 나간다! 용식아!
씬18. 인서트 - 법조 건물 (낮)
// 변호사 사무실이 즐비한 곳.
씬19. 몽타주 (낮)
// 법조 건물 입구.
경비원들이 많다. 그 사이를 걸어가는 조형사와 용식.
용식 : 지가요. 캬바레 주소를 안불라고 했는디요. 아따 그놈들이 연장을 들고 (하는데)
조형사 : (앞만 보며 무뚝뚝) 나 같아도 말한다. 우리 사인 딱 그 정도다.
// 복도를 걸어와, 장병호 변호사 팻말이 붙은 사무실.
열쇠는 번호키다. 그리고 사설 보완업체 마크도 붙어 있다.
조형사, 난감한 듯 머리 긁적이며 보는데.
용식 : 아따 섭하구만요. 그랴도 지는 조형사님이 걱정돼서 차꺼정 몰고 왔는디.
조형사 : (무뚝뚝한) 나 같아도 그런다. 우리 사인 딱 그 정도다. (가는)
용식 : 아따 뭔말이당가?
용식, 조형사의 뒤를 따라가다가 벽에 붙은 민방위 훈련 포스터를 힐긋 보는데서.
씬20. 폐가 방 (낮)
조형사, 수첩에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중이다.
조형사 : 경비원이 주간40명, 야간30명. 층별로 5분마다 2인 1조 순찰을 돕니다. 현관입구는 뚫기가 어렵구요 (하는데)
용식 : (같이 수첩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코를 막고 뒤로 물러나며) 아따 백형사님. 우째 좁은 방에다 가스를 살포 (하는데)
조형사 : (아무렇지도 않게) 내 방구다. (개의치 않고 수첩만 보며 대사 이어지는)
사무실 문도 사설 보완업체에서 관리를 받습니다. 도저히 밤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홍석 : (후우... 답답한데)
용식, 손바람으로 방구냄새를 지우며 홍석과 조형사 틈으로 다가온다.
용식 : 아따. 밤에 못 들어가면 낮에 드가면 될 거 아니요.
조형사 : 낮에? 어떡해?
용식 : 고전에 우리가 먼 사인지 말해주쇼잉.
조형사 : 선배님. 잠시만 나가 계십시오. (하며 옷을 걷어 젖히자마자)
용식 : 아까본께 오늘 민방위 훈련날이라고 옥상 대피훈련을 한다안하요. 고랑께 고타임에 사무실이 빌꺼 아니요.
조형사 : (그럴 듯 해서 보다가) 용식아. 나갈 때 사무실 문을 잠그지 않을까?
용식 : (멈칫) 고로쿠만요. (머리 긁적이며 뒤로 물러나는데)
조형사 : (으이그 해서 용식 보는데)
홍석 : (잠시 생각하다가) 조형사. 방법이 있을 거 같다.
장병호의 사무실을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듯한 홍석의 얼굴에서.
씬21. 경찰서 어느 책상 위 / 세트 필요 없음. 책상만 있으면 됨. (낮)
책상 위에 놓여지는 경찰증, 권총, 수첩, 수갑. 그 위로
남자(소리) : 황반장. 두 달 만에 복직했네. 어디 라인 탄거야?
경찰증과 수갑과 권총을 집어드는 손에서.
씬22. 경찰서 앞. 또는 어느 거리 (낮)
황반장, 방금 받아든 경찰 수첩을 의아하게 바라보며 주머니에 넣으려는데 울리는 핸드폰 벨.
황반장 : (받는) 황일관입니더.
혜라(F) : 복직 축하드려요.
황반장 : (누구지? 의아해 하는 얼굴에서)
씬23. 어느 카페 (낮)
혜라와 황반장이 마주 앉아 있고 근처에 배상무가 있다.
황반장 : (분노를 참는 듯한) ... 당신들... 뭐하는 사람인교?
혜라 : (담담한) 반장님이 원하는 걸 해드릴 수 있는 사람이죠. 그게 뭐든지.
황반장 : (허. 어이가 없는) 그카이 내 복직시켜주고 돈 좀 앵겨주테이, 홍석이 있는 데를 부러라. 이말 아이요?
혜라 : (긍정의 눈빛으로 보는)
황반장, 분통을 참으려는 듯 앞에 놓인 주스를 벌컥벌컥 마시곤 내려놓는다.
황반장 : 돈을 주고 살수 없는거는, 돈을 받고 팔아서는 안된다고 했소. 홍석이는 내한테 (하는데)
혜라 : (OL 담담한) 돈을 주고 살 수 없으니까, 더 비싸게 팔수 있죠.
황반장 : (화난) 머라꼬?
혜라 : (앞에 놓인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곤) 아드님은 밤에 대리운전을 하더군요. 학비 보탠다구.
황반장 : (놀랐다) .. 이노무 자슥이.
혜라 : 화낼 일이 아니죠. 미안해 할 일이지.
황반장 : 고만하소! (계산서 보며) 요 주스가 얼매고? 내가 무은건 내가 내고 갈라요. (하는데)
혜라 : 사모님껜 이미 대답을 들었습니다.
황반장 : ... 우.. 우리 집사람을 만난능교?
혜라 : 반장님 대답하곤 다르던데요?
혜라가 연한 미소로 도도하게 바라보는데서.
씬24. 장병호 변호사 사무실 앞 (낮)
장병호 변호사 간판이 보이는 위로
조형사(소리) : 왜요? 왜 위자료 청구가 안되지?
씬25. 장병호 사무실 안 (낮)
소파에서 조형사가 사무장과 상담중이다.
주변에는 바쁘게 움직이는 대여섯의 직원들. 바쁜 분위기의 사무실이다.
사무장 : (어처구니없고 곤란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조형사 : 파혼당하구요. 내가 마신 소주가 열 짝이 넘습니다. 아, 맘 상했지. 몸 상했지. 과음으로 치질 생겼지.
(하면서 벽에 걸린 시계를 흘깃 본다. 2시가 다 되어간다) 그니까 위자료 청구를 무조건 (하다가)...
저 화장실이 어딥니까? 아, 열받았더니 속이 안 좋네. (하자)
사무장 : (사무실 일각 저쪽을 가리키는)
조형사 : (배를 움켜잡고 화장실로 가는)
사무장 : (머리 아픈 듯 고개를 도리도리 젓다가, 서류를 들고 밖으로 나가는)
바쁘게 움직이는 몇 명의 직원들.
조형사가 배를 움켜잡고는 화장실로 슬그머니 들어가는데서.
씬26. 황반장 안방 (낮)
황반장 : (화를 억누르며) 분숙아 니가 사람이면 이카면 안된데이. 내가 언제 니한테 큰소리 한번 치드나.
이거는 사람이 할 짓이 아이다. 그카이
아내 : (위의 황반장의 대사가 들리는 동안 아내는 애절하게 황반장을 보며, 전화기 버튼을 누른다.
스피커폰, 문의 하신 계좌번호를 눌러주십시오. 비밀번호를 눌러주십시오. 잔액확인은 1번 등의 스피커 음이 들려온다)
황반장 : 고 얘기는 고마하자. 내는 나가볼란다. (하는데)
아내 : (애절하게 황반장을 잡자)
황반장 : (터지는) 미칬나? 분숙아. 와이라노? 어! 내가 히떡 돌아부는거 볼라꼬 그라나? 지발 정신 좀 차리라 분숙아.
그 황반장과 아내가 서로를 바라보는 침묵의 공간 잠시. 그 위로 들리는
스피커폰(소리) : 황. 일. 관 님의 잔액은 10억.원. 이며,
황반장 : (멈칫, 놀라는)
스피커폰(소리) : 인출 가능액은 10억.원. 입니다.
큰돈의 액수를 믿을 수 없어, 멈칫하는 황반장의 얼굴 위로...
요란한 민방위 사이렌 소리가 선행된다.
씬27. 장병호 변호사 사무실 안 (낮)
민방위 사이렌 소리가 울리자 다들 밖으로 나간다. “옥상 대피 훈련이래. 귀찮아” 등등 하며 나가는 직원들.
쿵 닫히는 문. 사무실 안에는 아무도 없다.
잠시 후, 살짝 화장실 문이 열리며 나오는 조형사. 살그머니 다가가서 문을 열어준다.
홍석이 급하게 들어온다.
일각. 장병호 변호사의 집무실로 들어간다. 사이렌 소리는 계속 되고 있다.
씬28. 황반장 안방 (낮)
굳어버린 동상처럼 미동도 없이 서 있는 황반장. 사이렌 소리는 아직 울리고 있다.
아내가 전화기의 1번을 누른다. 다시 반복되는
스피커폰(소리) : 황.일.관.님의 현재 잔액은 10억.원.이며, 인출 가능액은 10억.원.입니다.
그렇게 동상처럼 서 있는 황반장의 모습 위로, 사이렌 소리와 스피커폰 소리가 겹쳐져서 들려온다.
씬29. 몽타주 (낮)
// 장병호 집무실.
홍석과 조형사, 캐비넷과 서랍 속을 다급하게 뒤지고 있다.
// 복도.
걸어오는 남자의 발. 장병호다. 그 뒤를 따르는 4명의 남자.
// 장병호 집무실.
서류철들을 뒤져서 보고 있는 홍석.
// 복도.
문 앞에 선다. 카드키를 댄다. 열리는 문.
장병호가 문을 열고 들어간다.
// 장병호 집무실.
누군가 사람들이 사무실로 들어오는 소리에 홍석과 조형사가 멈칫 놀란다.
// 사무실.
장병호 : 저쪽 캐비넷하고 책은 당사 대변인실로 옮길거니까 준비해 주시고!
남자들, 사무실 캐비넷과 책들을 옮기기 위해서 바쁘게 움직인다.
// 장병호 집무실
홍석과 조형사, 어딘가에 숨으려 하지만 막상 숨을 곳이 없다. 초초한데...
문이 덜컥 열리며 장병호가 들어온다.
놀라는 장병호! 놀라는 홍석과 조형사! 그렇게 마주보는 잠시!
그때 장병호의 뒤쪽에서 들리는 소리.
남자(소리) : 대변인님. 집무실 안에 있는 서류는?
장병호 : ... 내가 정리하지. (하며)
장병호, 문을 닫고 들어온다.
장병호와 홍석이 그렇게 마주보고 있는 모습에서.
씬30. 강동윤의 서재 (낮)
동윤, 일각에 놓여진 자신의 정치 행보를 담은 사진들을 둘러보고 있다.
혜라 : (들어와서) 서영욱 사장 출국 금지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동윤 : (잠시 멈춘다. 바라는 대로 되었다. 뒷짐을 쥐고 있는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이내 다시 걸으며 사진을 보는)
혜라 : (옆을 따르며) 서영욱 사장의 중국행을 시민단체 쪽에 알린 게 효과가 있었습니다.
64개 시민단체 연합이 출국 금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고, SNS에서도 출국 시간에 맞춰 공항에 나가서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생겼습니다. 위에서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한 모양입니다.
동윤 : (담담한, 하지만 흐뭇한) 혜라야.
혜라 : 네.
동윤 : 장인어른이 좋아하는 차가 뭐지?... 준비해 놔.
동윤의 그 옅은 미소에서.
씬31. 서회장 서재 (낮)
서회장 : (통화중) 아이고. 그라믄 중국하고 외교마찰이 있을 긴데. 우야노? 산둥성에 공장하나 짓는 것도 협의해야 되는데.,.,.
우짜겠노? 미안키는 뭐가. 욕 봐라. (끊는, 낮은 한숨을 쉬는)
영욱 : (답답한) 곧 국회청문회와 특검이 시작됩니다. 거기에 저까지 소환되면... (하다가 일어나는)
서회장 : 어데가노?
영욱 : 제가 만나보겠습니다. 동윤이 저 자식이 바라는게 뭔지.
서회장 : 알므는. 니가 뭐를 해줄 수 있노? (하며 보는데 울리는 핸드폰. 받는) 어. 장대변인. 와?
(놀람을 감추는) 뭐? 그래. 그래해라. (끊는)
영욱 : (보면)
서회장, 아까의 한숨과는 다른 표정이다. 안도가 보인다.
서회장 : 쪼매만 기다려봐라. 니가 안가도 동윤이가 일로 올끼다. 대선이 을매나 남았노?
영욱 : 한 달 반 정도.
서회장 : 유태진이가 청와대 드가믄 특검이고 청문회고 다 덮어둘끼다. 니도 아무 일 없을끼고.
영욱 : 지금 동윤이 지지율이 65%가 넘습니다 아버지.
서회장 : 내일 아침에는 다를끼다.
영욱 : (보면)
서회장 : 태진이 금마가 내한테 손만 벌리더만, 늘그막에 내가 금마 손을 빌릴 줄은 몰랐다.
영욱 : 아버지가 꾸준히 챙겨 오셨잖아요.
서회장 : 흐흐흐.. 그라이 보험은 마이 들어놀수록 좋은기다.
영욱 : ....
서회장 : 아이고. 자슥 잃은 짐승이 내 자슥을 살리줄 모냥이네.
서회장이 의자에 깊숙이 앉는데서.
씬32. 장병호 집무실 (낮)
홍석과 장병호가 소파에 마주 앉아 있다.
조형사는 문 앞을 막고 서 있다.
장병호 : (담담하고 여유있게) 백홍석씨.
홍석 : (분노를 참는, 서늘한) 난 당신을 뭐라고 부를까?
장병호 : ...
홍석 : 대법관? 법이 부끄러워. 변호사? 당신은 누굴 변호하지. 양아치? 그래. 돈 많은 놈. 힘 있는 놈 옆에서 빌어먹는 양아치.
장병호 : (개의치 않고 여유있게) 지금 강동윤 후보는 국민적 여론을 등에 업고 현직에 버금가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동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곤란 해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분들이 백홍석씨를 필요로 합니다.
홍석 : (허, 낮은 실소) 강동윤 옆에 있었잖아. 당신.
장병호 : 지금은 백홍석씨 앞에 있습니다.
홍석, 장병호를 보며 옅은 실소를 흘린다.
홍석 : (나직한, 서늘한) 양! 아! 치!
장병호 : (옅은 미소로 보다가) 기자회견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동안은 저희가 보호 해 드리구요.
홍석 : (후후, 낮은 실소를 짓곤) 군대를 가고, 형사가 되고, 결혼을 하고, 수정이를 낳고, 집을 사고, 웃고, 즐거워하고...
근데 니놈들은 한 번의 내 인생을 구겨버렸어.
장병호 :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홍석 : ...
장병호 : 기자회견만 해주세요. 그럼 PK준 법정살인, 순간적 정신장애의 의한 충동적 오발사고로, 무죄까지는 어렵겠지만,
집행유예는 가능할 겁니다.
그런 장병호를 바라보는 홍석의 얼굴 위로 짧게 플래시 되는
// 7부 씬36의 동윤 : 내가 무죄로 풀려나게 해주지.
홍석 : (실소) .. 그렇겠지. 뭘 못 하겠어 당신들이.
장병호 : 원하시는 건 무엇이든지 다 해드리겠습니다.
그런 장병호를 바라보는 홍석의 얼굴 위로 짧게 플래시 되는
// 7부 씬36의 동윤 : 원하는 게 뭐야?
장병호 : 약속드리겠습니다. 백홍석씨. 저를 믿으세요.
그런 장병호를 바라보는 홍석의 얼굴 위로 짧게 플래시 되는
// 3부 씬21의 장병호 : 피고인 박기준의, 뺑소니 혐의에 대하여 전면 무죄를 주장합니다!!!
// 4부 씬37의 PK준, 환한 미소로 장병호와 악수를 나누는 모습 짧게.
// 4부 씬21의 장병호 : 집에 보내드리려고 온 겁니다. 여기 지장만 찍으시면 모든 문제는 끝납니다.
홍석 : (분노를 견디며) 어쩌면... 수정이를 죽인 건, 장병호 당신이야.
장병호 : ...
홍석 : 니들끼리 싸워. 내가 잡는다. 강동윤도 서지수도 그리고 당신도.
장병호 : ...
홍석 : ...
장병호 : 밖에는 신당 청년당원들이 와 있습니다. 어쩔 수 없군요. 여기 (하고 부르려는데)
홍석 : (OL) 아니! 내가 부른다! (밖을 향해 외치는) 들어와!!!
놀라는 장병호. 문에서 비켜나는 조형사.
달려 들어오는 네 남자.
홍석, 순식간에 장병호를 일으켜 돌려 세워 팔을 꺾어 제압하고 경추를 타격할 자세를 갖춘다.
멈칫하는 네 남자.
홍석 : (단호한) 4번 경추 사지마비! 골절이면 사망이다. (고개로 벽쪽을 가리키며) 붙어.
장병호 : (어쩔 수 없이 남자들에게 고개 끄덕이면)
남자들, 벽에 붙어 돌아서서 두 팔을 올린다.
조형사 먼저 나가고 홍석, 문 앞까지 장병호를 끌고 가다가 문 앞에서 장병호를 밀어버리곤 문을 닫고 나간다.
씬33. 장병호 변호사 사무실 (낮)
문이 닫히는 동시에 소파를 당겨와 앞을 막는 조형사. 책상을 밀고와 힘을 보태는 홍석.
안에서 문을 열려고 하지만 밀리지 않고 있다.
씬34. 복도 (낮)
사무실에서 나오는 홍석과 조형사가 다급하게 달려가고 있다.
사이렌 소리가 울린다. 민방위 훈련 해제소리다.
옥상에서 내려오는 듯, 조잘대며 내려오는 사람들 사이로 홍석과 조형사가 빠르게 사라진다.
(홍석은 외부에 있을 땐, 항상 모자를 푹 눌러쓴다는 설정입니다)
씬35. 감자탕 집 (낮)
정우와 지원이 감자탕을 먹고 있다.
정우, 뼈를 잘도 발라먹는 지원을 보며
정우 : 야. 뼈 잘 발라먹네. 하긴. 없는 사람 등골 뽑아서 부자가 됐으니.
지원 : (힐긋 보곤) 감자탕 육수로 세수시켜 드릴까요? (하다가) 참. (하며 가방에서 스마트폰을 꺼낸다. 녹음한 내용을 켜며)
몇 달 전에 PK준 스캔들 취재하다가 그만둔 기자가 있거든요. 통화가 됐는데 (하며, 버튼 누르면)
기자(소리) : PK준. 여자가 3명인데 이준하라는 가수하고 조민지하고
지원(소리) : 또 한명은요?
기자(소리) : (머뭇거리는) 그건 뭐. 제가 잘... 아이고 바빠서요. 미안합니다. (끊는)
위 녹음 내용이 들리는 동안 지원이 스마트폰 모니터에 PK준, 이준하, 조민지 그리고 ? 표시를 하며 도표를 그린다.
지원 : 냄새가 나죠? 지방 있는데 다음주에 찾아가 볼라구요. (하다가 정우를 보면)
정우 : (빤히 보고 있다)
지원 : 왜요?
정우 : 희한해서.
지원 : 뭐가?
정우 : 집안도 시끄러운데 이 사건 취재하고 다니는게.
지원 : (담담한) 그쪽은 집안일 복잡하면 출근 안합니까?
정우 : 넌... 니 아버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지원 : (본다. 보다가 그냥 고개 숙여 뼈를 발라 먹는다)
정우 : (보다가 뼈를 발라 먹는데 그 위로)
지원(소리) : 아버지죠.
정우 : (고개 들어 보면)
지원, 여전히 고개 숙인 채 고기를 발라 먹고 있다.
지원 : (낮은) 그 쪽 아버지랑 똑같은.. 그냥 아버지.
지원, 정우와 눈을 마주칠 기분이 아닌 듯, 천천히 고기를 발라먹는 모습에서.
씬36. 서회장 서재 (낮)
영욱, 잔뜩 흥분해 서회장 앞에 서며
영욱 : 아버지. 청문회가 여야 합의로 방금 통과됐답니다. 특검법도 며칠 내로 합의될 거 같구요. 동윤이 이 자식
(후 하다가, 기대로) 백홍석 그 사람은?
서회장 : (담담한) 날뛰는 짐승을 우예 한 번에 잡것노.
영욱 : 아버지. 이렇게 밀릴 순 없습니다. (하는데)
서회장 : (영욱을 가까이 부른다. 근처에 앉히곤) 영욱아. 와 유상증자를 그래 해갖고 이 사단이 났는지 아나?
내가 니를 못 믿었기 때문이다.
영욱 : ...
서회장 : 여기저기 꿍차논 돈하고 땅팔고 주식팔아 상속세 내믄, 내 죽고 니가 경영권이야 안 지키것나.
그칸데 그정도 지분갖고는 니가 이 자리에 오래 몬있을 거를 내는 안다.
영욱 : 아버지.
서회장 : 입달린 놈들은 다 그라드라. 니가 회장그릇이 아니라고.... 내도 그래 생각 한다.
그칸데 내가 와 니를 이 자리에 앉히고 싶어하는지 아나?
영욱 : ...
서회장, 영욱의 손을 잡아준다.
서회장 : (따뜻하게) 영욱아. ... 내는 니가 차암 좋다.
영욱 : ... 아버지.
서회장 : 니가 걸음마 땔 때, 앞차에 니하고 느그엄마하고 타고 내가 뒤에 차를 몰고 가는데...
하, 돌도 안 지난 놈이 차 뒷유리에 탁 붙어가꼬 뒤에 운전하는 내를 보고 마악 손을 흔드는기라.
공사단가를 우예 후리치가 이문을 남기꼬 요런 계산을 하고 가다가 니를 보는데...
먹먹해지믄서 얄궂제. 눈물이 날라카는기라. 내한테는 영욱아. 니가 고때 고모습대로 남아있는기다.
영욱 : ... 죄송합니다 아버지. 제대로 했어야 되는데.
서회장 : 아이다. 자슥 못난게 지 탓인가 애비탓이제. 니한테는 아무일 없고로 하꾸마.
영욱 : (후우 답답하고 미안한)
서회장 : 사장들 회의한다꼬 고생할낀데 가서 고기나 사주라. (어깨 두드려주며) 빈 속에 술 마이 묵지 말고.
영욱 : ... 네. 아버지.
영욱, 답답한 마음으로 처진 어깨로 나간다.
그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서회장이 뭔가를 결심한 듯한 얼굴에서.
씬37. 폐가 앞 (밤)
황반장이 걸어온다. 촛불이 켜진 방을 보곤 선다...
망설이다가 핸드폰을 꺼내서 통화버튼을 누른다. 떨리는 손으로...
씬38. 서회장 서재 (밤)
서회장이 의자에 깊숙이 앉아... 감고 있던 눈을 뜬다. 그리고 몸을 일으킨다.
거인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씬39. 강동윤의 서재 (밤)
혜라가 핸드폰을 받고 있다.
혜라 : 네. 알겠습니다. (끊고) 백홍석의 은신처를 알아냈습니다. 비선을 보냈습니다. 곧 해결될 겁니다.
이제 회장님이 쥘 수 있는 카드는 없습니다.
동윤, 소파에 앉은 채, 후 안도의 숨을 쉬는 데서.
씬40. 서회장 서재 (밤)
서회장이 서재를 나서서 거실을 지나 계단으로 천천히 올라가고 있다.
씬41. 강동윤의 서재 앞 (밤)
다가온 서회장이 선다. 서재 문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연다.
씬42. 강동윤의 서재 (밤)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서회장.
앉아 있던 동윤이 일어나 천천히 정중하게 고개 숙인다.
그렇게 마주보는 동윤과 서회장의 모습에서.
(시간경과)
동윤과 서회장의 앞에 찻잔이 놓여있다. 혜라는 근처 일각에 서 있다.
동윤 : 유태진 의원의 신당 창당을 막아주십시오. 그리고 대선가도에 장인어른의 그림자가 없었으면 합니다.
서회장 : (담담한) 그 약속을 말로 하까 아니믄 도장을 찍으까?
동윤 : 전 말을 믿지 않습니다. (옅은 미소로, 차 한 모금 마시곤) 며칠 내로 처남을 구속 시키겠습니다.
서회장 : (둥!)
동윤 : 막기 힘드실 겁니다. 여론은 절대적으로 저를 지지하니까요. 청문회 의원들 절반이 저와 뜻을 같이 하구요.
서회장 : 우리 영욱이가 인질이다 이 말이가?
동윤, 옅은 미소로 서회장을 본다.
서회장 : 아이고. 셈이 맞아야 보따리를 바꿀거 아이가? 니 보따리에는 뭐가 들었노?
동윤 : 취임하는 대로, 처남을 사면 복권시키겠습니다.
서회장 : (보는)
동윤 : (보는)
서회장 : 내는 신당 창당도 막아주고, 니 앞길을 안 막겠다는 인질로 영욱이도 감옥소 보내는데,
니는 봉황새긴 의자에 앉아놓고 영욱이를 돌려주겠다 이 말이가?
동윤 : 네.
서회장 : 내 약속은 현찰이고, 니 약속은 어음이네.
동윤 : 장인어른이 한오그룹을 키워 오신 방법이지요.
서회장 : 보따리 안 바꾸면 우얄끼고?
동윤 : 처남의 구속은 피할 수 없습니다. 특정경제법죄가중처벌법으로 7년 이상 선고를 받겠지요.
제 임기 중에 사면 및 복권은 절대 없을 겁니다.
서회장 : ...
동윤 : 처남이 내년 초에 그룹에 바로 복귀하느냐, 아니면 최소5년 동안 감옥에서 나오지 못하느냐.
이 둘 중에 원하시는 걸 선택하시면 됩니다. 장인어른.
혜라, 서회장의 찻잔에 차가 빈 것을 보았다. 차 주전자를 가지고 다가가서
혜라 : (서회장에게) 차 한 잔 더 드릴까요? (하는데)
동윤 : (OL) 됐어. 금방 일어나실거야.
동윤과 서회장이 서로를 그렇게 보는데서.
씬43. 폐가 방 (밤)
머리맡에 촛불 두어 개를 두고, 홍석과 황반장이 나란히 드러누워 있다.
황반장 : (담담한 낮은) 홍석아. 니는 통장에 돈 들어온 거 중에 젤로 큰 기 얼마고?
홍석 : 음.. 연말 상여금 들어올 때 400만원 정도요. 반장님은 연말에 얼마 들어 옵니까?
황반장 : 대출 받은 거 까고 나면 반찬값이나 남을란가 모르것다... 홍석아. 니는 신혼 살림을 두 칸짜리 전세로 시작했제?
홍석 : 미연이가 모아 논 게 있어서요.
황반장 : 내는 분숙이캉 하꼬방에서 살림 차렸다이가. 고 옆에 아파트를 짓꼬 있었는데 해는 안 들어오제,
공사한다꼬 먼지가 얼매나 날리는지. 거서 찬우를 낳았다이가. 그래서 그란지 아가 기관지가 약해가...
홍석 : ...
황반장 : (회한의) 우리 찬우 장가 갈 때는 24평이라도 번듯한 아파트 하나 사주자고
하꼬방에서 내하고 분숙이가 얼매나 다짐했는데...
홍석 : 아이고. 아직 젊잖아요. 찬우 이제 스물 일곱인데.
황반장 : 등록금이 없어가 휴학을 두 번이나 안했나. 스펙인가 그기 있나, 공부를 별실히 잘하나, 부모가 갈라줄 돈이 있나.
홍석 : 아 지가 알아서 다 삽니다. 못하면 지가 못난거죠.
황반장 : ... 자슥 못난 기 어디 지 탓이가? 부모 탓이제.
황반장과 홍석이 잠시 침묵한다.
황반장, 옆에 놓인 핸드폰을 힐긋보며 시간을 확인한다.
씬44. 어느 도로 (밤)
배상무와 그 수하들이 탄 차 두 대가 달려가고 있다.
씬45. 폐가 방 (밤)
황반장, 옆으로 얼굴 돌려 홍석을 본다. 보다가
황반장 : 홍석아. 내가 진급 한번 해볼라꼬 대선 경호팀에 차출한 거, 미안했데이.
홍석 : 아.. 진짜.. 오늘 요상하시네요 우리 반장님.
황반장 : ... 홍석아... 작년에 니가 잡은 밀수범. 고과가 모자라 내 실적으로 한 것도 미안했데이.
홍석 : 그건 내가 반장님 생일 선물로 준거잖아요.
황반장 : ... 그라고... 홍석아... 미안하데이... 미안하데이...
홍석, 벌떡 일어나 앉는다.
홍석 : 아 진짜. (일어서며) 조형사하고 용식이, 먹을 거 사러 어디까지 갔나? 마중이나 실실 나갈렵니다.
황반장 : (붙잡으며) 쪼매만 더 있어라 홍석아.
홍석 : (장난스레 가슴 툭툭 치며) 답답해서 못 있겠습니다. 혼자서 천장보고 미안하다 백번 하고 계세요.
(하며 나가려는데 뒤에서 들리는)
황반장(소리) : 홍석아.
홍석 : 아 진짜 (하고 돌아보곤 놀란다. 둥!)
황반장이 벌벌 떨리는 손으로... 권총을 겨누고 있다.
황반장 : (말도 손도 떨리는) 내.. 내가.. 미칬는갑다. 홍석아. .. 내도.. 내가 이랄줄은 몰랐데이.
홍석 : (믿을 수 없는)... 반장님...
황반장 : 쪼매 있으믄 니 데불러 사람들이 올끼다.
홍석 : (상황을 알겠는, 미치겠는) 반장님!!!
황반장 : (눈물 그렁해서) ... 홍석아... 내는 죽어가 지옥에 가꾸마... 그칸데... 우리 찬우하고 진숙이는... 세상 살믄서...
지옥처럼 살게는 몬하것다. 내가.
홍석도 눈가가 젖어서 보고 있다. 황반장도 눈물 그렁해서 보고 있다.
황반장 : ... 니가... 내한테 잡히겠다고 안했나?... 잡히도고 홍석아.
홍석 : ... 반장님... 우리 반장님... 어떡하냐?... 우리 반장님.
황반장 : 홍석아... 미안하데이.
홍석 : 저도요... 미안합니다. 반장님... (하면서)
홍석, 권총을 든 황반장의 손을 잡아챈다. 버티는 황반장. 서로가 넘어져 뒹군다.
총을 잡기 위해서 버티는 홍석과 황반장. 두 남자가 서로 눈물 그렁해서 뒹구는데...
씬46. 폐가 밖 (밤)
배상무와 수하들의 차가 도착한다. 다급하게 내리는 배상무와 수하들.
촛불이 비치는 방을 향해, 배상무의 수신호의 따라 천천히 다가간다.
씬47. 폐가 방 (밤)
홍석이 주먹으로 황반장의 얼굴을 친다. 한 대, 두 대, 세 대... 퍽! 퍽! 퍽!
혼절하는 황반장.
그 손에서 권총을 빼앗아 든 홍석, 나가려다가 황반장의 코에 손을 대본다. 숨을 쉬고 있다.
홍석 : (혼잣말처럼 절규하는) 왜이래? 우리 반장님. 왜왜?
눈물 그렁해서 낮은 절규를 외치다가 문을 박차고 나가는 홍석.
씬48. 폐가 밖 (밤)
다가오던 배상무 수하 대 여섯 명이, 달려 나온 홍석이 총을 겨누자 그 자리에 멈춘다.
홍석, 배상무를 본다. 누군지 알겠다.
홍석 : 엎드려!!!
사내들이 머뭇거리자, 홍석, 허공을 향해 총 한발을 발사한다.
그 소리에 놀라서 엎드리는 배상무 일파들.
홍석, 그 틈에 달아난다. 달려가는 홍석의 눈에 눈물이 그렁하다.
그 홍석의 얼굴위로 플래시 되는
// 1부 씬10의 강력계 안.
들어선 홍석, 저만치에 앉아 짜장면을 먹는 황반장을 보곤 큰 소리로 외친다.
놀란 황반장, 자장면 먹다가 얹혔다. 캑캑 사래가 걸렸다.
그렇게 짜장면 먹던 황반장과 홍석의 다투는 모습 묵음으로 잠시 보여진 다.
// 1부 씬18의 고깃집.
황반장이 껍데기를 먹으려하는데 홍석, 젓가락을 툭 쳐서 돼지 껍데기 떨어뜨리곤, 등심 하나 집어 황반장 입에 갖다주는.
그렇게 술잔을 나누는 모습 묵음으로 잠시 보여진다.
// 2부 씬3의 저 만치서 달려오는 황반장, 내일까지 월차내고 왔다고 홍석에게 말하는 모습 묵음으로 잠시 보여진다.
// 3부 씬7의 홍석과 황반장이 평상에 앉아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홍석, 황반장이 들고 있던 봉투를 받아서 반으로 접어, 황반장의 주머니에 넣어주는 모습 묵음으로 잠시 보여진다.
달리는 홍석의 얼굴에 눈물이 그렁하다.
저만치 앞. 달려오던 조형사와 용식의 차. 홍석을 보곤 멈춘다.
조형사 : (조수석 창밖으로 고개와 비닐봉지를 내밀곤, 밝게) 선배님. 만두 사왔습니다. (하는데)
홍석 : (달려오던 그 기세로 차에 올라탄다)
씬49. 달리는 용식의 차 안 (밤)
홍석 : 가자!
조형사 : (어리벙해서) 반장님은요? 만두4인분 샀는데.
홍석 : (터지는) 가자니까!
그 서슬에 깜짝 놀라 출발하는 용식.
달리는 차 안. 창밖을 보는 홍석의 얼굴 위로 플래시 되는
// 6부 씬4의 동윤 : 선택의 순간이 오면, 그때서야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나타나지요.
동윤 : 사람은 똑같습니다. 그걸 받아드리면, 많은 것이 쉬워지지요.
홍석의 얼굴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보인다.
홍석, 전화를 건다. 114를 누른다.
홍석 : (상대가 받은) 장.. 병호 변호사 사무실. 부탁합니다.
조형사 : (어리벙해서, 돌아보며) 거긴 왜요 선배님.
홍석 : (절규 또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강동윤 그 자식, 잡아야겠다. 악마하고 손을 잡아도 강동윤 그 놈은 내가 잡아야겠다.
분노로 외치는 홍석의 모습 위로.
씬50. 강동윤의 서재 (밤)
동윤을 한참 바라보고 있던 서회장이 담담하게 입을 연다.
서회장 : 동윤아. 그라믄 이카자. 니가 청문회를 쪼매 늦추고, 내가 영욱이 밖으로 나갈 방법을 찾아보꾸마. 그담에 (하는데)
동윤 : (혜라에게, 담담한) 장인어른 계단 내려가시는 거 도와드려.
서회장 : (말을 멈추고 보는)
동윤 : (보는)
서회장 : (어쩔 수 없는, 낮은 한숨을 쉬곤) ... 알긋다. 동윤아. (하는데)
서회장의 핸드폰이 울린다.
서회장 : (받는) 어.
장병호(F) : 회장님. 백홍석이 저희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서회장 : (담담한 포커페이스) 어. 그래?
장병호(F) : 신당 당사로 들어 올 겁니다. 곧 기자회견 준비하겠습니다.
서회장 : 그래 욕봐라. (끊는, 끊고는 동윤을 본다. 보다가 아까의 말을 이어가는 느낌으로) 알긋다... 동윤아...
니 마음가는대로 해봐라.
동윤 : (멈칫, 예상과 다른 반응이다)
서회장 : (일어나며, 혜라에게) 나올 거 엄다. 혼자 올라왔는데 혼자 못 내리가깄나.
돌아서 가는 서회장을 보는 동윤이, 왠지 다급해진다. 일어나서
동윤 : 바로 청문회를 시작할겁니다. 장인어른께도 소환장이 발부 될 겁니다.
서회장 : (돌아보며, 옅은 미소로) 하루 종일 내리는 쏘내기가 어딨겠노. 곧 날이 갤 끼다. 아마.
나가는 서회장.
동윤, 왠지 모를 불안으로 있다가 서회장이 나가자, 혜라에게
동윤 : 알아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서!
그 굳은 동윤의 얼굴에서.
씬51. 어느 건물 앞 (밤)
홍석이 탄 차가 어느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씬52. 어느 건물 안 (복도)
청년 당원 몇 명의 호위를 받으며, 홍석이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그 옆을 따르는 조형사.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유태진과 장병호.
복도 일각의 벽엔 “신당 창당 추진 위원회” 현판이 붙어 있다.
유태진 : (반갑게 악수를 권하며) 아이구. 백선생. 고생 많았습니다.
홍석 : (그 손을 외면하곤, 장병호를 본다. 단호한) 합시다! 기자회견! 빨리하자구요!!!
그 분노의 홍석에서.
씬53. 몽타주 (밤)
// 서회장 서재.
서회장이 의자에 깊숙이 앉아서 TV를 보고 있다.
그 TV 화면.
기자 : PK준 법정 살인사건 피의자인 백홍석씨가, 검찰 조사를 받던 중 탈출한지 일주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 정우의 검사실.
정우가 깍지를 낀 채 굳은 얼굴로 그 뉴스를 보고 있다.
기자 : 백홍석씨는 방금 전, 유태진 의원이 창당 준비중인 신당 당사에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강동윤의 서재.
동윤이 굳은 얼굴로 그 TV를 보고 있다.
기자 : 신당의 장병호 대변인은 한 시간 후, 브리핑룸에 백홍석씨가 참석한 가운데, 긴급 기자회견을 가지겠다고 발표했습니다.
// 강동윤의 침실.
지수가 초조하게 그 뉴스를 보고 있다.
기자 : 백홍석씨의 탈출 이유는 무엇인지, 그의 입에서 나올 발언은 어떤 것인지,
이 시간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신당 당사를 향하고 있습니다.
씬54. 강동윤의 서재 (밤)
혜라가 동윤의 앞에 서 있다.
혜라 : 경찰에 백홍석의 강제 연행을 요구했습니다. 일단 밖으로 빼내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려 했는데
동윤 : (딴 생각에 잠긴 채) 거절했겠지 신당에서.
혜라 : 청년 당원들을 동원, 출입구를 막고 있어서... 물리적으로 충돌이 우려된다구.
동윤, 마른세수를 한다. 답답하다. 벼랑으로 몰리는 기분이다.
혜라 : 언론쪽도 알아봤지만... 회장님이 벌써.
그 절망적인 혜라의 얼굴에서.
씬55. 서회장 서재 (밤)
서회장이 통화중이다.
서회장 : 아이고. 입 달린 짐승이 뭔말을 몬하것노. 일단은 들어나보고 옳은지 그른지 판단은 후에 하는 거지.
느그직원이 그 신당 기자 단장이라 캤나? 그래. 용 좀 써봐라. 참. 우리 그룹에 홍보예산이 쪼매 늘었다카던데...
최정우 함 만나봐라. 고향사람 좋다는기 뭐고. 욕봐라. (끊는데서)
씬56. 강동윤의 서재 (밤)
지수가 달려 들어와, 혜라 앞에 선다.
지수 : 어떻게 된거지? 백홍석 그 사람. 니가 해결하기로 한 거 아냐?
혜라 : ... 실수가 있었습니다.
지수 : (혜라를 분노로 보다가 동윤에게 간다) 동윤씨. 어떻게 좀 해봐.
동윤 : (메마른)... 뭘하지? 당신이 사고를 냈고, 내가 그 아이를 죽이게 만들었고, 그리고 지금 신당 당사에 있고,
그 뒤에는 유태진이 있고, 또 장인어른이 있고, 내가 뭘 할 수 있지?
동윤, 뭔가를 놓아버린 듯한 옅은 미소로 지수의 손을 잡아준다.
서로를 보는 동윤과 지수.
동윤, 전화기를 들어 버튼을 누른다.
동윤 : (상대가 받은) 아버지. 접니다. 동윤이.
혜라와 지수가 그런 동윤을 본다. 어떤 마음인지 알겠다.
동윤 : ... 당분간은 이발소에 못갈 거 같습니다.
지수 : 여.. 여보.
동윤 : ... 심장약 잘 챙겨 드시구요. ... 네. (끊는)
지수 : ... 여보.
동윤 : ... 지수야. 그동안 미안했다. 혜라야. 그동안 애썼어.
동윤, 눈을 감는다. 할 말을 마친 듯,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지수와 혜라, 그런 동윤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지수, 후우 한숨을 쉬고 나가 버린다.
혜라, 그런 지수의 뒷모습을 보다가 뭔가가 떠오른다.
혜라 : 후보님. 방법이 있습니다.
동윤 : (보는)
혜라, 동윤의 책상으로 다가가 서랍을 연다. 그 위로 짧게 플래시되는.
// 1부 씬26의 동윤, 서랍을 열어 서회장에게 받은 이혼서류를 넣고 서랍을 닫는다.
혜라가 그 서류를 든다.
혜라 : 이 서류가 후보님과 저, 둘이 살아날 마지막 방법입니다.
씬57. 검찰청 복도 (밤)
다급하게 달려오는 지원. 문을 열고 후다닥 들어간다.
씬58. 최정우 검사실 (밤)
소파에 널브러진 옷가지들.
정우가 혼자 있다. 런닝을 갈아입는데, 후다닥 달려 들어오는 지원.
지원 : 뉴스 봤어요? 백홍석이 (하다가 보면)
정우 : (태연하게 런닝을 갈아입고 있는)
지원 : (태연하게 보며) 여자가 들어오면 좀 빨리 갈아입어야 되는 거 아닌가?
정우 : 남자가 옷 갈아입으면 뒤돌아서야 되는 거 아닌가?
지원 : (빤히 보는)
정우 : (태연히 갈아입고는, 담담하게) 뉴스 봤어.
지원 : (못말린다는 듯 고개 젓고는) 기자회견 40분 남았어요. 현장으로 갈까 하다가, 아, 그래도 같이 커피마시면서
공조한 사인데, 같이 봐야지 싶어서. TV도 있네. 누굴까요? 백홍석씨가 폭로할 이 사건의 배후.
정우 : 궁금해?
지원 : 네.
정우 : (소파에 앉는)
지원 : (따라 앉는)
정우 : 재벌집 아가씨가 왜 기자가 됐지?
지원 : 가난한 집 아가씨는 왜 기자가 될까요?
정우 : (보는)
지원 : 똑같애요 이유는.
정우 : (옆에 있던 서류를 올려서 보여주며) 읽어봐. 이 안에 PK준 사건 배후가 있어.
지원 : (뾰로통) 게임 끝나고 히든 까시네 검사님. 됐네요. 좀 있음 백홍석씨 입에서 다 나올 건데 (하는데)
정우 : (OL) 서지수!
지원 : (멈칫해서 보는)
정우 : 니 언니야!
지원 : (무슨 말인가 해서 보는)
정우 : 그날 사고 차량에 PK준하고 같이 타고 있던 여자, 니언니 서지수야.
지원 : (둥! 놀란다. 눈만 끔뻑 거린다)
정우 : 커피 마시면서 공조한 사이에 미리 알려주는 게 예의 같아서. (하고 일어나며)
지원 : 이봐요. ... 이게 무슨.
정우 : 말 걸지 마라. 노닥거릴 기분 아니다. 몇 달 동안 파왔던 사건, 법대로 한 번 이겨보고 싶었던 사건.
잡놈들 정치 놀이에 뺏긴 거 아주 기분 드러워. (나가며) 문은 닫고 가라. 다신 오지 말고.
정우, 나가 버린다.
지원, 멍하게 있다가 탁자 위에 놓인 자료를 떨리는 손으로 만져본다.
맨 위, 도표가 보인다. PK준, 강동윤, 서지수. 그 서지수란 이름에서.
씬59. 강동윤의 침실 (밤)
지수, 낙담한, 길을 잃은 듯한 얼굴을 하고 적당한 곳에 앉아 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린다. 혜라가 들어온다.
혜라 : (근처에 앉는) 지난 번 특검 때, 서영욱 사장의 죄를 여섯 명의 사장이 책임지고 감옥에 갔습니다.
그 중에 저희 아버지도 계셨구요.
지수 : (낙담 속에서도 잃지 않는 도도함) 그래서?
혜라 : 그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한 명의 사장만 책임지면 될 건데, 왜 여섯 명이나...
지수 : (말의 의미를 가늠하는 도도한 눈빛)
혜라 : 방금 전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수 : ...
혜라 : (천천히 말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는 눈빛으로) 한. 명. 만. 책임지면 될 건데.
지수 : (둥! 이제야 그 의미를 알겠는)
혜라, 일어선다. 지수의 앞에 선다. 고개를 숙인다.
혜라 : 후보님을 위해서 희생해 주십시오.
지수 : (허, 어처구니없는) 사고도... 재판도... 내가 한거다. 그렇게 말하라구?
혜라 : (고개 숙인 채로) 부탁드립니다!
지수 : (실소가 터지는) 정말 재밌는 애다 너.
혜라 : (OL 바라보며) 지난 십년 하루 세 시간 이상 잠든 적 없습니다. 현장을 다니고 정책을 만들고,
후보님은 그렇게 오늘을 준비해 왔습니다.
지수 : (OL) 내가 왜!
혜라 : (OL) 사모님이 다치는 건 피할 수 없습니다. 사고 차량을 운전했잖아요.
지수 : (OL) 아니! PK준이 운전했어. 난 옆자리에 있었구.
혜라 : (본다. 보다가 천천히) 블랙박스가 있습니다. 저희에게.
지수 : (둥!)
혜라 : ... 보여 드릴까요?
지수 : 혜라, 너...
혜라 : 최고의 변호사를 사겠습니다. 모든 힘을 다 쓰겠습니다. 감옥에 오래 계시지 않을 겁니다.
지수 : (참을 수 없다. 믿을 수 없다. 거친 호흡을 쉬다가) 누굴 위해서니? 우리 그이? 아님 너?
혜라 : 후보님과 저. 같은 꿈을 꾸고 있습니다.
지수, 일어난다. 부들부들 떨리는 분노를 억제하지 못한다. 침실을 이곳 저곳 왔다갔다 하고 있다.
혜라 : 시간이 없습니다. 곧 기자회견이 시작됩니다. 그 전에 준비할 게 많습니다.
지수 : (터지는) 내가! 내가 책임지면, 그 이가 살아날 수 있니?
혜라 : 이번엔 대선 후보를 사퇴할 겁니다. 5년 뒤든, 10년 뒤든, 다시 도전할 겁니다.
지수 : (부들부들 보며) 사람들이 믿을 거 같애?
혜라 : (OL) 믿게 만들겠습니다.
지수 : (OL) 아니. 안믿어. 아내가 낸 사고를 남편이 모르고, 재판 과정을 몰랐다. 누가 믿지 그걸?
혜라, 들고 온 봉투에서 이혼 서류를 꺼내서 내민다.
혜라 : 사고 당일, 회장님께서 주신 이혼 서륩니다. 그 일주일 전에 작성, 날인하셨구요.
화면에 보이는 이혼 서류. 2012년 5월21일. 서지수 란에는 날인이 돼있다.
지수, 잊고 있었던 이혼 서류. 분노와 충격으로 바라본다.
혜라 : (담담한) 적당한 시기에 언론에 흘리겠습니다. 두 분 사이가 안 좋았다는 증거로, 이것보다 확실한 건 없으니까요.
지수 : ...
혜라 : (간절한) 부탁드립니다 사모님.
지수 : (부들부들 떨리는 분노로 보고 있다)
혜라 : 기다리겠습니다. 후보님은 서재에 혼자 계십니다.
지수, 분노로 혜라를 보다가 뭔가가 떠오르는 눈빛이 된다.
두 여자가 팽팽하게 보는 채로
지수 : 한 명만 책임지면 된다 이거지?
혜라 : 네.
지수 : 알았어. 다녀올게.
혜라와 지수가 서로를 바라보는데서.
씬60. 강동윤의 침실 앞 (밤)
지수가 나와서 다급하게 걸어간다.
씬61. 강동윤의 서재 앞 (밤)
지수가 다급하게 걸어와 서재로 들어간다.
씬62. 강동윤의 서재 (밤)
지수, 문을 열고 들어오던 그 기세로 동윤에게 빠르게 다가가며
지수 : 여보. 방법이 있어!
동윤 : (바라보며)
지수 : (동윤 근처에 얼굴을 대곤, 단호한) 당신하고 나! 우리 둘이! 살아날 방법이 있어!
그렇게 동윤과 지수가 바라보는데서.
씬63. 신당 당사 복도 (밤)
홍석과 유태진을 필두로, 당원들 몇 명이 뒤를 따르며 걸어오고 있다. 그 위로
기자(소리) : 이곳은 법정 살인범 백홍석의 기자회견이 열리는 신당 브리핑룸입니다.
백홍석은 기자회견이 끝나는 대로 당사 밖에 대기중인 특별수수본부에 인계 될 예정입니다.
씬64. 브리핑룸 (밤)
홍석 일행이 들어온다. 그 위로
기사(소리) : 네. 지금 백홍석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홍석과 유태진, 나란히 선다. 또는 마련된 두 개의 의자에 나란히 앉는다.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들. 그 촬영을 잠시 즐기는 유태진.
유태진 : 신은 진실을 알지만 때를 기다린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오늘 아주 중요한 진실이 밝혀질 겁니다.
(손으로 홍석에게 말하라고 시늉을 하면)
홍석 : (많은 기자들과 카메라 플래시에 긴장한) ... 저... 저는 백홍석입니다. ... 제가 여기서... 말씀 드릴 것은 (하는데)
웅성거리는 기자들. 작은 소란들이 일어난다.
그 소란에 의아한, 머뭇거리며 눈치를 보는데
뒤쪽에서 다급하게 달려온 장병호가 유태진에게 귓속말을 한다. 놀라는 유태진!
홍석이 무슨 일인가 해서 보면, 장병호가 한 손으론 마이크를 막곤 다급하게 홍석에게 말한다.
장병호 : 백수정 뺑소니 사건 진범이 방금 경찰에 자수했답니다!
둥!!! 놀라는 홍석의 얼굴에서. 8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