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 어이, 너거는 어떻노? -
권다품(영철)
항상 좋은 글을 보내주시는 선배님께 오늘도 글 하나를 받았다.
그 글을 읽으면서 문맥 매끄럽지 못하다 싶고, 조금 아쉽다 싶은 부분들을 내 생각들을 조금씩 덧붙이다 보니, '그럼 나는 어떨까'를 생각하며 나를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모든 인부들이 2개 짜리 바퀴의 수레를 앞에다 두고 수레를 보면서 밀고 가는데, 딱 한 인부만 앞에서 수레를 끌고 갑니다.
우연히 그것을 본 어느 심리학자가 "다른 사람들은 모두 수레를 앞에다 두고 그 수레를 보면서 밀고 가는데, 당신만 왜 수레를 뒤에다 두고 끌고 갑니까?"하며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인부는 별 이상한 것을 다 물어 본다는 표정으로 "수레를 앞에다 두고 밀고가는 사람은 수레만 생각하겠지만, 수레를 뒤에다 두고 끌고 가는 사람은, 수레를 끌고 가면서도 일에만 매이지 않고, 하늘과 땅, 세상 등 자신이 보고싶은 것을 모두 보면서 갈 수 있어서 좋잖아요." 하며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그 심리학자는 순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살아 가는 건지'', 아니면 ''살아 지는 건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사실 차이가 있습니다.
''살아 간다"는 것은 삶을 자신의 의사를 개입시켜서 "적극적"으로 사는 것이고, ''살아 진다''는 것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대로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것입니다.
"살아가는 것"은 인생의 주인공이 "나"가 되는 것이고, "살아지는 것"은 인생의 주인공이 "나"가 아니라, 세상에 끌려가는 조연이나 액스트라에 불과할 것이다.
내 인생은 분명히 나의 것이고, 내가 주인공인데....
여러분은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오겠지' 하며 어쩔 수 없이 하루 하루를 채워가는 "살아지는 대로" 살고 싶습니까?
아니면, 나의 생각으로, 나의 손과 발로, 나의 의지를 담아서 일이든 지식이든, 아니면 경험이든 작은 것들을 모아서 큰 것으로 내 삶의 곡간에 쌓고 녹여서, 내 인생을 엮어 가는 "살아 가는 인생"을 살고 싶습니까?"
이런 글이었다.
돌이켜보면, 나도 "살아지는 대로" 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내 의지대로 살려고 애는 썼던 것 같다.
젊을 때는 이런 생각도 해보고 저런 생각도 해보고, 사업을 하면서는 다른 사람이 하는 방식만을 따라하는 것이 아닌 내 방식을 만들어서 하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또,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다른 선생님들이 여태 가르친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은 없을까를 생각해서 나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가르치기도 했다.
당시 경영하고 있는 학원 하나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2호점 3호점으로 확장 계획을 가지기도 하고, 실제로 틈나는 대로 찾아 보기도 했다.
당시에는 참 의욕적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계획이 무산되자, 온 몸에 힘이 다 빠지고, 당시 하고 있던 학원에마져 의욕이 식기도 했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다보니, 나도 이제 여행도 좀 다니고, 취미 생활도 하면서, 인생을 좀 즐기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스케일이 작아서 그런지, 아니면, 삶이란 게 다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도 내 계획대로 되질 않았다.
자식들이 커오다 보니 자식들의 장래를 밤을 새워가며 고민을 하기도 하고, 또, 어머니께서 연세가 드시다 보니, 집으로 모시고 내려오다 보니, 여러 문제들 때문에 신경도 쓰게 되고....
애비라는 책임감이, 가장이라는 무게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그저 가장과 애비라는 부담감에 발이 묶여 마음 편하게 어디 여행도 가지 못했다.
겉으로는 안 그런 척은 했지만, 속으로는 혼자 이리 저리 애를 태웠다.
그렇게 세월만 가고, 나는 드는 줄도 몰랐는데, 돌아 보니 나이가 제법 들고....
깊은 밤에는 이것 저것 나를 좀 돌아보긴 하는데, 사실 돌아봐도 특별한 방법도 없었다.
당시에는 심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냥 고민일 뿐이었 것 같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 어느듯 나 자신은 없는 것 같고, 가족이라는 수레에 내 눈이 묶여서 끌려가고 있음도 조금씩 느껴가고 있는 것 같다.
티비 뉴스를 보다가, '그래도 저런 험한 가정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나를 돌아보면, 이젠 초라하기도 하고, 어떨 땐 '내 인생도 이대로 끝인가' 하는 슬픈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런 날은 잠도 달아나고 이리 저리 뒤척이다 보면, 어느듯 날만 밝아오고.
어이, 너거는 어떻노?
너거는 아직까지 너거 계획대로 "살아가는 삶"을 살고 있나?
내 친구들은 특별한 계획도 없이 그냥 "살아지는 삶"을 사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다.
2024년 7월 14일 저녁 7시 4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