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부르며 달리니 세 시간이 금방 지난다.
오후 4 시경에 아리산 산저에 도착.
올려다보니 과연 거대한 산. 아득하다.
차를 대고 10 여분 휴식.
우리나라의 70년대식 화장실에 갔는데 입장료를 받는 게 아닌가.
그런데 또 남자는 무료, 여자만 받는다.
대만 돈 10원 - 우리 돈 330원.
남자는 입석, 여자는 좌석이라 그런가.
사실은 남자에게 돈 내라고 하면 화장실에서 볼일 안 보고
나무 뒤 아무데서나 볼 것이고
여자는 차마 그럴 수 없을 것이니
- 이건 여자의 수치심을 이용한 악랄한 상혼일시 분명하다.
차는 드디어 아리산 기슭으로 진입하기 시작한다.
아리산은 18개의 산으로 되어있으며 2274 m로 대만 최고봉인 옥산과 가깝다.
아리산 정상에서 옥산위로 떠오르는 일출 광경을 보는 것이 이번 여행의 클라이맥스다.
세계 3대 일출 명소란다.
큰 버스가 몸이 비틀릴 지경으로 구불구불한 산길.
고온 다습한 기후라 온갖 동식물의 서식지.
뱀 ,다람쥐가 많고 반달곰도 많이 있다는 양귀비의 말.
대나무 군락지도 많이 눈에 뜨이고
빛낭이라는 애기 야자나무들이 군데군데 삼림을 이루고 있다.
큰 야자나무는 관상용이고 음료로 마시는 야자를 생산하는데
빛낭은 손가락 마디만한 애기 야자를 육성 - 이게 한약재로 팔리기 때문에 특히 고산지대에 사는 대만 원주민들이 주재배자들이다.
2,000 미터 이상 - 기압이 낮아지는지 귀가 멍해진다.
그림같이 예쁜 크고 작은 원주민 마을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고
도로 옆은 천길 만길 낭떠러지
오룡차 밭들이 보이는가 싶더니 도로변에는 찻집이며 제다창 간판을 단 공방들이
나타난다. 원주민들은 빛낭을 심고 차밭을 일구어 살아가나 보다.
혹은 관광 업소에서 노동을 팔겠지.
길가의 절개지가 무너지면서 돌이 떨어지는 바람에 차가 20 여분 지체하는 어이없는 사태를 만나기도 하며 아리산각 호텔에 도착한 것은 오후 6시
방에 들어가서 짐을 놔두고 호텔 식당에서 저녁식사.
가져온 술들을 마시며 몸을 데운 후
(호텔은 고산에 위치하고 있어서 기온이 16~7도라 선선하다.)
조정 회장님
“자, 우리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연수합시다.”
아니 낮에 버스 안에서 유머 연수했고, 노래 연수 많이 했는데
또 웬 연수?
연수란 말에 혜자 친구를 제외한 모든 여자들은 놀래서 방으로 도망해버린다.
“이번 연수는 각자의 호를 소개하고 호가 없는 사람은 호를 짓기입니다.”
우리 산삼회 회원들이 고상하게 호를 가지고 호로 불러줘야지
나이가 예순이 넘어가지고 언제까지나 어이 갑석아, 어이 근모야, 어이 광석아 할 수 있나.
한 사람씩 일어나서 호를 그 제작 연유와 더불어 소개합시다.
조 정 - 여항 (艅航) - 고향의 여항산. 배를 항해시킨다는 뜻도 좋고.
이호기 - 죽암 (竹庵) - 대나무 있는 암자 혹은 초막. 조용하면서도 곧음을 지향.
손관선 - 태화 (泰和) - 고향 울산의 태화강. 크게 아우르는 뜻이 좋아.
현호웅 - 덕인 (德仁) - 고향 마을이름 덕에서 어질 인을 추가.
류근모 - 남계 (南溪) - 고향 남해의 계곡
김갑석 - 백사 (白砂) - 고향 하동 섬진강가에 놀던 그 백사장이 좋아서.
류병관 - 설강 (雪强) - 부드럽고 강하게, 고향 설천면을 너무너무 사랑해서.
박석현 - 국은 (菊隱) - 국화의 은근함이 좋아서.
김일우 - 태건 (泰建) - 어릴 때 선친께서 태건목재사를 경영하심
정상조 - 여수 (如水) - 물처럼 부드럽게, 끈기 있게, 쉼 없이 흐르고파.
박세주 - 난곡 (蘭谷) - 고향 마을 이름이 난음, 난초 기르는 계곡이고 싶어.
김창길 - 덕산 (德山) - 젊어서부터 구덕산을 좋아해서. 구덕산인의 준말
허세영 - 봉곡 (鳳谷) - 고향 마을 이름인데 봉황새를 품는 계곡이란 뜻도 마음에 들고.
위의 13 명의 친구는 이미 공개된 호를 소개한 것이다.
호가 없는 친구들이 새로 호를 지어 발표했다.
김민남 - 매암 (梅岩) - 울산 고향 마을 이름에서 매를, 거기에 바위 이미지를 좋아해서.
김상차 - 고천 (固天) - 고성이 고향, 60 여년을 부산 천마산 기슭에서 살았다.
조정무 - 인송 (仁松) - 인천이 고향이고 첫 학교가 소나무가 많은 학교였음.
김호홍 - 충락 (忠珞) - 서예 교실에서 선생님에게서 받은 호.
최광석 - 아산 (阿山) - 아리산 아 자에 아미타불 아자, 거기에 산의 이미지가 좋아서.
안혜자 - 영운 (影雲) - 영도에서 여고 다닐 때 벌써 호를 생각했음. 그림자로서 봉사하다가
드디어는 스스로 구름으로 승화되고 싶어.
옛 사람들은 호를 지을 때는 작호서를 주고받으며 술잔치를 벌이곤 했다는데 우리들은
이미 중국 요리에 술은 한 잔 씩 했으니 이제 큰 박수로서 서로를 축하해줍시다.
뜻 깊은 아리산의 밤 - 내일 아침은 일찍 일어나 그 유명한 아리산 일출을 본다.
첫댓글 남계 정말 대단하다. 그 많은 내용을 어찌 기억하고 이렇게 써 내려 가다니! 메모하는 것 같지도 않던데. 나는 빛낭나무에 대해 적다가 중간에 그만 두는 바람에 내용을 깡그리 잊고 있었는데 오늘 남계기행에서 알아내 정말 기쁘다오. 참고자료로 활용하려고 그래요. 또 다음 내용을 기대할께요.
혜자야, 댓글 다는 재미가 어때? 이렇게 좋은 솜씨를 석히다니...대만서 웃긴 연수물도 좀 올려주고..안간 사람도 같이 좀 웃자. 남계 머리는 특수 머리...그래 메모하거나 꼬루지도 않는데 거미 항문에서 줄 나오듯 술술 나오는 저 재주는 어디서 나오는 건지...남계님, 정말 부럽고 자랑스러워요. 그리고 고마와요~요~요~.
부산 교대 3기 정말로 유명합니다. 입학 시험때 부터 최소 인원에 최고의 실력자만 뽑더니 그 과거에 급제한 버드나무님의 기억력이 의련 하시겠어요? 매번 놀라지만 이번엔 더더욱 놀라겠네요. 머리 속에 랩탑을 넣고 다니시는 건 아닌지요? 카페 개설후 우리 동기님들의 숨은 재주에 과연! 감탄, 감탄을 했습니다만 이번 대만여행 사진을 보고 우리 남자 동기님들 부인 사랑하시는 그 마음들 사진기에 콱콱 찍힌 것 보고 참 지혜롭게 가정을 잘 이끌어 가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자제분들도 다 훌륭한 재목으로 키우셨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건전한 가정과 알콩달콩한 부부애를 대만 여행기와 사진으로 잘 보고 너무나 흐뭇했음
혜자야, 사진에서 너의 모습 보고 반가왔고 대만 다녀 오더니 시원시원한 댓글을 달아 주니 우리 카페가 살아난다. 가지마 여사는 좀 아껴 두었다가 이번 여행에 동참했으면 참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고 뭐가 그리 급해서 너 혼자 갔다 왔느냐? 너가 우리 교대 3회의 호프인줄 몰랐더냐? 좀 아쉬워서 하는 소리다. 그냥 슬쩍 읽고 나갈려다 혜자와 송자의 글이 반가와서 나도 몇마디 그려놓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