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다시 촌부의 일상으로...
2022년 5월 15일 일요일
음력 壬寅年 사월 열닷새, 보름날
2박 3일간 서울 나들이를 즐겁게 마치고 흐뭇함과
뿌듯함을 가슴에 고이 간직하여 다시 촌부의 산골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마터면 어제 산골로 못 올 뻔
했다. 사흘전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내려오는
시외버스 차표를 미리 예매를 해놓았기 때문에 아주
수월하게 올 수가 있었다. 지금껏 서울에 가도 미리
예매를 하지않았는데 어제가 주말이라서 이상하게
그날은 예매를 해야겠구나 싶었다. 정말 다행인 건
토요일 내려오는 버스는 전시간이 다 매진되었고
오전 10시 25분 버스 좌석이 맨뒤에 한 좌석 남은
것을 예매하는 행운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것
또한 촌부에게 주어진 복이겠지 싶다.
하나 더, 복이라 여기는 흐뭇하고 뿌듯한 이야기...
이틀간 행사에 참석을 하느라 머물렀던 연희동의
막둥이 동생네에서 산골집으로 내려오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다. 전날 밤, 동문회에서 오자마자
정이 많은 매제가 형님 그냥 보내면 안된다고 하며
촌부가 좋아하는 양꼬치구이에 소주 한잔을 하고
집으로 옮겨 또 한잔 더하고 잠에 빠져들었다. 꽤나
여러가지 많은 술을 거나하게 마시긴 했지만 너무
기분좋게 마셔서 그런지 숙취없이 가뿐히 일어났다.
예매한 시외버스 시간에 맞춰 아우 부부와 고맙다는
인사를 나누고 나오려는데 막둥이 아우가 불렀다.
"오래비, 조금 기다려보소!"라고 하더니 냉동고에서
쇠고기 한 뭉치를 꺼내서 싸더니 "언니 갖다주셔!"
라고 했다. "얼마전 신서방이 갖다준 것도 있어!"
라고 했더니 "그건 구워서 먹어! 이건 국거리이야!"
라고 했다. 그리곤 2층으로 올라가며 "좀 기다려!"
라고 하더니 이내 내려와 봉투를 호주머니에 찔러
넣어주며 "언니하고 맛있는 거 사드셔! 어버이날이
지났지만..."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너무나
진한 감동, 감탄, 감격의 쓰나미가 밀려오는 느낌이
들어 마음속으로 울컥했다. 띠동갑 여동생이 올케
언니와 큰 오라비 생각하는 마음이 이렇게 진하게,
커다랗게 다가오는 것이구나 싶었고 너무 고마웠다.
맏이라서 부모님을 대신하여 막둥이 아우에게 이런
후한 대접을 받는구나 싶었고, 부모님이 계셨으면
얼마나 좋아라 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우와 매제의 배웅을 받고 산골집에 왔다.
주말이라 자동차가 밀려 예상 시간보다 한 시간쯤
늦게 도착했다. 2박 3일 장평 뒷골목에서 묵었던
자동차를 몰고 산골집으로 왔더니 그새 많이 다른
정경이 펼쳐졌다. 단지 곳곳에 있는 영산홍은 아주
예쁘게 활짝 피었고 집옆의 두 그루 팥배나무에서
떨어지는 하얀 꽃잎은 바람에 흩날려 꽃비가 되어
땅바닥을 하얗게 덮었다. 서울은 초여름 같았는데
이곳 산골은 제법 거센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꽤나
쌀쌀하고 스산하기까지 했다. 그런 여파인지 오늘
아침은 영하 1도에 서리가 하얗게 지붕을 덮었다.
5월 중순임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난롯불을 지폈다.
서리가 멈춰야 밭에 모종을 내다 심을 텐데...
첫댓글 촌부님의 삶은 정말로 정겨워요.
동생의 오라비 생각도 눈물겹구요. 형제들간의
사랑을 보노라면 이것이 우리네 삶의 진수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산골의 아름다움 자연도 좋지만 보이지 않는
형제들의 사랑소식에 그저 마음속으로 응원합니다.
오늘도 행복하고 즐거운 날 되시기를 바랍니다.
나이 차이가 많아서 세대차가 나겠지 했는데 막내 아우 부부가 우리에게 너무 잘하네요. 그저 미안하기만 하지요. 염치없이 주는 것을 넙죽넙죽 받는 오라비라서 늘 미안하며 고맙답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편안한 휴일 되세요.
집안 풍경이
참 아름다운 풍경화 입니다.
오늘은 휴일이니
여유롭게 쉬세요~
사진빨입니다.ㅎㅎ
감사합니다.^^
편안한 휴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