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18일 연중 제 16주일 농민 주일
<그들은 목자 없는 양들 같았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6,30-34
그때에 30 사도들이 예수님께 모여 와,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하였다.
31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
32 그래서 그들은 따로 배를 타고 외딴곳으로 떠나갔다.
33 그러자 많은 사람이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모든 고을에서 나와 육로로 함께 달려가 그들보다 먼저 그곳에 다다랐다.
34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
제26회 농민 주일 담화
생명의 공동체로 거듭나야 합니다!
생태적 회개
전 세계가 여전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유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새로운 감염병의 발생 원인을 찾고 이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온 국민의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또한 21세기 들어 자주 발생하는 새로운 감염병은 인류가 자연 생태계를 과도하게 침범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반성도 많이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온통 백신 접종과 일상으로의 복귀에만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장기화로 지친 까닭에, 고통과 불안을 겪으면서 정작 깨우쳐야 할 중요한 교훈을 놓치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는 막연하게 느껴 오던 기후 변화가 어떤 것인지를 뼈저리게 체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50여 일에 이르는 긴 장마를 비롯하여 지난 10여 년 동안 발생했던 이상 기후 현상이 한 해에 모두 일어났습니다. 기후 변화를 지켜보던 단계에서 이제 기후 위기의 심각함을 온몸으로 겪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개발과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색과 환경의 이름으로 등장하는 새로운 산업에 대한 기대와 환상은 절박한 위기감을 가리고, 개발과 이익에 대한 탐욕을 곳곳에 숨기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생활 양식과 사회 경제 체제에 대한 반성과 변화, 생태적 회개가 없는 우리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산업화된 관행 농업
기후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여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인류 최대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을 섭씨 1.5도 이내로 억제하고자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는 정책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자연 친화적일 것 같은 농업과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축산업이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생산력을 높이려고 살포하는 화학 비료는 제조와 분해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가격 경쟁을 위하여 끊임없이 진행되는 규모화와 기계화 과정에서 전통적 농업 생산 기술뿐만 아니라 생물 다양성, 토종 종자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산업화된 농업 생산물은 화석 연료를 태워 가며 전 세계로 이동됩니다.
대기업과 거대한 유통 자본이 농산물 생산과 식량 소비의 전 과정에서 최고 권력자가 되었습니다. 대다수의 농민이 자영농에서 소작농으로 전락하였고, 서로 협동하던 농촌 공동체가 기업 자본에 종속되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의 농촌이 피폐해졌고, 지구 곳곳 가난한 나라의 농업 체계가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산업화된 관행 농업은 기후 위기의 주범이 되었고, 농민은 가난해지고, 농촌은 인구가 감소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농업과 생태 공동체
이제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서 새로운 질서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어울리는 공동체적 가치를 발견하고 실현해 가야 합니다.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하며 생태 환경을 보존하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이 구현되어야 합니다. 자연의 순환 원리를 존중하는 생명 농업을 실천하여 다양한 생명이 공존하는 생태 질서를 회복해야 합니다.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종자를 보존하여 생물 다양성을 확보하고 식량 주권을 수호해야 합니다. 농민은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농사일에 전념하여 보람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하고, 농민을 비롯한 다양한 직업의 구성원으로 농촌 공동체를 이루고 지켜 가야 합니다. 농업이 제자리를 찾고 농민 스스로 기쁘게 일하며 농촌의 삶이 행복해져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고 안정적인 공동체로 거듭날 것입니다.
농촌과 도시가 함께하는 생명 공동체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뜻에 따라 지속 가능한 세계로 나아가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동참하고자 주교회의 2020년 추계 정기 총회에서 특별 사목 교서와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지침은 생태 교육이 시작되는 가정 공동체에서 일어난 변화가 사회와 세상의 변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강조하며, 가정에서부터 식생활 습관을 새롭게 하자는 제안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당 공동체에서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을 통하여 생태적 회개와 실천을 활성화하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은 거래와 사업이 아닌 운동과 실천입니다. 소비자의 건강한 삶을 생각하며 생산하고, 생산자의 안정적인 삶을 배려하며 소비하여, 멀어진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회복하는 운동입니다. 유기 순환적 자연 질서를 회복하여 건강한 밥상을 차릴 수 있고, 자연 생태계와 사람이 관계를 회복하는 실천입니다. 농촌을 살리는 운동이면서, 결국 우리 자신을 살리며 지속 가능한 삶을 보장하는 교회의 사목입니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던 세상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관계와 생명을 회복시키는 생명 공동체 운동에 한국 천주교회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2021년 7월 18일 제26회 농민 주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 현 동 아빠스
<유다인과 이민족을 하나로 만드신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 사도 바오로의 에페소서 말씀입니다. 2,13-18
형제 여러분,
13 이제, 한때 멀리 있던 여러분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그리스도의 피로 하느님과 가까워졌습니다.
14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의 몸으로 유다인과 이민족을 하나로 만드시고
이 둘을 가르는 장벽인 적개심을 허무셨습니다.
15 또 그 모든 계명과 조문과 함께 율법을 폐지하셨습니다. 그렇게 하여 당신 안에서
두 인간을 하나의 새 인간으로 창조하시어 평화를 이룩하시고,
16 십자가를 통하여 양쪽을 한 몸 안에서 하느님과 화해시키시어, 그 적개심을 당신 안에서 없애셨습니다.
17 이렇게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에 오시어, 멀리 있던 여러분에게도 평화를 선포하시고
가까이 있던 이들에게도 평화를 선포하셨습니다.
18 그래서 그분을 통하여 우리 양쪽이 한 성령 안에서 아버지께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축일7월 18일 성녀 심포로사 (Symphorosa)와 일곱 아들들
신분 : 순교자
활동 연도 : +138년경
같은 이름 : 신포로사, 씸뽀로사, 씸포로사
오래된 순교 행전에 따르면, 성녀 심포로사는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후 순교한 로마의 호민관 성 게툴리우스(Getulius, 6월 10일)의 아내로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그리스도교 박해 당시 로마 근교 티볼리(Tivoli)에서 일곱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황제는 티볼리에 호화스러운 새 궁전을 짓고 그 궁전의 운명이 성녀 심포로사 가족이 바치는 희생 제사에 좌우된다는 신탁을 듣고 깜짝 놀랐다. 황제는 성녀 심포로사 가족을 신전으로 유인하려다 성공하지 못하자 성녀 심포로사를 헤르쿨레스(Hercules) 신전으로 끌고 오라고 명령했다. 성녀 심포로사는 남편과 같이 순교할 결심을 하고 황제의 요구를 용감하게 거절했다. 황제는 그녀에게 갖가지 고문을 자행한 다음 목에 무거운 돌을 매달아 아니에네(Aniene)강에 던져 버렸다. 티볼리 의회 의원이던 그녀의 오빠가 시신을 수습해 도시 외곽에 묻어주었다.
다음날 황제는 신들에게 희생 제사를 바치기 위해 성녀 심포로사의 일곱 아들을 불러들였다. 그들의 이름은 성 크레스켄스(Crescens), 성 율리아누스(Julianus), 성 네메시우스(Nemesius), 성 프리미티부스(Primitivus), 성 유스티누스(Justinus), 성 스탁테우스(Stacteus) 그리고 성 에우게니우스(Eugenius)이다. 일곱 아들 역시 부모처럼 이교 신상에 희생 제사 바치기를 거부하고 끝까지 신앙을 지켰다. 황제는 그들 모두를 헤르쿨레스 신전 공사를 위해 세워둔 7개의 말뚝에 묶은 뒤 각기 다른 방법으로 고문한 후 처형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시신을 궁전에 있는 깊은 도랑에 던져버렸다. 그 후 1년 반 정도 박해가 잠잠해지자 신자들이 순교자들의 시신을 로마 인근 티부르티나 가도(Via Tiburtina)로 이장하였다.
옛 순교 행전이 전하는 성녀 심포로사와 일곱 아들의 순교 이야기에 대한 신빙성을 식별하기는 어렵다. 자료에 따라 일곱 아들의 이름이 서로 다르게 전해지기도 한다. 1970년 이후 간행된 “로마 순교록”은 7월 18일 목록에서 성녀 심포로사와 옛 순교 행전에 나오는 일곱 명의 아들 순교자의 이름과 유해 발견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그들의 유해는 752년 교황 스테파누스 2세(Stephanus II)에 의해 로마의 어시장(Pescheria)과 가까운 성 안젤로(Angelo) 성당 제단에 안치됐다고 한다. 그리고 17세기에 보시오(Bosio)가 로마에서 약 15km 정도 떨어진 티부르티나 가도에서 대성당 유적을 발견했는데, 이 대성당이 성녀 심포로사와 그녀의 일곱 아들의 무덤 위에 건립되었음을 확인했다. 1610년에 발견된 석관에는 “여기에 스테파누스 2세 교황에 의해 이장된 순교자 성녀 심포로사와 그녀의 남편 성 게툴리우스와 그의 아들들의 유해가 있다.”라는 비문이 새겨져 있었다. 이들은 모두 티볼리 교구의 수호성인으로 공경을 받고 있다. 성녀 심포로사는 이탈리아어로는 신포로사(Sinforosa)라고 부른다.
오늘 축일을 맞은 심포로사 자매와 그 아들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