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산재와 당뇨 합병증으로 두 다리 잃어
윤상필씨가 오른쪽 다리 절단 수술을 받았을 당시 찍은 사진. 강남성심병원 제공
산재연금으론 빚·병원비 감당 안돼
의족 제작·재활치료비 등 마련 막막
윤상필(61)씨가 힘겹게 기어서 계단을 올랐다. 두 다리가 없는 윤씨가 지하방에서 밖으로 나오려면 이 방법뿐이다. 25㎏에 달하는 의족 무게는 더욱 그를 짓누른다.
윤씨는 2006년 플라스틱 제조 공장에서 일하다 산재사고를 당했다. 플라스틱을 찍어내는 금형 제작 과정에서 쇳조각이 튀어 다리에 박힌 것이다. ‘별일 아니겠지’하고 넘긴 것이 화근이었다. 자꾸 열이 나고 다리가 굽어 병원을 찾았더니, 다리를 절단해야만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뇨 합병증이었다. 결국 그는 왼쪽 무릎 아래로 다리를 잃었다.
그나마 오른쪽 다리가 남아있을 땐 하루 3~4시간씩 의족을 착용한 채 택시 운전을 하며 돈을 벌었다. 빚을 갚기 위해서였고, 책임감 때문이었다. 목발 사용도 할만 했다. 그러나 30년 넘게 독수공방하며 열악한 생활을 이어온 탓에 자신을 돌보지 못했다. 당뇨는 좀처럼 낫지 않았고, 최근 오른쪽 다리마저 절단했다. 두 다리가 없는 상태로는 더 이상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다. 그저 TV를 보고 가만히 있는 것이 윤씨의 일과가 됐다. 밖에 나와 바람이라도 쐬고 싶지만, 보행이 어려운 지금은 지하방에 갇혀 있는 신세다.
“30년 전 사업이 연달아 실패하기 전까지만 해도 학원을 운영하며 번듯한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았어요.” 과거 단란했던 시절을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그리움이 묻어났다. 그러나 학원 문을 닫고, 조립식 건축사업을 하면서 부도를 겪은 뒤로는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를 안고 집을 나왔다. 가족들까지 그 무게를 짊어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가족과 헤어지고 연락이 끊겨 이젠 어떻게 사는지조차 모른다. 다시 만나는 날을 꿈꿨지만, 산재사고 이후 그 길은 더욱 멀어졌다.
윤씨는 좁아도 좋으니 지상에 있는 집에서 창문으로나마 바깥세상을 보며 사는 것이 바람이다. 이동이 어려운 그에게 전동휠체어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인 지하방에서 사는 것도 빠듯하다. 매달 나오는 산재연금 130만 원으로는 생활이 힘들다. 남은 빚과 병원비 650만 원을 갚기에도 부족하다. 파산 신청을 고민했지만, 그마저도 돈이 들어 포기했다. 어렵게 지내고 있지만 기초생활수급비를 산재연금과 중복해서 받을 수 없다. 앞으로 제작해야 할 의족과 약값 등 병원비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요즘 손가락도 점점 마비돼 젓가락질을 못하겠더라고요. 어려워도 잘 이겨내고 싶었는데 자꾸 겹치는 불행에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후견인 : 심성심 신부 / 강남성심병원 원목실장(과달루페 외방선교회)
“윤상필씨는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나 응급치료와 재활치료, 의족 제작, 치료비, 간병비 마련이 어렵습니다. 가족도 없어 환자 스스로 삶을 이겨나가야 합니다. 치료와 삶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갖고 살아가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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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필씨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12일부터 18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5)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