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뫼르소입니다. 다들 집에 잘 도착하셨는지요. 어떤 분은 허리가 아프시겠고, 어떤 분은 종아리 통증이 장난이 아니지요? 또 일본 모기로 고생하신 분들도 계시고요. 저는 아직도 북알프스 가슴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아마 한동안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은 저에게 정말 중요한 여행이었습니다. 2011년 히말라야를 다녀온 이후 높은 산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그 갈증을 해소할 시간이 없어서 늘 고민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오지캠핑에서 좋은 기회를 줘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기획하신 셀파님과 해찬이네님 그리고 정수기님과 바람실장님, 수키님 등 운영진과 다른 오지캠핑 식구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잊지 못할 추억을 주셨습니다.
아래 사진은 산에 대한 관점도 여행에 대한 평소 신념도 모두 다른 서른 명이 하나의 목표를 갖고 오른 북알프스 산에 대한 저의 사진 이야기입니다. 사진을 못 찍으니 뭐라고 하지 마시고요, 그냥 추억으로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설렘:나고야 공항에서 서른 명을 만났습니다. 셀파님과 이번에 산행을 같이할 오지캠핑 식구들. 다들 어떤 사람들일까. 비행 내내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서른명이 함께 만들어갈 일주일 간의 여행에 대해!

만남:드디어 북알프스 초입에 도착했습니다. 첫 비박지인 코나시타이라 캠프장을 향해 계곡을 따라 이동합니다.

질투:첫날 도착하니 비가 왔습니다. 우리 산행을 질투하는 북알프스 첫 인사법이었을 겝니다. 그리고 비를 피하기 위해 우비로 몸소 사오정 포스를 연출하시는 정수기님과 믿을윤님이십니다. 나이답지 않은? 귀여움에 저절로 질투가 납니다. 사실 귀여움보다 사랑스러운 두분의 모습이 더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비박:첫 비박지. 알록달록한 색깔들이 이쁩니다. 이날 모두 이쁜 꿈들을 꿨습니다.

기대:북알프스 산은 어떤 모습일까. 어떤 놈일까. 오르면서 나는 어떤 생각들을 할까. 텐트를 치고 상념에 젖습니다. 사진은 물론 연출입니다. ^^

순진: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 이튿날. 비가 왔지만 다들 신나는 표정들이었습니다. 짐 가득 넣은 무거은 배낭을 메고서도 천진난만한 얼굴을 할 수 있는 건 산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김요한님 표정 죄송한 말씀이지만 정말 귀엽습니다. 쇼톰님은 애써 태연한 척, 그 뒤로 팩트님이 환하게 웃고 계시네요.

친구:심조불님도 승리 표시를 보이시고요. 저만의 생각인가요. 우리 모두 이번 산행 무사히 마쳤고, 그 안에서 행복을 보았으니 승리한 거 아닌가요. 청아님(맞는지 확실치 않습니다. 혹 아니라면 죄송합니다)의 미소도 보기 좋습니다. 많은 대화를 못했지만 나중에 기회가 오면...

대화:요코산장으로 기억이 됩니다. 세분이서 대화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아 도촬했습니다. 무슨 대화를 나누셨나요?

사진:로이님은 사진을 많이 찍으셨다. 그 사진기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하다. 설마 필은 있는데 느낌이 없다거나 스토리는 있는데 이야기는 없는 그런 사진은 아니겠죠? ^^

최고:이 비박지는 최고의 박지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야리사와 산장에서 40분 정도 지나서 있는 바바다이라 야영장입니다. 화장실이 있고, 일년 내내 콸콸 쏟아지는 얼음 물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빼어난 장관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죠. 잊지 못할 박지입니다. 저는 이 날 텐트 안에서 새벽에 별을 볼 수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동행:이번 산행을 함께 해준 후배입니다.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된 동키님. 두 분이 있어서 더 멋진 산행이었습니다. 다음 정모 때도 뵐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허기:뱃살을 빼는 게 이번 산행의 목표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실패했습니다. 다들 실패하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되레 더 찌신 분들도 계시죠? ㅎㅎ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행동식을 먹는 시간입니다. 수키님이 견과류를 주셨습니다. 그 때는 인사를 못 드렸네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무제:...

흔적:능선을 따라 만들어진 저 길을 보면서 저 길들은 누가 오고 가며 만든 것일까. 어떤 사람들이 과연 왔다 갔을까. 그리고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다들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겠죠? 남들이 만들어준 흔적, 내가 만든 흔적이 그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길'이 되기를.

일번:바람을 피해서 텐트 칠 곳을 찾다보니 수많은 자리 중에 어떻게 1번 자리가 됐습니다. 2번 자리는 비어 있네요. 1번 자리도 비워둘 것을 그랬을까요?

해석:두 팔을 벌리고 만세를 외치고 있네요. 산장 슬리퍼 신고 올랐으면서 뭐가 좋다고요. 사진 찍으면서 저는 슬리퍼가 옥에 티라고 말했고, 동키님은 슬리퍼를 신고 이 높은 곳에 올랐으니 더 위대한 것 아니냐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같은 상황을 놓고도 이렇게 해석이 다릅니다. 이 사진을 보는 다른 오지 식구들은 뒤 장엄한 경관이 훌륭하다고 말하시겠지요. 동키님은 아예 안보고요. ㅎㅎ

별명:이 친구 닉을 만들어줘야 할 텐데요. 아직 닉이 없어서 뫼르소2로 불리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모르쇠로 부릅니다. 적당한 닉을 만들어 주십시요. 살 더 찐 후배!

걸음:야리가다케 정상을 향해 사다리를 타는 썬샤이님. 먼저 올라가 멋진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사진기 렌즈에 습기가 차서 희뿌옇게 나왔습니다. 썬샤이님 죄송! 야리가다케의 얼굴을 보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용기:얼굴이 안보이시지요. 푸른항해님이십니다. 아마 맞으실 겁니다. 90도에 가까운 사다리를 오르면서 어떻게 저런 여유가 나올까요? 용기가 대단하십니다. 역시 렌즈가 이상해서 죄송합니다.

짝수:왼쪽 사다리는 오르는 길이고 오른쪽은 내려오는 길입니다. 가고 오고, 오르고 내리고, 만나고 헤어지고 태어나고 죽고, 의미있는 짝수 놀이!

허무:정상은 공허하다, 그런데 자꾸 오르고 싶다. 정상은 허무하지만 정상까지 오르는 과정이 의미가 있어서다.

약속:산행 내내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제대로 야리가다케 정상을 볼 수 없었다. 나흘 째 되는 날 모두 하산하고 남들보다 30분 가량을 언덕배기에서 서성였다. 저 정상을 찍기 위해서, 수줍은 듯 살짝 옆모습만 보인 야리가다케가 얄미웠지만 다음에 다시 오면 제대로 된 얼굴을 보여주겠다는 짓궂은 장난 같아서 만족하고 하산했다.

하산:이제 내려가야할 시간. 내려가야 또 오르지!

살생:저 산장 이름이 살생이다. 살벌하다. 한자도 죽이고 살리는 그 살생이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무엇을 죽이고 살렸는가. 난 무엇을 버리고 얻었는가.

꽃밭:가을 꽃밭을 보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번 와야겠다.

회귀:왔던 곳으로 다시 간다. 배낭은 가벼워졌고, 머리도 맑아졌다. 비워야 채울 수 있어 산에 오른다. 뭔가를 자꾸 버리기 위해!

배경:때론 인물보다 배경이 더 아름다울 때가 있다.

바닥:힘들었는지 바닥에 드러누운 해찬이네님. 고생하셨습니다. 해찬이네님의 고생이 우리에겐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줬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바닥에 드러누우십시요. 그래야 우리가 즐겁습니다. ㅎㅎ

반대:이번 여행에서 30대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나를 포함해 3명? 그래서 더욱 친해질 수 있었다. 한명은 서서, 한명은 앉아서 눈빛을 교환한다. '포기해도 괜찮습니다. 내려가도 뭐라 그럴 사람 한명도 없어요', '웃기지마, 반드시 오르고 말거야'

웃음:산행 내내 즐거움을 주셨던 동보님, 죄송한 질문이지만 어떻게 그리 코믹하실 수 있으시죠? 일주일 동안 즐거웠습니다. 체력도 좋으시고, 장비도 좋으시고, 무엇보다 성격이 좋으신 듯합니다. 나중에 다시 뵐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바람:바람피다의 바람일까, 무엇을 바라다의 바람일까, 술 한잔 기울이면서 오지캠핑은 특별하다고 말씀하신 바람님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도네요. 그냥 바람처럼 여기 저기 떠돌며 누군가에게 시원한 존재로 살고 싶어서 바람실장이시죠? ㅎㅎ

장면:조폭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닙니다. 조폭의 보스도 아닙니다. 저분은 동보님이십니다. 만엔으로 조직을 장악하신 위대한 분이십니다. 상황이 재밌어서 한컷. 동보님 사케 잘 마셨습니다. 나고야의 모 온천에서.
**배낭을 정리하며
흐린 날씨 속에 산 여기 저기를 보기 위해 눈을 크게 떴습니다. 눈이 아프면 카메라를 꺼내들어 셔터를 눌렀습니다. 내가 산에 왔음을 사랑하는 가족, 친구, 연인 등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는지 모릅니다. 모두들 인증 샷을 찍은 건 함께 하지 못한 사랑하는 그 누군가에게 사진 속 북알프스를 전해주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서른명이 오른 45km, 각자 마음 속에 누군가를 생각하며 걸은 길이기에 서른명이 아닌 수백 수천명이 오른 산입니다. 같이 산행해서 기쁜 일주일이었습니다.
다시한번 좋은 기회를 주신,
셀파님, 해찬이네님, 바람실장님, 정수기님, 수키님 등 운영진과 김요한님, 아리새님, 체로키님, 심조불님, 동보님, 몽중인님, 겨울별님, 로이님, 쇼톰님, 대워니님, 바람별님, 썬샤이님, 동키님, 무박이일님, 현비님, 청아님, 아드리비툼님, 제시님, 믿을윤님, 푸른항해님, 팩트님, 뫼르소2님 감사드립니다.
다음 모임 때도 같이 하면 좋겠습니다. ^^
아~~~완전 귀여우신 믿을윤님!!!!
만나뵈서 반가웠습니다~^^ ㅎㅎ
1주기 관악산 꼭 하세요~~~^^
모르소님 부지런두 하시군요
함께할수있어 행복했어요
세분이 여유롭게 주거니 받거니하던 산행 정말 보기 좋았어요
평범했을 수도 있던 일탈을 어쩜 이리 맞갈나게 표현하셨는지
함께했던 일주일 행복하게 해줘서 감사해요
같이했던 모든분께 감사드립니다
아~ 심조불님 잘 도착하셨네요.^^ 유유자적하시는 모습이 멋있으세요.ㅎ 좋은 곳에서 뵈어요.^^
뫼르소님 이쁜 후기 감사드려요...
많은 얘기 나누진 않았어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궂은 날씨 속...
아무런 사고 없이...
모든분들...
좋은 추억들만 간직하시길...
사요나라~~~
북알이 공룡팀 무박님... 정상 언저리에서 함께 해서 행복했어요. 3000을 찍은 우리는 용감한 동지예요.^^ 한국 오시면 북알이 공룡팀 뭉쳐요.ㅎ
웅, 부럽습니다. 난 언제 저런데 따라갈 수 있으려나...ㅠㅠ
뫼르소님 덕분에 멋진 구경 잘 하였습니다.그저 부러울따름입니다~ ^^
이제 좀 움직일 수 있으려나 했는데, 얼마전 발가락이 부러져서 또 당분간 못 움직이는 신세가 되었네요...ㅠㅠ
아무래도 올 해는 아무 곳도 가지 말고 꼼작말고 은둔하라는 계시인가 봅니다.
하루빨리 저도 좋은 곳에서 함께 뵐 날을 학수고대 합니다.
고맙습니다. 뫼르소님~ ^^ 좋은 글과 사진 잘 보았습니다.
지금 일본중앙알프스에서 한국등산객 6 명이연락두절이라네요 안타깝네요 이런소식에 셀파님 등 운영진에 더욱 감사드립니다 무사했으면 좋겠네요
저도 지금 일본 중앙 알프스 한국 등산객 연락두절 기사보고...혹시나 해서 들어와봤는데....정말 아무일도 없기를 기도합니다.
모든분들이 즐겁게 산행하고 서로 걱정하며, 열심히 한 덕에 무사히 하산 한거 같습니다.
뫼르소님 정말 인상 적이었어여!!
다음에 곡 봐여..
로이님 함께해줘서 행복했어요 옆에서 챙겨줘서 감사하고요
뫼르소님 이하 참석하신 서른분 모두 건강히 즐겁게 다녀오셔서 다행입니다. 참석 못한 아쉬움은 남았지만 멋진 사진과 후기로 마음을 달래야겠네요. 가족여행 후 이제서야 봅니다.
북알후기를 보니 몇년전에 야리가다케~스고로쿠산장~수정악쪽으로 3박4일 산행한 추억이 생각나네요. 그때도 7월이였는데 역씨 야리정상에는 조망이 제로였슴더. 다음날 야리의 일출을 보면서 전날의 아쉬움을 달랬네요. 우뚝선 후지산도 보았네요. 수고했슴더.
추억으로만 보라는 사진들은 걸작품들이고,
변명없는 글들은 명문입니다.
눈과 가슴을 시리도록 만드시면서
나는 어떡하라고?????
그래도
내가 큰소리 칠 수 있는 부분은 있지요?
내가 만약 정상을 고집했더라면,
이런 후기는 나올 수 없었을 꺼예요!!!!!
(하기야
내가 조국 강토를 다시 밟을 수 있도록 해주신
그분들에게
나도
감사드려야지만....)
함께한 북알의 친구님들 저도 기억해 주세요!
즐거운 시간에 회한을 가지면서....
저는 계속 북알을 꿈꾸렵니다.
또하나의 잊지못할 추억거리가 생겼네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새록새록 생각나는.......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군요 고생한 하셨네요^^이달 하순에 출발하는데 도움이 됨니다
료칸 룸메이트 뫼르소님~~하이루요!!~~^^...노동법위반(?) 회사에서도 여전히 바쁘시죵~~ㅋㅋ...새벽에 아폴로램프 불빛에 글쓰고 있던 모습 인상깊었는데 이렇게 멋진후기를 쓰고 계셨던듯~~^^...후기보며 행복했던 추억속에 빠져봅니다~~멋진글과 사진 고마워요!!!
북알프스의 느낌을 다시금 상기 시켜주네요.. 전 이제사 .. 정리를.. ㅎㅎ 후배분과 재밌게 다니시는 모습 보기 좋았습니다.. 다시 만나면.. 다른 느낌이겠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