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던 우크라이나군의 봄철(춘계) 대반격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여름철(하계) 반격으로 장을 넘기게 됐다. 이 용어를 가장 먼저(?) 쓴 곳은 우습게도 미 백악관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31일 "미 백악관이 오늘 '우크라이나는 여름에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하며, "미국과 우크라이나에서는 그동안 '봄철 공세(반격)'를 이야기하다가 이젠 '여름 공격'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 조정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여름철 반격 계획을 처음 입에 올렸다.
우크라이나 반격설에 대한 스트라나.ua의 분석과 전망은 흥미롭다.
우선 이 매체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9일 최전선 주요 행동(반격)의 시기가 결정됐다고 발표했지만, 반격 개시 날짜가 진짜 확정되었는지, 정보전 차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지 여전히 분간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또 우크라이나 고위인사들의 반격 시점 예측은 환영받을 일이 아니라며 대표적인 실언들을 추적하기도 했다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영상 캡처
스트라나.ua(5월 28일자)에 따르면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지난해 11월 28일 "6개월 내에 크림반도의 휴양지 얄타에 있는 멋진 바닷가 식당에 가겠다"고 약속했다. 그 식당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미 6개월이 지났다. 지난 4월 초에는 "크림 반도를 해방하는 데 5~7개월이 더 걸릴 것"이라며 기존의 약속을 뒤집었다. 크림반도 해방 시기를 올해 말로 늦춘 셈이다.
우크라이나 군정보국(GUR)의 키릴 부다노프 국장도 지난해 가을 "내년 봄이 지나가기 전에 우크라이나군이 크림반도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담 역시, 거짓말이 될 게 분명하다고 스트라나.ua는 지적했다. 포돌랴크 고문과 부다노프 국장이 크림반도 탈환을 단언한 지난해 가을에는, 우크라이나군이 하르코프(하르키우)와 헤르손 일부 지역 탈환에 성공해 우크라이나 전체가 영토 회복에 대한 기대가 가장 높을 때였다.
지난해 가을 탈환한 헤르손시에 진입한 우크라군 기갑 부대/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실
물론, 반격 개시 예측은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러시아 유력 경제지 코메르산트와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최근 키예프를 방문한 린지 그래엄 미 상원의원은 귀국 후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의 꽤 인상적인 힘을 보게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며칠 안에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으로부터 우크라이나의 군사 작전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면서 "러시아군의 방어선을 확장하고, 적의 작전을 혼란시키는 (하이브리드) 공격이 이미 진행 중인데, 이는 곧 본격적인 반격이 시작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우크라이나가 연말 안에 러시아를 축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긍정적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알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도 지난 29일 "반격의 시간이 곧 올 것"이라고 말했고, 올렉시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 국방안보회의 서기(사무총장 격)는 "우크라이나 최고 군지휘관이 최상의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반격을 개시할 것"이라며 "내일, 모레 또는 일주일 후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키릴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군정보국(GUR) 국장은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필요한 최소한의 무기를 받았다고 밝혔고, 포돌랴크 대통령 고문은 반격 작전의 일환으로 별도의 군사작전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직접 반격에 나서는데 시간 필요하다'"고 한 발 물러섰다.
우크라이나군/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포돌랴크 고문은 반격을 몇 단계로 파악하는 듯하다. 그는 "러시아 군수물자 공급망이나 후방의 물자 및 유류 창고 파괴와 같은 '예비 작전'은 이미 시작되었고, '러시아 반군 그룹'(우크라이나 주장,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무장단체라고 반박)이 러시아로 더 많이 침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반격은 우크라이나에게 필요한 무기가 제 시간에 도착하면, 시작되고 연말 전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필요한 무기로는 탄약(포탄)과 장거리 미사일, 전투기 등을 꼽았다.
하지만, 반격을 가을까지 늦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세르히 크리보노스 전 국가 국방안보회의 부서기(차관급, 예비역 소장)은 31일 "공중 지원이 없는 반격작전은 성공하기는 커녕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격 시점을 늦추고 서방으로부터 F-16 전투기 제공을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F-16 전투기는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에 대한 훈련이 끝나는 오는 10월께 인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는 "러시아군의 잠재력을 절대 과소 평가해서는 안된다"며 "러시아는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고, 공격할 능력과 수단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반격작전의 최대 약점이 항공전력의 부족이라는 지적은 독일 일간지 디벨트에서도 나왔다. 이 매체는 "러시아의 항공기 보유 대수는 우크라이나의 5~6배가 넘고, 레이더 시스템은 더 멀리까지 추적 가능하며, 미사일의 사거리도 더 길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공격용 헬기의 사격(위)와 수호이(Su)-25 전투기의 기동 모습/현지 매체 영상 캡처
문제는 서방 측의 대우크라이나 전투기 지원 능력이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수십 대의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이전하더라도 제공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그렇다고 수십 대가 아니라 수백 대를 우크라이나에 이전할 여유도 없다.
더욱 주목할 것은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에 앞장서는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두다 대통령은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알마르 라투르 발행인과 만나 "사람들은 '푸틴 대통령이 전쟁에서 졌다'며 핀란드가 나토(NATO)에 합류한 것을 예로 들지만, 푸틴은 전쟁에서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하고 국경에서 쫓겨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러시아군은 현재 우크라이나 땅을 짓밟고 있으며, 매일 수백 명이 죽어나가는 상황이다. 러시아 인구 1억명(실제로는 1억4천만명)은 우크라이나(4천만 명)보다 훨씬 많다"고 현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두다 폴란드 대통령
안드레이 켈린 주영 러시아 대사도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상주의자들의 큰 실수는 우크라이나가 이길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보다 16배나 크고, 막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직 심각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쟁이 5~10년 더 계속될 것이냐'는 질문에 "나토 국가들, 특히 군사적 갈등을 고조시키려는 영국에 달렸다"며 장거리 미사일 '스톰 섀도'의 우크라이나 제공 등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