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다고 죽은 아들 돌아오냐” 물음에 엄마는 답했다
[ 국제신문 | 박주현 기자 ] 2023. 4. 9. 10:29수정 2023. 4. 9. 11:58
“앞으로 살 우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8일 부산서 이태원참사 추모대회 열려
국회 특별법 제정·尹 공식 사과 촉구
부산 10.29 이태원 참사 추모 대회가 지난 8일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엔 유가족 6명도 참가했다. 박주현 기자
지난해 10월29일 일어난 이태원 참사가 다섯 달이 지난 가운데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추모 대회가 지난 8일 부산서 열렸다. 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등 부산 시민단체는 이날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추모 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 5일이 참사 159일째라며 159명의 참사 희생자 추모를 비롯해 국회의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날 집회엔 유가족 6명도 참가했다.
“나는 매일 아침 아들 사진에 입을 맞추며 눈물로 아들을 바라봅니다. 따뜻했던 아들의 온기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부산 10.29 이태원 참사 추모 대회가 지난 8일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열렸다. 집회 도중 유가족들(앞 줄)이 눈물을 감추고 있다. 박주현 기자
참사 희생자 고 이경훈 씨 어머니는 “해마다 그맘때면 아들은 좋아하는 인디밴드 공연을 보러 이태원에 갔다”면서 “그곳이 위험한 곳이라고 생각했다면 두 번 다시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29일엔 아들이 왜 돌아오지 못했을까. 건장한 아들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잃을 것이라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는 여러 정황으로 재해가 아닌 인재였음을 알 수 있지만 정부는 그날의 진실을 조작하고 은폐하기에만 급급한다”며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다고 무엇이 달라지며 죽은 아들이 다시 돌아오냐’고 간혹 사람들이 묻는다. 나는 ‘우리 아들이 다시 돌아오지 못하지만 앞으로도 이 땅에 살아가 우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지난달 27일부터 5일까지 열흘간 전국 13개 도시를 돌며 시민에게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위한 청원 동의를 받았다.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독립적 조사기구를 설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특별법은 열흘간 5만 명의 동의를 받어 국회에 제출됐다. 이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심사할 예정이다.
희생자 고 김산하 씨 아버지는 이날 “특별법은 이제 국회로 올라갔다. 제정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안전한 나라를 만들자는데 무슨 여당이 있고 야당이 있나. 안전한 나라에서 살 수 있길 기원한다”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부산 10.29 이태원 참사 추모 대회가 지난 8일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열렸다. 박주현 기자
김재남 부산민중행동(준) 상임대표는 “책임자인 윤 대통령은 아직 어떠한 공식적인 사과도 없다. 국정조사가 진행됐지만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도 해결된 것이 없는데 정부는 분향소조차 철거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참사가 반복되는 건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되지 않아 반복되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된 나라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엔 주최 측 추산 200여 명이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