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육군대장을 칼로 척살한 스물 네 살의 청년 조명하 의사

[Phogrho]

　“나는 삼한(三韓)의 원수를 갚았노라. 아무 할 말은 없다.

　죽음의 이 순간을 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각오하고 있었다. 다만 조국 광복을 못 본채 죽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 저 세상에 가서도 독립운동은 계속 하리라.”

마지막까지 조국의 독립을 염원했던 한 독립운동가의 유언이 지금도 우리의 마음을 울립니다. 위 말은 1928년 10월 10일 오전, 조명하 의사가 일제 처형장에서 순국 직전 남긴 유언인데요. 조명하 의사는 타이완에 방문한 일본 육군대장을 향해 단검을 던지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독립투사입니다. 조명하 의사는 1905년 4월 8일 황해도 송화군에서 출생했는데요. 황해도 출신 독립운동가인 김구 선생, 노백린 선생 등의 독립운동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독립 운동에 뜻을 품게 되었습니다. 이후 1926년 6월 10일, 6.10만세운동을 계기로 독립 운동에 대해 확고한 결심을 세우게 되는데요. 그 뜻을 이루기 위해 의사는 고향에서의 안정적인 직장과 처자식을 두고 일본으로 떠났습니다. “항일을 위해서는 일본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말을 남기면서 말이죠. 당시 그의 나이 스물 두 살이었습니다. 일본 오사카에 도착한 조명하 의사는 전기회사, 상점, 공장 등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일을 하며 돈을 벌었고 오사카상공전문학교 야간부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당시 일본에서 생활한 조선인들은 일본인들에게 엄청난 차별과 괴롭힘을 당했는데요. 선생은 조국독립의 그 날만을 생각하며 모든 어려움을 견뎠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조국독립을 위한 뜻을 이룰 수 있는 기회는 쉽게 다가오지 않았는데요. 일본에서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한 조명하 의사는 중국 상하이의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가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러나 상하이로 직행하면 신분이 노출되어 일제의 철저한 감시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일본의 식민지였던 타이완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당시 일본은 중국 침략 계획을 세우고 출정 준비 중이었는데요. 그 전진기지가 되었던 타이완에는 많은 일본인들이 머물고 있었습니다. 조명하 의사는 타이완 찻집에서 일을 하며 힘든 생활을 이어나갔는데요. 일제의 지배를 받고 있는 타이완을 보며 의사는 깊은 공감과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타이완의 모습에서 조국의 안타까운 현실을 보게 된 것이죠. 그러던 중, 조명하 의사에게 일본의 당시 천황 ‘히로히토’의 장인인 ‘구니노미야 구니히코’ 육군 대장이 대만에 있는 군부대를 방문한다는 소식이 들어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의사는 구니노미야 구니히코 일본 육군 중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일정을 알아냅니다. 그리고 1928년 5월 14일, 조명하 의사는 극약을 바른 단도를 가슴에 품은 채 구니노미야의 행렬이 이어 질 곳으로 향했습니다. 오전 9시 55분. 구니노미야를 태운 무개차가 타이중 도서관 앞 사거리를 좌회전 하던 때, 군중 사이의 조명하 의사가 무개차로 올라탑니다. 이후 구니노미야 대장을 향해 힘껏 단검을 던졌지만, 야속하게도 단검은 구니노미야 대장의 목을 스치며 가벼운 상처만을 입히고 맙니다.아수라장이 된 현장에서 의사는 당당히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고 그 자리에서 체포되어 경찰서로 압송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해 7월 18일 ‘황족위해죄 및 불경사건’으로 사형을 선고 받고 3개월 뒤 스물 네 살의 꽃다운 나이에 순국하였습니다. 조명하 의사는 순국 직전 “할 말이 없는가.”라는 질문에 앞서 “나는 삼한의 원수를 갚았노라. (중략) 저 세상에 가서도 독립운동을 계속 하리라.”는 말을 남겼는데요. 의사가 순국한지 3개월 뒤에 일본 육군 대장인 구니노미야는 단검의 극약이 온 몸에 퍼져 목숨을 잃습니다. 조명하 의사의 의거가 성공한 것이죠. 조의사의 의거는 우리나라나 일본이 아닌 제3국에서 일어난 의거로, 당시 대만인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는데요. 의사 혼자 진행했던 이 의거는 조국 독립을 염원하는 한국인들의 의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정부에서는 의사의 공훈을 기려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는데요. 10월 10일은 조명하 의사 의거 86주기로 과천 서울대공원에 있는 조명하 의사 동상 앞에서 「조명하 의사 86주기 추모식이」거행되었습니다. 일본의 육군대장에게 칼을 겨누었던 조명하 선생은 24세의 청춘을 일기로 순국하였지만, 그가 남긴 독립에 대한 의지는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Phogrho]

10월10일은 조명하의사의 순국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