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한 세상
나의 누이동생은 지금도 중동의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라는 곳에서 수십 년째 살고 있다.
일 년에 한 번씩은 모국을 다녀가는데, 작년부터 역병으로 발이 묶여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이 동생의 남편, 그러니까 나의 매부가 십 수 년 전에 고국에서 휴가를 마치고 아부다비로
돌아갈 때 일인데, 그때에는 부부가 아니고 혼자 왔었다.
돌아가는 날이 되어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였지만, 이리저리 꾸물대랴 시간의 여유가 없었다.
나는 비행기 탑승시간을 맞추려고 급히 김포공항(인천공항 생기기 전)으로 차를 몰았다.
공항 앞에 들어서 지름길로 생각되는 곳으로 달려가는데 별안간 경찰관 한사람이 길가에서
나타나더니 차를 세웠다. 위험하게 역 차선으로 가고 있으니 면허증을 내 놓으란다.
부천에서 김포공항은 그리 먼 거리도 아니고 일요일이여서
나는 무심코 아무것도 지참하지 않은 상하 트레이닝복장이였다.
면허증을 포함한 지갑을 두고 왔으니 내놓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급한 마음에 차가 나오는 출구로 차를 몰았던 상황 같다.
참으로 난감하고 바로 생각나는 묘책이 없었다.
옆 좌석에 매부에게 한국 돈 가진 것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여기저기 주머니, 지갑 등을 뒤지더니 이것밖엔 없다고 오천 원짜리 한 장을 내게 건네주었다.
나는 경찰에게 우선 이거라도 받으시고, 사람부터 보내자니 순순히 그렇게 하라는 것 아닌가,
나는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인사를 하고 출국장을 향하였다.
매부를 목적지에 하차 시킨 후 작별 전, 가진 달라 돈에서 여유가 좀 있느냐고 물었다.
달라라도 그 경찰관에게 감사 표시를 해야, 맘이 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옆에서 그 상황을 모두 지켜보았으니 이해하리라 믿고 비상금이라도...
기대하면서 어렵게 말을 꺼낸 것이다. 그러나 여유가 하나도 없다는 답이 돌아오니,
뭔가 씁쓸하고 불편하였지만 어쩌겠는가...
매부를 보내고 눈 딱 감고 잊어버리자고 생각하고 공항정문을 지나치려는데 주차비를 내란다.
전혀 뜻하지 못한 일이다. 공항 안에 누구에게 주차비를 구한단 말인가...
깐깐한 주차수납원에게 나의 통사정과 공갈은 씨알도 먹히지 않고
나를 마치 죄인이라도 되는 양 보는 눈이 날카롭다. 하늘이 노랗다. 부천을 걸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공항 내에 아는 이라고는 아까 그 경찰관 딱 한 사람인데,
어찌 하겠는가 자존심을 집어던지고 아까 그곳으로 찾아갔다.
나는 어색한 미소를 흘리며 주차비 이천 원만 빌려달라고 하였다.
그런데 그는 잔돈이 없으니 도로 가져가라며 아까 내가 건넸던 오천 원을 웃으면서 선 듯 내어 주는 것 아닌가.
주차비를 정산하고 남은 삼천 원을 돌려주려고 그곳에 되돌아갔을 때, 아무리 돌아봐도 그는 없었다.
나는 돌려주지 못한 삼천 원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집으로 차를 몰았다.
세월이 꽤 흐른 지금도 이름 모를 그 미남경찰관에 대한 감사함이 머리 속에 아직도 남아 있다.
한편 외국 현지에서 목사로 사목봉사를 하는 매부와는 당시 도착 안부 통화도 없었고,
지금껏 그때의 헤어진 이후 이야기를 해본 기억이 없다. 피차 이야기를 꺼내지 않은 탓 인가보다.
첫댓글 옛날에는 충분히 겪을 수 있었던 난감한 상황
지금의 심송님은?
피부미남에 동안에...ㅎ
정모때 봬유~~^^
그때도 오천원은 작은 돈이였지요. ^^
요즈음은 생각지도 못한는 일이
벌어지셨군요 저런 난감한 일이~
그래도 원만히 해결되어 천만다행입니다
톡방에 첫글 잘보고 갑니다
자주 놀러 오세여
일단 올렸던 글이라도 리메이크해서 올려 보겠습니다. ^^
세상 어디에도 고마운 사람은 꼭 있더라구요
천성은 있는 것같습니다.
아주 오래전 얘기네요
돈만 쥐어주면 통했지요 ㅎ
심송님
근데 반가워요 ~~^^
하이~~범방 리즈향님
방가방가~~^^
@호가정 아이쿠~~~호가정님~~올만이에용ㅋㅋ
이거이 몇년 만인쥐요ㅋ
@리즈향 한 3 년 정도 됐죠? ㅋ
돈도 돈같을 액수를 주었으면 얘기거리가 않되겠지요. ... 역병 때문에 뵌지가... ^^
심송님
반갑습니다.
톡방에는 처음오신 듯 합니다.
옛이야기지만
재미있는 얘기를 가지고 오셨군요.
누구나 가끔 그런 경험을 하고 암담했던 추억이 있지요.
그리고는
또 다시 그런 경험을
안하셨다면 장하신겁니다.
아마
쑥스러워서
그 얘기를 못 꺼내셧을 겁니다.
시니방장님 반갑긷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고..
건강하세요 ~^^
@호가정
저는 늘 호가정님 반갑고 고맙고 그렇습니다.
왜 죄송한가요?
그런 마음 없애시길 바랍니다.
시니방장님 반갑습니다. 쑥스런 얘기 개의치 않으시면 몇개 더 꺼내 보겠습니다. ^^
대략 난감한 상황이었군요..
그 담부터는
지갑을 꼭 챙기시는거지요?ㅎ
요석님~^^
@호가정 왜 부르시나요?
ㅎㅎ
@요석 걍..반가워서요~~^^
@호가정 ㅎㅎㅎㅎㅎ
두분의 관계가???
비행기 탑승시간에 너무 쫓기다보니... ^^
@시니 관계라뇨 ㅎ
한 번 뵀는데 갑장이라
편해 농한 겁니다 ㅎㅎ
저두
몸에 지니고 들고 다니고 하는 거
안하고
훌훌 빈손 흔들고 다니길 좋아해요.
충분히 이해가 가네요.
순수하게 보였나봐요.
경찰관이 이야기 들어주고
착하게 대한거 보면요..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자주 뵙기를.....^^
웃길려고 쓴 글인데 오히려 심각히 보셨나봅니다.
무튼, 봐주시매 감사합니다. ^^.
@심송 진솔해요.
담엔
좀
웃껴주세요...ㅎㅎ
웃겼어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