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춘덕, 직장(숲속에사과) 26-32, 새참으로 이야기꽃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사과 수확이 시작되었다.
부쩍 바빠진 일 덕분에 아저씨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듯했다.
일요일 오후, 출근 소식을 알리는 대표님의 메시지를 받았다.
‘내일부터 당분간은 계속 출근하십니다. 내일 아침에는 일찍 출근할 예정입니다. 6시 전에는 출발해야 합니다. 아저씨께는 먼저 연락드렸습니다.’
아저씨는 이틀 연속 동틀 무렵에 출근했다.
‘아저씨는 오늘도 일찍 출근하셨습니다. 택배 포장 작업을 같이 했고요. 내일도 일찍 출근할 예정입니다. 아저씨께서 오늘은 우리 샘이 막걸리를 사놓았을까 궁금해하셨어요. 막걸리를 먹으려면 고기가 있어야 한다고 우리에게 말씀하셔서 아내가 삼겹살을 사준다고 했어요. 아저씨께서 의기양양하게 막걸리를 받아오시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딱 한 번만 막걸리 받아주실 수 있나요?’
화요일 늦은 저녁, 막걸리를 화두로 문자가 오갔다.
‘막걸리, 막걸리하고 몇 번 말씀하셨는데, 제가 미처 챙기질 못했습니다. 내일 출근하면 오후에 삼겹살이랑 막걸리를 사놓겠습니다. 그러면 목요일에는 드실 수 있을 겁니다.’
‘와우! 삼겹살까지…. 즐겁게 먹고 오후에 일할 수 있게 조금만 보내주세요. 자칫 아저씨랑 제가 아내에게 꾸지람 들을 수 있으니까요. 밤이 늦었습니다. 편히 쉬세요.’
‘오늘도 애쓰셨습니다. 대표님께서 생일떡을 대접하셨다고 오늘 강석재 어르신께 전해 들었습니다. 두 분이 맛있게 드셨다고 하더군요. 귀한 쑥인절미였다고, 이틀간 배부르게 드셨다고요. 맛있는 생일떡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이네요. 하하하!’
아저씨의 바람대로 수요일 오후에는 막걸리와 삼겹살을 샀다.
고기와 드시라고 파김치 한 팩도 추가했다.
그날 저녁, 퇴근한 아저씨와 늦은 시각에 통화했다.
“아저씨, 저녁 식사는 하셨어요?”
“챙겨 먹었어요. 냉장고에 막걸리하고 고기하고 봤어요.”
“내일 일찍 출근하시잖아요. 잘 챙겨 가셔서 대표님이랑 사모님과 맛있게 나눠 드세요. 막걸리 두 병이라고 너무 많이 드시지는 말고요. 건강 생각하셔야죠.”
“알았어요. 많이 안 먹어요. 내일 갖고 가지요. 애썼어요.”
아저씨는 내일 일을 떠올리고 기분이 좋은지 내게 애썼다고 표현했다.
싫지 않았다.
아저씨와 통화하고 대표님에게 소식했다.
‘바람이 제법 선선하게 불었지만, 한낮에는 볕이 따갑더라고요.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저씨께서 바쁘시니 아저씨를 대신해 벌집 삼겹살과 목살, 막걸리 두 병과 파김치를 사두었습니다. 아저씨 댁 냉장고 안에 보관해 두었으니 내일 출근하실 때 살펴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저씨께서도 늘 “새참 내야 하는데, 내가 밥 사야 하는데….” 노래하셨는데, 제가 뜻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내일은 아저씨께서 내신 고기와 막걸리로 맛있게 식사하셨으면 합니다.’
‘와! 감사합니다. 아저씨께서 출근길이 신나시겠어요.’
다음 날, 얼마나 일찍 출근했는지는 모르지만 9시가 되기도 전에 대표님이 새참 먹으면서 찍은 사진과 함께 아저씨와 나눈 이야기를 긴 메시지로 전송했다.
‘오늘은 단둘이 사과 땄습니다. 새참으로 포도 먹다가 찰칵! 포도 먹으면서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아저씨는 하고 싶은 게 있어요?”, “없어요.”, “그럼, 이제 나한테 물어봐요.”, “하고 싶은 거 있어요?”, “사과로 돈 벌면 농사 안 짓고 싶어요.”, “아저씨, 놀러 가고 싶은 곳이나,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은 없어요?”, “그런 거 없어요.”, “아저씨는 부족한 게 없군요.”, “우리 샘이 말하면 다 해줘요.”, “아저씨, 결혼은 하고 싶어요?”, “네.”, “왜요?”, “그냥요.”, “아저씨, 결혼하고 싶은 게 가족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그런 거예요?”, “네. 일하고 가면 밥도 해주고 수고했어요 말도 해주고….” 아저씨도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어서 결혼이 하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하고 추측해 보았습니다. 종일 붙어서 일을 하다 보면 남자들도 수다가 늘거든요. 물론 아내에게 번번이 혼나지만요. 일 안 하고 놀기만 한다고요. 사실 몸은 일하고 입만 놀았는데 말이죠.’
‘아저씨와 그런 대화가 오갔었네요. 아저씨의 연애와 결혼, 제가 지원하면서 제일 고민하는 주제입니다.’
‘아저씨께 결혼의 무게나 책임, 이런 걸 이해시키기는 어려웠습니다. 남은 세월 동안 살뜰하면서 따뜻한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는 기회가 있으면 좋으련만 하고 생각했습니다.’
바쁘게 일하는 중에도 아저씨와 속내를 나누는 대표님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매번 문자를 주고받을 때면 참 고마운 분이라 체감한다.
포도 새참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던지 두 분은 다시 파티를 연 것 같았다.
‘아저씨께서 챙겨오신 고기랑 술이 많군요. 잘 먹겠습니다. 우리는 아침부터 한잔합니다. 살뜰히 챙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유, 사모님에게 혼나겠어요. 일은 어찌하시려고 아침부터 막걸리를!’
‘쫓아내진 못해요. 엄청 바쁘니까요.’
대표님의 짧은 메시지로 가끔 실소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생각한다.
이렇게 유쾌하게 일할 수 있는지를!
부럽다.
2026년 9월 17일 목요일, 김향
명절 대목을 앞두고 바쁘시군요. 오래 농사를 지어오신 아저씨에게 이 바쁨이, 명절이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해주겠어요. 바쁜 틈에 나누는 대화는 참 즐거웠습니다. 벌써 직장에서 명절 잘 보내시는 것 같네요. 박효진
숲속에사과, 좋은 일터 같습니다. 대표님 질문에 백춘덕 아저씨께서 결혼을 더 고민하겠어요. 좋은 분 만나면 좋겠습니다. 신아름
새참 이야기꽃이 참 아름답습니다. 하하!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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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저씨는 부족한 게 없군요.”, “우리 샘이 말하면 다 해줘요.”
백춘덕 아저씨에게 김향 선생님이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네요. 입은 말하고 손은 일하는게 재밌게 일하는 방법이겠죠. 마음 맞는 사람들과 일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백춘덕 아저씨도 그런 재미로 농장일을 하시는가봐요. 건강히 오래 오래 일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