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경기 끝나고 쓰는 제 글이 늘 그렇듯) 오늘도 투수 얘기 먼저 합니다. QS를 눈앞에 둔 시점까지 잘 던졌네요. 1회에 실점하고 2회까지 볼넷과 사구를 줄줄이 허용하며 공만 60개 가까이 던졌는데 결국 5.2이닝을 버텼네요. 본인이 쌓아온 커리어와 경험에 맞게 버티면서 승리의 초석을 쌓았습니다. 칭찬할만한 투구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배영수가 <꾸역꾸역>을 하는 게 아니라 <퐁당퐁당>을 한다는 겁니다. 작년에도 퐁당퐁당(그리고 당당퐁당당) 스타일로 던졌는데 올해도 3번의 등판마다 편차가 크네요. 계산이 되는 투구를 해줘야 하는데 자꾸 '롤코'를 탑니다. 이런 모습보다는 현역 최다승 투수답게 매 경기 적당한 이닝을 일정한 페이스로 던져주는 게 좋습니다. 다음 경기에서 다시 한번, 그리고 또 다음 경기에서도 여전한 <퐁>을 기대해봅니다. 아울러, 통산 136승 축하합니다. 정민철 위원의 161승까지는 좀 어렵겠지만. 그래도 더 힘을 내봅시다.
어제 던졌던 투수들이 쉬고 다른 투수로 경기를 잡았습니다. 잘풀리는 게임, 특히 타자들이 많이 도와주는 게임은 이런게 가능하죠. 욕심 같아서는 (하루 쉰)이태양도 한템포 더 참고 강승현에게 2이닝을 맡겨보면 어떨까 생각하지만 이 정도는 이해합니다. 강승현이 올해 1군 마지막 등판에서 안 좋았고, 오늘이 복귀 후 첫 등판이니까요. 다만, 점수차가 크니까 2이닝을 한번 맡겨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투수 운용의 폭이 더 넓어질 수 있으니까요.
한용덕의 여전한 숙제는 선발의 순서겠죠. 샘슨은 4일을 쉰다고 했고, 배영수는 등판 페이스를 길게 가져갈 것 같고, 김재영과 휠러를 빼도 한자리가 아직 미지수입니다. 김재영도 풀타임으로 검증이 끝난 건 아니고요. 결국 그 답이 안 나와서 <7선발>을 언급했을텐데, 솔직히 그런 체제로 시즌을 치를 수는 없습니다. 그래봤자 10선발 운운하다 실패한 과거의 LG 사례밖에 안 되죠. 결국 이 문제의 해결책은 국내 선발투수가 쥐고 있는데, 제발 좀 이제는 답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송구정문 류현진 이후에 믿음직한 선발이 안 나온다는 얘기를 언제까지고 할 수는 없으니까 말입니다.
금요일날 세상 둘도 없이 답답했던 타자들이 오늘은 또 봇물 터지듯 안타와 장타를 쏟아냈죠. 이게 야구의 속성이고, 야구의 근본적인 변수고, 한편으로는 또 재미기도 합니다. 너나할 것 없이 다 잘 쳤습니다. 이용규는 어제의 찝찝한 기분을 씻었을거고, 매경기 출루와 득점 행진 중인 양성우는 오늘도 삼진 없이 3출루+2타점+3득점+1수비를 했죠. 송광민과 호잉은 필요한 순간에 점수를 내줬고, 정근우는 <야잘잘>을 증명했네요. 오선진은 어제 경기 마음의 짐을 조금 덜었을거고, 최재훈은 가끔 이런 경기로 기분 내면 홈플레이트도 더 잘 지킬 수 있을겁니다. 다들 칭찬 받아야죠.
특히 양성우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저는 타자가 삼진을 당하는 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존을 잡아놓고 그 존에 온다고 생각하는 공을 강하게 스윙해 삼진 당하는 건 괜찮습니다. 이 볼 저 볼 다 쫒아다니다가 어이없이 물러나면 그게 문제일 뿐이죠. 그런데 최근의 양성우는 자기 존을 확실히 갖고 있습니다. 그 존이 넓어서 커트를 많이 해내고 그 와중에 삼진도 매우 적죠. 그러면서도 볼넷은 9개 얻었습니다. 이용규는 (올해는 삼진이 좀 많지만) 삼진도 적고 볼넷도 적은 타입인데, 최근의 양성우는 그와 비슷한 성향을 보이면서 볼넷도 자주 얻습니다. 이러면 팀이 득점 찬스가 많아지죠. 그 좋은 감각을 당분간 오래 유지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스윙하는 감각 말고, 나쁜 공을 골라내는 눈의 감각 말입니다.
위에 야잘잘 얘기가 나와서 잠깐 덧붙이자면, 저는 기본적으로 <야구는 원래 잘하던 사람이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야구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일도 다 그렇다고 생각하고요) 원래 못하던 사람인데 열심히 노력해서 격차를 줄이고 더 잘하던 사람을 역전하는.....이런 확률은 별로 높게 보지 않습니다. 노력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원래 잘하던 사람들도 사실은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그러므로 정근우는 정근우만큼 야구 할 겁니다. 확률상 그렇다고 믿습니다. KBO에서 37년 동안 2루수로 뛰면서 정근우보다 야구 잘한 사람이 단 한명도 없는데 세상에 무슨 변수가 얼마나 크게 있다고 정근우가 갑자기 확 못해지겠습니까. 물론 앞으로 평생 그럴 수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니 그 정도 클라스의 선수들은 좀 부진해도 그냥 지켜보면 될 것 같습니다.
어차피 타선은 오르락 내리락 하므로 순서를 잘 정해서 그냥 놔두고 결과를 기다리면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잭팟처럼 터지는 이런 경기들이 나오기 마련이죠. 다만 제가 타선에서 바라는 것은 딱 두가지, 하주석의 휴식과 이성열의 분전입니다. 우선 하주석 얘기부터 하죠. 지금 다리 상태가 어떤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의 포지션이 <유격수>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주석을 팀 코어 전력으로 봅니다. 적당히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다음 세대 이글스를 이끌 선장이어야 한다고 기대하죠.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봅시다. 유격수 자리를 매년 지키면서 폭발적인 공격력을 함께 보여주는 선수는 거의 없습니다. 김하성 케이스가 있지만 다른 선수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때 차세대 최고 유격수 자리를 노리는 듯 보이던 90년생 김상수는 벌써부터 노쇠화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으며, 오지환 김선빈도 방망이 실력을 뽐낸 시즌이 분명히 있으나 훌륭한 (야수가 아니라) 타자로 롱런중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습니다. 역대 최고 유격수 이종범은 5년간 내야를 지킨 후 일본에 다녀온 후에는 외야로 돌았고, 박진만-유지현-김재박-류중일 같은 역대급 유격수들은 꾀돌이였지 방망이 파워로 팀 타선 전체를 하드캐리하는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가 뭐냐면, 144 경기를 풀로 뛰면서 타석에서도 좋은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유격수에게는 매우 어렵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유격수는 가장 많이 움직이는 야수죠. 기본적으로 피로가 많이 쌓입니다. 물론 하주석은 아직 스물다섯 짱짱한 나이지만 유격수 자리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서 공수 다 잘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포변을 할 게 아니라면, 대안은 휴식입니다. 틈틈이 쉬어줘야 합니다. 특히 이런저런 부상 위험이 있을때는 더욱 그래야죠. 게다가 하주석은 작년 중후반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어하는 모습을 이미 보이기도 했습니다. <타자 하주석>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는 선구안과 체력인데, 선구는 지금 못 고치지만 체력은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시즌은 길고 하주석의 야구 커리어는 더 길죠. 휴식은 불펜에게만 필요한 게 아닙니다. 틈틈이 쉬기 바랍니다. 팀을 이끌어야 하는 선수니까 더욱 말입니다.
이성열 복귀전 임팩트가 매우 강했죠. 파워풀한 홈런과 타점, 공교롭게도 그 경기 이후로 팀이 많이 이기고 있어서 이성열이 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심어준 것 같다는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됩니다. 우리팀 유니폼을 처음 입은 날, 장쾌한 홈런을 치고 가슴을 팍 치던 멋진 세레머니 생각도 나고요. 그런 타구를 빨리 또 날려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자꾸 갖게 되죠.
그런데 곰곰히 뜯어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성열은 복귀 첫 경기에서 매우 잘했는데, 그 이후 오늘까지 5경기에서 장타가 없고 타점도 없습니다. 송광민-호잉 바로 뒤에서 공격했고 그 기간 동안 팀이 41점을 뽑았는데 이성열의 방망이는 거기에 단 1점도 보태지 못했죠. 열심히 뛰면서 발로 팀에 도움이 되었을 수 있지만, 사실 그 기간 동안 득점도 역시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17타수 3안타 (.176)를 기록하면서 출루 자체를 거의 못했거든요. 첫 경기 이후에는 공격으로 팀에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팀에서 그에게 기대하는 것은 소위 '뽕렬포'입니다. 그런 포를 쏘아올릴 자질도 충분히 있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확률은 갖춘 상태로 공격을 해줘야 합니다. 과거에는 소위 '선풍기' 스타일이었지만, 2015년 후반기 이후로는 그 확률을 제법 높이고 확실히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첫 경기 이후에는 그런 모습이 안 보이네요. 정근우가 어차피 이름값은 한다고 보면, 광민-호잉-근우 라인 중간에서 해줘야 할 몫이 있습니다. 그 몫이 뭔지 스스로 다시 한번 새겨보면 좋겠네요.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불운도 있었는데, 오늘 호잉의 세번째 타석 처럼 의외의 곳에서 흐름이 바뀔 수 있다면 그런 것도 좋고 말입니다.
제가 카페게시판에 거의 매일 기사를 올리는데, 기사를 퍼오면서 포털 댓글은 잘 읽지 않습니다. 영양가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화면을 보다 보면 댓글이 눈에 띄는 경우가 있는데, 연패중일 때는 그런 댓글도 애써 안 읽습니다. <김ㅅㄱ 있을때가 좋았다>라는 둥 개인적으로 공감하기 힘든 소리가 눈에 띄는 게 싫어서입니다. 그런데 자주 이기니까 요즘은 그런 댓글들이 안보여서 참 좋네요. 매일 이길 수는 없겠고, 당장 이기는 것 보다 더 중요하게 챙겨야 할 것들이 많지만, 그래도 자주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합리적인 것이 결국 정답이라는 진리를 증명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첫댓글 아마도 한감독님이 주석이 쉬어가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실꺼라 봅니다..
김회성도 올라왔고 오선진도 감을 찾아가는 것 같으니 2~3게임 정도는 휴식을 줘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뛸 때 보면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게 그냥 제 기분만은 아닌 것 같아 염려가 되네요.
김회성 홈런이 큰거 같네요. 김회성, 오선진, 송광민으로 1,유,3루를 돌리면 하주석이 한,두게임 쉴 수 있겠어요
동감입니다
저도 동감입니다
내일은 주석이에게 휴식의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뭏든 근래 들어 다시 야구보는 재미가 되살아 났네요.
그와 더불어 소비되는 맥주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만 ㅜㅜ
이태양선수선수 지난번에 부진했죠
크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점검차
올린거 같아요~
주식이만 좀 살아나면 좋을텐데
어제 잘맞는 타구가 펜스앞에서 잡힌게 못내 아쉽네요
잘 읽었습니다.승리가 거듭될수록 선수들 얼굴과 표정에서도 자신감이 보이는거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요즘 기사 댓글 보면 김태균 없어서 이긴다는 말이 상당수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황당한 '뻘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승패에 미친 영향을 분석할만큼 가치 있는 통계가 쌓이지 않았죠. 게다가, 근본적으로 합리적인 견해가 아니라고 봅니다.
일례로, 박병호가 어제 종아리 근육 파열로 2군 갔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택근이 1군 올라와 3타점 경기 하면서 넥센이 장원준 조기강판 시켰죠. 그러면 <넥센은 박병호가 없어야 타선이 잘 터지는 팀>일까요?
아니면 이런 건 어떨까요. <한화는 송창식 권혁 박정진이 안 나와야 더 잘 이기는 팀>일까요? 그 선수들 없고 우리 지금 5할+인데요. 만일 누가 그렇게 말하면 회원님은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저는 그거랑 똑같은 소리라고 봅니다.
@1번선발 답변 감사합니다. 저도 김태균 참 좋아하는데 얼릉 복귀하고 활약해서 이런 말들이 안나왔으면 좋겠네요 ~
선발님 글 너무좋아
잘 읽고 갑니다~
공감합니다.
특히 하주석 선수 걱정 됩니다.
몇 경기 쉬게 해주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김성근이 감독이였으면 양성우 지금 출류율이나 타율 안나왔을겁니다
이용규 출루하면 번트대고 있었을거니까요.
아마도 양성우 말고 2번으로 장민석쓰고있었을수도
2222 장민석이나 송주호가 나와서 번트대고 있을듯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