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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한국 외교 숙원…사회주의권 외교 완결판"
'쿠바 형제국' 북한 향한 외교, 심리적 압박에 초점
석연치 않은 발표 시점, 대통령 순방 연기 뉴스 덮기?
수교 축하할 일…전략적 무게는 중·러와 비교 불가
우리나라와 쿠바는 1959년 쿠바 사회주의 혁명으로 단절됐던 외교관계를 65년 만에 정상화했다. 양국은 14일 뉴욕 유엔대표부에서 황준국 대사와 헤라르도 페날베르 포르탈 대사 간에 수교 외교 공한을 교환했다. 뉴욕시간으론 오전 8시, 한국시간은 오후 10시였다. 이로써 반미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는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이 됐다. 늦었지만 축하할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주형환 부위원장·최슬기 상임위원 위촉장 및 박상욱 과학기술수석비서관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2024.02.14. 연합뉴스
대통령실 "한국 외교 숙원…사회주의권 외교 완결판"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에 윤석열 정부는 '득의만면'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수교는 결국 역사의 흐름 속에서 대세가 어떤 것인지, 또 그 대세가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며 "이번 수교는 과거 동구권 국가를 포함해 북한의 우호 국가였던 대(對)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쿠바 수교는 한국 외교의 숙원이자 과제였다"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국가안보실과 외교부를 비롯한 유관 부처들의 긴밀한 협업과 다각적인 노력의 결실"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쿠바가 그간 북한의 '형제국'으로 불린 점도 거론하며 "이번 수교로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정치적·심리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986년 3월 당시 피델 카스트로 쿠바 지도자의 방북을 계기로 양국이 맺은 친선·협조에 관한 조약에는 '두 나라는 형제적 연대성의 관계'라는 표현이 담겨 있다.
대통령실의 '자랑'은 재작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쿠바와의 수교를 위해 쏟았던 노력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9월 뉴욕 유엔총회 기간에 당시 박진 외교부 장관이 비밀리에 쿠바 외교장관과 회담을 하는 등 세 차례나 쿠바 고위인사들과 접촉했고, 양국 유엔대표부와 주멕시코 대사관 창구를 활용해 소통해왔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교섭 상황을 "소상히" 보고받고 있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쿠바 시민들이 27일 수도 아바나에서 시인이자 혁명가인 독립영웅 호세 마르티 탄생 171주년을 기념하는 횃불 행진을 하고 있다. 2024. 01. 27 [AFP=연합뉴스]
석연치 않은 발표 시점, 대통령 순방 연기 뉴스 덮기?
국교 정상화에 최종 합의한 뒤 두 나라는 각각 국내 후속 절차를 밟았고 윤 정부는 북한의 반발과 방해 공작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군사작전을 방불할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했다. 정부는 설 연휴 직후인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로 수교 안을 의결했는데, 국무위원들은 자리에 앉아 안건을 보고서야 알게 됐다고 한다. 양국 유엔대표부에서도 대사 등 극소수만 알고 있었다.
국교 정상화 발표 때도 뉴욕에서 서로 외교 공한을 교환한 후 정확히 ‘5분 후’로 분 단위까지 합의했을 정도다. 한 소식통은 "보안을 고려해 1분이라도 서로 어긋남이 없어야 했다"고 말했다. 외교 공한 교환 사진도 공개하지 않았다. 쿠바 제재 중인 미국에는 그동안 "적절한 사전 설명"을 해왔으며, 최종 수교 방침은 발표 전 통보해줬다고 한다.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수교 발표 시점이다. 왜 굳이 뉴욕시간으론 14일 아침 8시 5분, 서울시간으론 밤 10시 5분을 택했냐는 것이다. 뉴욕에선 통상 출근 중인 시간대일 것이고, 서울에선 퇴근해서 휴식을 취할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밝혀진 건 없지만, 바로 14일 당일 전해졌던 윤석열 대통령의 독일 국빈방문, 덴마크 공식방문 '돌연 연기' 뉴스와 연관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추정이 가능하다. '디올 백'을 포함해 김건희 여사 처신 관련 논란이 증폭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다음 날 조간신문을 쿠바 수교 뉴스로 '덮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을 법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4일 오전 해군에 장비하게 되는 신형 지상대해상 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 사격 시험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2024.02.15.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쿠바 형제국' 북한 향한 외교, 심리적 압박에 초점
특히 문제는 이 사안을 바라보는 대통령실을 비롯한 여권의 '협소한' 시각이다. 중남미에서 유일한 미수교국이었던 쿠바와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외교 지평을 더 확대했다고 자평한 것까진 그렇다고 해도 온통 초점이 '대북 압박'에만 집중돼 있다는 인상을 준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곧바로 장단을 맞추고 나섰다. 정희용 원내대변인은 15일 논평을 통해 "반미·사회주의 연대의 중심축을 무너뜨리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적 성과"라면서 "국제무대에서 북한이 느끼는 외교적 고립감과 초조함은 앞으로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관인 것은 정 원내대변인의 그다음 말이다. 그는 "이번 (쿠바와의) 수교로 최근 중국·러시아 등 전통의 우방 국가들과 '반미·사회주의 연대'를 강화하는 북한의 외교 전략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 '반미 사회주의 연대'를 강화하는 건 맞는지, 북-중, 북-러 관계에 쿠바가 과연 변수가 되는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나올법한 발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1일 크렘린궁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전략 협력과 경제 협력에 관한 공동성명 2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2023.3.21. 신화 연합뉴스
수교 축하할 일…전략적 무게는 중·러와 비교 불가
이상한 대통령, 이상한 정부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 정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출범 이후 지난 1년 9개월 동안 '30년 공들여온 친구'로서 우리나라와 큰 이해관계가 있고 대북한 영향력도 지닌 중국과 러시아는 쓸데없이 자극해 등 돌리게 하고는 ‘미니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와 마침내 사귀게 됐다고 달떠 있는 모습들은 '그들만의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역설적인 광경이다. 모든 나라가 각각 중요한 만큼 단순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중국·러시아와 쿠바 중 전략적인 견지에서 누가 더 무게가 나가는지 기초적 산수(算數)가 안 된다면 그야말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한편, 광복회(회장 이종찬)는 15일 환영 논평을 내고 "쿠바 내 독립운동 후손들과 현지 독립운동 사적지에 대해 우리 정부가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했다. 1905년 멕시코로 이민 간 한인들의 일부가 쿠바에 정착했으며 현재 1세대 한국인(코레아노)의 후손 1000여 명이 살고 있다. 광복회에 따르면, 올해 10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된 임천택, 서병학, 박창운 선생 등을 비롯한 쿠바 한인들은 일제강점기에 광복군을 후원하거나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출처 : '30년 친구' 중·러는 잃고 쿠바 수교에 달뜬 '그들만의 나라' < 외교안보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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