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날마다 꿈이 모자란다
휘민
거실 한가운데 한 사람이 있었다
산소포화도를 잴 수 없는 야윈 몸이 있었다
숨이 끊어진 한 사람 곁에서 여자는 한나절을 보냈다
물기 어린 창문 너머로 노을이 밀려들 때
경찰과 국과수가 도착했다
뒤늦게 백팩을 메고 온 파견의가 여자에게
돌봄이 끝났음을 고지했다
그날 이후 다섯 해 동안 한 사람을 돌보던
여자는 지독한 가려움에 시달렸다
심장 속에서 짚불이 타올라
눈을 감아도 마음을 끌 수 없었다
오늘 밤에는 제발 나랑 좀 놀다가라고
한 사람을 바라보며 날마다 기도했지만
동공 속에 천 길 낭떠러지가 있는지
눈을 감아도 밤의 이마가 어두워지지 않았다
삶은 잠이 밤을 이기는 게임
턱밑까지 당겨 덮은 어둠이 너무 두꺼워
여자의 내일이 열리지 않는다
그을음내 가득한 불면의 동굴 속에
있다
더 이상 밤이 두렵지 않은 한 사람의 영혼과
여전히 너무 많은 몸이 필요한 한 여자가
- 웹진《님Nim》2025년 1월호
휘민
2001년《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생일 꽃바구니』『온전히 나일 수도 당신일 수도』『중력을 달래는 사람』,
카페 게시글
#......詩 감상실
밤은 날마다 꿈이 모자란다 - 휘민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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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2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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