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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력 부족, 대책 부족, 신뢰 부족
김평호 저술가·전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미국은 전쟁 국가다. 우크라이나에서, 팔레스타인에서, 오늘도 전쟁 중이다. 미국을 쉼 없는 전쟁으로 이끄는 요인 중 하나는 자신이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세계 최강 국가라는 패권 이데올로기다.
필자는 작년 3월 3일, 미군의 무기를 중심으로 미국이 세계 최강이라는 상식(?)이 틀릴 수 있다는 칼럼을 여기에 썼다. 무기 생산능력을 포함하여 세계 최강이라는 첨단제원의 미제 무기가 군의 역량을 좌우하지도, 전쟁의 승리를 담보하지도 않는다는 요지다. 2차 대전 이후 벌어진 5번(한국, 베트남, 두 차례의 이라크, 아프간)의 큰 전쟁에서 4번이나 패하거나 이기지 못한 미군의 전과가 그 증거다.
이번에는 그 연장선상에서 2023년의 병력 충원 위기를 계기로 드러난 미군의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이는 미군의 실체와 미국의 속살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매우 구체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병력 부족 — 최악의 신병 미달사태
1973년 미국은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병역제도를 바꾼다. 공식적으로는 미국과 베트남 사이의 전쟁종결—평화협정 체결을 이유로 들지만, 실제로는 60년대 들불처럼 확산하면서 미국 사회를 뒤흔든 베트남 반전운동 때문이었다. 1968년 대선에 나선 공화당 후보 닉슨은 이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후 50년이 지난 2023년, 최악의 신병 충원미달 사태가 터졌다. 해병대를 제외한 육·해·공군 모두 목표에 미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관련 뉴스를 종합하면, 23년 현역 기준으로 육군은 6만 명 목표의 25%인 1만 5000명 미달, 해군 사병은 목표 대비 20%, 장교는 18% 미달, 공군은 7800명 목표치에 5300명만 충원. 육·해·공군 합해 미달 2만 5000여 명 수준. 여기에 방위군(national guard)과 예비부대(reserves), 나아가 장교 인력 상황을 포함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얼핏 110여 만의 현역병 규모에서(2022년 기준) 2만 5000은 커 보이지 않는다. 또 충원미달 사태 자체는 각 군에서 이미 겪었던 일로 그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번의 미달 규모와 비율, 범위가 역대급이라는 것이고, 이유 또한 복합적이어서 당장은 물론 앞으로도 상황이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미달사태가 2010년대 후반부터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방부 모병 자료에 따르면 2018, 19년 육군에서부터 시작한 미달사태가 20, 21년에는 해군으로, 22년에는 육군과 해군, 그리고 23년에는 군 전체로 확대된 것이다.
‘군을 외면하는 Z 세대’라는 뜻을 담은 포스터
가장 큰 요인은 최적의 병역자원인 17세에서 24세까지인 Z세대의 문제다. 2023년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이들 중 건강 상태(예; 비만)와 업무 이해력(예: 입대 시험성적), 법적 요건(예: 전과기록) 등에서 군 복무에 문제가 없는 자원은 세대 전체의 23%에 불과하다. 30%를 기록한 2017년에 비해 상태가 더 나빠졌다. 심각한 것은 또 이들 중 고작 9% 정도만이 ‘지원하겠다’도 아니고 ‘군 지원을 생각해 보겠다’라고 답한다는 점이다.
‘미군이 맞선 가장 강한 상대가 Z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입대요건을 갖춘 인력자원 자체도 빈약하고 군에 관한 관심 자체도 낮은 것이 오늘의 Z세대다. 신병 자원의 90%를 차지하는 이들 세대의 현황을 고려할 때 앞으로 군 병력 충원 문제가 더 악화할 것이라는 국방부의 우려는 과장이 아니다.
미군 지원자 모집센터. 뉴욕
대책 부족 – 모병 위한 고육지책마저 부작용이 더 큰 현실
군은 모병과 관련 오래전부터 여러 대책(예: 홍보 마케팅 강화, 입대 보너스, 교육 인센티브 제공)을 시행해 오고 있다. 그러나 성과로 보건대 이중 어느 것도 확실한 방안은 아니다. 이같은 정황에서 나온 대책이 입대요건의 완화다. 범죄 전과, 신체 결격, 고등학교 중퇴, 연령제한 등의 요건을 심사를 거쳐 경감 또는 면제해 입대시키는 방안을 말한다. 이미 전과자(예: 강도, 절도, 폭력, 차량 상해 범죄)의 입대는 이라크 전쟁과 함께 시작됐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또 신체 결격 사유(예: 약시, 천식, 평발, 관절 수술 등)를 가진 사람들도 심사를 거쳐 입대를 허용해주고 있다. 고교 중퇴도 입대 불가 기준에서 빠졌고, 입대 시험점수 기준도 크게 낮췄다. 또 2023년부터는 연령제한 요건도 풀어 육군은 39세까지를 원칙으로, 경우에 따라 45세까지도 가능하게 했으며, 해군은 41세, 공군은 42세로 신병 지원의 나이 상한을 올렸다.
문제는 군 전문가가 지적하듯 부작용이다. 요건 완화를 통해 입대한 자원의 경우, 반복적 훈련 실패, 중도 탈락, 탈영, 나아가 범죄 등에 연루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해외 주둔 지역 범죄로 벌어지는 외교 갈등까지 포함하여—대내외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군의 모병 대책이 오히려 병력 양성 예산의 낭비, 더 심각하게는 군 조직의 해이와 역량미달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모병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면서 이제는 불법 이민자를 입대시키거나 외인부대를 창설하자는 방안까지 제시되고 있다. 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 제공, 적정수준의 임금을 조건으로 군 병력 부족분을 채우자는 아이디어다. 그러나 ‘아메리칸드림’을 미끼로 내세운 일종의 노예계약(?)이라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도 낮고 사회통합 차원에서 예상되는 부작용 또한 적지 않다.
이 방안들은 병력자원 자체의 규모나 품질은 물론 군에 관한 관심이나 복무 의지가 빈약한 미국 사회의 속사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문자 그대로 고육지책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어떤 방안을 취하든 문제의 핵심은 낮은 수준의 병력이 적절한 판단과 민첩한 대처 능력이 요구되는 전투 현장에 걸맞은 자원일 수 없다는 것, 또 역량이 부족한 군이 주어진 국방 임무는 물론, 국가안보에 기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뢰 부족 — 군에 대한 일반인과 Z세대의 부정적 인식
그러나 신병 미달사태가 보여준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군에 대한 미국 사회의 신뢰가 극히 낮아졌다는 것이다. 신뢰도의 문제란 군에 대한 일반인과 Z세대의 부정적 인식을 말한다. 조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아래 사진은 2018년 70%에서 4년 후인 22년 48%로 급전직하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군 신뢰도는 9·11 직후 한때 80%를 상회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경찰, 은행, 대기업, 병원보다는 높다는 것, 그리고 한 자리 수치에 머무는 의회에 비하면 훨씬 앞선다는 점 정도이다.
폭스뉴스. 2023년 4월 23일(자료출처: 레이건 재단)
전문가들은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군과 그같은 대외정책을 추진한 정부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특히 2003년부터 최근까지 20여 년에 이르는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이 결정적이다. 두 전쟁에 미국은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부었고 사망한 군인도 7천여 명에 이른다. 문제는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이 명분이나 이유부터 거짓이었고 목표도 불분명했다는 점이다. 미군 전쟁사에서 가장 길게 이어진 아프간 전쟁은 불명예스러운 철수로 끝났다.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던 이라크에서는 승리도, 패배도 아닌 채 철수와 개입을 반복했고 전쟁은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은 채 이어지고 있다.
두 전쟁을 통해 미국은 무엇을 얻기는커녕 국가의 국제적 위상만 떨어뜨렸고, 귀환한 병사들은 ‘왜 아프간이며 이라크인가?’라는 물음에 제대로 답을 찾지 못한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군은 국민의 신뢰가 존재의 핵심이라고 강조하지만, 참전 세대가 정작 자신의 전쟁을 긍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면 신뢰를 쌓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실패한 전쟁에 대한 정부 내부의 분석과 반성, 개선의 노력을 찾기 어렵다는 비판이 군 내부에서조차 제기되고 있다. Z세대의 70%가 두 전쟁, 나아가 미국의 해외 군사개입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이런 점에서 전혀 이상하지 않다.
승리하는 군대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 신뢰도부터 높여야
모병 위기의 대책과 관련, 연구자나 정책 당국자의 입장은 크게 개선론과 개혁론으로 갈라진다. 모병 위기는 과거에도 겪은 것으로 지금 상황이 나쁘지만 제시된 방안을 제대로 이행한다면 그렇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개선론, 추락한 군 신뢰도나 한 자리 숫자에 머무는 관심도와 문제의 지속성을 감안할 때, 지금의 모병 위기는 과거와 다르며 가용할 수 있는 대책도 사실상 고갈되었다는 점에서, 군과 대외정책의 틀 자체를 바꿔야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개혁론.
어느 쪽이 정확한 판단인지는 오직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개혁론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Z세대는 군 신병 자원의 90%를 차지한다. 이들 중 30%에 이르던 입대자격자 비율이 6년여 만에 23%대로 낮아졌다. 군 신뢰도 역시 4년 동안 80%에서 40% 중반으로 절반 가까이 추락했다. 베트남 전쟁 직후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조사도 있다. 이는 군은 물론 미국 사회가 앓고 있는 문제의 속살이 심각하다는 하나의 징표다. 낙관적인 개선론이 무색해지는 배경이다.
‘미국이 전쟁에서 패배하는 이유’(2017년 출간된 H. 울먼의 책 표지)
주지하다시피 미국은 전쟁으로 외교를 대신하는 나라다. 멀게는 베트남부터 2000년 이후 아프간,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은 패했다. 그리고 지금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에서 벌이는 대리전에서도 군사적으로, 외교적으로 미국은 사실상 패배하는 중이다. 이유는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듯 명분도, 목표도, 전술·전략도 거짓과 오류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황에서 군과 정부에 점수를 후하게 줄 국민은 없다.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정부에 대한 미국민의 신뢰도는 2000년 42%, 2010년 21%, 2020년 21%, 그리고 2023년에는 무려 16%로 낮아졌다. 군에 대한 일반의 낮은 신뢰도, Z세대의 군에 대한 무관심은 이런 여론의 반영이다.
군과 정부의 문제해결 능력을 믿지 않는 국민이 많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 승리하지 못하는 군대와 국가, 실패하는 전쟁과 대외정책, 그 원인과 맥락을 분석하고 성찰하면서 개혁의 길로 나가지 못할 때 세계 최강은커녕 미국과 미군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것. 그것이 최근 계속되는 모병 위기가 일깨우는 교훈일 것이다.
출처 : 전쟁국가 미국의 군대가 풀어야 할 세 가지 난제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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