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조금 늦은 시간인 해거름에 산책을 나섰다.
7월 초의 뜨거운 햇살을 피해 산책도 늦은 것이다.
챙겨간 것은 디카인데 미국 여행 때 사용했던 기억이 나니 아마도 2000년대 초에 구입했던 디지털카메라인가 보다. 저장용량은 512mb, 사진이 몇 장이나 담길지 궁금했다.
오후 6시를 넘겼는데 햇살은 아직도 열기가 느껴졌지만 논에는 훌쩍 자란 벼가 무성하고 개울도 물이 흘러서 평화롭기만 했다.
너무 깊게 발을 담그지 않으면 조금 자유로움에 틀림없다.
언제든지 발을 빼고 제3자로 돌아갈 수가 있을 테니 말이다.
너무 깊게 들어서서 아니다 싶어도 발을 뺄 수 없다면 그런 고통을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자신 앞에 주어진 일을 모른 채 할 수 없다. 바로 그 일이 전부인 것처럼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은 류시화 작가가 인도 여행에서 요가 수행자를 스승으로 모시고 열이틀 동안 함께 지낸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때 받은 가르침은 세 가지였다.
첫째는 너 자신에게 정직하라. 세상 모든 사람과 타협할지라도 너 자신과 타협하지 말라. 그러면 누구도 그대를 지배하지 못할 것이다.
둘째는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찾아오면 그것들 또한 머지않아 사라질 것임을 명심하라.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음을 기억하라.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을 것이다.
셋째는 누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거든 신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마치 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네가 나서서 도우라.
오늘 다시 새겨도 좋은 가르침에 틀림없다.
세월이 흘러도 가슴에 와닿는 큰 힘이 있다.
주어진 오늘과 오늘 내 앞에 놓인 의무와 책임을
조금도 회피하거나 변명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라고 가르친다.
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