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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관 김희영 사장은 매일 600~700인분 곰탕을 끓인다.
지름 2m가 넘는 대형 솥에서 곰탕 국물을 낸다.
“국밥은 한식을 대표하는 맛이에요. 우리 말에만 있는 ‘시원하다’라는 표현이 가장 잘 드러나는 음식이 국밥이죠.”
1세대 맛 칼럼니스트 김순경(75)씨는 국밥 예찬론자다. 30년 세월 동안 4000곳이 넘는 식당에서 온갖 음식을 맛보고 다녔는데, 단연 국밥이 최고의 음식이란다. 김순경씨가 고민 끝에 꼽은 서울·수도권 국밥집 12곳을 소개한다. 국밥은 종류가 다양하다. 어떤 부위를 넣고 국물을 내느냐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고, 지역에 따라 만드는 방법에도 차이가 난다. 되도록 메뉴가 겹치지 않도록 식당을 골랐다.
1. 하동관 곰탕
76년 내공을 자랑하는 서울 대표 곰탕집. 하동관(河東館)은 1939년 청계천 입구 수하동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지금 하동관을 맡고 있는 김희영(77) 사장은 20대 후반 시어머니로부터 국솥을 물려받았다. 국솥은 절대 남의 손에 맡기면 안 된다는 신념이 있어 반백 년 가까이 매일 주방에 나온다. 아침에 준비한 국물이 다 떨어지면 시간에 상관없이 문을 닫는다. 하루 곰탕 600~700그릇을 판다. 한우 사골과 양지·사태·차돌박이·내포 등 여러 부위를 섞어 안쳐 알맞게 익힌 뒤 건져낸다. 국물은 국물대로 신선하고, 수육은 수육대로 깔끔하게 제 맛을 낸다. 곰탕(보통) 1만2000원. 02-776-5656.
2. 강남따로국밥 따로국밥
따로국밥은 해장용으로도 좋고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지하철 3호선 신사역 4번 출구에서 4~5분 거리에 있는 강남따로국밥은 강남권의 웬만한 미식가와 술꾼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다는 명소다. 80년대 초 문을 열어 30년이 넘었다. 메뉴는 선지를 얹은 콩나물해장국 한 가지. 알맞게 익힌 배추김치와 무김치가 찬으로 나온다. 양지와 사골 삶은 국물이 담백하고 콩나물·무·대파를 넉넉하게 넣고 푹 끓여 뒷맛이 시원하다. 대구따로국밥이나 서울식선지해장국 등과도 전혀 맛이 다르다. 선지가 들어가지만 미리 얘기하면 빼주고, 원하면 넉넉하게 따로 담아준다. 따로국밥 8000원. 02-543-2527.
3. 영동설렁탕 설렁탕
한 자리에서 30년 넘게 서울식 전통 설렁탕을 파는 집. 소뼈 한 벌을 끓여 국물을 내고, 여기에 양지 등 고명으로 얹는 부위를 삶은 국물을 더한다. 국물은 맑고 기름지면서 뒷맛이 시원하다. 푸짐하고 깊게 감치는 전통 서울식 설렁탕 맛이 잘 살아있다. 따끈한 밥을 말고 파 한 줌 얹은 뒤 깍두기와 배추김치를 곁들인다. 365일 24시간 영업하는데, 늘 손님이 넘친다. 새벽에는 해장을 하러 오는 손님과 출출한 배를 채우러 오는 택시기사로 가득하고, 점심은 젊은 직장인이 줄을 선다. 주말에는 서울은 물론이고 수도권 각지에서 찾아온 가족 단위 손님이 자리를 메운다. 설렁탕 9000원. 02-543-4716.
4. 역전회관 남도 선지국밥
정갈하고 소박한 선지술국과 떡갈비처럼 구워내는 바싹불고기가 유명한 집. 역전회관은 60년대 초 용산역 앞 광장에서 창업했다. 완행열차 승객을 대상으로 선지해장국·비빔밥 등 간단한 식사와 바싹불고기 백반을 팔면서 인기를 누렸다. 2008년 용산역 일대 재개발사업이 진행되자 40년 넘게 닦은 터전을 떠나 마포 돼지골목과 이어지는 용강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4층 건물을 통째로 쓰는 역전회관은 단체 손님을 위해 70석 규모의 홀도 갖췄다. 50년 손맛이 밴 고유한 메뉴와 갓 지은 쌀밥, 정갈한 찬이 어우러져 용산 맛집의 전통을 잇고 있다. 선지술국 1만원, 바싹불고기 2인 2만8000원. 02-703-0019.
5. 시골집 안동 장터국밥
서울 한복판에서 맛보는 안동 장터국밥의 맛. 옛날 육의전 골목의 기와집 서너 채를 사들여 담을 헐고 추녀 밑으로 통로를 만들어 식당으로 꾸몄다. 네댓 명이 앉으면 꽉 차는 작은 방 20여 개가 미로처럼 이어진다. 방문 앞마다 신발이 가지런히 놓인 모습이 옛 객줏집의 풍속도를 그대로 재현한다. 큼직한 솥 주변에 뚝배기를 쌓아놓고, 빨간 고추기름장이 가득 덮인 선짓국을 떠내는 장면에서도 옛 장터 골목의 향수가 느껴진다. 푹 우러난 뼛국에 대파·통무·사태 등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녹아 있어 시원한 국밥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시골장터국밥 8000원. 02-734-0525.
6. 대성집 도가니탕
60년이 넘도록 고유의 맛을 잃지 않은 최고의 도가니탕 전문점. 도가니탕은 소의 무릎과 발목의 힘줄 부위를 따로 떼어내 푹 곤 독특한 탕국이다. 도가니는 지방이 적은 점액질로 구성되어 있고, 단백질·칼슘·인·유황 등 무기질이 듬뿍 들어 있어 예부터 보양식으로 즐겨 먹었다. 산후조리와 골다공증 예방에 좋은 것으로 전해온다. 1950년대 중반 ‘대성옥’이란 주점으로 처음 문을 열었고, 78년 창업 할머니가 지금 주인인 이춘희(67)씨에게 물려주었다. 도가니를 가마솥에서 푹 삶은 뒤 도가니만 건져내고 무·파·마늘 등을 넣고 한 번 더 끓여 지방을 말끔히 걷어낸다. 도가니탕 1만원. 02-735-4259.
7. 반룡산 함흥갈비국
함경도 실향민 가족이 고향의 명예를 걸고 문을 연 향토 음식점. 반룡산(盤龍山)은 함경남도 함흥시의 진산(鎭山)이다. 함흥 출신 주인 할머니가 고향의 명소를 상호로 내걸고 함경도 음식 전문점을 열어 아들 정상혁(54)씨에게 대물림했다. 함흥냉면·가자미식해·가릿국밥(갈비국)·황태찜·동태순대 등 함경도 향토 음식을 옛 방식 그대로 선보인다. 가릿국밥은 함흥 지역의 의례 음식이다. 갈비와 양지를 넣고 맑게 우려낸 국물에 양지를 잘게 찢어 얹고 선지와 삶은 무, 데친 대파, 익힌 두부 등을 골고루 넣어 끓인다. 서울의 곰탕이나 설렁탕보다 부드럽고 담백한 맛을 낸다. 가릿국밥 8000원. 02-3446-8966.
8. 박찬숙순대 돼지국밥
50년이 넘는 손맛을 대물림한 가정식 순댓집. 전통 기법대로 순대를 빚는다. 익힌 돼지고기 음식은 본래 냉동이나 냉장하지 않아야 제 맛이 난다. 그래서 이 집은 매일 필요한 양만 만든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하루 두 차례 손수 빚은 순대를 상온에서 보관하거나 보온밥통에 담아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바로 썰어 낸다. 영양순대·토종순대·김치순대 3가지 순대를 만드는데, 선지·당면·찹쌀이 들어가는 영양순대는 질감이 부드럽고 뒷맛이 고소하다. 순대가 신선해서 군내가 없다. 머릿고기와 내장을 섞어 넣고 대파를 얹어내는 순댓국도 구수하게 감치는 맛이 살아있다. 순댓국 6000원. 02-336-9909.
9. 안일옥 소머리국밥
경기도 안성 지역 고유의 곰탕·설렁탕·소머리국밥을 옛 맛 그대로 재현해내는 집. 안성은 예부터 이름난 우시장과 내력 있는 국밥집이 명성을 이어왔다. 세월이 지나면서 우시장이 쇠퇴했고 국밥집도 함께 사라져갔지만 이 집만 남아 3대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무쇠 솥에서 사골과 소머리뼈를 밤새 고아 국물이 진하다. 기름을 말끔히 걷어내고 수육을 삶아 맛을 돋운 뒤 국솥에 옮겨 뜸을 들이고 뚝배기에 담아낸다. 밥을 말고 머릿고기를 한 줌 얹어내는 국밥은 맑고 뒷맛이 시원하다. 안성에서 난 쌀로 밥을 짓고, 배추속잎 겉절이와 깍두기를 함께 낸다. 꼬리곰탕 1만3000원. 031-675-2486.
10. 오산할머니식당 오산 장터국밥
4대째 맛을 지키고 있는 소머리국밥집. 오산에선 이 식당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유명하다. 창업자 고(故) 이일봉 할머니가 40년대 초 일본인이 운영하던 요정 자리를 넘겨받아 식당을 차렸다. 그로부터 70년 넘도록 대를 거듭하며 이어져 온다. 메뉴는 예나 지금이나 소머리국밥과 수육 두 가지뿐이다. 주방에는 대형 무쇠 솥 두 개가 걸려있다. 한쪽 솥에서는 소머리와 사골 잡뼈를 고아낸다. 여기서 끓여낸 진국을 국솥으로 옮긴 다음 양지·사태 등을 삶은 국물을 더해 국물을 완성한다. 뽀얀 국물이 구수하고 진하다. 소머리 설렁탕 특 1만원. 031-374-4634.
11. 용문해장국 서울 선지 해장국
50년 동안 오로지 서울식 선지해장국만 팔아온 식당. 64년 용산 용문사거리에서 문을 열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메뉴는 서울식으로 끓여낸 선지해장국 한 가지다. 예전에는 애주가가 해장하러 들르는 집이었는데, 지금은 아침과 점심 손님까지 더해져 분위기가 바뀌었다. 소 사골과 등뼈를 고아 진국을 낸다. 여기에 삶은 배추 우거지와 대파·콩나물·무를 넣고 푹 끓인 뒤 된장과 고추장을 알맞게 풀어 간을 한다. 얼큰하면서도 뒷맛이 개운해 속이 확 풀리는 기분이다. 찬은 1주일 동안 익힌 깍두기 한 가지다. 깍두기 국물을 해장국에 부어서 먹어도 잘 어울린다. 해장국 7000원. 02-712-6290.
12. 고바우설렁탕 경기도 설렁탕
시골 마을까지 찾아가서 맛보는 진국 설렁탕. 고바우설렁탕은 양평군 용문면 광탄마을 초입에서 92년 개업했다. 외진 지역에 박혀 있어도 손님이 많다. 점심시간마다 식당을 찾아온 자동차로 마을 입구가 꽉 막힐 정도고, 때로는 30분 넘게 기다려야 자리가 난다. 메뉴는 설렁탕과 수육이다. 한우 사골과 황소 머리를 알맞게 삶아낸 국물에 수육 삶은 국물을 가미해 맛을 돋운다. 구수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우러난다. 질그릇 뚝배기에 뽀얗게 우러난 국물을 담은 뒤 밥을 말고 국수사리를 한 움큼 얹어낸다. 볶은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싱싱한 파를 곁들여 먹는다. 설렁탕 8000원. 031-771-0702.
‘대통령 국밥집’ 12곳은…
‘국밥 매니어’ 박정희, 전국에 단골집 두고 소문 마케팅
국밥과 관련한 이야기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화는 되짚어볼 만하다. 국민의 숙원이던 보릿고개 해결에 진력했던 박 전 대통령은 전국의 국밥집을 은밀하게 찾아다니며 ‘대통령 국밥집’이란 소문이 나게 해주었다. 그 스토리가 대물림해오면서 국밥집마다 큰 성공을 거두었고, 대통령이 점지한 국밥집은 지금까지도 지역을 대표하는 맛집으로 자리매김해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집은 전국에서 12곳 정도를 헤아린다.
서울에 하동관(서울 곰탕)이 있다면, 경기도에는 군포시의 군포식당(설렁탕)과 수원시의 삼부자집(갈비탕)이 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대구 국일따로국밥(따로국밥)과 대구 상주식당(추어탕), 그리고 의령의 제일식당(소고기국밥)을 꼽을 수 있다. 부산에서는 해운대 금수복국(복국)이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 호남에도 대통령 국밥집이 있다. 전주 삼백집(콩나물국밥·사진)과 진안 진안관(애저탕)이 주인공이다. 충남 공주시 이학식당의 육개장도 박 전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집이었다. 그리고 두 곳이 더 있으나, 대물림한 식당 주인이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밝히길 꺼려 공개하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이 국밥을 즐긴 이유를 생각해 본다. 만약에 그가 산업현장에서 한 끼 식사로 충분한 음식으로 국밥을 떠올렸다면, 국밥의 진가를 정확히 짚었던 게 아닌가 싶다. 우리 민족은 집안 대소사는 물론이고 나라와 마을의 제례 때 국밥을 말아 나눠 먹었다. 한식의 특성, 아니 우리 민족의 역사를 국밥만큼 진솔하게 말해주는 음식도 없다. 고깃국에 이밥(흰 쌀밥)의 정서가 뜨끈한 국밥 한 그릇에 고스란히 얹혀 있어서다.
맛 칼럼니스트 김순경, 정리=홍지연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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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보 감사합니다 🙏
국밥은 시원하고 구수한 국물맛이 좋았어요 ^^😀
먹고 싶은데 멀어서 패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