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기아자동차는 채권을 현금 상환했고, 롯데건설이 그룹 지원으로 채권 상환을 한 사례가 있어서 흥국생명이 경제 전반의 파장을 무책임하게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사실 흥국생명은 2021년도부터 보험 부지급률 1위[5], RBC(지급여력비율) 최하위[6] 등 생명보험사 중 부실한 편에 들었다.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에 대응되는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최중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이 흥국생명 불이행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2022년 6월 기준 흥국생명의 RBC는 157.8%로 금융감독원의 권고치인 150%를 간신히 맞춰놨는데 차환 발행에 실패하는 경우 (말이 자본이지 사실상 부채의 성격인) 신종자본증권으로 간신히 자본으로 인정받은 금액이 일시에 빠져버리는 문제로 이어져 지급여력비율이 폭락하게 된다.[7]
사실상 정부 금융당국의 안일한 대응도 비판을 피할 수 없다. 2009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우리은행 역시 '흥국생명 채권사태'와 거의 흡사하게 "콜옵션 미이행-시장 파장 후 이행"이라는 선례가 있음에도 흥국생명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은 감독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흥국생명발 금융시장 혼란은 충분히 예측된 결과였다.
정치적으로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불러일으킨 2022년 9월 레고랜드 사태의 후폭풍이라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레고랜드 ABCP (자산유동화 기업어음) 사태에서 시작된 국내 단기 금융시장의 자금경색은 2007년에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개과정과 매우 유사하며, 흥국생명의 콜옵션 이행을 위한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 역시 레고랜드 사태의 후폭풍이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흥국생명 채권사태"가 "레고랜드 사태"와 동급의 파동으로 취급되는 이유는 흥국생명의 LAT(책임준비금적정성평가) 잉여액이 6월말 기준 4조4,481억원이며, 상반기 1,6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뒀고 현금성자산도 4,000억원[8]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결국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음에도 금융시장 전반에 파장을 일으킨 흥국생명의 무책임은 이 사태의 원인에서 제외할 수 없는 주요 요인이다.
5. 사법 리스크 논란
흥국생명 측은 조기상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태광그룹 계열사의 지원을 받겠다고 밝혔는데, 흥국생명이 사실상 총수 일가의 개인회사인 만큼 사법 리스크가 급부상했다. 이는 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을 완료했음에도 태광그룹을 둘러싼 불안과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는 이유이다. 이에 태광그룹은 법적 리스크를 모두 검토한 뒤 자본확충 방안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황제보석 등 갖은 논란으로 2021년 10월 만기출소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흥국생명보험의 지분 56.3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뿐만 아니라 이 전 회장과 그의 친족이 보유한 지분을 모두 더하면 81.95%에 이른다. 흥국생명은 비상장사로 나머지 지분도 모두 대한화섬 등 태광그룹 계열사 등이 보유하고 있다.그룹 계열사가 흥국생명을 돕기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자칫 총수일가의 개인회사를 지원해주는 것으로 사법 리스크가 재발될 수 있다. 흥국생명과 이 전 회장을 둘러싼 논란이 이미 불거진 바 있는데 흥국생명은 2012년 현금배당성향 47.2%(별도 기준)에 이르는 배당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횡령 등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이 전 회장에게 지급된 돈은 141억원에 달했다.
유상증자를 통한 계열사의 지원사격은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로 볼 여지가 있으며, 계열사가 흥국생명의 주식을 정상적인 수준보다 비싸게 매수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지원행위 심사지침을 보면, 원래 해당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던 계열사가 제3자 배정 등의 방식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주식을 정상가격보다 높은 고가에 매입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에 속한다. 흥국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계열사로 이미 거론된 태광산업 등은 현재 흥국생명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아 논란의 여지가 여전하다.
주식 매입가격과 상관없이 배임 판결을 낳기도 했다. 주로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그룹이 지원사격에 나선 경우에 문제가 되는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퇴출 위기에 몰렸던 에스케이(SK)증권의 주식을 그룹 계열사들이 제이피(JP)모건으로부터 되사도록 한 혐의 등으로 2008년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다. 흥국생명을 부실 계열사로 볼 여지가 없지 않으며, 유상증자 참여가 해당 회사나 그 주주들의 이해관계와 상충한다는 논란은 사실상 피하기 어렵다. 상장사인 태광산업의 소액주주 지분이 14.20%에 이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 금융위가 이 전 회장에 금융사 대주주로 적합하지 않다고 통보한 사실도 태광그룹 입장에서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금융위는 2022년 5월 6일,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등 태광그룹 금융 계열사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과로 불충족 조치 명령을 통지함[9]으로써 이 전 회장은 보유 지분 중 10%를 넘는 지분에 대해 의결권 제한을 받았다. 이로 인하여 경영참여는 물론, 대주주와 거래가 제한돼 사실 이 전 회장 역시 흥국생명을 지원할 경우 금융당국의 특혜시비가 불거질 수도 있다. 그룹 계열사는 계열사대로, 대주주는 대주주대로 흥국생명을 공개적으로 지원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계열사를 통한 흥국생명의 자본 확충은 금융감독원의 주도로 추진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금감원 관계자는 “(사법 리스크는) 흥국생명이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 선을 그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지원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모두 검토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아직은 전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6. 각계 반응
"'김진태 발 금융위기'에 더해 최근 흥국생명의 '콜옵션 포기'로 자금시장이 더욱 얼어붙으며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금리상승에 이번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었고, 이로 인해 향후 국내 보험사들의 신규 발행 및 차환을 통한 조달계획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S&P 글로벌신용평가의 이창윤 이사)
"지난 1일 흥국생명이 영구채 콜옵션을 미이행하겠다고 했을 때 금융당국은 이를 인지하고 있고,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전날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다시 이행하기로 했다. 이 행위가 정상적이라면 금융당국이 시장 상황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
"레고랜드 사태도 그렇고 왜 이렇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느냐를 지적하는 것. 금융위원장이 반복되는 상황을 왜 외면하고 축소하는지 모르겠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
"투자심리가 단기간에 회복될 수는 없을 것. 흥국생명이 콜옵션 행사가 추가적인 경색을 막을 수는 있어도 시장이 안정시키기는 어렵다” (김준수 키움증권 연구원)
“2016년 이후에는 채권 시장에 충격을 줄만 한 대형 이벤트 없었고 ‘믿고 투자’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채권시장이 유동성 경색을 겪는 과정에서 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 등으로 신뢰 관계에 균열이 생겼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
"실제로 외평채가 거래가 안 되고 있고, 금리가 계속 올라가고 있으며 우리나라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도 상승하면서 한국물의 거래가 뚝 끊겼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국내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굉장히 싸늘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7. 언론 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