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는 실제
범죄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허구를 가미해 재구성했습니다."
에피소드 7. [살인 습작(習作) - ②]
S# 8. 교실.
현장 감식요원들이 벽에서 꺼낸 사체를 조심스럽게 PVC 사체가방에 넣고 있다.
김 형사 (구석에서 사체를 옮기는 모습을 바라 보며)
완전히 영화에서 나오는 ‘미이라’ 같은데요?.
강력 팀장 2년 동안을 콘크리트 벽 속에 있었으니.
이번 ‘김포
지진’이 아니었으면, 영원히 ‘완전범죄’로 묻힐 뻔했어.
유 형사 예. 그나마, 아이들이 지진으로 휴교 중이어서,
이 끔찍한 시신을 처음 발견하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에요.
박 형사 (사체가 매장되어 있던 벽 속을 감식하고, 다가와서)
팀장님. 신원
확인하기가 쉽지 않겠는데요.
단서가 될만한 소지품이 하나도 없어요.
강력 팀장 음. 우선 학교에서 나왔으니깐.
학교 선생님들과 직원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해야지.
경찰이 갖고 있는 실종자 DB와도 대조해 보고.
S# 9. 학생 상담실.
김 팀장과 김 형사가 교직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한다.
강력 팀장 교감님.
별관 4층이
2년 전, 정확히 언제 증축이 이루어졌습니까?
홍 교감 그게. 여름방학
때 시작해서 10월경에 끝난 것으로 아는데.
행정실 직원 장교석이 서류철을 건네며,
장 직원 (손가락으로 공사기간을 짚으며)
여기, 별관 증축 관련 ‘건설공사 시방서’를 보시면,
7월 10일에 공사를 시작해서 10월 8일에 공사를 마무리했습니다.
김 형사 (서류를 보며)
콘크리트 타설 기간이 8월 24일부터 9월 1일로 돼있네요?
홍 교감 네. 개학을 하고서 레미콘 트럭들이 학교를 드나들어서
제가 한동안 학생들 안전을 위해
등하교 시간에 계도를 한 것이 기억납니다.
장 직원 맞습니다.
학교로 학부모들의 항의 전화도 여러 차례 왔었고요.
김 형사 (교감의 눈을 응시하며)
그러면, 피살자는
2년 전, 증축공사 기간에 살해당해,
교실 칸막이 벽 콘크리트 타설이 있던 기간
중에
벽에 암매장 당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겠네요.
강력 팀장 교감 선생님.
저희들은 발견된 시신이 학교와 연관이 있는
사람으로 추정을 하고 있거든요.
혹시 2년
전 무렵에, 학교에 이상한 일이 있지 않았나요?
예를 들면,
교사들간에 다툼이라던가, 아니면 학생과 교사 사이의
교감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장 직원 (손사래를 치며)
형사님도 참.
학교에서 뭔 일이 있었으면, 학부형들이 가만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그 문제가 SNS을 통해 외부로 안 알려졌겠어요?
요즘 같은 때에.
제 생각으로, 그 시신은 외부인일 겁니다.
엉뚱한 데서 살해당하고서 우리 학교 공사 현장에 버려진.
홍 교감 (장 직원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예. 맞습니다.
학교에서 살인이 일어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합니까?
그리고.
강력 팀장 예. 말씀
하세요.
홍 교감 형사님.
다음 주 월요일에 아이들이 등교를 해요.
수능일도 채 석 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고요.
아이들이 이 사실을 알고 조금이라도 동요를 할까 걱정입니다.
부탁드리건데,
조용히 빨리 수사를 마무리해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강력 팀장 아.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S# 10. 국과수.
이 검시관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유 형사를 맞이 한다.
이 검시관 (모니터를 보다가 유 형사를 쳐다보며) 어. 왔어.
DNA 검사 결과로는 밝혀진 게 없어.
40대 전후의 남자라는 것 밖에는
유 형사도 별반 기대하지 않았지?
유 형사 (실망한 표정으로)
예? 그거야
그렇지만,
그럼 어떻게 해요?
사체의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 하고서 어떻게
범인을 잡아요?
이 검시관 (씨익 웃으며)
범인? 잡아야지. 고럼.
그나마 옷에서 다량의 잉크 성분이 검출 됐어.
잉크를 옷에 흘린 모양이야.
유 형사 ‘잉크’요?
뭐 만년필 잉크를 말씀하시는 거에요?
이 검시관 (방긋 웃으며)
빙고.
게다가, ‘펠리칸
에델슈타인 잉크’ 라고. 유명한
만년필 병입 잉크.
성분이 일치해.
유 형사 예? 그럼.
피살자가 만년필을 사용하던 사람이면,
이 말은 글쟁이라는 뜻이잖아요?
이 검시관 (정색을 하며)
아이고, 유 형사.
이럴 때는 문필가라고 해야지.
풍류를 아는 ‘문필가’라고.
유 형사 그게 그거죠.
이 검시관 (유 형사가 건네주는 커피잔을 받으며)
땡큐.
요새처럼 작가들마저도 컴퓨터 자판으로 모든
문서를 작성하는 시대에
손으로 쓰는 만년필로 더군다나,
‘펠리칸 에델슈타인 잉크’ 정도를 쓰는 사람이라면 멋을
안다는 거야.
(조롱하는 말투로)
허기사, 유 형사가 그런 옛사람들의 멋을 알 리가 없지.
유 형사 그 잉크가 그렇게 유명해요?
이 검시관 유 형사는 학창시절에 만년필을 써본 적이 없지?
유 형사 예. 저야 뭐.
어머니가 가계부 쓰실 때, 쓰시던 파커 만년필은 본 적이 있어요.
이 검시관 어머니는 그래도 멋을 아셨구만.
요즘 세대는 낭만을 몰라.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니깐.
아버지가 입학 기념으로 만년필 하나를 사주시더라고.
‘워터맨’.
돌려서 여는 뚜껑의 만년필.
어렸을 때는 그게 귀찮았는데, 지금은 뚜껑을 여는 것이 운치가 있어 보여.
유 형사 ‘워터맨’은 유명하잖아요?
검시관님. 집이
좀 사셨나 봐요?
그 시절에 그런 선물을 받을 정도였으면.
이 검시관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그래 보여?
나 어렸을 때 꽤 잘 살았지.
교복 입고서 국민학교를 다녔으니깐.
아이고, 내
정신 보게.
시신의 옷에서 검출된 만년필 잉크 얘기를 하다가
여기까지 왔네.
유 형사.
유 형사 예. 도련님
이 검시관 아무래도 이번 피살자의 시그니처는 이 잉크 같아.
이 예사롭지 않은 잉크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서
범인을 추적해 봐.
S# 11. 강력 1팀.
강력 1팀원들이 회의 중이다.
유 형사 현재, 피살자로 가장 유력시 되는 사람은
한샘 고등학교에서 2011년부터 2015년 4월까지
4년간
문예창작과 실기교사로 재직한
‘고진도’ 선생입니다.
한샘 고교에서 증축 공사를 시작하기 석 달
전에 그만 둔.
강력 팀장 고진도?
유 형사 예. 대학 다닐 때에 이미,
대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서 시인으로 등단을 했고,
대학원 졸업 후에
지방대와 사이버 대학 등에서 강사로 활동을
하다가
2011년 8월부터
대학 선배의 소개로 한샘 고등학교에서
문예창작과 실기교사로 근무했었습니다.
강력 팀장 그 친구가 평소 만년필로 글을 썼다는 거지?
박 형사 예.
제가 만난 대학 동기들과 동료 교사들의 진술에
따르면
‘펠리칸 만년필’을 애지중지 했다고 합니다.
강력 팀장 학교를 그만둔 이유는?
김 형사 교감 말로는,
시집 출간을 위해서 사직했다고 합니다.
글 욕심이 꽤 있었다고 동료 교사들이 진술하고요.
강력 팀장 가족들이 고진도 씨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야?
박 형사 네. 8월 17일 형과의 통화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였고
일주일 후인 24일에 형이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고요.
혼자 지내던 오피스텔도 모두 정리된 상태고요.
강력 팀장 (난감한 표정으로)
거참. 그럼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