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2016년 여름호 35(2021.10.20.)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이 계절의 언어_윤재천 변신
거울 앞에 서기가 두려워진다.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 속의 나를 만나는 순간 어제의 얼굴 그대로인 것에 마음은 놓이지만, 세월의 흔적 뒤에 감춰진 또다른 모습에 스스로 회의를 갖게 된다.
눈빛은 변신의 여기를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입술은 보호의 술책을 감추고 있지는 않은가. 연륜의 흔적은 지혜를 앞세워 권위를 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어떻게 변모하였으며, 얼마나 많은 변신을 꿈꾸고 있는가.
독신의 세일즈맨인 그레고르가 어느 날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자 자기가 한 마리의 기괴한 갈색 벌레로 변신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날 결근하며 해고당할 것을 두려워한다. 그의 결근을 수금 대전의 횡령 때문이라고 추축하여 지배인이 찾아온다. 그레고르는 변명하기 위해 벌레의 모습으로 지배인과 가족 앞에 나타나 지배인은 도망가고, 부모는 통곡하며 졸도한다. 그레고르는 고독과 불안으로 날이 갈수록 열등감과 불면증, 식욕부진에 마침내 죽고 만다.
카프카의 변신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절망적인 세계에 유폐될지 모르는 소시민의 생활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인간은 얼마나 많은 변신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가. 순간적인 상황과 시대의 흐름은 끊임없이 보호색을 강요하고 있다. 그 속에서 양심을 지키고, 자기 본래의 색채를 간직하는 일은 현대인에게 지극히 힘든 일이다. 가치관이 흔들리는 사회일수록 변신은 살아남기 위한 수단과 방법으로 통용되어 술수와 방책으로 이어지곤 한다.
외눈박이 세상에서는 두 눈을 가진 사람이 비정상인으로 인정받듯, 순결한 인성이 소외당하고 짓밟히는 세계에서는 능란한 카멜레온만이 지혜로운 존재로 추앙받게 된다.
선거를 앞두고 하루에도 수차례나 변신을 일삼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어제까지도 당당하게 자기의 소신을 지키던 사람이 권력을 쟁취하기 위하여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배신하거나 아첨꾼으로 전락하여, 정의로운 모습은 비굴하게 웃음짓는 얼굴이 변모되어 만나게 된다. 바위틈에 뿌리를 박고 빗물로 연륜을 다지며 곧은 정기를 내뿜던 소나무가 어느 날 곱게 손질되어 대가의 정원에서 아양 떨며 사람의 눈길을 기다리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몇십 년 동안 쌓아 올린 신념의 탑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며 몸부림치는 광경은 권력의 틈새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생각된다. 그 모습을 보면 정치의 비정함에 혐오감이 생기고, 그러한 광란이 소신을 앞세운 개인의 탐욕이라면 인간의 부질없는 욕망이 가져오는 변신에 슬픔을 느끼게 한다.
우리사회의 지도층 변신이 새로운 탄생이 아닌, 보호막과 술수로 연계되는 것은 그들의 공약이 공약으로 무산되는 순서로 이어지는 것을 숱하게 보아온 결과로 알 수 있다.
요즘 정치가는 선거를, 대임을 맡는다는 생각이 아니라 대권을 잡는 기회로 착각하고 있다. 나라를 위하여 뜻을 펴고 국민을 위하여 봉사하려는 임무로 생각하기보다는 국가를 통치하고 국민을 지배하려는 권력 지향적 해석으로 생각한다.
국민을 이끌어가야 할 지도자려면 목청 높여 비방하거나, 실세에 아부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공허하게 사라져 버리는 맹약으로 무장하지 않아도 된다.
대권을 잡고 대세를 누릴 명분으로 정치에 임하는 사람의 변신을 바라보면 우리의 마음은 한없이 어둡고 안타깝다. 지금까지 믿어왔던 지도자의 자리가 국민을 기만하고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의 무도장이었음에 우리의 참담함이 더 큰 것인지도 모른다.
지도자는 대권을 잡기 위해서 어떠한 약속도 가능하고, 그것이 지켜지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불문율은 언제부터 이루어진 것일까. 그것은 우리사회에 팽배한 불신풍조를 조장하는 선두주자 역할을 하였다.
어제의 신념을 오늘에 뒤바꾸면서 당당하게 국민 앞에서 천명을 일삼는 지도자가 예사롭게 생각하는 것은 어떠한 형태의 변신도 정치 앞에서는 용납 될 수 있다고 수긍하는 점이 불의를 용인케 하는 자세다.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이 분명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좇으니 가치관에 혼란이 오고 사회는 좌표를 잃은 채 표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풍토에 더욱 거센 기류를 조성하는 것이 매스컴이다. 순화되지 않은 언어는 국민의 심성을 거칠게 만들고 공정치 못한 호도성 보도는 판단을 그르치게 한다. 대권주자와 대세의 판도라는 말은 매스컴이 만들어낸 위압적인 언어다. 지도자를 권위주의의 고질적 병폐에 물들게 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자로 부상시키는 것도 매스컴의 잘못된 표현에서 오는 결과다.
지도자가 국민을 위한 역할을 담당하기보다 권력을 잡고 세력을 확장하려는 의도를 부추기는 듯한 대중매체의 어휘구사는 잠정적으로 정치와 국민을 유리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
우리는 숱한 변신을 바라보고, 때로 변신을 꿈꾸기도 한다. 현대의 사회구조는 우리에게 카프카의 그레고르와 같은 종말을 언제 어떻게 강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새로운 탄생은 늘 경이롭고 축복해야 하지만,. 순수하지 못한 변모는 공허한 사기극으로 끝나게 되므로 분노와 슬픔을 느끼게 된다. 변신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인간의 의지는 부질없고, 그 속에서 무력하게 살아가는 우리는 더 슬픈 존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오늘도 거울 속의 나를 만나는 두려움으로 아침이 시작된다.
태양은 어제의 그 빛으로 희망을 일깨우지만, 간밤에 텔레비전에서 목청을 돋우며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강요하는 변신한 모습들이 한없이 슬프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이 계절의 쟁점
문정영_21세기 시인들의 사회
오늘날 시인의 삶은 그 어떤 시대보다 힙겹다. 자기 자신마저 이방인이라 느끼는 세계를 누군가와 함께 나누어야 하는 이중의 구속, 이중의 불안 속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_시산맥 봄호, 신진숙 평론가의 권두시론에서
자본주의 물신성에 길들여진 21세기를 살아가는 시인들의 의식 속에는 어떤 사고가 들어 있는 것일까. 경쟁과 갈등 그리고 불안이 내재된 세계를 살아가는 시인들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일시적인 사고에 물들어 가고 있다. 시인 또한 한 개인으로서 사회 안에서 경쟁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갈등 구조안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안과 불확정적인 감각을 통해서만 시인은 세계를 읽고 쓴다. 더불어 그 불안을 깨뜨리는 방법으로 학교에서 지식을 쌓고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읽는다. 그리하여 시가 지적이고 학문적인 요소를 가지게 되는반면 이미지는 점점 사라지고 상징마저 약화되고 있다.
시를 읽는 독자가 줄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공급자와 소비자가 공준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다행인 것은 그 공급자이면서 소비자인 시인이 줄지않고 늘어난다는 것이다. 더불어 시의 수준이 평준화가 되었다는 것도 긍정적이기는 하나 시가 자기 복제처럼 많이 닮아간다는 것은 또다른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이에 몇 가지 함께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는 소통의 문제이다. 21세 시인들의 시는 다양해졌다. 그리고 시가 개인적인 내면의 통로가 되면서 어려워졌다. 독백이며 기호에 가깝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시를 해석해 줄 해설가가 필요한 시대에 와 있다. 그만큼 시인이 살아가고 있는 시대가 복잡해졌고 머리가 아파졌다는 이야기다. 시적 대상과 시인이 하나인 서정의 시대를 지나 후기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시인의 변모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뽕짝에서 랩으로 가고 있는 노래도 공존하고 있지 않는가.
소비자가 다른 만큼 다양한 장르가 필요하다. 서정을 쓰는 시인도 필요하고 내면의 세계를 쓰는 젊은 감각도 필요하되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한다. 소통 부분도 이제 소통이 되는 사람들끼리의 모임으로 변모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시를 선택하여 읽고, 함꼐 하는 사람들끼리 모임을 갖는 시대에 와 있는 것이다. 그 대신 나와 다른 양상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할 이유가 없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를 뿐이다.
두 번째는 시의 소재의 다양성이다. 시대의 변천과정을 거치며 시의 소재도 다양해졌다. 즉 소재 탐구에 대한 것은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 년 수천 편의 시가 쏟아지고 있다. 웬만한 것들을 새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내가 체험해 보지 못한 세상, 사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소재에 대해서도 시인 자신만의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재구성을 해야 한다. 이미 익숙해진 대사에서 벗어나야 하고 형식의 변화도 가져와야 할 것이다. 근래에 나는 내 존재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내 안의 여성성에 대해서 새롭게 접근해 보고 있다. 이제껏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소재에 대한 탐구가 필요한 시기이다.
세 번째는 신인 발굴과 지원이다. 현재 50~60개 정도의 중심 문예지와 신춘문예슬 통하여 등단한 신인이 일 년에 약 150여명이다. 보통 등단을 위하여 3~4년 이상은 시공부를 하고 개인적으로 시를 썼을 것이다. 그러나 등단을 하면 시인으로서 인정받고 주목해 줄 것이라는 예상은 여지없이 빗겨간다. 절망하는 시인들은 더 이상 시를 쓰지 않게 된다. 특히 젊은 시인들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단에서는 새로운 신인들에 대한 기대도 크다. 기성 시인들과의 변별력을 바라고 있고, 자신만의 패기를 펼치고 있는가를 지켜보고 있다.
김연동_현대시조의 진단과 전망
이만재_통일문단을 대비해야 한다
오양호_작가만 많고 이론가는 없는 수필문단, 이대로는 안된다
박성배_동심문학에 대한 몇 가지 오해에 대해서
이 계절의 초대석
권경애_빗물, 훌쩍이는
홍진기_방백
정운일_누가 먼저 피우나
시
오재철 장현기 정태호 정창운 김철기 최신림 배창도 김순자 박희철 채인숙 황주영 박종민 한수종 이금주 이철수 임학기 전홍구 한석산 장승기 오정윤 정은희 최정수 김효태 김종호 박석현 이수찬 주창렬 김부조 류선모 류병률 이병두 권오정 김정숙 박경희 김기성 신문식 이명재
시조
조주환 최종섭 이충섭 홍병선 이남순 김명호 천강래
평론
김상일_백시종의 소실지질학
소설
김용철_처형의 겨울
지요하_불변의 굴레
고천석-피아노교사 2
김중상_폰이 울릴 때
함계순_등잔봉
김영한_갑장나리
심봉순_마음 깊은 곳에 그대로를
정종진-아들 아이디
수필
임병식 최영선 이태종 임오철 노정애 임선영 최수룡 김충석 남정우 임종진 박두만 문청함 신종례 이장구 한봉수
동시
박지현 노임숙 김선영
동화
김한규_어느 돌다리 이야기
강재명_효성이의 아름다운 사랑
유 종_둥지섬의 비밀
강심원_교장선생님은 못 말려
지역 문학 순례
대전광시지회 소개
회원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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