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남양주의 한 마을에 20일 동안 정체 불명의 폭음이 들리고 있습니다.
경찰, 또 군부대까지 조사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원인이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아 주민들이 크게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정수영 기자, 북한의 땅굴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죠?
그렇습니다. 많게는 하루 10번이 넘게 쾅 하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전쟁이 난 줄 알았다, 북한이 땅굴을 파는 소리가 아니냐며 주민들은 두려워합니다.
군부대와 경찰 수백 명이 대대적인 현장 조사를 벌였습니다.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습니다.
귀신이 곡할 노릇입니다.
<리포트>
경기도 남양주의 농촌 마을 묵현리.
이곳 주민들은 최근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정체불명의 폭음이 밤낮없이 들려오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광호(마을 주민) : “‘꽈광’하는 거예요. 다이너마이트 터지는 소리, 돌 틈에 심지를 넣어서 터지는 그런 소리입니다."
<인터뷰> 마을 주민 : “폭탄 터지는 소리, 펑 하는 소리.."
<인터뷰> 홍예한(마을 어린이) : “팍! 이런 소리요."
문제의 소리가 시작된 것은 지난달 24일이었습니다.
이 날부터 난데없는 폭발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려왔습니다.
<인터뷰> 마을 주민 : “낮이고 밤이고 때도 시간도 없어요. 아무 때나 울려요. 하루에 열 몇 번까지도 소리가 났었고 7~8번은 보통이고... (새벽에도요?) 네. 5~6시, 7시(에도 소리가 나요)"
연평도 도발 사태와 맞물려, 주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졌습니다.
<인터뷰> 이혜숙(마을 주민) : “웬 간첩들이 쫙 깔린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괜히 (불안했어요)"
<인터뷰> 홍예한(마을 어린이) : “그 소리가... 북한 포탄 소리...”
혹시 북측에서 인근에 땅굴을 판 게 아닌가, 군부대에 신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을 수색한 군은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했습니다.
마을에는 공사 현장 하나 없고, 인근 스키장에서 폭죽을 터뜨린 일도 없어 의문은 더욱 커졌는데요.
군부대 조사 이후에도 굉음은 보름이 넘도록 계속됐습니다.
더구나 설에는 거짓말처럼 소리가 뚝 그쳤다 연휴가 끝나자 다시 들려오기 시작하면서 의혹은 증폭됐습니다.
<인터뷰> 이광호(마을 주민) : “설에는 소리가 안 났대요. 한 4일 동안은 전혀 안 났대요. 소리가 전혀...”
<인터뷰> 마을 주민 : “구정 때 이틀인가 삼일은 아주 싹 (사라지고) 폭음이 한 번도 안 났어요. 구정 때...”
급기야 지난 11일, 남양주시와 경찰은 군부대와 합동으로 현장 조사를 벌였습니다.
170여 명을 투입해, 묵현리와 천마산 일대를 샅샅이 뒤졌습니다.
가스안전공사와 상하수도사업소 관계자까지 나서 수도관 등 시설물이 동파되면서 난 소리인지 여부도 점검했습니다.
<인터뷰> 경찰 관계자 : “폭음 소리가 어디에서 나는지 확인해라, 녹음해라... (그런 지시를 받았습니다)”
<인터뷰> 마을 주민 : “남양주시청, 남양주경찰서, 여기 있는 화덕지구대, 군부대, 한국전력, 상하수도 관계자, 가스안전공사... 다 나와서 이렇게 조사하고 있어요.”
하지만 폭음의 근원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습니다.
현장을 찾은 취재진 역시 바로 어제 수상한 폭음을 포착했습니다.
<인터뷰> 김호수(남양주 경찰서 화도지구대) : “어? 소리 나네. (이런 소리 자주 나나요?) 그런가 봐요. 요즘 와서 (특히) 소리가 많이 나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20일째 계속되는 폭음의 정체를 알기 위해 경찰은 음향 전문가에게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가장 큰 의문은 소리의 근원이 남침 땅굴이 아닌가 하는 것인데요.
폭음을 정밀 분석한 전문가의 의견은 달랐습니다.
<인터뷰> 배명진(교수/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소장) : “지상에서 소리를 들으면 이렇게 ‘쿵’ 하는 게 아니라 ‘쾅!’ 터져 나가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것을 ‘화약성 폭발음’이라고 해요. 여기를 보면 2~3000Hz 사이에 아주 붉은 부분이 강한데 이런 소리 성분이 많이 포함이 되면 이것은 공기 중에서 폭음된 소리이지, 지하에서는 절대로 이런 소리가 날 수 없어요.”
경찰은 밀렵꾼들이 쏜 엽총 소리일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는데요.
배명진 교수는 총기 소리보다는 폭발음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인터뷰> 배명진(교수/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소장) : “만약에 100미터 이상만 떨어져있다고 해도 엽총을 쏘면 들리는 소리는 한 65~70dB입니다. 음의 세기가 교통 소음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죠. 근데 지금 남양주시에서 녹음된 소리를 보면 음악 데시벨이 80~90dB 사이, 즉 85dB을 기준으로 해서 잡히고 있습니다.”
경찰은 또 다른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얼음이 녹았다가 깨지는 소리 있잖아요. 그것도 그 소리(폭음)하고 그렇게 비슷하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은 (소리의 근원을) 단정 지을 수 없고, 우리(경찰)는 다각적으로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아주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전문가 역시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배명진(교수/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소장) : “인근 산에서 해빙기가 돼서 어떤 협곡이나 계곡에 돌이라든가, 얼음이 떨어지게 되면 타격음이 통 울림을 유발하게 되는데 그 둘레가 언 상태로 있으면 계곡 협곡 자체가 하나의 통 울림을 유발할 수 있어요.”
의문의 폭음이 계속된 지 20일째, 원인을 둘러싼 수수께끼가 무엇 하나 속 시원히 풀리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입력시간 2011.02.14 (08:56) 정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