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넘으면 약간의 살집이 있어야 한다? ‘이 병’ 때문
65세 넘는 당뇨병 환자, 약간 과체중이면 심장병 뇌졸중 사망 위험 가장 낮아져
“나이들어 살이 너무 빠지면 없게 보인다”는 농담이 있다. 65세가 넘는 당뇨병 환자도 살이 약간 쪄야 각종 심혈관병으로 숨질 위험이 가장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나이 들어 살이 너무 많이 빠지면 썩 좋지 않다는 속설이 있다.
당뇨병(제2형당뇨병) 환자도 65세가 넘으면 살이 약간 쪄야 심장병, 뇌졸중 등으로 숨질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바이오뱅크 연구에 참여한 제2형당뇨병 환자 2만2874명을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65세가 넘는 환자는 체질량지수(BMI, 단위 kg/㎡)가 정상보다 약간 더 높은 수준인 26~28이어야 심혈관병으로 숨질 위험을 가장 많이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65세 이하의 당뇨병 환자는 BMI를 23~25로 유지하는 게 심혈관병 사망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심혈관병에는 심장병, 심부전, 뇌졸중, 만성 콩팥병 등이 포함된다.
이 연구 결과는 5월 12~15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릴 유럽비만학회(ECO 2024)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경우 BMI가 18.5미만이면 저체중, 18.5~25미만이면 정상, 25~30미만이면 과체중, 30~35미만이면 1단계 비만, 35~40미만이면 2단계 비만, 40이상이면 3단계 비만으로 분류한다. 대한비만학회도 WHO 기준을 지키고 있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2006~2010년 등록한 제2형당뇨병 환자의 BMI와 심혈관병 사망 위험 사이의 연령별 차이를 조사해 분석했다.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59세였고, 약 59%가 여성이었다. 연구팀은 약 13년 동안 이들의 심혈관 건강을 추적했다. 이 기간 동안 891명이 각종 심혈관병으로 숨졌다. 연구팀은 고령자(65세 초과)와 중장년층(65세 이하)의 두 연령대 데이터를 분석해 BMI, 허리둘레, 허리 대 키 비율 등 변수와 심혈관병 사망 위험 사이의 관계를 평가했다. 연령, 성별, 흡연력, 음주, 신체운동 수준, 심혈관병 병력 등을 감안해 결과를 조정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경우 과체중인 사람이 정상 체중인 사람에 비해 심혈관병 사망 위험이 13%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령자의 경우 과체중인 사람이 정상 체중인 사람에 비해 심혈관병 사망 위험이 오히려 18%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게 아니라 관찰로 상관관계를 찾아낸 것이다.
연구의 제1 저자인 중국 후베이문리대(Hubei University of Arts and Science) 부속병원 샤오용 쉬 박사는 “정상 체중을 약간 넘지만 비만은 아닌 노인은 체중을 줄이기 보다는 유지하는 게 심혈관병으로 숨질 위험을 낮추는 데는 좋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 등 영양 성분이 병에 대한 보호기능을 어느 정도 발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노인의 ‘비만 생존 역설’은 낙상과 외상 위험을 줄이고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는 영양의 비축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나이 들어 몸무게가 너무 많이 줄면 썩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2형당뇨병 환자가 체중을 10% 이상 줄이면 고관절이 부러질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든 사람이 고관절 골절상을 입고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1년 안에 25%, 2년 안에 70%가 사망할 수 있는 것으로 대한골대사학회 연구 결과 나타났다. 대한비만학회는 BMI의 정상 범위 유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BMI의 효율성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김영섭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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