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지닌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 과연 무엇일까요. 혹자는 초저출산이라고 하고 또 다른 부류는 초고령화라고 합니다. 물론 틀린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확한 표현입니다. 그런데 초저출산과 초고령화로 나라가 금방 몰락하지는 않습니다. 초저출산률이 갈수록 추락해도 앞으로 10년정도는 그런대로 버틸 수 있습니다. 몇몇 초중고등학교 정도가 사라질 정도일 것입니다. 버스 운전기사와 택시 기사들이 부족해 버스와 택시가 일부 운행을 멈출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반적인 나라 전체가 가라앉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더욱 시급한 문제가 존재합니다. 바로 가계부채 문제입니다.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는 이것저것 다하면 2천250조원정도라고 합니다. 한국인 1인당 가계빚은 4천4백만원입니다. 4인가족이라고 볼 때 한 가족의 빚은 2억 2천만원 정도라는 것입니다. 한국의 국가 총부채 즉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그리고 정부부채를 모두 합친 6천40조원가운데 가계부채 비율이 무려 37%나 됩니다. 한국의 가계부채 총액은 지난 2011년에 1천조원을 넘어선 이후 매년 급증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한국인의 가계부채 2천250조원은 지난해말 한국의 국내총생산 즉 GDP와 같다는 것입니다. 한국인들이 일년내내 정말 힘들여 일해 번 돈과 한국의 가계부채가 비슷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계부채는 국민들이 여기저기서 빌려다 쓴 빚을 의미합니다. 빚을 지면 그 빚에 대한 이자를 지불해야 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기때문입니다. 최극 가계부채의 심각성이 급격하게 터져 나오는 곳은 바로 자영업분야입니다. 통계청의 통계를 보면 올 2분기 자영업자 가구의 한 달 소득은 200만원으로 임금 근로자 평균 근로소득 480만원의 42%정도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자영업자 가구가 일반 근로자 가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으로 견디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소득으로 생활을 유지해 가기 어려우니 빚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이른바 영끌족이라는 투기세력과 자영업자들의 어쩔 수없는 빚냄 때문입니다. 영끌족들이야 자발적 투기세력이지만 하루하루가 힘든 자영업자들은 고육지책으로 돈을 빌어쓸 수밖에 없습니다. 가계부채가 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자신의 벌이로 부채를 갑지 못할 정도가 되면 부득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를 줄이면 내수는 급격히 쪼그라들게 됩니다. 영끌족이나 자영업자들 외에도 일반 회사원의 경우에도 고물가 탓에 갈수록 지갑이 얇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경우 제일 먼저 소비 다시말해 밖에서 사먹는 외식을 줄이게 되어 있습니다. 자영업이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외식을 줄이고 식료품을 사지 않으니 내수가 급격히 침체됩니다. 내수가 침체되면 자영업은 붕괴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올해 한국 자영업자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직원들을 다 내보내고 영업을 해오던 홀로 사장들도 이제는 버티기 어려운 형편이 된 것입니다. 일터를 잃은 직원들은 실업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급격한 악순환의 소용돌이속에 빠져들고 마는 형국입니다.
한국 가계부채 폭탄은 자영업에서 터질 것이다라는 예측이 그래서 나옵니다. 영끌족들의 패망은 스스로 자행한 것이지만 자영업의 붕괴는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의 부채가 걷잡을 수없는 상황이 되면 한국의 은행권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요즘 제 2금융권의 위기가 언급되고 있지만 그런 상황은 더욱 심화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가계부채는 악순환을 거듭해 오고 있다가 이제는 견디지 못하는 임계점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 그래서 나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이제야 알아차린 정부가 자영업자에 대한 종합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지만 미봉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단순한 대책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강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았던 가계부채 폭탄의 타이머는 이미 작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2024년 10월 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