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들의 도시
강영은
언제부턴가 왼쪽이 아프다.
기침하면 왼쪽 가슴이 쿨럭이고
고개 돌리면 왼쪽 등허리가 땡긴다.
어떤 권력이 점거했는지
어떤 부조리가 관여했는지
미세먼지 같은 대답을 듣는 날에는
목줄까지 뻣뻣하다.
내 몸의 기득권자는 누군가요.
내가 아닌가요?
당귀즙을 앞에 놓고 외쳐 보아도 단단한 근육질에 묶인
도시는 오른쪽으로 돌아서지 못한다.
어쩜 여기는 인형들의 도시일지 몰라,
선반 위에 놓인 목각인형처럼 사지를 내려놓고
빙그르르 돈다.
누가 총을 들이댄 것도 아닌데
네, 네, 그렇군요,
유리 벽에 박힌 나를 보려고 선 채로 돈다.
움직이는 벽에 애걸하듯 산 채로 돈다.
고통의 계단을 높이는 건 누구일까,
계단 위에 놓인 목에 붕대를 감고
계단 아래까지 내려간다.
어느 쪽에도 유리한 증언은 하지 않겠어요,
당신과 나는 경계에 서 있을 뿐이니까요,
구어체의 문 앞에 문어체인 당신은 대답이 없다.
택시를 탄다.
윈도 브러시는 좌우지간 안개 흐르는 길을 지우는데
어느 병원으로 모실까요,
앞만 노려보는 내게 운전기사가 물어본다.
글쎄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강영은
서귀포 출생. 2000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녹색비단구렁이』 『최초의 그늘』 『풀등, 바다의 등』 『마고의 항아리』 『상냥한 詩論』 『너머의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