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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4574
다사다난했던 2022년이 지났다. 2022년 통상환경은 경제안보, 자국중심주의, 신통상이슈의 세 단어로 압축될 수 있다. 2022년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전파와 요소수 대란의 진통이 남아 ‘공급망과 회복력’이라는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글로벌 화두를 안고 시작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영향으로 안보개념이 강화되며 개별 기업이나 산업의 공급망을 넘어 ‘경제안보’가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미국이 주도하고 한국이 핵심 파트너로 합류하며 5월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협상의 핵심 의제 중 하나가 ‘공급망 안정화’이기도 하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팬데믹으로 증폭된 측면이 있으나, 2022년 공급망과 연계된 최대 통상 이슈는 미 의회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안 통과에 따른 전기차와 배터리 공급망 내재화로 대표되는 자국 중심주의 움직임의 강화였다. 직전 통과된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이어 하계 휴회 직전 기습통과된 동 법은 WTO와 한미 FTA 등 국제통상규범에 배치될 소지가 있는 차별적 규정을 담고 있어, 우리를 비롯해 EU와 일본 등 소위 미국의 우방국조차 이의를 제기하게 만들었다. 그러한 가운데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필두로 한 탄소 및 환경통상, 미국의 위구르강제노동금지법(UFLPA)과 EU의 공급망실사 지침 등으로 대표되는 노동 및 인권의 통상의제화, 올해 초 발효예정인 한-싱가포르 디지털동반자협정(DPA) 협상 타결 및 서명으로 시작된 디지털통상 등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新통상이슈도 2022년의 화두였다.
통상지원센터는 2022년 제공한 3,852건의 통상뉴스와 238건의 통상뉴스레터를 검토하여 다음과 같이 2022년 7대 통상뉴스를 뽑았다. ①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따른 서방의 수출통제조치 확산, ②미-중 갈등 속 시진핑 3기 개막과 미 중간선거, ③미국의 역내공급망 구축 본격화, ④IPEF 협상 개시, ⑤탄소무역장벽 가시화, ⑥노동·인권의 통상의제화, ⑦디지털통상 시대 개막은 다른 다양한 통상 이슈 속에서도 2022년 전체를 관통해 가장 중요한 뉴스였다고 볼 수 있다. 2022년 제공된 3,852건의 통상뉴스를 키워드별로 살펴보면 우크라이나 전쟁 및 러시아 제재와 그로 인한 공급망 교란 관련 기사가 374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IPEF 협상이 117건, 미국 IRA가 108건으로 뒤를 이었다. 신통상의제 관련 기사도 많았다. 디지털(61건), 노동(58건), 탄소(59건) 등 각 주제별 뉴스가 연중 보도됐다. WTO 관련 뉴스도 137건 다뤄졌으나, 앞서 언급한 주제어에 연결된 기사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2023년은 2022년에 대두된 이슈들이 한층 에스컬레이팅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패권 경쟁은 좀처럼 그 끝을 예상하기 어렵다. 미국은 중간선거 결과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차지했으나,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캐빈 매카시 의원은 중국에 매파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의원 중 하나다. 이미 지난 2년간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대중 견제를 강화해왔고, 향후 2년은 차기 대통령 선거를 위한 시간임을 고려한다면 미국의 대중국 견제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3기를 시작한 중국 역시 대외적으로 중국의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러시아, 유가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보조를 맞추고 있음을 강조하는 배경에도 미국의 견제에 대응하려는 목적이 있다.
이 가운데 미국은 인프라투자 및 일자리법, 반도체과학법, 인플레이션감축법 등 3법을 통해 본격적인 자국 중심 공급망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동맹국과의 갈등마저 야기한 IRA의 경우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세액공제 시행지침안을 3월경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 역시 ‘중국제조 2025’ 추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서방의 수출통제와 무역제한 조치는 중국으로 하여금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내수 활성화에 더욱 주력하게 만들고, 이는 막대한 보조금 지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린딜을 통한 친환경 산업과 반도체산업 육성을 내세웠던 EU도 미국의 IRA로 인해 자동차와 배터리 기업의 유출과 역내 제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적극적인 산업보조금 집행을 선언했다. 주요국의 산업보조금 지급 경쟁은 WTO 규범 위반 가능성이 높으나, 이를 견제할 규범과 수단(분쟁해결기구)을 갖고 있는 WTO가 제 역할을 하기 어려워 그 한계가 명백하다.
경제안보를 강조하고 있는 IPEF 협상이 2월 인도에서 열린다. 시장개방을 포함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통상 협정은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신흥국뿐만 아니라 내년부터 하원 다수당이 되는 공화당에서도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미-중 갈등 완화, 공급망 안정화, 글로벌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 전까지는 경제안보가 모든 통상협정 추진 시 고려되어야 할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IPEF 외에도 기술(미-EU TTC, Chips Alliance), 지역(중남미-APEP, 대만 무역이니셔티브) 등에서도 유사한 목표를 두고 논의 중이다. 중국은 RCEP 외에는 뚜렷한 무역협정 추진 전략이 없는 가운데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와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 가입을 신청했으나 그 목표가 불분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스라엘과의 FTA 발효 후 인니 등 기체결 국가와의 양자 FTA 및 개정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2023년에는 EU CBAM 시범시행으로 ‘탄소 통상’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철강과 알루미늄을 위주로 한 제한적 분야와 제조 시 배출되는 탄소(직접배출)만 대상으로 한 집행위 원안이 EU의회를 거치며 수소와 전구체 등의 품목이 추가되고 아직 구체적인 조건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일부 간접배출도 추가할 것임이 밝혀졌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글로벌 철강 합의(GSSA)’가 EU의 CBAM과 어떻게 조화될 것인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양 제도가 공존할 수 없다면 미국과 EU 간의 통상마찰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과거 미국과 EU는 바나나 수입제도를 둘러싼 보복관세, 보잉-에어버스에 대한 보조금 등으로 WTO에서 치열하게 다툰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중 견제라는 과제에 대해서는 미국과 EU가 같은 입장에 서 있으나, IRA에 크게 반발한 EU가 미국이 주도한 GSSA 합의에 소극적으로 임하거나 향후 CBAM과의 중복규제 문제를 풀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노동 이슈는 1995년 WTO 출범 당시부터 논의하기로 한 기설정의제(Built-in Agenda)였으나, 글로벌 경제 호황 및 성공적 다자체제의 운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심화되며 전방위적인 중국 견제에 나선 미국과 공급망에서 EU의 가치를 심겠다는 전략에 따라 노동 및 인권 침해를 이유로 한 수입 규제와 제재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22.6월 시행된 UFLPA로 인해 수억 달러에 해당하는 통관이 금지되었고, EU도 새로운 통상 관련 입법과정에 강화된 노동관련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기업별 공급망 관리에서 소위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또는 ‘거버넌스(governance)’ 이슈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최초로 체결한 디지털통상 협정인 한-싱가포르 DPA는 2023년 초 발효될 예정이다. 이 협정을 필두로 한국이 가입신청 의사를 밝힌 CPTPP와 DEPA도 주목을 받고 있다. 높은 수준의 디지털통상 규범을 다루고 있는 양 협정 중 시장개방 등 통상의 포괄적인 범위를 다루는 CPTPP보다는 DEPA 협상이 보다 빠르게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상거래 위주의 규범만 다룬 기체결 FTA 규범을 개정하거나 별도의 양자 디지털통상 협정을 추진할 가능성도 높아, 2023년은 디지털통상의 원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가간 데이터 이동에 대한 국가별 상이한 규범과 규제는 디지털전환 가속화에 따른 비즈니스 애로로 지목받고 있어, 이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기존 양허세율에 징벌적 성격의 반덤핑, 상계관세 등을 부과하는 수입규제는 전통적이고 합법적인 국내산업 보호수단으로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분야다. 지난 2년간 수입규제 신규조사 건수가 감소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2023년에도 이러한 긍정적 흐름이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쉽지 않다. 우선 내년도 글로벌 경기침체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경기침체는 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의미하며, 수입증가가 원인이 아닐지라도 수입규제를 대응수단으로 선택할 동인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와 동시에 대대적인 조사의 증가는 아닐지라도 보다 손쉽게 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 우회덤핑 분야나 특별시장상황(PMS) 조사와 같은 정교해진 조사기법의 활용은 우리 기업이 예의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상세 내용은 붙임의 보고서 원문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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